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분야지만 너무 어려워서 엄두가 안날 때,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냥 계속 그 분야의 책을 주야장천 읽는 것이다. 미술이 그랬고, 과학이 그랬고, 철학과 세계사가 그렇다. 학창 시절 지루했던 학문들을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났을 때 다가오는 느낌이 달랐다. 시험을 보기 위해 그냥 무턱대고 외웠던 게 아니어서 그런지, 흥미도 생기고 관심도 생기지만 이해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철학 역시 그렇다. 정말 많은 철학자들의 사상을 꿰뚫기에는 내용의 방대함 만큼이나 어려움이 한몫을 제대로 한다. 기왕이면 철학이 실제 삶과 연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다.

철학 하면 떠오르는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미지는 쉽게 가시지 않는 것 같다. 한편으로 철학을 고등학교 윤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먼저 접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철학을 접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과 실생활과 연결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의 실생활과 연관되는 실제적인 고민들을 다루고, 그 안에 간결하지만 임팩트 있는 철학을 다룬다면 좀 더 쉽게 철학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 두 가지를 다 해결해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5명의 철학자의 이론을 다룬다. 소크라테스와 니체, 에픽테토스(스토아학파)와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스피노자다. 아마 철학자들 중에서 많이 익숙한 소크라테스와 니체, 아리스토텔레스와 스토아학파의 에픽테토스, "내일 지구가 멸망한데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의 명언으로 유명한 스피노자가 그 주인공이다.
이 책은 4페이지(2장) 분량으로 한 주제를 만날 수 있다. 길지 않기 때문에 우선 부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삶에서 일어나는 고민들을 철학자의 사상을 통해 풀어주기 때문에 철학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상쇄해 준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보게 된 내용들이 여럿 있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라 델포이 아폴론 신전에 새겨져있는 격언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그 의미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 자신의 무지에 대해 인정하라는 뜻도 맞지만, "신이 아닌 유한한 인간임을 잊지 말고 겸손하게 살라는" 뜻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니체의 "신은 죽었다"의 의미 역시 다시 알게 되었다. 니체는 이 "신은 죽었다"를 한 광인의 이야기에서 들려준다. 보통 "신은 죽었다."를 무신론자들이 많이 하기 때문에 나 역시 니체가 대단한 무신론자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말의 의미는 인간이 오래 의지해오던 가장 높은 기준이 무너졌다는 의미였다. 어찌 보면 이 의미는 앞에서 말한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과 의미적에서 연관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범함과 신중함에 대한 에픽테토스의 철학에 대한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사실 이 둘은 왠지 반대적인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범함과 신중함이 저울의 양쪽이라는 의미가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다. 대범함과 신중함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삶에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어찌 보면 이 둘을 다 가지고 있어야 중도를 걸을 수 있겠다 싶다.
그 밖에도 기쁨과 행복의 차이, 불안할 때 미신이 많아지는 현상, 불안과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철학의 이야기를 책 안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철학을 공부하고 싶지만,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면 좋겠다. 부담 없이 철학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