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단원 -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어요 : 4학년 (책 11권 + 독서수업지도안 11권) - 초등 4학년 1학기 독서 단원, 교과연계 국어 활동 독서단원 -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어요
문부일 외 지음, 영민 외 그림 / 북스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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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4학년은 개정된 교과서로 수업을 한다. 2018년 개정 국어 교과서에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한 한기 한 권 읽기'가 시행된다는 점이다. 책 읽기 수업은 국어 교과의 '독서' 단원으로 신설되어 수업 시간에 진행된다. 교과서 편찬인들의 기호에 맞춰 일부만 발췌된 책 읽기가 아닌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음으로써 깊이 있는 독서활동이 가능해지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하지만 아이들이 책 한 권을 제대로 읽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독서지도사 시험 준비를 해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책 속에서 꼭 알아야 할 주제 및 어휘, 배경지식을 일일이 정리해서 아이들에게 독서지도를 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독서 전. 중. 후 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 계획안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교사용 독서 지도안이 있어 부모도 쉽게 독서지도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아이들과 함께 '한 한기 한 권 읽기' 독서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북스 북스 출판사에서 4학년을 위한 11권의 책을 묶어 교사용 독서 지도안과 함께 나온 책이 있어 살펴보았다. 한꺼번에 구입해도 되지만 네이버 '어린이 책 사랑 모임' 카페에 간단한 회원가입 후 독후활동지를 내려받을 수 있으니 책 목록을 살펴보고 낱 권으로 구매해도 좋다. 한참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일 때이기도 하고 재밌는 그림 때문인지 아이는 <콩가면 선생님이 또 웃었다?>를 선택해서 미리 살펴 보았다.
 
책과 함께 배송된 교사용 독서 지도안에는 차시별 수업 계획 예시안이 체계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아이의 성향에 맞춰 독서지도 전. 중. 후 단계에서 어떤 점을 중점으로 진행할지 선택할 수 있다. 한 한기 한 권 책 읽기의 목적은 천천히 깊이 있게 읽는 것이다. 일반 독후 활동지처럼 책 내용 요약에 그치지 않고 책 선택부터 독후 활동까지 생각해 볼 수 있어 효율적인 책 읽기가 가능하다. 계획안 만들 때 가장 어렵고 힘든 점이 발문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여러 가지 발문이 나와 있어서 편리했다. 그리고 독서 후 활동지 독해력 사고력 향상하는 문제 풀이 내용이 있어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점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콩가면 선생님이 또 웃었다?>는 작고 까만 콩 같은 얼굴에 울지도 웃지도 화내지도 않아서 가면이라고 불리는 콩가면 선생님과 함께 한 초동 초등학교 3학년 나반의 2학기 생활을 그린 책이다. 학교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여덟 개의 짧은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콩가면 선생님이 웃었다>가 3학년 새 학기 설렘과 좌충우돌 모습을 그렸다면 이번 책은 2학기를 맞은 아이들의 깊은 심상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여덟 개의 이야기 속에서 친구, 부모, 생활환경, 사회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은뻥은 싫어'에서 은기는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를 내고, '얼음땡'에서 자람이는 말썽꾸러기라고 생각했던 성인이를 계속 지켜보며 좋은 점을 알게 된다. 뭐든지 엉성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진우는 '털손이 필요해'에서 단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사소한 일에 화가 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조금씩 성장한다

마지막 이야기 '말썽쟁이들의 편지'는 콩가면 선생님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것이란 어떤 것인지 아이들의 편지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천차만별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 편지를 읽으며 어린이 독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대입해 공감할 수 있다. 3학년은 세상과 나를 조금씩 분리시켜 이해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소통은 타인을 인정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아이들은 콩가면 선생님의 모습을 통해 서로를 인정하는 능력과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

늘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지만 아이들은 민감한 감수성의 소유자들이다. 그래서 앵무새처럼 읊어대는 공감대화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다. 그래서 언제나 무표정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제 마음처럼 공감해주는 콩가면 선생님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다. 이심전심. 석가는 연꽃을 손으로 비틀었을 때 제자였던 가섭만이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진리를 전해 주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글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서로 마음을 통하여 배운다. 콩가면 선생님의 무표정한 얼굴은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바라보게 해준다. 아이들이 이 책으로 마음을 보는 법을 알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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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시간 - 소설가 김별아, 시간의 길을 거슬러 걷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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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느끼지만 길 찾기는 참으로 이상스럽다. 찾기 전까지는 어려운데 찾고 나면 쉽다. 모르는 길을 가면 더디게 느껴지는데 알고 돌아오는 길은 빠른 듯한 기분과 같다. 한 번 더 거듭되면 고단한 삶도 조금은 쉽게 느껴질까. P197

길치에다 방향치. 그런데도 가만히 집에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동해 목적지 없이 방황한 적도 많다. 찾아갈 목적지를 찾고 싶었다.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 눈에는 보이는 인연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자국이 한량의 발자국이 아니라 대의를 품은 장군의 발자국이기를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그러나 한량의 인생일지라도 한 번 뿐인 인생에 이정표를 만들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뽀얀 먼지 속에 침잠된 내 역사는 서랍 속에 고스란히 표석이 되어 남아 있지만 <도시를 걷는 시간>은 역사가 지금 나와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알려주며 거리 곳곳에 숨겨진  옛사람들이 살았던 세상의 표석을 찾아 보여준다.

