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밤의 미술관 - 이지안 도슨트와 함께하는 벨 에포크 명화 산책
이지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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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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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냥 어렵게 느껴지던 미술이 조금씩 재미있어진다. 여전히 미술관은 내게 일부러 찾아가는 장소는 아니지만, 부담스럽기만 한 장소도 아니다. 그 일등 공신은? 몇 년 동안 꾸준히 읽어온 미술 관련 책들이 바로 미술과의 어려움의 장벽을 조금씩 무너뜨려주었다. 요즘은 특히 도슨트가 직접 쓴 책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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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프로그램에서 해외 미술관에 대한 방송을 했는데, 그때 패널로 참여한 미술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두운 밤에 갑자기 불이 켜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 이후로 미술책을 고를 때 도슨트가 쓴 책에 더 관심이 간다. 실제 그림을 해설해 주는 업을 하는 전문가기 때문에 책 안에도 그런 실제적인 내용들이 담겨있을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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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 에포크 시대의 명화 산책이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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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에포크 시대란?

1871년부터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 발발까지 이어진 프랑스 및 유럽의 역사 시대로, 예술이 현저히 번성했으며, 문학, 음악, 연극, 시각 예술 분야의 수많은 걸작들이 광범위한 인정을 받았다.

위키백과 중

 이 시대에 그려진 화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저자는 총 12명의 화가와 그들의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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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두 밤의 미술관이라는 제목이 무엇을 의미할까 싶었는데, 놀라운 것은 실제로 미술관이 문을 닫은 밤에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조용한 밤에 소수의 관람객과 도슨트가 함께 하는 시간이 대낮의 미술관보다 더 깊은 여운이 있을 것 같아서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이 책 안에도 담겨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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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 안에는 무척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나 클로드 모네 같은 화가들도 있지만, 책을 통해 처음 만난 아메디오 모딜리아니나 알폰스 무하 같은 화가들도 있다. 또 구면이라서 반가웠던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나 쉬잔 발라동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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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중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만나게 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와 파울라 모더존-베커에 대한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은 것 같다. 그에게 주어진 36년의 생애는 사실 안타까운 사연들이 더 많았다. 그가 태어나던 날, 아버지의 사업은 파산했고 집행관들이 재산을 압류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들이닥쳤다. '산모의 침대 놓인 물건을 압류할 수 없다'는 이탈리아의 오래된 법 덕분에 그나마 귀중품과 중요한 문서는 겨우 지킬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병치레가 심했던 그는 11세에 늑막염, 14세에 장티푸스, 16세에 폐결핵을 앓는다. "피렌체 거장들의 그림을 보고 싶다"라는 아들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엄마는 아이들 데리고 이탈리아 전역으로 요양 여행을 떠났고, 그렇게 그는 미술에 눈을 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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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같은 파리에서 시간은 꿈과 달리 쉽지 않았다. 폐결핵은 더 심해져 갔고, 그를 숨기기 위해 매일 밤 독주를 들이켰던 그는 조각을 하고자 하는 꿈을 결국 접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조각을 포기하고 회화를 선택한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니 텅 빈 눈동자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왜 그는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을까?

내가 추구하는 것은 현실도 비현실도 아닌, 무의식이다.

 그런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서 비로소 눈동자를 그려 넣는다. 잔 에뷔테른과의 결혼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행복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결핵성 뇌막염으로 3년여의 짧은 결혼생활을 끝으로 그는 세상을 떠난다. 너무 슬픈 것은, 아내인 잔이 그가 사망하고 2일 후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창문에서 몸을 던져서 그를 따라갔다는 사실이다. 빈센트 반 고흐처럼 그 역시 살아생전에는 화가로 이름을 날리지 못했다. 첫 번째 전시회에서 쇼윈도에 걸린 누드화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하루 만에 개인전을 끝내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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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과 다르게 느껴졌던 것은 바로 "감정"에 대한 내용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저자는 미술치료대학원을 졸업했단다. 그래서인지 화가의 그림과 그들의 삶에 담긴 깊은 감정의 선들을 설명해 주는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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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며, 화가들의 삶과 작품들을 만나며 언젠가 어떤 감정이 들 때는 이 화가를 떠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에 대한 수식어를 떼어내고 온전히 나로 서고 싶을 때면 파울라 모더존-베커를, 스스로를 믿고 싶을 때는 마리 로랑생을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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