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김선호 지음 / 길벗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사춘기가 시작되었다고 여겨지는 학생이 있으면 그 학생을 편애합니다. 혼돈의 시기에 믿고 의지할 사람이 적어도 이 세상에 한 사람은 있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 머리말 중에서 -

내 머릿속의 지우개 '만능 선생님'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은 첫 수업 시간에 책 목차를 찢어 버리라고 한다.  머리말은 키팅 선생님의 첫 수업이었다. 내 머릿속에 자리한 편견과 상식의 목차를 찢어내야 비로소 내 아이를 위한 새로운 목차를 만들 수 있다.  책 전반전은 '일본 학원물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처음 일본 문화가 개방되었을 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학원물은 학교를 배경으로 선생님과 학생들의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착한 마음은 기본,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며 불량학생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만능 선생님'을 주축으로 문제 있는 아이들의 개과천선 과정을 코믹하게 엮어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이 일본 학원물의 특징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선호 선생님의 교육 방침은 학원물 속에 등장하는 '만능 선생님'을 연상시킨다.  여유와 기다림, 그리고 유머를 고루 갖춘.  자신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도 돌아보지 못했던 어린 시절 내면의 욕구를 어떻게 바라봐 줘야 하는지 만능 선생님은 서서히 일깨워 준다.  만능 선생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치한 에피소드의 나열로 얕은 공감을 이끌어내지 않는다.  나날이 높아지는 학부모들의 눈높이와 요즘 트렌드에 맞춰 인문학의 향기를 잔뜩 끌어모아 인용한 책들 속에 등장하는 선현들의 주옥같은 말씀들을 주워 담기 바빴음을 고백한다.  '선생님 같은 담임을 만났다면 내 인생이 바뀌었을 텐데'하는 마음과 '내 아이를 그 학교로 전학시키고 싶다'라는 마음이 책을 읽는 내내 요동쳤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아이의 담임선생님께 익명으로 책을 보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내가 엄마 아바타입니꽈~!




얽힌 실타래처럼 좀처럼 풀릴 모양새가 보이지 않을 때가 드라마의 절정인 것처럼 각 장마다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엄마의 눈물'편과 '왕따와 절친'편, 그리고 '경제교육과 인성'편이 가장 인상 깊었다.  '엄마의 눈물'편은 한 번쯤 들어봤던 이야기였지만 '왕따와 절친', '경제교육과 인성' 편은 영화 <식스센스>의 반전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영화관에서 가장 싫어하는 관객 1위가 반전을 미리 얘기하는 사람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존중하며 반전의 묘미는 책 속에서 직접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내가 너 때문에 이것들을 다 견디는데 엄마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자기애적 눈물'이다.  아이 앞에서 신세타령하듯이 눈물을 보이는 것은 자기의 아바타를 속전속결로 아이에게 건네주는 지름길이다.


지옥은 내 욕망은 모른 채 타인의 욕망으로 살아가는 것




미운 세 살을 지나 미친 일곱 살을 거쳐 초4병을 목전에 두고 있는 첫째.  '올해가 지나면 좋아지겠지'하고 기다린 시간이 벌써 10년이 되었다. 아이는 이제 어엿한 '십 대'다.  어느 해도 편하게 지나갔던 적이 없다.  그래서 언제부터 '사춘기'라고 불러야 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이라는 뒤틀린 목재(Crooked Timber)에서 곧은 것이라고는 그 어떤 것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자라나는 아이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목재나 다름없는 존재다.  '혼돈(Chaos)'에서 질서(Cosmos)'로 향하는 험난한 여정 앞에 놓인 아이들.  부모는 어떻게 이 시기를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 할까.  일단 엄마도 사춘기 자녀처럼 잠시 논리성을 내려놓는 것이 시작이다.  현직 선생님께서 제시한 관점의 전환이 가져다주는 드라마틱한 해법이 이 책 속에 있다.  

불타는 화로를 나뭇가지로 몇 번 뒤척인다고 불이 꺼지는 것이 아니다.


