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다 비우다 - 서울에서 고흥까지 520킬로미터의 사색
김학배 지음 / 알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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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고흥까지 걷는다고?’ 장장 520km를 걸어서 간다는 말인가? 정말 놀랍지 않은가. 꼬박 15일이 걸려 저자의 서울에서 고향마을 고흥까지 걸었으니 책이 나왔을 것이다. 사실 부러움과 함께 궁금증을 자아냈다. 시간이 된다면 10일 이라도 걷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여러모로 여의찮은 게 현실이다. 이참에 15일간 서울에서 고흥까지 순수 두 발로 걸어간 이야기를 꼭 함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당장 현실적으로 함께 걸을 수는 없지만, 그의 책을 통해서라면 가능한 일이다. 다소 책의 두께와 분량을 고려해서 한꺼번에 읽기보다는 천천히 놓치는 부분 없이 함께 걷는다는 느낌으로 읽고 싶었다.

실질적으로 15일을 꾸준 34km를 걸어야 한다. 물론 모내기하는 봄이라곤 하지만 매일매일 날씨와 몸 상태를 유지하는 일을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다양한 유혹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이기고 그 먼 거리를 갔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함께 시작해 보았다.

내심 여행기, 기행기로 보았을 때 다소 딱딱하고 흥미가 없다면 어떻게 하지 고민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책을 펼치며 잊고, 천천히 책 속으로, 그리고 저자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15일간의 서울에서 고흥까지 걸을 수 있다는 사실과 다양한 사람들이 걷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함께 엔도르핀이 솟구치고 안전에 관한 생각도, 사색도 함께 했다. 언제 우리가 서울에서 고흥까지 함께 걷고 사색할 수 있는 경험을 나눌 수 있을까. 저자의 경험을, 공감대를 형성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걸음마다 쌓이는 동시에 비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실제 걸었던 거리는 520km가 되었다. 한 시간에 4km 정도의 속도로 하루 평균 9시간씩 걸어 15일 만에 고흥 집에 도착했다. -P8

 

멀리 갔다 되돌아올수록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경험과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이웃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도 커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사람은 익어간다. 같은 길을 세 번 지나가며 얻은 교훈이다. -P125

 

옛 고전에 사람을 존경하는 세 가지 기준이 있는데 벼슬과 나이와 덕이다. -P151

 

서서히 종반전으로 향하고 있는 이번 여행에서 지금까지 무엇을 느끼고 깨달은 것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 그저 그날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만 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깨달은 게 없으면 어떤가. 여행에서 꼭 무엇을 깨우치고 느껴야 하나? 툇마루에서 산들바람을 맞으며 먼 산 보고 마음을 비우다 자면 그만이지. -P275

 

걷기는 삶이다. 살기 위해 걷고, 살아 있으니 걷고,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걷는다. () 나의 걷기는 유람이고 경주이고 순례의 여행이었다. () 여행이란 새롭게 마주치는 것들에 대해 생경함과 첫 경험의 흥미로운 기대감으로 인한 떨림이고 설렘이다. () 여행은 일상에서 떠났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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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 개정판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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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여 한참을 들떠 있었다. 현실은 노벨문학상에 대해 평가가 둘로 나누어졌다. 꼭 현실정치의 이면을 보는 것 같고, 정치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목소리가 다양해지고, 그런 말을 툭툭 뱉을 수 있다는 것이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런데도 노벨문학상과 이미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해 난도질과 해부를 당하는 모습이 어쩐지 못내 못마땅하다. 속상한 마음에 속으로 웅얼거리고 만다.

그래, 그렇게 잘 났으면 노벨상을 타고 말하던지.’

 

그렇게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언론매체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 사이에 다음 차기 대상자로 모두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를 주목했다. 그때 스크랩을 해 놓았다가 구매하게 되었다.

솔직히 저주토끼를 읽으며 살짝 놀랐다.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두 번째 소설 머리를 읽고 나서 배신감을 느꼈고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 찬스를 활용했다. 정보라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나를 탓했다. 도대체 정보라 작가는 어떤 작가길래 똥 덩어리에 대한 소설을 썼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이런 재료(소제)는 둘째치고 왜 이런 부류의 소설을 쓴 거지?

