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너에게 - 읽었을 뿐인데 인생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김환영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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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와 블로그를 기웃거리며 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한다. 유튜브는 내가 검색한 관심 주제에 대한 책을 인공지능이 알아서 선별해 주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렇게 선별된 책을 찾다 보니 한정된 주제에 머무르게 된다. 내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책 선택은 늘 고민이다. <뭐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너에게>는 책 제목이 참 근사하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 모두 같은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가볍지만 매일 할 수 있는 단거리 조깅으로 책 읽기의 로드맵을 만들어보자는 책이다. 책 읽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단거리 조깅으로 느껴지지 않을 책들도 보였다. 두 번째 읽었을 때 로드맵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윤곽선은 잡히는 것 같았다.

어린이책 읽기 모임을 하고 있어 1장에 소개된 책들을 유심히 살폈다. 마지막에 소개된 새들의 회의를 제외하고 모두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마틸다>, 상상으로 분노를 다스리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 내게 가진 게 많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아낌없이 주는 나무>, 무의미한 삶에 희망을 준 <꽃들에게 희망을>. 모두 책장에 소장된 책들이다. 길들여지지 않은 여러 감정들을 다룰 힘이 더 필요하긴 하지만 아이들이 가진 무한한 상상력과 정제되지 않은 마음이 내가 알지 못하는 힘을 끌어모으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새들의 회의>도 꼭 읽어보고 싶다.

2장에서는 사랑을 얘기한다. 부와 성공보다 사랑이 먼저 나온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태어날 때 낳아준 부모를 사랑하고 성장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사랑을 나눈다. 세상의 모든 모순 속에는 공교롭게도 사랑이 있다. 2라는 숫자는 혼자서 만들 수 없는 숫자다. 세상의 모순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포기했는지 알아야 한다는 말과 사랑은 빠지는 게 아니라 하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고백받았을 때 받았던 <사랑의 기술>. 지금 보면 다른 느낌이 들것 같다. 왜 그때는 사랑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셰익스피어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와 성공을 이야기하는 3장에 <갈매기의 꿈>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갈매기 조나단은 정말 아웃사이더일까? 좋아하는 책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늘 들어왔던 책인데 아웃사이더라는 말이 왠지 불편했다. 갈매기 조나단은 완벽성보다 열정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매체들이 그들의 열정을 엿보게 했고 열정이 가치로 환산되어 부와 성공에 가까워진 것 같지만 그들에게는 허상일 뿐이다. 바라보는 곳이 다르니까. 몇 번을 다시 읽어봐도 3장에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4장은 철학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장이다. 버틀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보니 요즘 즐겨듣는 정토회 법륜 스님의 행복 이론과 비슷했다. 주요 독자층이 일상적인 불행에 빠져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과 불행의 원인을 없애고 행복의 원인을 수용해 실천하는 점도 닮았다. 생존 경쟁 때문에 불행한 게 아니라 성공을 위해 경쟁하기 때문에 불행하다는 말이 와닿았다. 하지만 성공을 추구할 때는 평화가 보이지 않으니 깨닫기 전에는 불행을 자초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마지막 장은 일상을 단단하게 만드는 삶의 기술이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되어있지만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아이디어 생산법>에 소개된 내용처럼 다시 새로워지는 비결은 '조합'에 있으며, 조합하는 능력은 관계를 볼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는 말이 이 책의 결론처럼 다가왔다. 5장까지 소개된 책으로 각각의 철학과 삶의 지혜를 창조해보라는 메시지를 담아놓은 것 같았다. 이쯤 되면 여태껏 내가 보고 읽고 느낀 것에 관계와 연결을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다. 처음에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자기 계발서 느낌이라 거부감이 있었는데 덮어뒀다 다시 읽어보니 새로운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나와 연결되는 부분만 가져가면 될 텐데 괜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와의 관계 맺음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내 책장에 남겨 둘 책은 어떤 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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