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도였던 날들
AJ 덩고 지음, 임슬애 옮김 / 미메시스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측할 수 없다. 저 멀리 보이지도 않는 바다 깊은 곳에서 태풍이 물살을 만들어 위아래로 보낸다.
그러면 물길을 따라 파도가 솟아오른다.
온 힘으로 물결을 만들어 내고 앞으로 나아가다가 부서진다.
형태를 지탱할 수 없을 때까지 자라난다.
안정을 잃으면 부딪쳐 조각난다.
결국 평온하고 단정한 수면으로 잦아든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말만 듣고 이 책이 궁금했다. 근데, 책 소개 글을 읽다 보니 이 책이 저자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라는 말에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험은 정말 고통스럽다. 그리고 그 고통은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평생 극복할 수도 없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또렷해지는 아픔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동생이고, 연인이고, 친구였던 크리스틴과의 이별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그리고 크리스틴과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파도타기의 이야기가 책안에 가득히 펼쳐진다.

책 안에는 이야기의 줄기가 여럿이다. 파도타기의 시작인 180년 봄의 하와이 왕국으로부터 책은 시작된다. 서핑은 폴리네시아인들로부터 전해진다. 섬사람인 그들에게 파도타기는 일상이었다. 그런 그곳을 찾아온 서구인들. 서구의 침략을 받으며 원주민들은 점차 서핑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듀크 카하나모쿠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현대 서핑이 아버지라 불리는 듀크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시간을 보낸다. 파도 클럽이라는 서핑 클럽을 결성하고, 시합에 나가 월등한 실력으로 기록을 경신한다. 그렇게 듀크에 의해 서핑은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또 한 인물 톰 블레이크. 그는 듀크가 나왔던 영화를 본 후, 듀크를 만나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연기자가 되어 활약을 하고, 수영 선수로 메달을 따기도 했고, 안전요원으로 일하면서 서핑을 하게 된다.
또 하나의 줄기는 앞에서 말한 크리스틴의 이야기다. 크리스틴의 오빠 제프는 파도타기를 좋아했다. 그런 오빠가 하는 모든 것을 따라 했던 여동생 크리스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좇아 하는 동생의 모습에 제프 역시 마음을 연다. 그렇게 둘은 파도를 탄다. 하지만 얼마 후 크리스틴은 암에 걸려 한쪽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크리스틴은 의족을 끼고 파도타기에 도전한다.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크리스틴에게 호감을 가지는 덩고. 크리스틴에게 용기를 내 연락을 하지만, 답장은 너무 짧기만 하다. 그렇게 몇 년간 크리스틴을 바라보기만 했던 덩고. 어느 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는 덩고에게 다가오는 한 남자. 덩고에게 스케이트보드를 가르쳐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그에게 스케이트보드를 가르치면서 둘은 친해진다. 근데, 그 남자는 제프였다. 크리스틴의 오빠.
이 특이한 인연은 결국 이 둘을 연인으로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길지 않다. 크리스틴에게 찾아온 갑작스러운 병 때문이다. 크리스틴은 긍정적이었고, 한 쪽 다리가 없어진 후에도 꾸준히 파도타기를 했다. 하지만, 암은 다시 크리스틴의 몸에 퍼지기 시작한다. 아니 떠 많은 곳으로 퍼졌다.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크리스틴은 바다에 나오는 것을 좋아했다. 자신을 할 수 없지만, 제프와 덩고가 타는 것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크리스틴과 함께 파도를 타며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저자는 이 책을 썼다. 여전히 파도타기를 하면 크리스틴이 떠오르고, 그 상실과 아픔이 잊히지 않지만 그럼에도 함께 파도였던 날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이 책에 크리스틴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저자가 선택한 방법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크리스틴을 기억하게 되었다. 이 또한 그녀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또 다른 애도의 방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예측할 수 없다. 저 멀리 보이지도 않는 바다 깊은 곳에서 태풍이 물살을 만들어 위아래로 보낸다.
그러면 물길을 따라 파도가 솟아오른다.
온 힘으로 물결을 만들어 내고 앞으로 나아가다가 부서진다.
형태를 지탱할 수 없을 때까지 자라난다.
안정을 잃으면 부딪쳐 조각난다.
결국 평온하고 단정한 수면으로 잦아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