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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를 먹다가 죽었는데, 저승에서 썸남을 만났다
커스티 그린우드 지음, 허선영 옮김 / 향기책방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보다 묘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햄버거를 먹다가 죽었는데, 저승에서 썸남을 만났다고? 이거 왠지 제목부터 로코 분위기가 물씬~~오랜만에 설레는 로맨스 소설을 보겠다 싶었다. 우선 내가 생각했던 제목은 햄버거를 먹다가 죽은 여주가 과거 이승에서 만났던 썸남을 죽어서 재회한 건가?! 하는 느낌이었는데, 땡!! 그건 아니다.
약국 보조로 일하는 델피 데니즈 부컴은 햄버거를 먹다가 패티가 목에 걸려 질식사를 한다. 아직 20대의 모쏠이었던 그녀는 너무 억울하기만 하다. 이대로 죽었을 때, 자신이 입고 있는 잠옷이 너무 창피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다. 그런 몰골로 발견되는 걸 막기 위해(?) 핸드폰을 찾지만 숨이 넘어가는 순간 핸드폰은 소파 아래로 미끄러져 떨어진다. 그렇게 그녀는 세상을 떠난다.
다시 깨어난 그녀는 자신을 마주하는 사자(?) 메릿을 만나게 된다. 그녀와 이야기를 하던 중,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의 이상형인 그 남자와 잠깐 사이 썸 같은 느낌을 받은 델피. 그녀에게 다정하고 호감 어린 말을 하는 그는 전산착오로 저승에 잘못 온 남자였다. 그렇게 썸남이 사라지자, 델피는 한층 더 우울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 델피 앞에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 단, 10일 안에 썸남을 찾아야 한다는 거다. 델피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너무 부족하다. 풀네임도 아닌 이름 일부와 파리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니 말이다. 그렇게 다시 살아난 델피. 다시금 썸남 조나ㅌ를 만나기 위한 델피의 조나 찾기가 시작되는데...

이웃에 사는 재수 없는(?) 남자 쿠퍼의 도움으로 조나의 풀네임과 함께 그의 일정을 알게 되는 델피는 조나의 스케줄을 따라 그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와의 만남은 번번이 어긋나고 만다. 좋나를 찾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 도서관 사서 알레드와 개들을 산책시키던 프리다, 그리고 쿠퍼에 대해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10여 일의 시한부 인생을 살던 조나는 주변의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면서 엉망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삶이 그리 형편없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승에서의 삶에 대한 기대가 생긴 델피는 자신이 떠난 후 매일 아침을 챙겨주던 옆집의 한국인 윤씨 할아버지가 혼자 남을 게 걱정된다. 조나를 찾으러 갔던 파티에서 일어난 사고(?)로 윤씨 할아버지를 챙겨주지 못했던 다음 날 아침. 할아버지가 구급차로 실려가는 것을 본 후, 델피는 자신을 대신해 줄 친구들을 윤씨 할아버지에게 만들어주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렇게 윤씨 할아버지가 퇴원한 다음 날, 할아버지를 위한 파티를 준비한다.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는 내가 선택할 수 없겠지만,
남은 날들에 얼마나 많은 삶을 채워 넣는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내가 경험할 수 있는 행복을 얼마나 많이 넣을지 말이다.
이제 잃을 게 하나도 없다.
이제 남은 날이 하루 밖에 안 남은지라, 더 이상 델피는 두려운 것이 없다. 그런 용기 덕분에 한 번도 대화를 나눠보지 않고 이름조차 모르는 이웃들을 파티에 초대하게 만든다. 그들과 시간을 보낼수록, 그는 이승에 머물고 싶어지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이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는데, 읽으면서 혀를 내두르게 될 정도다. 사실 삶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던 델피가 10일간의 이승 여행(?)을 통해 삶의 소중함과 이웃들과의 관계의 행복을 알아가는 장면을 읽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 만약 쿠퍼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면, 그에 진면목과 오해가 시작된 그날 아침이 쿠퍼의 쌍둥이 동생 엠이 세상을 떠났다는 큰 상실감과 슬픔 때문에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미국 로코이기에, 19금 장면이 등장해서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연애 세포가 다시 살아나는 기분(?)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때론 내가 평생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내 잘못된 판단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어떨까? 상처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고, 스스로의 삶을 형편없다고 생각했던 델피의 모습에 자꾸 감정이 이입되었던 것은 나 역시 델피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경험이지만, 이 경험 때문에 삶에 대한 새로운 경험들을 할 수 있었으니 이를 전화위복이나 새옹지마로 봐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