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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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_김연수

 

책을 한꺼번에 다 읽을 수 없으니 사진을 찍어 두었다가 꼭 읽는 편이다. 이 책도 그러하다. 사실 소설가가 꿈이니 꼭 읽어 보겠노라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조금은 지루했다. 아니다. 내 마음이 지금 복잡한 탓일까? 그거 맞겠지. 꼭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읽고 싶다. 김연수 작가가 생각하는 소설가의 일이란 무엇일까 궁금해서 책을 펴들었는데 복잡한 일이 생겨서 그런지 난독증이 발병했다. 아쉽다. 그런데도 꿋꿋이 글자를 읽어 내려갔다.

 

P24. 1932년 자신의 첫 소설인 복회귀선을 쓰면서 헨리 밀러가 창안한 11계명이다.

1. 한 번에 하나씩 일해서 끝까지 쓰라.

2. 새 소설을 구성하거나 검은 봄(두 번째 소설)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지 마라.

3. 안달복달하지 마라. 지금 손에 잡은 게 무엇이든 침착하게, 기쁘게, 저돌적으로 일하라.

4. 기분에 좌우되지 말고 계획에 따라서 작업하라. 정해진 시간이 되면 그만 써라!

5. 새로 뭘 만들지 못할 때도 일은 할 수 있다.

6. 새 비료를 뿌리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땅을 다져라.

7. 늘 인간답게!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곳에 다니고. 내킨다면 술도 마셔라.

8. 짐수레 말이 되지 말라! 일할 때는 오직 즐거움만이 느껴져야 한다.

9. 그러고 싶다면 계획에 따르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다시 계획으로 돌아와야 한다. 몰입하라. 점점 좁혀라. 거부하라.

10. 쓰고 싶은 책들을 잊어라. 지금 쓰고 있는 책만을 생각하라.

11. 언제나 제일 먼저 할 일은 글을 쓰는 일.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친구를 만나고 영화를 보는 등. 다른 모든 일은 그다음에.

 

P54. 지금 초고를 쓰기 위해 책상에 앉은 소설가에게 필요한 말은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하자는 것이다.

 

P71. 주인공을 만드는 방법을 이렇게 말한다.

1. 평범하지 않고 비범한 사람으로 묘사한다.

2. 그 사람이 누구인지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3.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갖도록 만든다.

4. 다른 사람들보다 그 사람을 더 자주 등장시킨다.

5. 그 사람이 사건의 핵심에 더 들어갈 수 있게 한다.

6. 그 사람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다.

 

P74. 소설가는 제일 먼저 쓴다’. 그다음에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쓴다’.소설가란 어떤 사람들인가? 초고를 앞에 놓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기가 쓴 것을 조금 더 좋게 고치기가 바로 소설가의 주된 일이다.

 

P104. 내가 쓰는 소설의 주인공이 행동한다-좌절한다-곰곰이 생각한다-다시 행동한다를 반복하면서 점점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면, 소설을 쓰는 나 역시 쓴다-좌절한다-곰곰이 생각한다-다시 쓴다를 반복하면서 점점 소설 쓰기의 절정으로 올라가야만 하리라.

 

P144. 작가에게 중요한 건 오직 쓴다는 동사일 뿐이다. 잘 못 쓴다고 하더라도 쓰는 한 그는 소설가입니다.

 

P200. 쓴다. 토가 나와도 계속 쓴다.

 

P232. 먼저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자기 바깥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된다. (중략)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흥미롭고, 미처 몰랐던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뜻밖의 기쁨이다. 날마다 이 재미를 위해 시간을 내는 것, 그게 바로 소설가의 일이다.

 

 

 

 

#소설가의일

#김연수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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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 보스
길군 지음 / 좋은땅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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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 보스_길군

 

정말 죽이고 싶었다. 아니 여러 번 무참히 죽여버렸다(마음속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견디었고 인정받으며 털고 일어설 수 있었다. 한데 요즘의 고민은 내가 그렇게 죽이고 싶은 상사로 변화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흠칫 놀라며 경악을 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짧은 시간에 성과를 도출해 내야 하는 처지다. 그럴수록 주변을 돌아보고 여유를 가져야 한다. 함께 살기 위한, 그리고 함께 활력이 넘치는 조직으로 끝끝내 성과를 이루어야 한다. 그럼 노력과 열정으로 함께 윈윈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시간이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윈윈 할 수 있는 방법과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완전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천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하나하나 작은 것부터 실행에 옮기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직을 위해 OO공단에 면접을 보는 자리. 면접관의 평범한 질문에 당황했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 어떻게 하겠는가?”였다. 2초를 기다렸다가 아주 천연덕스럽고 최대한 밝은 낯빛으로 살짝 썩소를 머금고 말했다.

