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김선호 지음 / 길벗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사춘기가 시작되었다고 여겨지는 학생이 있으면 그 학생을 편애합니다. 혼돈의 시기에 믿고 의지할 사람이 적어도 이 세상에 한 사람은 있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 머리말 중에서 -

내 머릿속의 지우개 '만능 선생님'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은 첫 수업 시간에 책 목차를 찢어 버리라고 한다.  머리말은 키팅 선생님의 첫 수업이었다. 내 머릿속에 자리한 편견과 상식의 목차를 찢어내야 비로소 내 아이를 위한 새로운 목차를 만들 수 있다.  책 전반전은 '일본 학원물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처음 일본 문화가 개방되었을 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학원물은 학교를 배경으로 선생님과 학생들의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착한 마음은 기본,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며 불량학생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만능 선생님'을 주축으로 문제 있는 아이들의 개과천선 과정을 코믹하게 엮어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이 일본 학원물의 특징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선호 선생님의 교육 방침은 학원물 속에 등장하는 '만능 선생님'을 연상시킨다.  여유와 기다림, 그리고 유머를 고루 갖춘.  자신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도 돌아보지 못했던 어린 시절 내면의 욕구를 어떻게 바라봐 줘야 하는지 만능 선생님은 서서히 일깨워 준다.  만능 선생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치한 에피소드의 나열로 얕은 공감을 이끌어내지 않는다.  나날이 높아지는 학부모들의 눈높이와 요즘 트렌드에 맞춰 인문학의 향기를 잔뜩 끌어모아 인용한 책들 속에 등장하는 선현들의 주옥같은 말씀들을 주워 담기 바빴음을 고백한다.  '선생님 같은 담임을 만났다면 내 인생이 바뀌었을 텐데'하는 마음과 '내 아이를 그 학교로 전학시키고 싶다'라는 마음이 책을 읽는 내내 요동쳤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아이의 담임선생님께 익명으로 책을 보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내가 엄마 아바타입니꽈~!




얽힌 실타래처럼 좀처럼 풀릴 모양새가 보이지 않을 때가 드라마의 절정인 것처럼 각 장마다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엄마의 눈물'편과 '왕따와 절친'편, 그리고 '경제교육과 인성'편이 가장 인상 깊었다.  '엄마의 눈물'편은 한 번쯤 들어봤던 이야기였지만 '왕따와 절친', '경제교육과 인성' 편은 영화 <식스센스>의 반전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영화관에서 가장 싫어하는 관객 1위가 반전을 미리 얘기하는 사람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존중하며 반전의 묘미는 책 속에서 직접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내가 너 때문에 이것들을 다 견디는데 엄마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자기애적 눈물'이다.  아이 앞에서 신세타령하듯이 눈물을 보이는 것은 자기의 아바타를 속전속결로 아이에게 건네주는 지름길이다.


지옥은 내 욕망은 모른 채 타인의 욕망으로 살아가는 것




미운 세 살을 지나 미친 일곱 살을 거쳐 초4병을 목전에 두고 있는 첫째.  '올해가 지나면 좋아지겠지'하고 기다린 시간이 벌써 10년이 되었다. 아이는 이제 어엿한 '십 대'다.  어느 해도 편하게 지나갔던 적이 없다.  그래서 언제부터 '사춘기'라고 불러야 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이라는 뒤틀린 목재(Crooked Timber)에서 곧은 것이라고는 그 어떤 것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자라나는 아이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목재나 다름없는 존재다.  '혼돈(Chaos)'에서 질서(Cosmos)'로 향하는 험난한 여정 앞에 놓인 아이들.  부모는 어떻게 이 시기를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 할까.  일단 엄마도 사춘기 자녀처럼 잠시 논리성을 내려놓는 것이 시작이다.  현직 선생님께서 제시한 관점의 전환이 가져다주는 드라마틱한 해법이 이 책 속에 있다.  

불타는 화로를 나뭇가지로 몇 번 뒤척인다고 불이 꺼지는 것이 아니다.


바라봄
직관
더함 대신 다르게
공감
몰입
여유
간격
멈춤
학습목표 대신 학습질문
매니저 대신 컨설턴트
대못과 버팀목

그리고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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