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복잡한 세상을 만나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식인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완웨이강 지음, 이지은 옮김 / 애플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4차 산업혁명 열풍이 여전히 뜨겁다. 그리고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완웨이강이라는 저자의 전작 <이공계의 뇌로 산다>는 책 때문에 주저 없이 읽게 되었다. 현재는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지만 중국에서 나고 자랐다는 점은 같은 아시아 출신으로 다른 학자들과는 차별화된 미래 비전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장 컸다.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잠재력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시아라는 비슷한 환경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띈 내용은 '자유의지론자'의 등장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고 계층화 현상이 심각하게 대두될 미래사회에서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의 역할은 중요해진다. 자유의지론자들은 스스로 끊임없이 의심하며 자신의 직감과 이성을 발전시켜 나가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많은 책들을 근거로 기존에 만들어진 모든 원칙과 법칙의 오류를 지적한다. 우리는 만들어진 틀 안에서만 생각하도록 교육받고 살아왔다. 기계의 발전은 인간의 인식 속도를 앞지르며 빅데이터를 양산하고 자유의지가 없는 인간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진정한 세계관의 변화는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갖지 못한다면 누군가의 노예 상태로 전락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적극적, 주도적 행동이란 외부의 자극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의지에 의해 이뤄지는 것을 가리킨다. 당신의 자유의지가 외부적 제약과 분리되어야 자극과 반응 중간쯤에 있을 때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판단력과 능력을 가질 수 있다. p.111

저자는 과거 중국이 위대함만을 추구하다 결국 서양문물에 뒤처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날 중국인이 사기꾼이라고 불리는 것을 오히려 환영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문학적 이상의 추구보다 성공을 추구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고 ‘품격’ 수양을 게을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계층의 차이는 결국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최상위 계층은 문제를 분석하고 논리적인 구조를 만들어 선택하고 결정한다. 그들이 분석하는 빅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평범한 인간들의 일상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주인은 아름다움을 살피는 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관심을 둔다. 진정한 영웅은 데이터에서 파악되지 않는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다. 무엇이 되어 세상의 부품이 되려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 사람이다. 지배계층의 정해진 프로그램 속에서 살기를 거부하며 삶에 사명감을 갖고 자유와 용기를 갖는 것. 그것이 미래의 영웅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이쯤에서 나는, 또는 내 아이들은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반문하게 된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가.

 
 

당신은 세상을 바꾸고 자신을 변화시키고 다른 사람을 지배하기 위해서 배우는가? 아니면 세상에 적응하고 자신을 한껏 꾸며 다른 사람에게 선택받기 위해 배우는가? p.249

우리가 어떤 사실을 믿는다거나 믿지 않는다는 말은 결정의 근거를 제공해준다. 그것은 믿음을 계속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3장 지식인의 잡학사전에 등장하는 '베이즈의 정리'는 미래의 영웅이 갖춰야 할 지혜와 용기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자신의 관점을 끊임없이 조정할 때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늘어난 근거만큼 자신감도 갖게 된다는 것을 수식으로 증명한다. 이것은 자유의지론자의 이성적 판단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인간이 계속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부를 창출하는데 기여한다면 자본주의의 만개는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물건 생산량만 증가하게 된다면 소비할 주체인 사람의 부족으로 수요 측 경제학에 의존하는 공산주의가 대두될 수 있다고 보았다. 더 이상 생산율의 증가를 위해 자본을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지배층의 남아도는 자본은 어떻게 사용되어야 할까.  저소득층을 위한 부분적 사회주의가 소비 증대를 위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478페이지에 달하는 상당한 분량이지만 내용은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라서 쉽게 읽히는 편이다. 책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지식들이 오류가 넘치고 상식을 뒤엎는다 할지라도 인간이 쌓아올린 지식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결론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미래 서적들처럼 여전히 지식 활용능력은 중요하다. 결국 인간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활용하여 부를 창출해야만 한다.

인간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봤을 때 특별한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삶을 선택하는 일은 인간만이 가진 아름다운 권리이자 책임이다. 4차 산업혁명이 그들만의 리그라 할지라도, 빈곤을 낭만이라고 받아들여야 할지라도, 앎이 실체적 행복을 이루어주지 않더라도, 우리는 미래의 불안을 이해하며 이성적인 사고로 자유의지를 갖고 선택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알면서 포기하는 것과 몰라서 못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파리를 모르는 사람은 파리에 가는 꿈조차 꿀 수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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