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아주 멋진 여성들
케이트 팽크허스트 지음, 니모 옮김 / 머스트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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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이라면 늘 고민하는 문제가 있다. 여성으로서 암암리에 받고 있는 차별과 무시로부터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혼자 받는 고통인 줄 알았는데 모두가 공감한 <82년생 김지영>.  나는 내 딸이 나와 같은 전철을 밟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런 책이 이슈가 되는 것이 여성들의 현실이라니.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켜낼수록 뭔가 씁쓸했다.  내가 못나고 부족해서 혼자 당한 일들이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만연한 일들이라는 점이 우울했다.

나의 엄마가 그러했고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렇다고 해서 같은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내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달라야 한다.  제도적 뒷받침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여성 스스로도 모험과 개혁의 중심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배우지 못한 것을 아이에게 전해주기는 힘들지만 먼저 세상을 살았던 위인들의 행적을 살펴보다 보면 아이도 또 다른 세상을 향한 꿈을 꿀 수 있다.  아주 오래전 지금보다 더 척박한 현실에서도 세상을 바꾸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멋진 여성들을 소개한 책 <세상을 바꾼 아주 멋진 여성들>을 지금 내 딸에게 읽어주어야 하는 이유다.  그녀들의 공통점은 주변 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른 삶의 방식에 용감하게 도전한 것이었다.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을 필두로 미술에 관심 많은 큰 아이가 좋아하는 코코 샤넬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달라고 했던 에멀린 팽크허스트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능력으로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멋진 여성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한 <제인 오스틴>. 얼마 전 EBS 세계문학기행 마지막 편에 등장한 제인 오스틴은 책에 대한 명성만큼 대단한 여성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결혼만이 오직 자신을 수렁에서 구해줄 수 있다고 믿었던 때, 여자는 수를 놓거나 피아노를 치고 불어를 배우는 정도의 교육만 허락되었던 시대에 작가의 길을 택한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훗날 아이가 읽어봤으면 했던 <오만과 편견>에 대한 내용을 살짝 엿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지금 초등 3학년이면 필수로 배우는 수영.  학원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어서인지 영국 해협을 자신만의 영법으로 최초로 건너는 여성 '거트루트 에이덜리'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수영이 얼마나 힘든 운동인지 알기 때문이다.  또 여성이 민주주의의 참정권을 행사하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는 사실도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민주주의 참정권이 이루어진 시간은 150년이 채 되지 않았고, 여성의 참정권은 그보다 훨씬 뒤에 이루어졌다.  세계적으로 여성의 참정권은 1893년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인정되었다.   그 뒤를 이어 1920년에 미국, 1928년에 영국, 1944년에 프랑스에서 인정되었고,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된 것은 1948년의 일이다.   올바른 여성참정권의 역사는 아직 100년을 넘지 못했다.  여성에게 투표권을 요구한 에멀린 팽크허스트와 같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와 이야기할 것도 생각할 것도 많은 책이다.

 
미술에 관심 많은 아이가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코코 샤넬'.  끔찍한 사고로 병원에서 지내면서도 삶을 비관하는 대신에 그림을 그렸던 '프라다 칼로'.  어릴 때 위인전에서 보았던 여성들 중 단연 돋보였던 두 번의 노벨상 수상자 '마리 퀴리', 여성 최초 고생물학자 '메리 애닝', 비행기로 대서양 홀을 건넌 최초의 여성 '아멜리아 에어하트',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요구한 '에멀린 팽크허스트' 전쟁 중에도 희망과 절망의 일기를 끝까지 기록했던 '안네 프랑크'까지.  국적과 인종, 나이를 불문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최초라는 이름을 남겼던 위인들의 모습을 본 아이의 눈빛은 지금까지와 다른 빛깔로 반짝였다. 위인들의 발자취를 좀 더 자세히 다루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금 아쉬웠지만 아이들의 흥미를 위해서는 이 정도가 딱인듯하다.  좀 더 궁금한 사람은 찾아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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