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과 전쟁 - 무기화된 화학 이야기
앨리스 러브조이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필름과 전쟁이라? 이 책이 아니었다면, 이 둘 사이에 이렇게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평생 모르고 지나갔을 것 같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사양산업이 되어버린 필름 산업.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책에 등장한 코닥 필름은 카메라가 있는 집이면 꼭 여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제품이었다. 36장짜리 필름 카메라를 사서 얼마나 남았는지를 사진기에서 확인했던 기억이 코닥이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떠올랐다. 그리고 보면 그 당시에는 동네마다 사진관이 몇 개씩 있을 정도였다. 조금이라도 사진 현상 값을 아끼려고 물어보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

 근데 이 필름과 핵폭탄이 형제(?)처럼 같은 곳에서 제조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필름 공장에서는 필름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바로 이 필름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된 재료인 나이트로셀룰로스는 면화약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폭발성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염료 역시 필요했는데, 이 염료는 석탄으로 만들어졌다. 이 석탄 덩어리를 가열하면 나오는 콜타르와 콜타르를 증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들이 다량 만들어졌다. 특히 염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온 여러 화학물질들은 결국 독가스라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재료로 사용된다.

​

​



문제는, 어느 순간 필름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주된 상품이 필름이 아닌 폭탄과 독가스 등의 물질이라는 데 있다. 테네시의 이스터먼 공장뿐 아니라 아그파의 볼펜 공장이 바로 이런 역할을 했던 곳이었다. 자연히 군수물자의 생산으로 인해 이들 공장들은 많은 자금을 축적할 수 있었고, 전쟁과 연관되어 성장하게 된다. 특히, 독일의 나치의 군수물자를 생산했던 아그파 볼펜 공장, 원자폭탄 제조에 깊이 관여한 테네시 이스터먼 공장, 그리고 벨기에의 광산에서 채굴된 원자폭탄의 재료인 우라늄. 물론 처음부터 폭탄을 제조하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겠지만, 마치 노벨이 만든 폭탄과 같은 효과가 되어 버린 상황의 아이러니. 그나마 노벨은 이에 동조하기보다는 자신이 만든 발명품에 대해 크게 후회했다고 하는데, 이들은 그렇지 않았으니 확실히 다르긴 하다.

​

 이들 회사들과 공장들이 겉으로는 필름 제조와 관련되긴 했지만, 영화산업의 성장으로 얻은 이익보다 군수물자와 각종 살인병기들의 제조로 얻은 이익이 상당하다는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세계의 영화와 사진 산업을 이끌어온 이들의 추악한 낯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책을 읽으며, 이들의 이익 앞에 무참히 희생되었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

  책을 읽으며 혼란스러웠던 것은,  과거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 비디오테이프들과 반대되는 폭탄과 독가스의 이미지였다. 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과학이 발전과 시대의 진보 속에서 방산산업과 군수물자와 연결된 전쟁은 멈추지 않는다. 남의 것을 빼앗아서 나의 것으로 만드는 인간의 탐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책에서 만난 이런 끔찍한 일들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무척 찝찝하고 불편한 진실을 알아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