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ㅣ 가슴을 울리는 포크 음악 이야기 1
윤민 지음 / 마름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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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름돌 책이다. 윤민 님 책은 명상 카페에서 처음 보게 되었는데 관심 분야가 비슷해 자주 찾아보게 된다. 어렵게 출판사를 차려 포기하지 않는 점도 자꾸 책을 보게 되는 또 다른 이유인 것 같다. 이번 책은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진행된 책이다. 전통 포크 음악 50개를 엮는 방대한 작업을 구상한 점이 특이했다. 무려 503페이지다. 목차에서 관심 있는 노래부터 찾아봐도 좋겠지만 습관처럼 처음부터 읽었다. 생소한 포크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읽는 점이 참신했다. 포크 음악의 가사를 읽어보니 가사 속에 내재된 인생의 깊은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삽화가 있었지만 가사만으로도 미술 작품을 감상하듯 풍부한 감성의 소용돌이 속에 잠시 머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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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Mhaighdean Mhara... 사랑하는 내 어머니, 바다를 마주하고 강기슭에 서 계신 어머니. 우리 어머니, 알고 보니 아름다운 인어였다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이 노래 때문이었다. 희미한 어머니 모습. 눈으로 뒤덮인 바다로 향하는 길. 어머니의 금발과 입술... 어머니는 아름다운 인어였다. 높게 떠오르는 파도 위, 그곳에서 영원히 헤엄치라고 하는데 눈물이 났다. 이제 나도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서였을까. 아름다운 인어였다는 가사가 가슴속에 작은 파도처럼 밀려와 사무쳤다. 자신이 선녀인 줄 잊지 않고 날개옷을 돌려받고 하늘로 간 선녀가 떠올랐다. 하지만 인어였던 엄마의 모습은 바닷속으로 들어가 다신 볼 수 없을 것만 같다. 선녀와 나무꾼 속 선녀는 아이들을 데려갔는데 인어인 엄마는 홀로 바다로 돌아가는 것 같다. 이성복 시인의 '남해 금산'도 생각났다. 돌 속에 묻혀 있던 한 여자를 사랑해 자신도 돌 속에 들어갔는데 해와 달이 끌어주어 여인은 떠나고 남해 금산 푸른 물에 잠기어 있는 나. 선녀였던, 인어였던 여인은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홀로 남아있는 나. 남해 금산 푸른 물은 하늘 같고 바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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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 Silkie of Sule Skerry는 애달프다. 바다표범 가죽을 입고 자유자재로 사람이 될 수 있는 셀키인 남자는 한 여인에게 자신이 아이의 아버지라 하며 찾아온다. 하지만 여인은 남자의 청혼을 거절한다. 7년의 세월 뒤에 남자는 다시 찾아오지만 또 여인은 거절한다. 남자는 아들의 목에 목걸이를 걸고 데려가면서 여인이 나중에 작살 총 사수와 결혼해 자신과 아들을 죽일 거라 말한다. 그리고 여인의 남편이 된 작살 총 사수는 바다에서 바다표범 두 마리를 잡아온다. 남자와 금목걸이를 한 자신의 아들이었다. 뒤늦게 소중한 것을 알아챈들 무엇할까. 가슴이 세 조각이 나도록 울어봤자 무슨 소용일까. 왜 진작 청혼을 받아주지 않았을까. 기껏 작살 총 사수와 결혼하려고 청혼을 거절했단 말인가. 셀키였던 엄마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동화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에서 아이는 바다로 돌아간 엄마를 보며 자신도 바다표범이 될 것이라 한다. 포크 음악 속 청혼을 거절한 여인은 바다표범으로 살 수 있었던 자신의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게 된 셈이었다. 인생의 선택은 미래를 알 수 없어 때때로 잔인하다.

 

