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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롱이 이야기 - 아직 그리고 있습니다, 그 병아리
김진솔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너무 귀엽게 생긴 병아리 뾰롱이. 그리고 그 뾰롱이를 만들어낸 아빠 김진솔 작가. 사실 보기에는 천진난만하고 몽글몽글 귀엽기만 한 병아리에다, 진솔이라는 이름이 여성작가같이 느껴졌는데, 군대를 다녀온 남성 작가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책의 표지에 담겨있는 "그럼에도"라는 이 한 단어가 주는 깊은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안에는 뾰롱이의 미공개분 4컷 만화와 함께 저자가 뾰롱이를 그리면서 겪었던 인생의 달고 쓴 이야기들이 같이 들어있었다. 아무런 꿈 없이 고등학교 시절 그리기 시작한 뾰롱이라는 캐릭터. 하지만 캐릭터 한편에는 대학 입시에 대한 걱정들이 저자를 감싸고 있었다. 같은 시기에 미술 학원에서 함께 그림을 그렸던 친구들이 하나 둘 대학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깊은 고립감과 자괴감이 저자를 끝없이 괴롭혔다고 한다. 마지막 남은 한 곳은 본인이 가고 싶었지만, 상향 지원을 했던 곳이었다. 실기시험도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마무리를 못하고 나왔기에 실기시험 후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공감이 갔다.
다행이라면, 바로 그곳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그저 합격 말고는 다른 꿈이 없었던 저자는 그림을 그리기 보다 혼자 사는 자유를 만끽하며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단다. 덕분에 성적이 썩 좋지 않았고, 결국 군대에 입대하게 된다.

군대에서 주어지는 30분의 시간 동안 저자는 꾸준히 마우스로 만화를 그린다. 태블릿이 아닌 마우스로 그린 그림의 퀄리티에 속이 상했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그리고 또 그렸던 만화. 군대 가기 전 그렸던 병맛 과일 만화들 덕분에 10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만화가가 되었다. 하지만, 제대를 3개월 앞둔 어느 날, 한순간의 실수로 10만 팔로워는 물론 군 생활 동안 매일 그렸던 그림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만다. 그때부터 저자의 고통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도 그동안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날아간 것에 대한 공백을 채워주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대학에 자퇴하고, 취업에도 실패한 저자는 결국 정신과 상담을 받고 우울증 약을 복용하게 된다. 히키코모리처럼 방에 처박혀 매일을 보냈던 저자의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번번이 낙방하는 이모티콘도 그 좌절을 부추겼다. 하지만 노력은 결국 배신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저자 덕분에, 우리는 지금의 뾰롱이와 친구 쪼롱이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뾰롱이와 쪼롱이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사연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냐마는, 좋지 않은 기억과 고통의 순간들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낸 저자의 용기 덕분에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오늘을 살아갈, 열심의 모습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