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을 보면 밖을 보면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18
안느-마르고 램스타인.마티아스 아르귀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작가 안느 마르고 램스타인&마티아스 아르귀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듀오 작가입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장식 미술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며 친구가 되어 ‘전과 후’로 나누어 작업한 <시작 다음>으로 2015년 볼로냐 라가차상 논픽션 부분 대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된 <시작 다음>이라는 책 제목보다 ‘before after’라는 제목이 그림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의 노벨문학상이라는 볼로냐라가차 상을 수상했고 <안을 보면 밖을 보면>과 비슷한 구성이라 잠깐 소개해 봅니다.

 

<시작 다음>

아이들에게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시간도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요. <시작 다음>은 나 중심의 시간을 세상 밖으로 옮겨 놓습니다. 내가 잠을 자는 동안 거미는 밤새 거미줄을 만들고, 애벌레는 나비가 되기 위해 나뭇잎을 갉아먹습니다. 파도가 실어다 주는 것은 물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환되고 있음을 책은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시간의 흐름속에서 자연을 설명하지 않아도 느끼게 됩니다.

​

<시작 다음>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었다면 <안을 보면 밖을 보면>은 각자의 공간 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다각도로 넓혀 주고 있었습니다. 책 속에서 우리는 시간뿐만 아니라 각자의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안을 보면 밖을 보면>

​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수많은 은하 중에서 지구라는 행성 안입니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에서 '푸른 점'이라고 표현되었던 티끌만 한 세계지요. 각자 보이는 세상이 다름에도 살다 보면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그림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네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이죠.

​

철창 안 새들이 바깥만 쳐다보는 모습이 마음 아팠습니다. 보이지 않은 철창 속에 갇혀 넓은 세상으로 날아오르고 싶은 사람들 마음과 비슷해 보였으니까요. 눈발이 날리는 스노볼을 보면서 그 모습을 상상할 수만 있다면 일상에서도 눈 내리는 모습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

잠시 일탈하여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미술가 르네 마그리트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미술가였지만 철학적인 메시지가 가득한 그림을 그렸던 그의 그림이 생각난 이유는 알을 보고 새를 그렸던 그의 그림 때문입니다. 이미 그의 눈은 시공간을 아우르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그림의 제목처럼 '개인적 가치'에 따라 물건의 크기가 다르게 그려진 그림 속에서 우리의 상식과 관념은 깨어집니다.

 

<르네 마그리트>

​

독후 활동은 아니지만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와 책을 읽고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아이는 이불 속에서 공주님이 되어 또 다른 세상을 꿈꾸나 봅니다. 엄마가 모르는 세상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

작가님께 다음 책을 권한다면 이런 내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이 되돌려 놓는 자연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요? 인증샷으로 즐기기 위한 것이라도 이런 인증샷이 늘어나 인간이 훼손한 자연을 되돌려 놓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권의 책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즐거운 여행이 되었습니다. 책을 보는 사람들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자연법칙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느낄 수 있는 넓은 안목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상에는 내가 보지 못한 세계가 더 많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다음 책이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뱀파이어 시스터 10 - 장미의 예언 ㅣ 벽장 속의 도서관 15
시에나 머서 지음, 김시경 옮김 / 가람어린이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 봤을 것입니다. ‘나와 똑같이 생긴 쌍둥이가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명랑한 치어리더 소녀 올리비아는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뱀파이어 쌍둥이 자매 아이비를 만납니다. 둘은 쌍둥이지만 하루가 낮과 밤으로 나누어져 있듯 올리비아는 빛을 상징하고 아이비는 어둠을 상징합니다. 서로의 다름과 같음을 느끼며 성장하는 두 소녀의 이야기는 책을 읽으면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듯 펼쳐져 아이들은 늘 새로운 시리즈를 기다립니다.

​

작가인 시에나 머서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나 외동딸로 자랐습니다. 혼자였기에 언제나 형제자매가 있기를 바랐던 것일까요? 비 오는 날 응원단 연습이 취소되면서 시작된 글쓰기가 현재의 <뱀파이어 시스터> 시리즈에 이르렀다니, 작가의 길은 멀고 험한 것이 아니라 상상력만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을 그녀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책 속 장면이 눈앞에 그대로 펼쳐지게 하는 점이 그녀의 책이 가진 장점인 것 같습니다.