음악은 이야기에 운율을 더한 것이다. 포크 음악은 옛이야기처럼 예부터 전해내려온 민속음악에 가깝다. 사람들은 왜 이런 노래를 불렀을까. 옛이야기 공부를 하며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에 숨겨진 힘을 느꼈다. 비슷한 주제로 나열된 노래를 보며 비슷한 화소로 만들어진 다양하게 구전된 옛이야기 각편을 생각했다. 가사를 이야기처럼 읽으니 옛이야기와 교집합이 그려졌다. 전해내려온 모든 것에는 고유의 힘이 깃들어 있다. 포크 음악 속에도 그런 힘이 있었다.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숨죽여 놓았던 감정의 불씨를 되살리는 중이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처럼 감정의 물살에 몸을 실을 수 있어 좋았다. 수록된 음악은 마름돌 유튜브 채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장가로 마무리된 구성이 마음에 든다. 영원히 그 바람 속에, 꿈속에 머물고 싶어진다. 1권은 사랑 이야기가 주류였는데 하반기에 출시될 2권에서는 보다 확장된 삶의 얘기를 보고 싶다. 사랑은 인생의 시작일 뿐. 진짜 이야기는 그다음부터 시작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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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너무 많아 ㅣ 김영진 그림책 12
김영진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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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보다 그림이 더 익숙하다. 도서관에서 한 번 빌려보고 바로 서점에 가서 사줬던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김영진 작가의 그림책이다. 병관이라는 이름이 익숙해 ‘그린이’라는 이름이 처음에는 좀 낯설었다. 자세히 보니 그린이는 귀가 참 크다. 귀만 큰 게 아니고 귓구멍도 아주 깊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것 같다.

그린이는 걱정이 많다. 걱정하는 일을 계속 생각하니 마음은 점점 더 무겁다. 할머니 말씀대로 걱정을 나무에 매달아 버리면 끝날 줄 알았는데 걱정은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친구 준혁이도,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도 모두 큰 귀를 갖고 있다. 어라? 좀 이상한데? 그린이만 귀가 큰 게 아니었네... 아니나 다를까. 걱정을 나무에 매달아 놓는다는 그린이의 사연을 들은 사람들이 나무에 매달아 놓은 걱정 괴물을 보니 누구나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나무에 걸린 걱정 괴물을 보며 둘째 아이가 말했다. “엄마, 괴물이 너무 귀여워~” 뒷장을 보기 전에 아이는 이미 걱정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둘째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 후 걱정이 아주 많아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위생 보건 교육을 자주 받아 그런 줄 알았는데 본능적으로 엄마를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갈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식품 유통기한을 일일이 찾아보고 카페인이 치매에 안 좋다고 하니 엄마가 매일 마시는 커피도 걱정한다. 그린이 아빠처럼 사소한 것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별것 아닌 걸 걱정하는 자신이 걱정된다는 그린이를 보니 아이맘을 제대로 헤아리고 공감해 주지 못한 것 같다. 사실 매일 걱정하며 살아 걱정 안 하는 방법을 모르니까 어물쩍 넘어간 것이기도 했다.

앞으로 세계는 환경 오염으로 인해 예측 가능하지 못한 질병과 자연재해로 어려움이 많을 거라고 한다. 걱정은 계속 진화하며 무게를 더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부모는 무엇을 어떻게 해 줘야 할까. 할머니와 통화하며 텃밭의 따뜻한 기운이 그린이에게 전해지는 장면이 참 좋았다. 엄마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꾸 그 장면을 돌아보게 했다. ‘걱정할 만두 하지...’하며 만두를 걱정 괴물 위에 그린 게 처음에는 황당했는데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아 그 말 그대로 중얼거리게 된다.

단순한 위로나 눈속임으로 걱정을 안 할 수 없으니 걱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 불안의 근원을 찾아가려면 한참을 더듬어 가야 한다. 아이 때부터 천천히 찾는 연습을 하면 어렵지 않게 걱정과 동고동락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걱정 괴물을 신경 쓰지 않고 달려가는 그린이의 마지막 모습이 용기를 북돋아 준다. 김영진 작가 책에는 초기 스토리보드가 수록되어 있어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데 이번에도 재미있었다. 입학 전후 아이들이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있는 방법이 무겁지 않게 진행되어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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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
잭 콘필드 지음, 이재석 옮김 / 불광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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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교가 없다. 떨치지 못하는 괴로움에 여기저기 기웃거렸지만 깨달음과 믿음에 이르지 못했다. 머리가 굵어진 이후에는 심리학에 매달렸다. 신은 믿을 수 없었지만 학자들의 이론은 믿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론은 현실과 달랐다. 과거를 더듬는 시간은 괴로웠다. 과거 속에 힘든 내가 보였지만 선뜻 위로해 줄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통제되지 않는 아이를 보며 응어리진 마음속 괴로움과 불안은 더해 갔다. 우연히 비폭력대화를 배운 후 내 기억이 사실과 다르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두려움만큼 부풀려진 과거는 나약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강화시켜 자유의지를 결박하고 있었다. 불쌍하고 가련한 소녀 딱지가 떨어지고, 만들어진 무대가 사라지니 등장인물이었던 나도 허상인 것 같았다. 구름이 모여 해를 가리면 괴로움도 어김없이 어둠처럼 모여들었다. 밝은 곳으로, 밝은 곳으로. 어둠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견디고 인내하는 일상이 지나갔다. 행복해지고 싶었다. 법률스님 강의를 들으면서 불교에 관심을 가졌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져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두꺼운 책을 보니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이 책은 단숨에 나를 책 속으로 이끌었다. 어릴 때 옥상으로 올라가는 층계참은 내 비밀 아지트였다. 그곳에서 매일 진짜 부모는 따로 있고 분명히 나를 찾으러 올 것이라 상상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잭 콘필드도 그런 상상을 했으며, 그는 그 환상을 '가치 있고 진실한 어떤 것에 속하고 싶은 갈망(p.28)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어떤 기억보다 확실하게 각인된 상상에 의문이 풀리며 현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가 펼쳐 놓을 세계가 괴로움을 벗어던지고 희망을 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진흙으로 덮인 황금 불상 얘기는 어릴 적 환상을 대체해 줄 완벽한 이미지였다. 그의 이야기는 나를 온통 뒤흔들었다.