, 우선 대답을 하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 해결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이러저러하게 해 보았더니 어렵다.”고 보고하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교양있게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이다. 지시하자마자 부당함을 말한다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감성이 상할 것이다. 조금은 냉철하고 차분하게 부당함과 어려움을 이해시키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다고 생각한다.”였다. 그런데 면접관이 고개를 그떡끄떡이더니, 결과는 탈락이었다. 그리고 2주 만에 다시 연락이 와서 합격 취소를 번복했다(나의 경험담이다).

 

기대를 많이 했다. 기대 이상으로 사회초년생과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권해주고 싶다. 죽이고 싶은 상사가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결국 작가처럼 살지 말라는 조언을 잘 새길 필요가 있다. 세상의 정글 속에서 스마트하게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P88. ‘성장하는 사람은 가만히 놔두고, ‘성장할 사람은 칭찬과 인정으로 응원해주고, ‘성장하는 척하는 사람은 웃으면서 집에 보내주자.

 

P93. “내 아랫사람을 승진시키면 내 윗사람이 나를 반드시 평가한다. ‧‧‧ 자연스럽게 나 또한 승진이 가능할 것이다.”

 

P103. ‘내 고객이 설마‧‧‧‧, 문화센터 센터장이었어?’ 자기 고객, 권위자가 누구인지 깨닫는 순간이며, 그 권위를 인정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 순간이다. 상급자가 자기 책임을 감당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그 권위를 인정하게 되는 더 중요한 이유가 따로 있다. 자신에게 좋기 때문이다.

 

P135. 그렇다고 관리자가 실무자와 싸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택한 수작은 하나, 계속 상대방의 권위를 인정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고생이 많으시죠?”

반복한다. 경청. 공감. 긍정의 맞장구.(“어떻게 시작하셨어요?”)

계속 경청. 공감. 긍정의 맞장구.(“뭐가 가장 힘드셨어요?”)

아주 끝까지 경청. 공감. 긍정의 맞장구.(“대단하신데요?”)

자기 권위를 인정해 주는 사람을 누가 거스르겠는가.

 

P173. 고객의 기대치를 낮추어야 한다. 그 기대치를 낮출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보다만은 높은 가치를 제공한다면, 세상 누구를 만족하게 하지 못하겠는가.

 

P218. 왜 뭘 꼭 시켜야 해? 아니, 왜 시키는 일도 똑바로 못 해? 애를 봐 달라고 하는데 왜 애를 쳐다보고만있는 거야? 애를 재우랬더니 왜 네가 자? 애 옷 입힐 때, 어디가 앞인지는 그만 좀 물어봐라! TV 앞에서 사람 말이 안 들리니? 코딱지만 한 냉장고에서 왜 뭘 못 찾는 거야!

 

P265. “말씀하신 대로 이러이러하게 해 보았는데 어렵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세 가지, 하나는 중간보고’, 다른 하나는권한위임’, 그리고 마지막은 작전상 후퇴.

 

P275. 이제 와 돌아보면 필자의 인생 전반은 타인의 권위를 인정하게 되는 과정’, 특히 그 권위 인정받을 자격이 없는 권위조차 인정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길군

#앵그리보스

#AngryBoss

#죽이고_싶은_상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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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훈 2023-03-2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자 길군입니다^^리뷰 고맙습니다, 새겨 듣겠습니다!
(핵심을 잘 잡아주셨어요, 에둘러 표현할 수밖에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권위를 인정하라‘라는 메시지가 그만큼 어렵고도 무거운 주제니까요^^
이는 결국 독자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문제일 뿐, 흔한 자기계발서처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할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보다 어려운 주제도 또 없는 것 같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좋아합니다 - 거침없이 떠난 자연 여행
이은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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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를 좋아합니다_이은지

 

여행도서는 마음을 편하게 한다. 그리고 나도 함께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 책은 참 많은 부분이 다르다. 아니 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젊은 여성으로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했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고 내내 응원하면서 정독을 했다. 그리고 뿌듯함, 성취감이 밀려온다. 어느 순간 저자가 내가 되고 그 안에서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젊어서 좋지만, 그러나 실행하고 행동에 옮기기까지 그 고민과 고뇌가 전해진다.