​

뱀파이어 시스터 열 번째 이야기 장미의 예언에서는 쌍둥이 자매가 트란실바니아에서 열리는 알렉스 왕자와 테사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생기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잭슨과 떨어져 지내며 힘들어 하고 있었던 올리비아에게 결혼식을 취재하는 일은 힘겹게 다가옵니다. 게다가 결혼식은 알 수 없는 불안한 기운으로 순탄치 않은 출발을 보였고,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의 등장으로 결혼식이 취소될지도 모르는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

아이비는 트란실바니아의 명문 학교인 왈라키아 아카데미를 방문하지만, 마치 중세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한 뱀파이어들의 모습에 실망하고 올리비아를 떠나지 않으려 합니다. 아이비는 왈라키아 아카데미에 들어갈까요? 아니면 올리비아와 함께 돌아가게 될까요? 또 올리비아는 아이돌 남자 친구 잭슨과 영영 이별하게 되는 것일까요? 흡혈 쐐기풀 다리를 긁혀 사고를 당한 올리비아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요? 푸른빛의 장미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요? 수많은 궁금증을 일으켰다 풀어내는 이야기는 끝날 때까지 아이들이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듭니다.

​

시리즈로 나오는 책들의 매력이 무엇일까요. 인기에 편승해 나오는 책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뱀파이어 시스터를 보니 아이들이 기다리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이미지를 그리듯 상상하는 것은 집중력이 없으면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뱀파이어 시스터는 책 내용을 상상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뱀파이어 시스터 시리즈를 기다리는 아이도 그 점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습니다.

​

이번 편에서 걸림돌로 등장한 인물을 보며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가족이란 으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존재인 것 같아. 그게 그들의 임무인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삼촌이 정말로 나쁜 사람일까? 아니면 가끔 좀 어리석고 과장되게 행동하는 것뿐일까?” 올리비아의 물음은 가족에 대해 테사가 갖고 있었던 생각에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아이들도 늘 지켜보는 가족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각자의 공간에서 자립하게 될 두 자매 올리비아와 아이비의 성장을 기대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는 힘이 들 때 그림책을 읽는다 - 소중한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림책 이야기
강지해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힘이 들 때 그림책을 읽는다'라는 책 제목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육아를 하는 엄마라면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가물가물해진 아이들과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잘 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많았던, 마음처럼 잘되지 않았던 인생을 다시 마주 보는 일은 쉽지 않다. 모든 해답을 알고 있는 육아의 달인이나 화목한 가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은 부족하고 모자란 나를 위축시킨다. 그러나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부족한 나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때로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반성하기도 하며 나도 그림책에 위로받았다.

​

"살아오면서 내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에 집중하지 못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로 알고 나면 사랑받지 못할까 봐, 인정받지 못할까 봐. 아이들과 함께하며 내 안의 모든 감정들을 다양하게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더 깊이 파고들어 꺼내어 보듬어주고, 토닥여준다. 아이들을 통해 진정한 내 모습을 만난다." 27

​

아이들과의 만남, 남편과의 만남, 어릴 적부터 숨겨두고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그녀의 이야기였지만 또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두렵고 무서워서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모습은 그림책을 만나며 슬슬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어둠에 빛을 밝혀 주었던 <그날, 어둠이 찾아왔어>는 그래서인지 내게도 어둠을 뚫고 나올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아이들은 어둠을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우주를 꿈꿀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림책은 그런 힘을 주는 비밀 원료가 되었다.

​

"어둠과 마주하고 나면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바로 볼 수 있게 된다. 용기를 내어 어둠과 마주하는 순간, 그 어둠은 두려움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어둠'일뿐이다. 어둠이 나를 힘들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나를 공포로 밀어 넣은 것이다." 180

​

어린 시절 그림책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상상하게 해 주었다. 세상과 나를 알만큼 안다고 생각할 때 그림책이 다시 내게 말을 걸어온다. 네가 바라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너와 비슷한 인생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었다. 한 권의 책과 깊이 만나게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그림책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책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의 감동을 나누고 싶어진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내 모습이 담겨있었다.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인생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그림책의 매력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그림책 외에도 세상에는 만나지 못한 책들이 너무나 많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의 인생 서랍에 넣고 싶은 책들은 어떤 책들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림책을 읽으니 어제와는 다르게 다가온다. 그림책은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목에서 무심코 지나쳐야 할 것과 유심히 바라봐야 할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마음이 헛헛해지면 다시 그림책을 읽게 된다. 예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보물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만 알고 있고 싶은 보물을 선뜻 사람들에게 나눠 준 저자에게 독자로서 고마움을 전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언더독 - 애니메이션 원작
오성윤.유승희 지음, 오돌또기.유승배 그림 / 가연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제작진이 오똘또기와 의기투합해 만든 애니메이션이라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책이 나왔다. 국산 애니메이션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작화가 눈길을 끌었다. 다른 애니메이션 관련 책처럼 만화로 되어있지 않고 장편 소설책처럼 나온 점도 좋았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일본 애니메이션만큼 자연스러운 동세와 작화의 맛을 '언더독'에서 느꼈을 것이다. 책에서는 무엇보다 오똘또기 원안을 볼 수 있어 영화와는 다른 맛이 났다. 책을 읽어보니 영상을 볼 때와는 달리 등장인물들의 심리도 엿볼 수 있었다.