쉽게 읽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저자의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옛사람들의 모습은 내게 쉬이 보이질 않는다. 저자의 지식과 독자의 지식의 무게가 수평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저울질할 정도는 되어야 보이는 것일까. 아마도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변화되는 영상을 보듯 선명하고 뚜렷하게 보이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기대했던 탓이리라. 기술의 진보가 낳은 편리함의 익숙함은 조금의 비효율성도 참지 못한다. 글 한 편을 읽고 나면 바로 구글맵을 켜고 관련 지역을 조회해 보았다. 어차피 표석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지역이라면 굳이 길을 떠나 찾아 나서야 할 필요까지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러고 보니 여전히 '읽기'가 아닌 '보기'라는 행위에 치중하고 있었던 내 모습이 보였다. 서랍 속 침잠된 표석들은 직접 꺼내 보기 전까지는 그때를 떠올릴 수 없다. 문자는 알지만 문자에 숨겨진 뜻을 헤아리지 못하며 활용할 수 없는 것과 같았다. '우리는 여전히 수많은 문자의 숲에 둘러싸여 있지만, 문자를 통해 정보를 얻고 감정과 의견을 전달하지만, 그것을 읽기라기보다 보기의 행위에 가깝다. 무수히 많은 글자를 본다. 하지만 읽지는 않는다.'라는 저자의 말은 옳았다. 심심하고 적적하게 자연과 함께 서울의 거리에서 옛사람들의 그림자를 생각하며 머무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지하철 노선도를 따라 책 속에 나온 곳을 표시하려다 그만두었다. 정리 강박증인지 알게 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금방 사라질 것 같아 불안해진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정리하려고 하는가. 표석만 남아 있는 곳에서 무엇을 찾기 위해 떠나려 하는 것인가. 우연히 그곳을 지나다 표석을 만나 그녀가 들려주었던 옛이야기가 드문드문 떠오른다면 좋겠다. 그 길에 함께 걷는 이가 있어서 그녀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지식으로 받아들이려 하면 지식으로만 남게 된다. 삶은 누군가와 함께 한 이야기다. 도시를 걷는 시간은 누군가와 함께 만들어 갔던 지난 삶의 이야기다. 유유자적하게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길 떠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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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의 힘 - 말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박형욱.김석환 지음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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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이 낭독이라면 춤추는 것은 내레이션이다

작년에 경의선 책거리 낭송 인문학 수업을 듣고 <어린 왕자> 낭독회를 준비하면서 낭송의 위력을 몸소 체험했다. 처음 '낭송인문학'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어린 왕자는 시가 아닌데 왜 낭독이 아닌 낭송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이 책 <내레이션의 힘>에서 말하려 하는 책의 주제도 그때의 의아함을 떠올리게 한다. 책 읽기를 낭독이 아닌 낭송으로 해야 하는 이유 말이다.

기술의 발달로 1인 미디어 시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나를, 또는 그 무엇을 '잘' 표현하는 것이 대세다. 작게는 유튜버에서부터 크게는 한 나라의 대통령을 선택하는 일까지 내레이션이 쓰이지 않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말은 문자를 만들었고 문자는 책을 만들 수 있는 단초가 되었다. 그러나 영구적이고 지속성 강한 문자보다 말의 힘은 강력하다. 말속에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자주 인용된 영화 <킹스 스피치>를 보았다. 뻔한 줄거리를 끝까지 보게 만들었던 것은 주인공 콜린 퍼스의 말더듬이 연기였다. 카메라 앵글도 말 한마디를 떼지 못해 답답한 마음이 얼굴 근육과 억양, 제스처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을 무심한 듯 계속 보여준다. 배우가 대본을 외우고 역할에 자기 색을 덧입히는 것처럼 내레이션도 한글 상식을 알고 글에 자신의 감정, 태도, 성격, 제스처까지 전달할 수 있다. 그것이 뻔한 결말을 예상하면서도 매 순간 시선을 놓지 못하는 힘이다.