그 이유는 나는 그렇게 살기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아니 부러움이다. 그리고 여행도서에는 사진이 많은데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저자의 인스타그램을 찾아보고 사진 한 장의 마음이 설렘을 함께하며 아쉬움을 담아본다. 바람이 있다면 다음에도 이어 좋은 글로 독자들에게 꿈과 성취감을 선사해주는 선한 영향력의 작가가 되길 기원한다.

 

P31.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털어버리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은 것이라는 것도. , 마지막으로 서서히 체력의 한계치가 오는 내 몸을 좀 사려가며 살아야 하는 것도!

 

P58. 고산병을 설명하자면 마치 알 수 없는 강력한 마력이 내 다리를 땅속으로 끊임없이 잡아끄는 느낌이다. 나는 얼굴이 노랗게 떠서 영락없는 환자의 모습으로 온몸을 스틱 2개에 의지한 채 걸었다.

 

P133. 넓디넓은 텍사스의 사막에서 미약한 인터넷 신호조차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몸소 깨닫게 되니 조금 아쉬웠다. 이미 나는 휴대폰과 인터넷이라는 현대 문물에 잔뜩 절여진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광활한 텍사스를 데이터 없이 달리면서, 그 덕에 조금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P138. 여정의 마지막 종착점인 샌디에이고에 도착한 순간, 수많았던 힘든 기억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썩 개운하지는 않은 공사한 기분만이 남았다. 가슴 벅찬 감격의 눈물이 아닌, 마음 한편이 허전한 이 느낌.

 

P182. 특별한 장점이 있다거나 대단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지만,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은 나를 조금 더 사랑하자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기억이 남는 사람일 필요도 없고, 좀 늦거나 게을러도 느려도 괜찮다고, 한 번 더 내 편을 들어주기로 했다.

 

 


 

 

#미지의세계를좋아합니다

#이은지

#자음과모음

#자연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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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부 - 소금이 빚어낸 시대의 사랑, 제2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
박이선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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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부_박이선

 

다양한 도서 중에 소설은 소설만이 갖는 감성이 있는 것 같다. 마음 한구석에 휑하다면 샘솟는 감정을 소설로 풍족하게 만들기 바란다. 염부는 혈기왕성할 때 고창 인근에서 2년간 근무하던 곳이다. 지역적인 친밀감도 있지만, 염전에서의 일이 궁금도 했다. 그리고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향수가 있으리라. 제목만 들어도 짠 내와 함께 추억들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특히 Sun-set 그야말로 저녁노을은 잊을 수 없는 멋진 풍경이다. 그 아득한 멋진 풍경이 염부의 소설 속에 피어나는 사랑같이 마음에 그라데이션처럼 퍼져 애틋한 여운을 남긴다.

이 소설은 고창 신재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 그런지 지역적인 근현대사와 향토색이 짙어 더욱 여운이 강하게 남는 것 같다. 아주 우아한 선운사 꽃무릇 같은 소설이다.

 

P84. “그렇겠지요. 어머니가 조선에 살다 일본이 패망하고 본국으로 돌아올 때 소금을 가져오셨어요. 그것을 부엌 깊숙한 곳에 놔두고 내 생일이나 명절 때만 아주 조금씩 귀하게 사용하셨지요. 어머니는 몇 해 전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집에 소금이 남아 있답니다.”

허허, 그렇다면 어머니가 여기서 만든 소금을 가져갔더란 말이우?”

아마 그랬을 거예요. 제가 맛을 보니 똑같아요.”

 

P167. 모처럼 고기를 끊어다 국을 끓여서 작은 밥상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한술 뜨면 그동안 고생했던 것이 모두 사라졌다.

 

P248. 아주머니 입이 걸기가 사복개천 같아서 염길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인데 의외로 아케미는 그 말을 다 받아주면서 야금야금 밥을 잘 먹었다.

 

P399. “, 어머니 고향에 오니 처음엔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제 편하고 좋아요.”

어디든지 정붙이면 그곳이 고향이라잖아요.”