인터넷 검색 찬스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SF, 환상소설 작가란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작가의 말에서 자신에 소설이 호러(공포)임을 자임했다. 그제야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처음부터 그런 정보를 숙지하고 책을 보았다면 정말 신나게 읽었을 텐데. 내가 읽는 소설이 뭔가가 부류가 다른 소설임에 살짝 당황하지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솔직히 책의 마지막을 덮으며, SF와 호러와 나의 관계는 다리 하나는 건너야만 관계가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나의 기호와 성정과는 거리와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지금 당장은 단언컨대 정보라 소설을 좀 더 찾아 책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나는 정보라 작가에게 중독된 것일까? 어느 유튜브에 불교 신자가 신세계를 경험했다라는 말처럼 이제 정보라 작가의 펜이 되기로 했다. 끝으로 작가의 말을 상기하며 그녀의 작품활동을 응원한다.

 


㉩ 《저주토끼 는 환상호러 단편집이고, 환상호러 장르는 대중문학에 속하며, 대중문학은 교훈이나 가르침보다는 즐거움을 위해 존재하는 장르이다.

그러므로 즐겁게 읽어주시면 좋겠다. 자기 입으로 호러라고 해놓고 즐겁게 읽어달라니 모순되는 것 같지만 오싹한 즐거움을 느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리고 독자님들이 이야기에서 위안을 얻거나 등장 인물에게 공감하실 수 있다면 글 쓴 입장에서는 더없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저주토끼


#정보라


#래빗홀


#노벨문학상차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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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서 99세
산조 미와 지음, 오시연 옮김 / 지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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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서 99_, 산조 미와

 

99세를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책을 보자마자 이 책은 꼭 읽어보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99세인 사람이 없기에. 언제 99세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어 볼 기회가 있겠는가 싶었다. 직접 만나 들으면 좋겠지만 99세의 산조 미와님께서 책을 쓰셨기에 일대일로 귀 담아 들을 기회라 생각되었다. 적어도 직접 쓰신 책에는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와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꺼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은 의도된 것인지는 몰라도 글 밥이 다른 책보다 크고 길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저녁에 짬짬이 책을 보았기 때문에 약 3일이 걸렸다. 빨리 읽는 사람이라면 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99세까지 살아온 인생의 지혜를, 99세에 겪고 있는 생각을 빨리 읽어 넘기고 싶지 않았다.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그 의미를 붙잡고 사색하는 시간을 갖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역시 99세 어르신은 용감하다. 읽으면 바로 이해되고 아주 쉽게 쓰셨다.

99세 나이에 최근가지 현역 의사로 생활하셨고, 연극무대와 극단을 이끌고 계신다고 했다.

우리는 다가올 세대를 100세 시대라고 말들 한다. 한편에선 100세 시대를 두려워한다. 그 이유는 건강하고 남에게 폐가되지 않는 노년이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인 99세 산조 미와님께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바쁘시다 한다. 99세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꿈꾸고 해보길 원했던 일들을 마음껏 실행하고 실천하면서 느끼는 행복으로 죽음을 생각할 시간이 없으시다 한다. ‘혼자 살면서 99를 읽는 동안 어떻게 노년을 준비하고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99세인 나는 이미 노후의 노후, 한쪽 발을 관 짝에 넣고 사는 셈이다. 앞으로 수십 년 살 것도 아니고 경제적 쪼들림을 걱정해봐야 득 될 것이 없다. 앞날에 대한 걱정은 그때 생각하면 된다. 이런 낙천적인 생각 덕분에 이 나이까지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P67

 

오히려 앞으로 제2의 인생을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하고 싶은 일에 고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하지 말 걸 그랬다라고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P129

 

요즘 사람들에게 등화관제가 무슨 말인지 모를 것이다. 전시 중에는 적의 공습 목표가 되지 않도록 전등을 검은 천으로 덮는 규정이 있었다. 빛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한 것이다. -P197

 



#혼자살면서99

#산조미와

#지상사

#100세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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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 부엌 - 도쿄 일인 생활 레시피 에세이
오토나쿨 지음 / 유선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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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 부엌_오토나쿨

 

일전에 서평단을 모집하기에 먼저 읽고, 아내에게 선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잊힌 책과의 인연이 어느새 아내의 책장에 떡하니 세팅되어 있었다. 작은딸이 선물했단다. 이참에 재생의 부엌을 살펴보기로 했다. 일본사람인가? 싶었는데 한국 사람인가? 도대체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한국에 부모님이 계신다는 거. ~ 어머님의 구수한 사투리를 보아 부산인 것 같다. 그러나 돌아가신 것 같다. 그래 어디 사람인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일본에 디자이너로 일하는 외국인인 근로자. 10년 넘게 씩씩하게 잘살고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힘겹고 스트레스가 있을 때 부엌을 통해 자신을 재생시키는 작업을 하며 산다. 중간마다 만들고 싶은 레시피가 있어 몇 개를 스크랩해 놓았다. 특히 매실로 만들 수 있는 매실청과 매실주는 혹하게 구미가 당긴다. 요즘도 매일 먹는 매실청을 생각하면 준비하고 익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연도에는 그렇게 되길 바라본다.