인간의 타고난 직감은 유창한 기술보다 진실한 마음에 흔들린다. '내 의지만큼 듣는 이가 받아들인다'라는 부분에서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 <킹스 스피치>의 조지 6세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독일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내레이션을 성공적으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릴 적 할머니 무릎에 누워서 들었던 옛날이야기만큼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어주면서 학창시절에 이렇게 책을 읽었으면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책 속에는 내레이션을 잘 할 수 있는 방법과 실천 호흡법 등이 자세히 나와있어 내레이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지적욕구를 충족시킨다. 하지만 지금껏 말하기를 제대로 배워보지 못했으니 실용서처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사 의지가 있고 없음을 비교하는 영상이나 발음을 제대로 하는 법에 대한 영상을 담은 큐알 코드를 넣어 바로 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내일의 유튜버를 꿈꾸는 소년층, 팟게스트로 전문적 지식을 전달하고 싶은 중년층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진정한 내레이션의 대중화를 노려볼 수 있지 않았을까. 목적도 중요하지만 수단 역시 무시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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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복잡한 세상을 만나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식인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완웨이강 지음, 이지은 옮김 / 애플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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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열풍이 여전히 뜨겁다. 그리고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완웨이강이라는 저자의 전작 <이공계의 뇌로 산다>는 책 때문에 주저 없이 읽게 되었다. 현재는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지만 중국에서 나고 자랐다는 점은 같은 아시아 출신으로 다른 학자들과는 차별화된 미래 비전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장 컸다.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잠재력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라는 비슷한 환경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띈 내용은 '자유의지론자'의 등장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고 계층화 현상이 심각하게 대두될 미래사회에서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자유의지론자들은 스스로 끊임없이 의심하며 자신의 직감과 이성을 발전시켜 나가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많은 책들을 근거로 기존에 만들어진 모든 원칙과 법칙의 오류를 지적한다. 우리는 만들어진 틀 안에서만 생각하도록 교육받고 살아왔다. 기계의 발전은 인간의 인식 속도를 앞지르며 빅데이터를 양산하고 자유의지가 없는 인간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진정한 세계관의 변화는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지 못한다면 누군가의 노예 상태로 전락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적극적, 주도적 행동이란 외부의 자극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의지에 의해 이뤄지는 것을 가리킨다. 당신의 자유의지가 외부적 제약과 분리되어야 자극과 반응 중간쯤에 있을 때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판단력과 능력을 가질 수 있다. p.111

저자는 과거 중국이 위대함만을 추구하다 결국 서양문물에 뒤처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날 중국인이 사기꾼이라고 불리는 것을 오히려 환영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문학적 이상의 추구보다 성공을 추구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고 ‘품격’ 수양을 게을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계층의 차이는 결국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최상위 계층은 문제를 분석하고 논리적인 구조를 만들어 선택하고 결정한다. 그들이 분석하는 빅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평범한 인간들의 일상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주인은 아름다움을 살피는 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관심을 둔다. 진정한 영웅은 데이터에서 파악되지 않는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다. 무엇이 되어 세상의 부품이 되려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 사람이다. 지배계층의 정해진 프로그램 속에서 살기를 거부하며 삶에 사명감을 갖고 자유와 용기를 갖는 것. 그것이 미래의 영웅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이쯤에서 나는, 또는 내 아이들은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반문하게 된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

 
 

당신은 세상을 바꾸고 자신을 변화시키고 다른 사람을 지배하기 위해서 배우는가? 아니면 세상에 적응하고 자신을 한껏 꾸며 다른 사람에게 선택받기 위해 배우는가? p.249

우리가 어떤 사실을 믿는다거나 믿지 않는다는 말은 결정의 근거를 제공해준다. 그것은 믿음을 계속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3장 지식인의 잡학사전에 등장하는 '베이즈의 정리'는 미래의 영웅이 갖춰야 할 지혜와 용기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자신의 관점을 끊임없이 조정할 때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늘어난 근거만큼 자신감도 갖게 된다는 것을 수식으로 증명한다. 이것은 자유의지론자의 이성적 판단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인간이 계속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부를 창출하는데 기여한다면 자본주의의 만개는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물건 생산량만 증가하게 된다면 소비할 주체인 사람의 부족으로 수요 측 경제학에 의존하는 공산주의가 대두될 수 있다고 보았다. 더 이상 생산율의 증가를 위해 자본을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지배층의 남아도는 자본은 어떻게 사용되어야 할까.  저소득층을 위한 부분적 사회주의가 소비 증대를 위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478페이지에 달하는 상당한 분량이지만 내용은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라서 쉽게 읽히는 편이다. 책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지식들이 오류가 넘치고 상식을 뒤엎는다 할지라도 인간이 쌓아올린 지식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결론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미래 서적들처럼 여전히 지식 활용능력은 중요하다. 결국 인간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활용하여 부를 창출해야만 한다.