바라봄
직관
더함 대신 다르게
공감
몰입
여유
간격
멈춤
학습목표 대신 학습질문
매니저 대신 컨설턴트
대못과 버팀목

그리고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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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관찰주의자 - 눈으로 차이를 만든다
에이미 E. 허먼 지음, 문희경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


'보는 것'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기록하는 과정이지만, 관찰은 똑같은 것을 보면서도 의식적이고 신중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기록하는 과정을 말한다.  저자는 인생의 대부분을 지금까지의 시선에 옭아매었던 사실을 상기시켜주기 위해 평가, 분석, 설명, 적용의 총 373쪽 4부로 구성된 책의 160쪽을 1부 '평가' 부분에 할애했다.  그리고 사진, 그림, 조각상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본다'라고 생각했던 사물의 실체를 전혀 '보지 못했음'을 끊임없이 증명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그림과 사진들은 실제로 미술 전시를 많이 다니며 그림 좀 봤다는 자만심에 허를 찔린듯한 느낌이었다.  왜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을까.  보고 있었지만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거나, 이미 알고 있다는 선입관, 편견, 귀찮음, 시간 없음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단순하고 일상적이며 낯익은 상황일수록 더욱 제대로 '보기'가 어려웠다는 점이 적잖은 충격이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관찰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관찰'과 '평가'



 

돌이켜보니 책의 시작 부분에서 허를 찔린 듯한 느낌을 예전에도 느꼈던 적이 있었다.  마셜 로젠버그 박사의 강의에서 누군가 목소리가 '너무 크다'라고 불만을 터트리던 때였다.  '너무 크다'라는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각자 자신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따라 '평가'한 것을 객관적으로 '관찰'했다고 생각한다는 로젠버그 박사의 말은 갑자기 어디선가 찬물로 물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  그 후 한동안 나는 사실이라고 인지하고 기억하는 모든 상황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다.  '비폭력대화'의 교육책임자이자 심리학자인 마셜 로젠버그 박사는 관찰이 아닌 평가가 사람들과의 소통을 방해한다고 했다.  관찰은 사실을 연구하는 과정이다.  관찰은 개개인 간의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하다.  이 책을 육아서, 자기 계발서, 범죄 수사 기본서, FBI 관찰수업서, 소방안전기본서 등으로 바꿔 부를 수 있는 것도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 '관찰'이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 vs. 모노 태스킹(mono-tasking)

 

인터넷 작업 환경이 멀티태스킹이 된 것은 획기적인 발전이었다.  인간의 뇌 속에서 빛의 속도로 처리되는 일들을 눈앞에 구현한다는 사실은 인간도 로봇보다 월등한 속도로 과업을 처리할 수 있다는 증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 [타임]은 멀티태스킹으로 인해 뇌가 과부하 상태에 놓이게 되면 자신의 일에 적절한 사고를 하지 못하고 흑백논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함부로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하며 멀티태스킹 업무환경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뇌는 처리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정보에 노출되므로 심리적 지름길을 만들어 자동으로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보를 걸러낸다. p329


컴퓨터 알고리즘에 명령어를 넣어 자동처리되는 로봇은 움직임의 모든 과정을 컴퓨터 언어로 일일이 변환하고 입력해 행동을 수정한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자동으로 정보를 조작하거나 임의로 삭제해 버린다.  과부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정보가 걸러지지 않고 그냥 빠져나가며, 과도한 자극을 피하기 위해 바로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에 바로 길들여지는 것이다.  뇌 활용의 최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멀티태스킹보다 모노 태스킹을 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  삶의 비밀은 아주 작은 세부 정보를 통해 숨겨진 모습을 드러낼 때가 많다.  지금 우리는 심리적 지름길이 아닌 거대하고, 낯설고, 거친 길에 발을 내디뎌야 한다.