그는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가정불화의 상처를 어떻게든 극복해 보려 노력했다. 지나치게 애쓰다 도리어 자기 비하에 빠지는 수순도 똑같았다. 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연민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심리학자가 알려주었고, 늘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와 함께 명상 훈련을 했던 사람들의 실제 경험담이 보여주듯 지식과 말로 꾸민 메마르고 단단한 마음의 민낯이 드러났다. 나는 나를 여전히 속이고 있었다. 나의 비극을 바라볼 용기가 없으니 타인의 비극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긴장과 불안으로 경직된 몸은 아무런 감각을 느끼지 못했다. 그가 리드하는 대로 괴로움을 덮었던 단단한 진흙 위에 따뜻한 물을 쏟아부었다. 물이 스며들고 단단해진 땅에서 기포가 하나 둘 생기더니 금세 뜨거운 감정이 용암처럼 솟아올랐다. 그의 말처럼 그대로 두었다. 그냥 두었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다. 생각처럼 끔찍한 일은 더는 일어나지 않았다. 잔뜩 긴장했던 몸이 이완되면서 머리끝이 살짝 저렸다. 괴로움은 내게서 떨어져 나가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몸이 조금씩 따뜻해졌다.

다음은 의식에 색을 입히는 단계다. 생각에서 물러나 정신적 상태가 일어나는 과정을 깨어있는 마음으로 살핀다.(p.89) 이 과정을 이해한다면 뒷부분을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생각한다. 내가 건강하지 못하다 느끼는 정신적 상태와 건강하다 느끼는 정신적 상태를 각각 세 가지씩 간추렸다. 정신은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없다는 것에 주목하자. 건강했을 때 몸의 느낌을 기억하고 습관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바뀌는 생각과 몸의 변화를 살펴보면 고통을 줄일 수 있었다.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자꾸 되새김질하면 생각이 두려움을 강화시킨다. 과거에 자유의지를 결박하고 보호받기를 원했던 것은 최악의 방법이었다. 마음도 날씨처럼 매 순간 바뀌었다. 기상의 흐름을 살피듯 마음도 흐름을 살펴 챙겨야만 한다. 빠르게, 습관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변하는 몸과 정신의 변화를 살펴본다. 생각이 명료해지니 해가 비치지 않아도 서서히 마음이 밝아졌다. 일부러 밝은 곳을 찾을 필요도 없었다. 잠시였지만 신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내가 해를 비추고 구름을 몰고 와 비를 내리는 신 같았다.

"마음이 만든 깊은 나락을 건너는 것은 가슴이다." 생각하는 마음은 옳고 그름, 선과 악, 자기와 타인이라는 관점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깊은 나락이다. 생각이 오고 가더라도 거기에 집착하지 않으면 생각을 활용할 수 있다. 이때 우리는 가슴에 머문다. 가슴에는 순진무구함이 있다. 우리 모두는 영혼의 아이들이다. 타고난 지혜도 갖고 있다. 우리 자신이 고대에서 내려오는 오래된 지혜이다. 가슴에 머물 때 우리는 숨, 몸과 조화를 이루며 산다. 가슴에 머물 때 우리는 신뢰를 주는 존재, 용기 있는 존재가 된다. 그렇게 우리의 인내심은 커진다.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삶은 늘 주변에서 펼쳐지고 있다. 인도의 성자 카론 싱은 이렇게 말했다. "풀밭의 풀도 시간이 지나면 우유가 된다."p.226

