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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빼고 주문하신 회계 나왔습니다 - 어려운 용어도 단숨에 깨치는 기적의 회계상식사전
정소라.홍지연 지음 / 현대지성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20년 가까이 회계로 밥을 먹고 사는 직장인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던 터라 경영이론과 경제학을 비롯하여 마케팅과 회계를 전필로 배웠다. 주전공인 행정학으로 밥벌이를 하고 살거라 생각했기에(나는 공무원 시험을 꽤 오래 준비했다.), 사실 경영학은 효율적으로 학위를 두 개 취득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당연히 회계 역시 학점만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벼락치기를 했다. 이뿔 킥을 할 만한 사건은 4학년 1학기 마지막 수업 시간에 벌어졌다. 마지막 회계 수업을 듣고 나오면서, 교수님께 질문을 했다. 교수님은 기분 좋게 질문에 답을 주셨고, "졸업 앞두고 묻지 않으면 궁금해서 안되겠다 싶었지?"라고 말씀하셨는데, 내 대답은... "앞으로 절대 회계를 할 일이 1도 없어서 오늘 안 물어보면 평생 모를 거 같아서요."였다. 그때 교수님의 그 표정... (교수님 정말 죄송합니다ㅠ)
사람 일은 "절대"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는 걸 내 삶이 증명하고 있다. 그렇게 말도 안 된다 생각했던 회계로 20년 가까이 밥을 먹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분명 대학에서도 배웠고,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도 열심히 공부했고, 20년째 쓰고 있는데 회계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회계 용어가 하나같이 한자투성이기 때문이다. 용어에 대한 뜻조차 모르는 상태로 주구장창 쓰니 대략 알고 나서 뒤돌아서면 또 까먹고, 다시 듣고 또 까먹고를 무한 반복하게 된다. 솔직히 20년째 이 일 하면서 왜 모르냐고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대기업이어도 쓰는 계정과목만 쓴다는 사실. 대략적으로 일반 소기업에서 쓰는 계정과목은 많아야 2~30개 정도다. 그 이상으로는 잘 등장하지도 않고, 등장하더라도 일회성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분명히 배웠어도, 돌아서면 잊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

놀라운 것은 이 책의 저자들이 둘 다 회계학 혹은 나와 같은 경영학 전공이 아니라, 중국어 전공이란다. 근데 왜 저자들은 지금 회계로 밥벌이를 하게 되었을까? 바로 이 용어들이 한자라는 사실. 그래서 오히려 한자를 보고 그 뜻을 유추하면서 회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단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들이 풀어주는 한자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유레카!"를 외치게 된다. 회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인 재무제표. 그리고 비슷한 이름으로 헷갈림을 유발하는 재무상태표.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한자를 가지고 나온다. 둘 다 재무가 붙지만, 재무제표의 제는 모두 제(諸)다. 즉, 재무제표는 재무에 관한 여러 가지 표를 의미한다. 참고로 재무 상태 표(과거 대차대조표)도 재무제표에 속하는 하나다. 이런 식으로 용어를 한자로 먼저 보면 이게 무슨 뜻인지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회계의 각 큰 계정(자산, 자본, 부채, 수익, 비용)을 기준으로 용어를 설명해 준다. 순서는 재무제표에 등장하는 순서를 따른 것 같다. 재무제표를 펴 놓고 책을 읽는다면, '이게 이 뜻이구나! 이게 이런 용도구나!'를 좀 더 편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중간중간 용어에 또 용어가 섞여서 100% 이해를 못 한다고 해도 그냥 훑듯이 읽어나가 보자. 자연스럽게 (반복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단어들이 생길 테니 말이다. 그리고 회계 용어를 배웠는데, 실제 회사의 재무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팁들도 중간중간 숨겨져있다. 바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회계지식까지 함께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장은 헷갈리는 계정과목이다. 이름이 비슷한데 의미는 반대가 되기도 하는 용어들을 따로 정리해두었다. 실무적으로도 많이 사용하는 내용이기 때문에(가수금 vs 가지급금/선급금 vs 선급비용 등) 꼭 기억해두면 좋겠다.
사실 용어에 대한 풀이만 보자면, 기초 회계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책 한 권으로 초급부터 중급 이상을 아우를 수 있다. 그냥 용어 정리로만 끝이 아니라 실제 배운 용어를 바탕으로 기업의 재무 상태를 분석하고 파악할 수 있는 데다가 특히 투자를 할 경우 어떤 지표를 잘 봐야 하는지까지 세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회계 담당자 뿐 아니라, 회계와 관련 없는 부서일지라도 이 책 한 권은 꼭 읽어보면 좋겠다.
회계에 대한 지식이 있고 없고는 단순히 상식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를 보는 눈을 키우는 눈을 가졌느냐 못 가졌느냐 하로 이야기할 수 있다. 아는 내용이라면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낯선 내용이라면 이번 기회에 책을 읽으면서 회계에 대한 지식의 깊이를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