회색 지대를 헤쳐나가는 방법


인생은 불확실한 사건의 집합체이다.  흑과 백, 정과 반으로 나눠지지 않는 회색 지대에 사는 인간은 모든 것을 관찰하고 흡수하며 주변과 내면의 가능성을 발견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자신의 삶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 관찰'은 시간과 자원을 어디에 투입할지 결정하고 작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무것도 없다고 확신하던 곳에서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는 바로 우리들의 '눈'에 있다.  우리가 편향을 버리고 제대로 보는 법을 배운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는 것처럼 우리들의 인생도 달라질 것이다.

공자는 나이 마흔이면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어 마흔이라는 나이를 불혹이라 칭했다.  서른아홉이었을 때의 세상과 마흔의 세상은 달라졌을까.  여전히 세상은 복잡하고 오리무중이다.  나는 세상에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나는 얼마나 능숙하게 소통하는가?  나는 얼마나 잘 관찰하는가?  나의 뒤와 주변과 내면에 무엇이 있는가?  저자의 물음에 머뭇거리고 있다면 내게 남은 삶도 속절없이 누군가에게 도둑질 당한 것처럼 금세 사라질 것이다.  회색 지대 안 불투명함과 불확실성이 기회다.  Visual Intelligence는 뇌 활용의 최대치를 끌어올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인생의 명장면을 선물해 줄 것이다.



http://blog.naver.com/ly6262/221027958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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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아주 멋진 여성들
케이트 팽크허스트 지음, 니모 옮김 / 머스트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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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이라면 늘 고민하는 문제가 있다. 여성으로서 암암리에 받고 있는 차별과 무시로부터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혼자 받는 고통인 줄 알았는데 모두가 공감한 <82년생 김지영>.  나는 내 딸이 나와 같은 전철을 밟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런 책이 이슈가 되는 것이 여성들의 현실이라니.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켜낼수록 뭔가 씁쓸했다.  내가 못나고 부족해서 혼자 당한 일들이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만연한 일들이라는 점이 우울했다.

나의 엄마가 그러했고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렇다고 해서 같은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내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달라야 한다.  제도적 뒷받침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여성 스스로도 모험과 개혁의 중심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배우지 못한 것을 아이에게 전해주기는 힘들지만 먼저 세상을 살았던 위인들의 행적을 살펴보다 보면 아이도 또 다른 세상을 향한 꿈을 꿀 수 있다.  아주 오래전 지금보다 더 척박한 현실에서도 세상을 바꾸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멋진 여성들을 소개한 책 <세상을 바꾼 아주 멋진 여성들>을 지금 내 딸에게 읽어주어야 하는 이유다.  그녀들의 공통점은 주변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른 삶의 방식에 용감하게 도전한 것이었다.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을 필두로 미술에 관심 많은 큰 아이가 좋아하는 코코 샤넬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달라고 했던 에멀린 팽크허스트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능력으로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멋진 여성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한 <제인 오스틴>. 얼마 전 EBS 세계문학기행 마지막 편에 등장한 제인 오스틴은 책에 대한 명성만큼 대단한 여성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결혼만이 오직 자신을 수렁에서 구해줄 수 있다고 믿었던 때, 여자는 수를 놓거나 피아노를 치고 불어를 배우는 정도의 교육만 허락되었던 시대에 작가의 길을 택한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훗날 아이가 읽어봤으면 했던 <오만과 편견>에 대한 내용을 살짝 엿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지금 초등 3학년이면 필수로 배우는 수영.  학원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어서인지 영국 해협을 자신만의 영법으로 최초로 건너는 여성 '거트루트 에이덜리'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수영이 얼마나 힘든 운동인지 알기 때문이다.  또 여성이 민주주의의 참정권을 행사하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는 사실도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민주주의 참정권이 이루어진 시간은 150년이 채 되지 않았고, 여성의 참정권은 그보다 훨씬 뒤에 이루어졌다.  세계적으로 여성의 참정권은 1893년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인정되었다.   그 뒤를 이어 1920년에 미국, 1928년에 영국, 1944년에 프랑스에서 인정되었고,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된 것은 1948년의 일이다.   올바른 여성참정권의 역사는 아직 100년을 넘지 못했다.  여성에게 투표권을 요구한 에멀린 팽크허스트와 같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와 이야기할 것도 생각할 것도 많은 책이다.