​

<언더독>은 투견 시합을 볼 때 아래에 깔린 개(언더독)를 응원하게 되는 현상에서 비롯된 말이다. 흔히 경쟁에서 ‘약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책 내용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제목은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저자는 책 제목을 ‘언더독’이라 정했을까. 주인에게 버려져 상대적으로 약자로 설정된 주인공에게 심리적 애착을 갖게 하는 언더독 효과를 노린 설정이 아니었을까라는 얄팍한 생각은 자유를 향한 그들의 처절함에 숙연해졌다. 그리고 ‘탑독(topdog)’의 입장이라 생각했던 인간은 자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책은 묻고 있었다.

 

​

<언더독>은 하루아침에 주인에게 버림받는 뭉치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산속에서 주인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주고받던 공을 찾으러 갔다 돌아오니 주인은 그를 버리고 떠난다. 그곳에는 뭉치처럼 버려진 개들이 익숙한 일이라는 듯 그를 맞이한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떠돌이 개의 인생은 먹을 것을 동냥하거나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일상의 연속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무자비하게 개를 잡아가는 개 장수를 피하는 것은 필수다. 그러나 그곳에는 뭉치처럼 버려졌지만 인간과 등지고 사는 또 다른 개들이 있었다. 진돗개 부부와 새끼 진돗개, 그리고 검정 사냥개 '밤이'였다. 그들은 사냥을 하며 완전히 야생에 적응해 살아가는 들개 무리였다.

 

뭉치는 동네 아래에서 유기견들과 살면서 적응해 갔지만 우연히 마주친 들개 무리를 보며 마음속에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고 그들의 삶을 동경한다. 하지만 무리에 속하기 위해 무리하게 염소농장의 염소를 데리고 오면서 들개들의 보금자리를 잃게 만든다. 들개들의 조언에 따라 몰아온 염소를 돌려놓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영역인 염소농장에 '침범'한 들개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그들은 추적장치가 달린 마취총을 맞고 개 농장으로 끌려가게 된다.

 

개 농장에는 이전 무리에서 만났던 비르켄이 있었다. 인간에게 기대어 사는 떠돌이 개 무리와 등진 들개 무리, 그리고 철창 밖에 인간에게 복종하는 사냥개들은 다 같은 개였다. 지금은 다르게 보이는 그들의 운명의 끝이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삶의 아이러니였다. 들개들의 도움으로 함께 개 농장을 탈출한 개들은 그들만의 안전지대를 찾아 떠난다.

​

읽는 내내 김태호 작가의 <네모 돼지>가 떠올랐다. 공장에서 시제품처럼 만들어진 돼지들이 서로 힘을 모아 뛰쳐나간 곳에서 행복했을지 늘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사료를 주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먹이를 찾아야 할 텐데 자유를 찾아 떠난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그러나 <언더독>의 뭉치는 자신의 몸에 심어진 추적장치를 물어뜯으며 온몸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신이 ‘선택’한 자유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그리고 누구나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나를 죽이고 살리고는 저놈 손에 달려 있지만 내가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내 맘에 달려있다고.

<언더독 p.109>

이게 내가 책임지는 방식이야. 우리 들개만의 방식이기도 하고. 나는 이것을 자유의 대가라 생각해. 그리고 그 대가를 우리 모두 기꺼이 지불할 생각이고.

<언더독 p.132>


 

 

​영화 끝에 등장하는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의 모습은 <언더독>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맞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일부 애견인들은 개들이 사냥을 하고 자유를 찾아 떠나는 모습을 불편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마지막에 카메라가 그들을 비춘 이유는 인간과 개는 자연 속에서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짱아가 자유가 아닌 인간에게 돌아간 것처럼 누구나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살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게 동물이라도 말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완성도에 늘 아쉬움이 많았던 사람으로 한국의 풍경을 담은 <언더독>만의 작화와 탄탄한 이야기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중간에 투자가 중단되어 펀딩으로 자금을 모아 어렵게 영화관에서 상영되었는데 사람들이 책도 많이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약자인 듯 보였지만 승리하는 언더독 효과를 진심으로 바라게 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냐의 유령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베라 브로스골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스너 상 수상작

