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리커버, 양장)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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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핫하디 핫했던 책이 있다면 성해나의 혼모노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배우 박정민의 한 줄로 더 유명해진 이 책을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혼모노의 뜻도, 장편소설인지 단편소설인지도 모른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우선 이 책은 작가가 그동안 썼던 단편소설을 한 권으로 모아 만든 단편소설집이다. 혼모노는 그중 한 편의 제목이다. 총 7권의 작품 중 혼모노는 3번째 나오는 작품이다.

각 이야기마다 연결성이 없기 때문에, 연작소설은 아니다. 그럼에도 왠지 모를 공통점은 존재한다. 근데 이게 이 소설만의 공통점이라고 보기는 좀 어려울 것도 같은 게, 인생사의 여러 이야기들이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뭉쳐있기 때문이다.

한 감독을 좋아하는 팬클럽 회원들의 이야기, 장수 할멈을 모시는 무당 이야기, 메탈 음악을 좋아하는 3인방의 이야기, 손녀를 사이에 두고 며느리와 다툼을 벌이는 할아버지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각 이야기가 기억에 남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면 우호적 감정이라는 제목의 회사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스타트업 회사는 직급 없이 닉네임으로 불리는 회사다. 대표인 맥스는 진을 스카우트한다. 진은 나이가 많은 편인데다, 대기업 출신이라서 그런지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기를 힘들어했다. 그런 진을 챙기는 알렉스(나). 신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TF 팀이 꾸려지고, 알렉스와 함께 마케팅팀과 기획팀에서 직원이 차출된다. 또래와 일을 하고 싶었지만, 맥스가 반강제로 추천한 진과 수잔이 합류한다. 이 둘은 사실 사내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인물들이다. 우려와 달리 경기도 외곽에 있는 '소서리' 관광사업 브랜드 사업을 맡게 된 TF 팀은 마을을 직접 방문하면서 좋은 인상을 받는다. 자전거 도로도 뚫려있고, 베이커리나 슈퍼, 양조장, 게스트하우스와 대안학교 등도 잘 갖춰져 있는 데다가, 슈퍼는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한식구처럼 지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열린다. 하지만 관리가 안 된 딱 한 집이 마음에 걸릴 뿐이다.

마을의 일이 척척 진행되는 만큼 TF 팀 역시 합이 잘 맞아가고 있었다. 우려했던 만큼 수잔은 까칠하지 않았고, 진도 협조적이었다. 하지만 회계팀 직원의 실수로 전 직원의 상여가 전체 메일로 공개되어 뒤숭숭한 가운데, 마을의 프로젝트도 엎어질 상황에 처한다. 오랜 연차에 능력 있고 일도 많이 하는 수잔에 상여가 진보다 턱없이 낮다는 사실에 나는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 이후, 진과 수잔은 서로 불편한 관계가 계속된다. 마을의 프로젝트를 회사에 맡긴 지역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직급 이야기가 나오는데, 진이 자기 마음대로 한 발언 때문에 결국 팀은 와해되고 마는데...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도 직급은 있지만, 실제로 서로 닉네임을 부르는 상황이라 그런지 소설 속 이야기에 더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단편소설집 혼모노 속의 등장한 사회와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기준이 있다. 그리고 그 기준은 타인을 판단하고 구속하는 기준이 된다. 타인을 향한 내 행동은 지극히 정당하지만, 타인이 나에게 하는 행동은 불합리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놈의 밥벌이 때문에, 그놈의 평판 때문에, 그놈의 자식 때문에 내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독자들 역시 그런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공감이 되기도 하고, 그런 모습에 반대의 감정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내 기준으로 이들을 판단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사람 사는 건, 과거나 현재나 미래도 비슷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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