괴로움의 더께가 하루 이틀 쌓인 게 아니듯 하루아침에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의 수련도 책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책 한 권 읽었다고 평생 따라다니던 괴로움을 떨칠 수 있다면 이런 책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단지 나의 괴로움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다면 타인의 괴로움도 마주하며 공감할 수 있으며, 그곳에서 연민의 마음을 키워갈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을 발견한 것에 지나지 않은 상태다. 세상 모든 만물이 연결되어 있음을 마음으로 깨닫고 선의 파동을 일으키는 보살이 되는 때에 이르려면 많은 수련이 필요할 것이다.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날선 비판과 분석 대신 나를 바라보는 일에 좀 더 시간을 내고 집중해야겠다. 생각에 머물러 있을 때 신비의 순간들은 금방 사라진다. 저자가 쓴 명상에 관한 책을 찾아 구입했다. 지금, 여기 머물러 있는 법은 끊임없이 변하는 내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곳에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 작은 깨달음이 사라지기 전에 실제로 해보는 것. 이젠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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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성교육 사전 세트 : 여자아이 몸 + 마음 - 전2권 - 초등 여자아이가 꼭 알아야 할 53가지 성교육 이야기 ㅣ 아홉 살 성교육 사전
손경이 지음, 원정민 그림 / 다산에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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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을 키우는 엄마라서 머리로만 알고 있고 실제로 익숙하지 않은 젠더 감성을 어떻게 가르쳐 줘야 할지 늘 고민이었다. 다들 그런 고민을 하는지 요즘에는 젠더 감성을 키워주는 책도 나오고 있는데 성교육에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 대해 얘기한 책을 보니 반가웠다. 드디어 성교육도 마음교육까지 하게 되는구나 안도했다.

젠더 교육에 중요한 것은 너와 내가 다르지 않으면서도 나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책에서는 자기다움, 성 역할, 자기결정권, 우정과 사랑이라는 네 가지 틀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고민할 만한 내용으로 설명한다. 저학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말로 썼는데 각 장의 끝부분에는 '방과 후 활동'을 실어서 아이들과 실제로 활동해 볼 수 있어 좋다.

아이는 자기다움에 대한 부분을 가장 좋아했다. 부모로서 가장 아이에게 알려 주고 싶었던 부분은 자기결정권에 대한 내용이었다. 지금의 부모들이 아이였던 환경은 혈연 중심의 대가족 사회였다. 그래서 아직은 어린아이들이 자기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을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아이가 예쁘다는 이유로 과한 애정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어릴 때 뚱뚱하다고 놀림당했던 기억을 딸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아 가끔 '이렇게 살찌면 예쁜 옷 못 입어'라고 말했던 적이 있는데 사소한 말도 고정관념을 심어주니 조심해야겠다 생각했다. 자칫 잘못 사용하면 혐오 발언이 될 수 있으니 함께 이야기 나누며 바꿔가야겠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가족 역할 분담을 설명하면서 예전과 다르게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 늘어나서 집안일을 분담해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한 부분이다. 엄마가 전업주부라면 집안일은 분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가족 모두가 집안일을 나누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하다.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일을 해야 한다. 어릴 때는 부모가 도움을 주지만 성장하면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몸에 대한 성교육은 여전히 힘든 부분이다. 요즘 아이들은 와이 책이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처럼 만화로 된 지식책으로 성에 대한 지식을 일찍부터 습득하는 것 같다. 큰 아이가 4학년 즈음 사달라고 해서 어떤 내용이 있나 살펴보려고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방대한 지식만을 다루고 있어 아이들이 이것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지식과 그림이 있는 책을 찾았지만 당시엔 많지 않았다.

외국 책은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구입하고 실패한 책들이 많았다. 아홉 살 성교육 사전 그림체는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요즘에는 빠르면 초등학교 3학년에도 초경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몸'에 대한 책은 그 즈음 엄마랑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몸과 임신과 출산, 사춘기 부분으로 나누어 기초 지식을 담았는데 방과 후 활동지에서 OX 퀴즈 형식으로 읽었던 내용을 복습할 수 있어 좋다. 초등학교 저학년도 읽을 수 있도록 쉬운 글로 간단하게 쓰여있어 개념 정리에 도움이 된다. 생리에 대해 좀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생리를 시작한 너에게>도 함께 보면 좋겠다.