인간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봤을 때 특별한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삶을 선택하는 일은 인간만이 가진 아름다운 권리이자 책임이다. 4차 산업혁명이 그들만의 리그라 할지라도, 빈곤을 낭만이라고 받아들여야 할지라도, 앎이 실체적 행복을 이루어주지 않더라도, 우리는 미래의 불안을 이해하며 이성적인 사고로 자유의지를 갖고 선택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알면서 포기하는 것과 몰라서 못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파리를 모르는 사람은 파리에 가는 꿈조차 꿀 수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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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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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한 또라이. 수석검사가 그에게 지어준 별명이다. '끈질긴 또라이'라고 썼다가 뭔가 찜찜해서 다시 들춰보니 '집요한 또라이'였다. 둘 다 비슷한 뜻인데 왜 '집요한'이라는 단어를 썼는지 궁금해서 국어사전을 뒤적거렸다. '집요한'은 '끈질긴'에서 한 가지 뜻이 첨언되어 있었는데 바로 '고집스럽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검사'라는 직업과 어울린다. 대개 사람들은 법정에서 옳고 그름을 가리는 모습으로 검사를 떠올리지만 검사는 '절차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사람이다. 제대로 된 절차가 아니라면 고집스럽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다시 세우는 일을 하는 사람이 검사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그가 또라이라 불리는 세상에 환멸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검사님'의 생활을 낱낱이 알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어 책장은 재빠르게 넘어갔다. 수많은 사건들을 파헤치는 검사의 위대함보다는 '사기꾼'들의 사기 수법에 흠뻑 빠져들었다. 한 번 감옥에 들어가 본 놈들이 신참 검사를 다루는 모습을 보니 '검사님'의 양심이 다하는 날에는 절대 잡히지 않는 '사기꾼'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또라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쉽게 갈 수 있는 선택의 순간에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길을 간다. '진실은 다수결이 아니다', '욕구와 충동 속에서 결국 선택이 자아를 만드는 것이다', '말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본심에 따라 본질이 달라진다.'라는 문장 속에서 그의 본심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래서 도박장의 박 여사를 도박개장죄가 아니라 도박방조죄로 기소했다는 일화를 가진 자의 같잖은 동정심이라 오해하지 않았다.

그의 기둥 같은 신념은 미래사회의 법과 질서를 예측한 부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 판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기계가 인간을 판단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법이 없었던 과거는 어땠을까? 서로 분쟁을 조정하고 협의하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법으로 인간을 다스려야만 하는 오늘날의 모습이 오히려 비인간적이다. 학교폭력위원회가 밥 먹듯이 열리고 학생 사이에서도 고소 고발이 남발하는 요즘 시대.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는 결국 모든 경우의 수가 입력된 인공지능에 의해 판결만을 기다리는 비참한 인간의 말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법에서 정한 경우의 수 외에 다른 방법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인간뿐이다. '현실은 직선인 경우가 거의 없다. 최단거리를 이어주는 가설은 진실이 아닐 경우가 많다.'라는 문장은 우리가 기계처럼 혹은 기계를 따라잡기 위해 최단거리를 추구하도록 교육받았지만, 결코 그것이 최선은 아니었음을 자각하게 한다. 족집게 과외를 받고 고위층에 포진한 사람들은 굳이 쉬운 길을 두고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공리주의와 정책적 효율 만능주의에 의해 희생될 사람은 그 법칙에 따라 오늘도 충실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이다.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는 결핍된 욕구의 불만을 표출하고 공격할 곳을 찾아 헤매게 만들었다. 거기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불안의 씨앗까지 뿌리기 시작하면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감정까지 더해져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보이지 않는 끈에 매달린 꼭두각시와 같은 삶이 계속되는 것이다.

어릴 때 책이 없어서 읽었다던 컬러 학습 대백과 사전을 닿도록 읽은 흔적은 여기저기서 보인다. 문과에서  느낄 수 없는 이과의 향기는 글의 재미를 더한다.  컬러 학습 대백과는 우리 집에도 계몽사 세계문학전집과 함께 거실 책장 맨 아래 칸을 장식하던 책이었는데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다. 엄마가 남동생을 위해 특별히 추가로 들였던 책이었기 때문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해본다. 컬러 학습 대박과 사전 내용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평범한 인간이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스스로 인간다움을 향해 나아가려는 개개인들의 자각이다. 그래야 흑백 논리에 의해 어느 한쪽 진영의 대변자나 비판자로 가면을 쓰는데 익숙한 방관자들만이 가지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집요한 또라이. 영원히 방관자로 머물고 싶어 했던 내게 이런 고해성사를 하게 하다니. 그는 집요한 또라이가 맞았다. 그리고 이 뜻 또한 좋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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