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이가 학교에 입학했다. 한참 이슈가 되었던 딥페이크 성범죄에 관한 기사들과 우리 아이와는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있었다. 우선 아이가 알기에는 너무 어리기에...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좀 더 비중 있고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학교에서 온 가정통신문 때문이었다. 여러 번에 걸쳐 가정통신문이 왔고, 담임선생님 역시 알림장을 통해 아이들에게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알아듣게 설명했지만, 가정에서도 다시 한번 주의를 당부한다는 글을 보면서부터다. 그러고 보니, 지역 맘 카페에서도 관련 내용들(특히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우려와 걱정들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걸 보았다.
챗 GPT는 정말 획기적이었다. AI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영역이라 생각되었던 창조적인 부분까지도 구현이 된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움을 넘어 쇼킹에 가까운 충격이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음과 양이 있듯, 엄청난 기술의 진보는 양날의 칼이 되어 돌아왔다. 전문가의 소유물이던 영상이나 사진은 몇 명 프로그램만 있으면 마치 전문가처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문제는 이 기술을 범죄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범죄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아이들 손에 이 기술이 주어졌을 때 마치 놀이처럼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칼을 쥐여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벌어지는 딥페이크 성범죄의 가해자 중 70%가 10대 청소년이고, 이들에 의해 양산된 피해자의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이라고 한다. 친구뿐 아니라 가족, 교사 등 사진을 구할 수 있는 모두가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학교에서는 졸업앨범에 교사들의 사진을 넣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딥페이크 범죄를 막기 위한 방법이라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문제는 아이들이 이를 범죄가 아닌 놀이로 생각한다는 데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챗 GPT처럼 AI의 현주소를 먼저 설명한다. 챗 GPT를 낯설게 느끼는 부모들을 위한 배경지식에도 상당 페이지를 할애했다. 그뿐만 아니라 챗 GPT와 같은 AI 기술이 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 안에는 딥페이크 범죄뿐 아니라 AI 자극과 현실 사이에 괴리에 대한 부분도 문제로 등장한다. 사람은 자극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다음에는 더 강한 자극을 원한다. 챗 GPT와 같은 AI를 통한 성행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람은 그보다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AI 속 상황에 매몰되어 실제 현실 속 상황에는 담을 쌓거나 실제 부부관계에 만족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단지 성적인 관계뿐 아니라, 인간관계 전반의 문제로 드러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화 속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떻게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성교육이다. 문제는, 과거의 머물러있는 성교육의 현실을 인정하고 현 상황에 맞는 정확하고 각자의 지식에 맞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현 상황에서 더 이상의 대안은 없다. 단지 성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인성과 관련된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상황이나 환경들에 대해 지속적인 대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미디어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 피해자의 상황과 마음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말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그에 따른 책임을 가르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너무 많은 미디어에 매몰되어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그에 대해 제대로 된 인지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 밖에는 없다. 무분별한 딥페이크 성범죄와 각종 AI 속에서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가정뿐 아니라 사회와 학교, 사회 공동체의 제대로 된 교육과 연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