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너무 많아 김영진 그림책 12
김영진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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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보다 그림이 더 익숙하다. 도서관에서 한 번 빌려보고 바로 서점에 가서 사줬던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김영진 작가의 그림책이다. 병관이라는 이름이 익숙해 ‘그린이’라는 이름이 처음에는 좀 낯설었다. 자세히 보니 그린이는 귀가 참 크다. 귀만 큰 게 아니고 귓구멍도 아주 깊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것 같다.

그린이는 걱정이 많다. 걱정하는 일을 계속 생각하니 마음은 점점 더 무겁다. 할머니 말씀대로 걱정을 나무에 매달아 버리면 끝날 줄 알았는데 걱정은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친구 준혁이도,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도 모두 큰 귀를 갖고 있다. 어라? 좀 이상한데? 그린이만 귀가 큰 게 아니었네... 아니나 다를까. 걱정을 나무에 매달아 놓는다는 그린이의 사연을 들은 사람들이 나무에 매달아 놓은 걱정 괴물을 보니 누구나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나무에 걸린 걱정 괴물을 보며 둘째 아이가 말했다. “엄마, 괴물이 너무 귀여워~” 뒷장을 보기 전에 아이는 이미 걱정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둘째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 후 걱정이 아주 많아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위생 보건 교육을 자주 받아 그런 줄 알았는데 본능적으로 엄마를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갈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식품 유통기한을 일일이 찾아보고 카페인이 치매에 안 좋다고 하니 엄마가 매일 마시는 커피도 걱정한다. 그린이 아빠처럼 사소한 것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별것 아닌 걸 걱정하는 자신이 걱정된다는 그린이를 보니 아이맘을 제대로 헤아리고 공감해 주지 못한 것 같다. 사실 매일 걱정하며 살아 걱정 안 하는 방법을 모르니까 어물쩍 넘어간 것이기도 했다.

앞으로 세계는 환경 오염으로 인해 예측 가능하지 못한 질병과 자연재해로 어려움이 많을 거라고 한다. 걱정은 계속 진화하며 무게를 더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부모는 무엇을 어떻게 해 줘야 할까. 할머니와 통화하며 텃밭의 따뜻한 기운이 그린이에게 전해지는 장면이 참 좋았다. 엄마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꾸 그 장면을 돌아보게 했다. ‘걱정할 만두 하지...’하며 만두를 걱정 괴물 위에 그린 게 처음에는 황당했는데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아 그 말 그대로 중얼거리게 된다.

단순한 위로나 눈속임으로 걱정을 안 할 수 없으니 걱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 불안의 근원을 찾아가려면 한참을 더듬어 가야 한다. 아이 때부터 천천히 찾는 연습을 하면 어렵지 않게 걱정과 동고동락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걱정 괴물을 신경 쓰지 않고 달려가는 그린이의 마지막 모습이 용기를 북돋아 준다. 김영진 작가 책에는 초기 스토리보드가 수록되어 있어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데 이번에도 재미있었다. 입학 전후 아이들이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있는 방법이 무겁지 않게 진행되어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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