 
미술에 관심 많은 아이가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코코 샤넬'.  끔찍한 사고로 병원에서 지내면서도 삶을 비관하는 대신에 그림을 그렸던 '프라다 칼로'.  어릴 때 위인전에서 보았던 여성들 중 단연 돋보였던 두 번의 노벨상 수상자 '마리 퀴리', 여성 최초 고생물학자 '메리 애닝', 비행기로 대서양 홀을 건넌 최초의 여성 '아멜리아 에어하트',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요구한 '에멀린 팽크허스트' 전쟁 중에도 희망과 절망의 일기를 끝까지 기록했던 '안네 프랑크'까지.  국적과 인종, 나이를 불문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최초라는 이름을 남겼던 위인들의 모습을 본 아이의 눈빛은 지금까지와 다른 빛깔로 반짝였다. 위인들의 발자취를 좀 더 자세히 다루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금 아쉬웠지만 아이들의 흥미를 위해서는 이 정도가 딱인듯하다.  좀 더 궁금한 사람은 찾아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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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가 속닥속닥 정치와 민주주의
이정화 지음, 성배 그림, 배성호 감수 / 북멘토(도서출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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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장마다 첨부된 '속닥속닥 정치 이야기'에서는 어디선가 들어봤지만 아직 개념 정립이 안된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해 두어 '시사 박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 후보에 출마했다 사퇴한 반기문 전 유엔총장으로 인해 유엔에 대해 큰 아이가 물어 본 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책을 읽다가 그 부분을 보고 이제야 유엔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 것 같다고 한다.  이제 네이버 지식인은 안녕~!

19대 대선은 청소년 모의투표도 실시되어 아이들에게 참정권의 기회를 가상체험해 보았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미리 국가와 정치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싶은 분들은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를 누리는 우리 아이들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용법을 배워야 한다.  지금은 어른도 아이들도 민주주의를 다시 배워야 할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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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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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마땅한 사람들>의 작가 피터 스완슨의 처녀작 <시계 심장을 가진 소녀>가 <아낌없이 뺏는 사랑/푸른숲>으로 출판되었다.  이미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죽어 마땅한 사람들>처럼 반어법을 사용한 제목은 아낌없이 '주는'사랑이 아닌 '뺏는' 사랑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며 흥미를 돋운다.  하지만 <시계 심장을 가진 소녀>라는 원제를 보고 나니 책 속에 담긴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간 느낌이다.  

               

대학 입학 첫날 처음 만났던 조지와 리아나.  <아낌없이 뺏는 사랑>은 20년 뒤 두 사람의 우연한 재회로 벌어지는 사건과 20년 전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의 사건들이 각각 다른 시간대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함께 근무했던 신입 편집자 아이린이 다른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는 동안 회사의 발전을 기대하는 신입사원의 열정 어린 패기도 절정에 다다르는 섹스에 대한 탐닉도 사라져버린 조지의 일상은 권태로움 자체였다.  20년 전 첫사랑 리아나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20년 전 조지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리아나는 오드리 백이라는 여학생을 사칭해 대학교를 다니고 그 여학생과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명 수배된 그의 첫사랑이다.  믿고 싶지 않은 그녀의 실상 앞에 언젠가 자신 앞에 나와 핑계든 거짓말이든 해명할 리아나의 모습을 기대하며 대학생 조지는 '기다림'을 선택했다.  그러나 일말의 희망으로 남겨두었던 사건의 전모를 모두 밝혀 줄 그녀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그는 갈등한다.  자신의 가슴에 봉인해버린 추억 상자를 다시 열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끝은 좀 이상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웠다고 생각한 자신의 추억이 어쩌면 산산이 부서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사춘기의 열병처럼 젊음과 함께 시간 속에 침잠해 있던 미궁의 사건들은 그와 관련된 모든 현실세계가 권태로울 즈음 서서히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로 자신도 모르게 얽혀들어가게 된다.