<뉴욕타임스> 추천도서

<혼북> 선정 최고의 그래픽 노블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한 “날 좀 그냥 내버려 둬”를 쓴 베라 브로스골의 책 <아냐의 유령>이다. 아냐가 늙으면 할머니와 같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큰 눈동자에 심통스러운 표정이 비슷하다. 표지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아냐의 머리카락과 그 속에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누군가’였다. 머리카락은 사람이 죽은 후에도 여전히 자라기 때문에 고대로부터 내면의 강인함과 힘의 상징으로 여겼다. 자연스럽게 자라는 머리카락은 의식하지 않고 저절로 나오는 무의식적 생각을 뜻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곤두선 머리카락은 마력, 신들린 상태, 공포를 뜻하는데 표지 속 아냐의 머리카락은 표지의 반 이상을 차지하며 일렁이고 있다. 아냐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 아냐의 일상은 신통치 않다. (십 대들의 일상이 만족스러웠던 적이 있었던가!) 러시아에서 이민 와서 산지 오래지만 여전히 러시아에 살던 방법을 고수하는 뚱뚱한 엄마. 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눈엣가시 같은 남동생. 친구라고는 담배나 피우고 다니는 불량스러운 소반뿐이다. 그렇지만 아냐의 일상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못생기고 뚱뚱해서 남자 친구가 없는 바로 ‘나’였다.

 

학창시절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니키의 <도크 다이어리>에 등장하는 ‘짱족’들처럼 잘 사는 부모와 예쁜 얼굴은 기본, 추종자라 불리는 아이들까지 거느리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대부분 아이들은 그 부류에 속하지 못한다. 대신 그들과 자신을 끝없이 비교하며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져 우울해하기 십상이다. 내가 가진 것은 보잘것없고 남이 가진 것은 위대해 보이는 것이 그때 그 시절 내가 겪었고 지금 아냐 또래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최고의 고통일 것이다. 

 

 

<아냐의 유령>에서는 우연히 빠진 구덩이에서 만난 유령이 아냐의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을 드러내고 실현시켜 준다. 아냐는 유령 덕분에 공부하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얻게 되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남자아이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나 욕망은 꿈꿀 때만 아름다운 것이라 했던가. 마음속 욕망은 겉으로 드러낼수록 조금씩 더 강해진다. 짧은 머리카락을 가진 꼬마의 모습에서 담배를 피우며 머리를 기른 유령의 변화는 욕망이 발톱을 드러내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성장해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자라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욕망은

처음에 문을 열어달라고 간청하다가

어느덧 손님이 되고

곧 마음의 주인이 된다

- 톨스토이-

그러나 아냐는 유령의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지 않고 유령의 비밀을 혼자 찾아 나선다. 그리고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욕망을 뚫고 자신의 삶을 원래의 일상으로 돌려놓는다. 다시 유령이 없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아냐의 일상은 조금씩 달라진다. 다른 사람을 흉내 내고 멋있어 보이기 위한 행동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라보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스스로 유령을 만났던 구덩이를 메우는 것은 유혹을 이겨내고 한 단계 성장한 아냐의 모습을 뜻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1984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다섯 살이 되던 해 미국으로 이민 간 저자의 이력 탓인지 아냐의 욕망의 근원은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민자로 살면서 어릴 때부터 FOB(Fresh Off the Boat)라 불리며 자신의 출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자신의 뿌리를 찾는 모습은 <날 좀 그냥 내버려 둬>에서는 핏줄을 뜻하는 빨간 털실로, <아냐의 유령>에서는 뼛조각으로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그 뿌리가 늘 자신의 발목을 잡고 유령처럼 어른거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냐처럼 지금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며 진정한 나다움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 것을 깨닫고 그녀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화해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

책을 보며 러시아 대 문호 톨스토이가 계속 떠올랐다.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소설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던 그는 유복한 환경 속에서도 평생 왜 사는지에 대해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거부하려는 심리가 있지만 그 변화를 끌어안을 때 비로소 인간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두운 욕망의 구덩이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 구멍 속에 사는 욕망을 잠재우고 새로운 길에 들어서는 아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이전의 아냐는 아닐 것이다. (이미 담배를 끊은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 장에 나오는 쇼반의 말처럼 평범해 보이지만 개개인들에게는 남과 다른 나만의 무엇이 반드시 존재한다. 이제 자신만의 매력에 눈 뜬 아냐.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게 된 아냐의 새 출발을 환영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든 친구들의 새 출발을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