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관찰주의자 - 눈으로 차이를 만든다
에이미 E. 허먼 지음, 문희경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


'보는 것'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기록하는 과정이지만, 관찰은 똑같은 것을 보면서도 의식적이고 신중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기록하는 과정을 말한다.  저자는 인생의 대부분을 지금까지의 시선에 옭아매었던 사실을 상기시켜주기 위해 평가, 분석, 설명, 적용의 총 373쪽 4부로 구성된 책의 160쪽을 1부 '평가' 부분에 할애했다.  그리고 사진, 그림, 조각상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본다'라고 생각했던 사물의 실체를 전혀 '보지 못했음'을 끊임없이 증명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그림과 사진들은 실제로 미술 전시를 많이 다니며 그림 좀 봤다는 자만심에 허를 찔린듯한 느낌이었다.  왜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을까.  보고 있었지만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거나, 이미 알고 있다는 선입관, 편견, 귀찮음, 시간 없음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단순하고 일상적이며 낯익은 상황일수록 더욱 제대로 '보기'가 어려웠다는 점이 적잖은 충격이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관찰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관찰'과 '평가'



 

돌이켜보니 책의 시작 부분에서 허를 찔린 듯한 느낌을 예전에도 느꼈던 적이 있었다.  마셜 로젠버그 박사의 강의에서 누군가 목소리가 '너무 크다'라고 불만을 터트리던 때였다.  '너무 크다'라는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각자 자신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 따라 '평가'한 것을 객관적으로 '관찰'했다고 생각한다는 로젠버그 박사의 말은 갑자기 어디선가 찬물로 물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  그 후 한동안 나는 사실이라고 인지하고 기억하는 모든 상황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다.  '비폭력대화'의 교육책임자이자 심리학자인 마셜 로젠버그 박사는 관찰이 아닌 평가가 사람들과의 소통을 방해한다고 했다.  관찰은 사실을 연구하는 과정이다.  관찰은 개개인 간의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하다.  이 책을 육아서, 자기 계발서, 범죄 수사 기본서, FBI 관찰수업서, 소방안전기본서 등으로 바꿔 부를 수 있는 것도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 '관찰'이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 vs. 모노 태스킹(mono-tasking)

 

인터넷 작업 환경이 멀티태스킹이 된 것은 획기적인 발전이었다.  인간의 뇌 속에서 빛의 속도로 처리되는 일들을 눈앞에 구현한다는 사실은 인간도 로봇보다 월등한 속도로 과업을 처리할 수 있다는 증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 [타임]은 멀티태스킹으로 인해 뇌가 과부하 상태에 놓이게 되면 자신의 일에 적절한 사고를 하지 못하고 흑백논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함부로 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하며 멀티태스킹 업무환경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뇌는 처리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정보에 노출되므로 심리적 지름길을 만들어 자동으로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보를 걸러낸다. p329


컴퓨터 알고리즘에 명령어를 넣어 자동처리되는 로봇은 움직임의 모든 과정을 컴퓨터 언어로 일일이 변환하고 입력해 행동을 수정한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자동으로 정보를 조작하거나 임의로 삭제해 버린다.  과부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정보가 걸러지지 않고 그냥 빠져나가며, 과도한 자극을 피하기 위해 바로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에 바로 길들여지는 것이다.  뇌 활용의 최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멀티태스킹보다 모노 태스킹을 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  삶의 비밀은 아주 작은 세부 정보를 통해 숨겨진 모습을 드러낼 때가 많다.  지금 우리는 심리적 지름길이 아닌 거대하고, 낯설고, 거친 길에 발을 내디뎌야 한다.


회색 지대를 헤쳐나가는 방법


인생은 불확실한 사건의 집합체이다.  흑과 백, 정과 반으로 나눠지지 않는 회색 지대에 사는 인간은 모든 것을 관찰하고 흡수하며 주변과 내면의 가능성을 발견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자신의 삶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 관찰'은 시간과 자원을 어디에 투입할지 결정하고 작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무것도 없다고 확신하던 곳에서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는 바로 우리들의 '눈'에 있다.  우리가 편향을 버리고 제대로 보는 법을 배운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는 것처럼 우리들의 인생도 달라질 것이다.

공자는 나이 마흔이면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어 마흔이라는 나이를 불혹이라 칭했다.  서른아홉이었을 때의 세상과 마흔의 세상은 달라졌을까.  여전히 세상은 복잡하고 오리무중이다.  나는 세상에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나는 얼마나 능숙하게 소통하는가?  나는 얼마나 잘 관찰하는가?  나의 뒤와 주변과 내면에 무엇이 있는가?  저자의 물음에 머뭇거리고 있다면 내게 남은 삶도 속절없이 누군가에게 도둑질 당한 것처럼 금세 사라질 것이다.  회색 지대 안 불투명함과 불확실성이 기회다.  Visual Intelligence는 뇌 활용의 최대치를 끌어올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인생의 명장면을 선물해 줄 것이다.



http://blog.naver.com/ly6262/221027958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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