 

P403. 이번에 대길은 코코네를 통해 소금이 어디로 가든 그 맛을 잃지 않고 소중한 인연을 연결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득 형이 보고 싶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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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랑 사는 건 너무 슬퍼
최은광 지음 / 좋은땅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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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랑 사는 건 너무 슬퍼_최은광

 

고양이 집사와 관련하여 나는 몇 가지 단편적인 기억이 있다. 물론 반려견이 다수이기는 하지만. 일전에 일하던 직장에 직원이 이혼 후에 반려묘와 함께 산다고 했다. 팔뚝에 심한 상처가 있어 영문을 물었더니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욕조에서 녀석을 밀쳐내다가 한 방 먹었다.”라는 거다. 아끼던 직원이라 퇴근할 때마다 집에 아무도 없어 외롭겠다 했지만, 반려 고양이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 같은 마을 여자 친구네 집에 숙제를 함께하면서 귀여운 고양이와 재미있게 놀던 기억들.

그래서 반려묘에 대해 궁금하던 차에 최은광의 반려묘에 관한 책을 접했다. 대체 이 녀석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반려인들과 잘 살까? 그리고 제일 궁금한 것이 태어나면 죽음도 있는 법. 죽음 후에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클까. 그 빈자리가 과연 채워지기는 할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책과 함께 즐겁고 행복했지만, 역시나 슬프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반려묘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이해와 균형감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

 

P58. 본래도 고양이는 말이 없는 동물이지만, 아프다는 내색은 정말로 하기 싫어한다.

 

P75. 배변을 할 때는 물티슈로 똥꼬를 살살 문질러 준다. 어미 고양이가 혀로 핥아서 배변을 유도하는 행위를 흉내 내는 것이다.

 

P84. 사실은 빤이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했기 때문에 합사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중략) 우리는 고양이에 대해 무지하였다. 우리는 그저 병균을 옮을까 하여 격리만을 하였을 뿐, 빤이에게 앵뽕이를 인사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빤이가 사람이었다고 생각해 보면 이것은 아주 무례한 행동이다. 고양이가 생각보다 똘똘한 동물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P88. 고양이는 불만 거리가 있으면 집사의 침대나 이불에 방뇨한다. 모든 고양이가 그런 것은 아니고, 그런 식으로 항의의 뜻을 전달하는 녀석들이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화장실이 더럽다든가 하는 외부적 요인일 수도 있고, 자신이 아프다든가 하는 내부적 요인일 수도 있다.

 

P96. 고양이와 레이저 포인트로 놀아 주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아이들이 눈을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너무 운동 부족이라 생각되면 한 번씩 레이저 포인트를 쏘아서 놀아 주기도 한다. 장난감에 반응하지 않던 아이들도 레이저 포인트에는 꺅꺅대면서 덤벼든다.

 

P98. 고양이는 생각보다 잘 미끄러진다. 캣타워에서 꿈을 꾸고 있다가 잠결에 떨어지기도 한다. 합판을 부둥켜안고 버둥거리는 녀석을 구해 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P109. 나는 한 번씩 빤이 사진을 꺼내어 아이들에게 보여 주곤 한다. 아이들은 평면에 각인된 사물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냄새만 맡아 보고는 곧 돌아서곤 한다.

 

P138. 고양이는 이른바 영역 동물이다. 새 친구를 소개해줄 생각이 있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는 편이 현명하다. 잘 알려져 있는 모범적인 합사 과정은 이렇다. 처음에는 서로 거리를 둔 채 모습만을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리고 점점 거리를 좁히면서 서로의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체취를 묻힌 장난감 따위를 교환해 준다. 나중에는 서로 마주 보며 간식 따위를 먹게 해 줌으로써 저 아이를 보면 기분 좋은 일이 생긴다는 식의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각자에게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면 격리를 풀고 서로 만나게 해 준다.

 

P153. 고양이의 꼬리가 땅으로 처져 있는 것은 두렵거나 자신이 없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P154. 요즘 자두나 나에게 무성 야옹을 잘해 준다. 무성 야옹이라는 것은 소리를 내지 않고 입을 벌려서 우는 시늉만 하는 것인데, 주로 어미에게 하는 행동으로 신뢰하는 집사에게도 하는 녀석들이 있다고 한다.

 

P160. 야옹이와 살아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아이들이 누리는 삶의 속도가 우리의 시간과 다르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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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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