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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출간10주년 개정판 ㅣ 야생초 편지 1
황대권 글.그림 / 도솔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야생초 편지_황대권
내 나이 삼십 대 초반에 MBC 느낌표에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에 책에 부흥을 끌어내던 시기가 있었다. 그 당시에 읽었던 책이다. 그런데 다시 삼십 년을 두고 내 눈앞에 ‘떡’ 허니 나타난 책이다.
그러니 반가운 마음에 다시 정독하게 되었다. 꼭 시간을 서둘러 볼 필요가 없었기에 차근차근 보게 되었다.
만약 인생에 시간이 주어진다면, 적어도 그럴 계획을 품고 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향에 내려가 2~3년 고향 산천을 글로 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중에는 대부분 야생초, 즉 들풀이 존재한다.
야초는 때때로 돈이 되었고 먹거리가 되었으며 약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 중인데. 기회가 된다면 이란 조건을 내 달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의 일은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황대권 선생님의 일만 봐도 그러하다. 소위 말하는 ‘간첩’, ‘빨갱이다’라는 죄명으로 감빤 생활을 한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그래서 이런 글을 만날 수 있는 것이련만. 그러나 역지사지하며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라. 멀쩡한 사람을 간첩, 빨갱이로 몰아 무기징역으로 감방에, 그것도 독방에 가두어 놓으면.
우리가 그런 세상에 살았다. 적어도 같은 하늘에 두고 같은 지역에서 벽을 하나 두고 말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나도 그렇게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신원이 복권되셨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이후 기사를 통해 최근의 모습을 뵈니 사람이 야생초 같다는 생각을 무심히 했다. 황대권 선생의 건강과 무탈을 기원한다.

▷ 하루는 시어미가 밭을 매다가 갑자기 뒤가 마려워 밭두렁 근처에 주저앉아 일을 보았겠다. 일을 마치고 뒷마무리하려고 옆에 뻗어 나 있는 애호박잎을 덥석 잡아 뜯었는데, 아얏!하고
따가워서 손을 펴 보니 이와 같이 생긴 놈이 호박잎과 함께 잡힌 게야. 뒤처리를 다 끝낸 시어미가 속으로 꿍얼거리며 하는 말이 “저놈의 풀이 꼴 보기 싫은 며느리 년 똥 눌 때나 걸려들지 하필이면….” 해서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상리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네그려._P34
▷ 다도의 형식과 조건을 갖출 수 없는 곳에서라도 성과 정으로써 다도를 즐길 수 있노라고. 이런 말이 있다. 배고픔이야말로 최고의 식욕이라는. 거친 음식일지라도 정갈치 못한 물과 재료로 끊임 차일지라도 갈급한 자에겐 그것이 최고의 차인 걸 어쩌리!_P66
▷ 오늘은 이놈을 보고 있다가 문득 우리 재소 형제들의 처지가 이와 같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전과자라고 찍히면 생전 꽃 한 번 피우지 못한 채 사회에 나가서 짤리고 짤리고 하는 것이 너무도 흡사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이 사회로부터 아주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둠의 자식들이 되어 땅속에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그러다가 여건만 맞으면 언제라도 밝은 세상으로 비집고 나오는 것이다._P229
▷ 잡초를 한자로 풀면 ‘잡스러운 풀’이 됩니다. 학술서적을 뒤져 보면 영어로의 정의가 수십 가지가 나와요.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정의를 한두 가지 들어보면, ‘원치 않는 장소에 난 모든 풀들’, 또는 ‘잘못된 자리에 난 잘못된 풀’ 데게 이렇습니다. 이것은 풀에 대한 철저히 인간 중심주의적 정의입니다._P264
▷ “이상적인 잡초는 쓸데없이 크고, 생장 속도가 빠르고, 못생겼고, 쓸모가 없고, 끌이 없고, 야생적 가치가 없고, 숫자가 많고, 쉽게 번식하고, 맛이 없고, 가시가 많고,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독성이 있고, 역겨운 냄새를 내고, 잎이 금방 무성해지고, 재배하기 까다롭고, 제초제에 내성이 강하고, 뿌리가 울퉁불퉁하다.” 하여간 잡초에다 나쁜 말은 다 갖다 붙였어요. 이렇게 잡초에다 나쁜 말을 다 갖다 붙이고, 잡초는 싹 죽여 버리고, 그 자리에 희멀건 야채만 키워 먹었어요. 이것이 오늘날의 농업이에요.(…) 그래서 저는 잡초라는 말을 안 씁니다. 대신에 저는 야초(野草)라는 말을 쓰고 있어요._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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