중간중간 음식 사진들과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고 읽는 내내 함께 도쿄의 정취와 리프레쉬되는 느낌을 받는다. 짧은 일주일 긴장된 근육이 이완되고 힐링 된 기분이다. 주변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정신력은 고무줄과 같습니다. () 어떻게 보면 강박은 정신력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P88

 

먹는 것을 만드는 기술이 하나 더 늘었다는 건 완성도와는 별개로 꽤 든든한 일이다. ()그와 동시에 집착이라는 그림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완성도가 아니라 만드는 것, 즉 방을 만드는 루틴에 대한 고집이 생겼고 시간이 지날수록 고집은 집착이 돼가는 느낌이다. -P101

 

일상에서 루틴을 만드는 이유는, 변함없는 반복에서 오는 안정감을 위해서다. 물론 변화를 좋아하고 즐기지만, 생활을 만들고 구성하는 큰 원칙, 즉 루틴은 나를 버티게 하는 버팀목 같은 존재다. -P102

 

일단 해보지 뭐. 해보고 할 만하면 앞으로 나가고, 아니다 싶으면 관두면 되고, 안 해보면 모르잖아? -P111

 

그냥 안 한다는 대답에 왜? 라고 되물어도 답은 역시 그냥입니다. 장담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세상 모든 의문을 한순간에 무력화하는 블랙홀 같은 말이 그냥일 겁니다. 그리고 이 그냥과 아주 잘 어울리는 단어가 있습니다. ‘귀찮아서.’ 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곧장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냥 귀찮아서입니다. -P170

 

부엌은 재생의 공간입니다. () 그 절박한 만큼 단단해지기 위해 부엌에 서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재생의 끼니를 만들어 새살을 채우며, ‘재료의 재생나의 재생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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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2km - 어린 날의 나에게
박정해 지음 / 리아앤제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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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군 중립면 지대리소설의 주 무대다. 어린 시절 포병대대장(중령) 아빠를 따라 이사한 곳이다. 일명 민통선 이북, 민통선 안 평화초등학교 5학년에 전학을 하면서 벌어지는 옛 기억들을 소환하며 벌어지는 일들이다.

민통선 이북이라니. 사실 나 또한 민통선 이북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남방송이 들리고, 야간에는 등화관재도 했었다. 논밭에는 육이오 때의 사용되던 폭탄들이 돌무더기 위에 쌓여 있었다. 특별한 놀이시설나 장난감이 없던 터라. 그런 것들을 가지고 놀다가 여러 친구들이 죽었다. 일명 비무장지대 개척마을에 정착촌인 탓이다.

 

이 소설을 받아들고 초등학교 시절로 시간 이동이 되었다. 초등학교 우리 반에도 군인 자녀들과 선생님을 따라 전학 온 학생들이 있었다. 다른 세상에서 온 아이들이었다. 신기해서 관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때로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론 친해지기 위해서 서로 암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아스라이 필름을 되감도록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이렇게 소설 하나가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다시 불러내주는 엄청난 효과가 있다. 어찌 보면 그저 그런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기억을 소환한 계기가 되었다. 마음이 따듯해지고 몽글몽글 도 다른 추억들이 솟아나고 있었다.

특히 박정해 작가의 첫 소설작품이라는 데 먼저 개봉하는 듯 한 느낌이 들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반경 2km’2023년 경기도 우수출판물 제작지원 선정작이라고 한다. 책이 115페이지라 마음만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옛 기억의 소환으로 아껴보면 천천히 읽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통해 나 같이 옛 기억이 소환되는 소중한 기회를 맞이하길 바란다.

 

 

목에 걸린 군번줄이 간혹 햇빛에 비칠 때면 반작 빛났다. 군번줄에는 두 개의 인식표가 달려있다. 한 개는 군인들이 전쟁에서 죽게 되면 누군지 알기위해 입 사이에 끼우고, 다른 하나는 살아남은 군인이 전사자를 알기 위해 가져가는 것이라고 했다.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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