저자 이름으로 유튜브를 검색해보니 여러 강의가 나오는데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경험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관계의 555법칙과 성관계도 인간관계와 다르지 않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공부하는 것도 결국에는 나를 잘 알아야 나와 다른 사람들과 잘 관계 맺어 살 수 있다. 수동적인 자세로 내 몸만 보호하기 위한 성교육이 아니라 나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알고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넓은 의미의 관계 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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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돋보이는 구도 일러스트 포즈집 - 시선을 사로잡는 구도 설정의 비밀 ㅣ 일러스트 포즈집
하비재팬 편집부 지음,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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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신선한 충격을 준 만화를 꼽으라면 당연 <슬램덩크>다. 당시 농구 붐이라 재밌기도 했지만 만화책에서 튀어나올 듯한 입체적인 구도가 눈을 사로잡았다. 평면적인 만화가 줄 수 있는 입체적인 변화는 칸칸이 나눠진 공간뿐이다. <캐릭터가 돋보이는 구도 일러스트 포즈집>은 나눠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시선을 사로잡는 구도와 200개에 달하는 컷을 수록한 책으로 미래의 만화가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좋은 자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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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었던 엄마의 꿈을 이어 받았는지 아이는 방 안에서 그림만 붙들고 있다. 열심히 그리는 것 같은데 늘 아쉬운 부분이 많다. 자존심 상할까 직접 조언해 주기도 어려워 그림 그리는 기법에 대한 책을 사주는 편이다. 기존의 책들이 캐릭터 중심이어서 구도만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 그림에 어떤 변화를 줄지 기대되었다. 캐릭터를 잘 살리기 위한 기본 구도부터 두 명이 있는 구도, 3~4명이 있는 구도, 다수가 등장하는 구도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효과적인 구도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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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매체 활용이 다변화되면서 편집의 중요성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한 컷에 들어가는 그림처럼 영상의 한 컷으로 생각해보면 구도를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할 수 있다. 사람이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황금비 1:1.618은 어디서나 공통된 비율이니까 말이다.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 좋은 작품을 많이 봐야 하듯 좋은 구도를 익히기 위해서는 좋은 구도와 나쁜 구도의 비교는 필수적인데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3분할, 파이 그리드, 레일맨 구도는 책표지나 유튜브 편집 메인으로 구성하기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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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1명 구도 액션 부분에서 하강하는 모습을 응용했다. 다리 부분을 자르지 말고 전부 그렸으면 하강의 느낌이 더 강했을 것 같다. 처음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시도한 점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아이가 가장 집중해서 보았던 부분은 4장 다수가 등장하는 드라마틱 구조 부분이다. 요즘 아이돌 그룹에 빠져 그룹 그림을 주로 그리는데 아주 유용했다. 책에 설명된 부분과 그림 변화를 살펴보니 나열된 수평 구성에서 안정되면서도 역동적으로 변한 부분이 한눈에 들어왔다.

 

부록으로 다양한 컷이 담긴 cd가 있어 컴퓨터 작업 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책에 수록된 포즈 컷의 파일명을 수록하여 일러스트레이터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구성도 돋보인다. 미래의 꿈이 만화가라면 닮고 싶은 작가는 하나쯤 있으니 말이다. 트위터 주소도 함께 기재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작가라면 팔로우 고고~ 책을 보는 대상 연령층이 성인이라면 상관없으나 아이들이 보기에 부적절해 보이는 1인 구도와 2인 구도가 있으니 초등 고학년 이상이나 중학생에게 권한다. 그림 그리는 기법 소개하는 책들은 모두 일본풍 그림이라 포즈에 수위 조절이 안 된 책이 대부분인데 어린아이들이 참고할 수 있는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잡지 그림에서 동세를 파악하며 그림을 그렸다. 좋아하던 슬램덩크도 미국 MBA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그대로 뽑아 쓴 컷이 다수 있었다. 책의 구도를 훑어보고 요즘 나오는 만화책 표지를 보니 구도 법칙을 쓰지 않는 장면은 드물었다. 관심과 열의만 있다면 어떤 자료든 활용할 수 있다. 여러 컷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애니메이션에 비해 평면적인 만화는 구도만 조금 바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캐릭터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구도 연습으로 담에 나올 멋진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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