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술로 읽는 스페인
백인필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스르 궁전 옆에 무겁게 내려앉은 카를로스 5세 궁전을 보며, 왜 철거하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스페인 친구들은 말했다.
이슬람도 가톨릭도 모두 자신들의 역사이기에, 할 일은 파괴가 아니라 보존이라고.
세계사를 좋아하지만, 여러 나라의 역사가 뒤죽박죽 섞이다 보니 솔직히 기억하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반복이다. 세계사의 다양한 책들을 읽고 또 읽으면 언젠가는 이해될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세계사 책을 읽는다.
그러다 보니 세계사와 다른 장르가 접목된 책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가령 세계사와 지리, 세계사와 과학, 세계사와 예술, 세계사와 요리처럼 말이다. 세계사만 읽었을 때는 어렵고 복잡하던 것이 다른 장르와 합해지면 또 다른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는 예술(특히 미술)과 스페인사의 접점을 통해 스페인의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행히 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 정리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뭔가 유럽스럽지 않은 단어나 발음들을 보며 아시아나 중동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니 이해되는 한 줄. 스페인 문화 속에 이슬람 문화가 섞여있었다는 사실.

얼마 전 읽었던 책에서는 로마의 유물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영국이나 스페인의 지하에는 로마시대의 유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그렇게 건축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책에도 그런 내용들이 나온다. 로마와 현대를 함께 아우르는 도시의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슬람이 스페인을 지배했을 때의 문화도 남아있었다.
또 집시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 집시라는 말의 어원이 이집트인에서 나왔다니 뜻밖이었다. 알고 보니 가무잡잡하고 짙은 눈매를 가진 이들을 본 유럽인들은 이들을 이집트인처럼 생각해서 이 집시언으로 불렀고, 바로 이 말에서 집시가 유래되었다고 한다.

책을 통해 여러 스페인의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 그중 가우디의 발견은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물이었다. 10년 전 부모님 환갑을 맞이해서 동생과 유럽여행을 보내드렸던 적이 있었다. 그때 다녀온 곳 중에는 스페인이 있었는데, 가우디의 여러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었다.
사실 아직 유럽을 다녀와보지 못해서 책이나 매체를 통해 본 게 전부였는데, 이 책 안에 담겨있는 가우디의 여러 작품들과 그에 담긴 의미들을 보니 더 가우디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중심의 건물이나 길을 만다는 스페인의 모습이 가우디를 통해서 투영된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다름 조차도 역사로 생각하고 포용하는 모습들을 보며, 분열과 소통 부재의 모습들을 자주 내뿜는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