20년 전 조지가 그녀의 실체의 끝에 다가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에 찾아가 매 순간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 앞에서도 무모할 정도로 꿋꿋했던 그의 행적을 되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에게 용기가 부족해서 그만두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리아나와 함께 행복했던 시절, 그녀가 그에게 선물해 주었던 <레베카>의 한 구절처럼 진실의 끝에 언젠가 대면해야 할 그녀의 실체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닌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하지만 이번 생에서 멜로드라마는 충분히 겪었다. 그러니 현재의 평화와 안도감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기꺼이 오감을 버릴 것이다. 행복은 소중히 여겨야 할 소유물이 아니라 생각의 질이자 마음의 상태이다.
<레베카 중에서>



선택할 수 없었던 상황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은 때때로 끔찍하다.  조지에게 오드리 백으로 존재했을 때 리아나는 마약에 중독된 아빠, 끔찍하게 가난한 집안의 리아나가 아닌 평범한 집안의 오드리 백으로 영원히 살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의 모습이 진짜 자기 모습이라고 믿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연장선 상에 있는 동일 인물이라는 조지의 말은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녀의 일생에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그래서 리아나는 처음 섹스를 하는 오드리 백의 모습을 더 이상 연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약에 중독된 아빠의 빚을 갚기 위해 성 상납을 하던 시절의 리아나로 돌아가 그를 만족시켜 준다.  그날의 섹스는 조지에게 무아지경의 황홀했던 추억이 아니었다.  서늘하고, 아프고, 어딘가 아련한.  그래서 자꾸 되뇌게 되는.  버니의 마취 총에 맞아 정신을 잃었을 때 그날의 기억이 꿈처럼 나타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그날 그녀의 손목과 발목을 그녀가 선택하지 않았던 운명 속에 결박해버렸고, 그의 눈앞에 그렇게 결박당한 그녀가 같은 처지가 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 인정해. 알았으니까 진정하라고. 네 말에 극구 반대하는 건 아냐. 다만...... 어른이 됐을 때가 어릴 때보다 더 진정한 나에 가깝다는 말에는 완전히 동의할 수 없어. 잠깐만, 끝까지 들어봐. 난 두 모습 다 진정한 나라고 생각해. 사람의 태생은 무시할 순 없어. 아무리 그러고 싶다 해도 불가능해. 그건 늘 존재하고, 우리의 실체이기도 해. p. 288 

조지는 리아나의 부탁을 들어주는 일로 여러 사건에 휘말리게 되지만 매번 그녀 때문에 위험에 빠지게 되는 순간에도 그녀를 이해하고 싶어 했다.  조지가 아직 리아나를 오드리 백으로 알고 있었던 때, 멈춰버린 시계 심장을 가진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다면 그녀의 일생이 지금보다 더 나아졌을까.  그렇지만 그로 인해 밝혀진 여러 상황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그녀의 행동에 면죄부를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멈춰버린 시계를 되살리고 싶을 만큼.  그녀의 존재를 원하고 실제로 가까이 다가선 사람은 그녀의 일생에 그가 유일했다.  

리아나로 인해 일어나는 끊임없는 사건들은 조지를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만들고 결국 그녀에 대한 그의 생각마저 '똥멍청이'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치부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는 기다림을 선택하고 추억으로 봉인했던 예전과는 달리 그녀의 실체를 찾기로 결심한다.  인생은 내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라는 확신과 <레베카> 6페이지, 마야의 유적지 사진이 담긴 빛바랜 엽서 한 장이 그녀를 찾을 유일한 단서다.  그녀의 새로운 삶을 위해 그녀의 죽음을 증명할 마지막 증인으로 선택된 조지.  다시 한번 시계 심장을 깨우러 가는 조지의 여정에 더 이상 빼앗길 사랑이 남아있을는지.  시계 심장을 가진 소녀 리아나는 그의 바람처럼 과연 진짜 살아 있을까.  '찾아야 할 물건이 뭔지는 모르지만 보면 알 거야.'  작가는 책의 시작과 끝을 미묘한 글귀로 아우르며 독자의 시간을 아낌없이 빼앗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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