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슨트처럼 박물관 걷기 -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고고학 기초 체력 수업 도슨트처럼
마일로 로시 지음, 안진이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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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박물관을 갔는데, 도슨트의 중요성을 체험하고 나서는 꼭 도슨트 혹은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확인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유적을 보면 더 많은 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세계 이곳저곳의 박물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물건들과 그 안에 담긴 인류사의 역사가 우리의 생애의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 그대로, 삶에서 겪게 되는 모든 상황의 물건들을 마주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지고 있던 편견들이 있었다. 과거에 비해 현대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기에, 과거의 모습들이 현재보다 좋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현재보다 더 복지가 잘 되어 있는 과거(?)의 여러 모습들을 발견하고 적잖게 놀랐다. 모든 발전이 꼭 긍정적인 쪽으로만 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놔 할까?


  과거에도 아이를 위한 딸랑이가 존재했고, 우유병도 있었단다. 당연히 우유병은 현대의 산물이라는 내 착각이 제대로 뭉개지는 순간이었다. 진흙으로 만든 아기곰 모양의 딸랑이는 4천 년 전인 청동기 시대의 유물이고, 주둥이 달린 토기는 7천 년 전인 신석기 시대 유물이란다. 토기에 남아있는 찌꺼기를 분석한 결과 반추동물의 젖을 담는 용도로 사용된 이 토기는 입 부분이 튀어나온 게 정말 젖꼭지를 닮았다. 놀라운 것은 이 발명품의 용도다. 신석기 시대에도 육아는 엄마만의 일이 아닌 공동체의 일이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뿐만 아니라 화산 폭발로 알려진 폼페이 유적에서 발견된 노점상이 80여 개나 되었단다. 노점의 외벽에는 여러 음식 종류를 알려주는 메뉴판도 발견되었다니 놀랍다. 또한 우리나라 길거리 음식 번데기 역시 한 페이지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은 언제부터 번데기를 먹기 시작했을까? 바로 한국 전쟁 시기 단백질 기근에 시달리던 시대에 살기 위한 선택이 바로 번데기였다. 근데 이 번데기가 누에나방 번데기였다니! 나 역시 자주 먹는 간식인데, 왠지 누에나방이라는 이름을 듣고 나니 좀...;;;





그 밖에도 주인이 직접 이름을 지어준 개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2250~2200년 경의 아부티유인데, 이 개의 이름이 석판에 남아있던 이유는 바로 파라오의 반려견이었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는 사후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유명한데, 이런 의식을 행해야만 아누비스신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바로 죽은 파라오를 저승까지 잘 안내하라는 목적 때문에 아부티유는 파격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책 안에 등장하는 이야기 중 또 흥미로운 하나는 비행기 조종사의 옷자락을 자르는 부분이었다. 이는 통과의례 중 하나로 조종사 훈련생이 혼자 첫 단독비행의 성공하고 난 후 하는 행동이라고 한다. 과거 내부 무전기가 없던 시절, 조종사 훈련생의 셔츠 자락을 당기며 방향과 경고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혼자 단독 비행을 했다는 것은, 더 이상 지시를 하고 통제할 교관이 필요 없어서라니 셔츠 자락을 자르는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간다. 


  꿀을 얻기 위해 꿀벌들을 모조리 질식사 시켰던 스켑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잔인하다 싶기도 했고, 고흐도 사랑했던 영롱한 노란색인 인디언 옐로를 얻는 방법이 소에게 망고 잎과 물만 먹여 심각한 영양실조의 걸린 소의 소변을 끓여서 만들었다니, 노란색이 무턱대고 따뜻하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빨간색 비가 내리는 시험지는 4천 년 전, 고대 이집트 때부터 존재했다는 것, 분노 가득 1점 리뷰도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있었다는 것은 흥미로웠다. 역시 세상 사는 비슷한가 보다.


 한편으로 3,200년 전 왕들의 무덤을 짓던 장인들의 근태 기록부에는 아내와 딸의 월경 증상에도 휴가를 줬다는 사실은 현재보다 이집트의 노동 복지가 더 월등히 좋았던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고, 5,500년 전 아일랜드의 고인돌 아래에서 발견된 다운증후군을 앓다 사망한 생후 6개월의 아이의 유골은 오히려 지금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더 없던 시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만든다.


 인류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은 과거나 현재나 계속되지만, 그 안에 담긴 다양한 희로애락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놀라움을 자아낸다. 오늘의 내가 남긴 이 기록이 후대에 우리가 박물관을 통해 만나본 유물처럼 시대를 파악하는 흥미로운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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