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 - 애니메이션 원작
오성윤.유승희 지음, 오돌또기.유승배 그림 / 가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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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의 제작진이 오똘또기와 의기투합해 만든 애니메이션이라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책이 나왔다. 국산 애니메이션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작화가 눈길을 끌었다. 다른 애니메이션 관련 책처럼 만화로 되어있지 않고 장편 소설책처럼 나온 점도 좋았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일본 애니메이션만큼 자연스러운 동세와 작화의 맛을 '언더독'에서 느꼈을 것이다. 책에서는 무엇보다 오똘또기 원안을 볼 수 있어 영화와는 다른 맛이 났다. 책을 읽어보니 영상을 볼 때와는 달리 등장인물들의 심리도 엿볼 수 있었다.


<언더독>은 투견 시합을 볼 때 아래에 깔린 개(언더독)를 응원하게 되는 현상에서 비롯된 말이다. 흔히 경쟁에서 ‘약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책 내용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제목은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저자는 책 제목을 ‘언더독’이라 정했을까. 주인에게 버려져 상대적으로 약자로 설정된 주인공에게 심리적 애착을 갖게 하는 언더독 효과를 노린 설정이 아니었을까라는 얄팍한 생각은 자유를 향한 그들의 처절함에 숙연해졌다. 그리고 ‘탑독(topdog)’의 입장이라 생각했던 인간은 자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책은 묻고 있었다.

 

<언더독>은 하루아침에 주인에게 버림받는 뭉치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산속에서 주인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주고받던 공을 찾으러 갔다 돌아오니 주인은 그를 버리고 떠난다. 그곳에는 뭉치처럼 버려진 개들이 익숙한 일이라는 듯 그를 맞이한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떠돌이 개의 인생은 먹을 것을 동냥하거나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일상의 연속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무자비하게 개를 잡아가는 개 장수를 피하는 것은 필수다. 그러나 그곳에는 뭉치처럼 버려졌지만 인간과 등지고 사는 또 다른 개들이 있었다. 진돗개 부부와 새끼 진돗개, 그리고 검정 사냥개 '밤이'였다. 그들은 사냥을 하며 완전히 야생에 적응해 살아가는 들개 무리였다.

 

뭉치는 동네 아래에서 유기견들과 살면서 적응해 갔지만 우연히 마주친 들개 무리를 보며 마음속에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고 그들의 삶을 동경한다. 하지만 무리에 속하기 위해 무리하게 염소농장의 염소를 데리고 오면서 들개들의 보금자리를 잃게 만든다. 들개들의 조언에 따라 몰아온 염소를 돌려놓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영역인 염소농장에 '침범'한 들개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그들은 추적장치가 달린 마취총을 맞고 개 농장으로 끌려가게 된다.

 

개 농장에는 이전 무리에서 만났던 비르켄이 있었다. 인간에게 기대어 사는 떠돌이 개 무리와 등진 들개 무리, 그리고 철창 밖에 인간에게 복종하는 사냥개들은 다 같은 개였다. 지금은 다르게 보이는 그들의 운명의 끝이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삶의 아이러니였다. 들개들의 도움으로 함께 개 농장을 탈출한 개들은 그들만의 안전지대를 찾아 떠난다.

읽는 내내 김태호 작가의 <네모 돼지>가 떠올랐다. 공장에서 시제품처럼 만들어진 돼지들이 서로 힘을 모아 뛰쳐나간 곳에서 행복했을지 늘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사료를 주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먹이를 찾아야 할 텐데 자유를 찾아 떠난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그러나 <언더독>의 뭉치는 자신의 몸에 심어진 추적장치를 물어뜯으며 온몸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신이 ‘선택’한 자유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그리고 누구나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나를 죽이고 살리고는 저놈 손에 달려 있지만 내가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내 맘에 달려있다고.

<언더독 p.109>

이게 내가 책임지는 방식이야. 우리 들개만의 방식이기도 하고. 나는 이것을 자유의 대가라 생각해. 그리고 그 대가를 우리 모두 기꺼이 지불할 생각이고.

<언더독 p.132>


 

 

영화 끝에 등장하는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의 모습은 <언더독>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맞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일부 애견인들은 개들이 사냥을 하고 자유를 찾아 떠나는 모습을 불편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마지막에 카메라가 그들을 비춘 이유는 인간과 개는 자연 속에서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짱아가 자유가 아닌 인간에게 돌아간 것처럼 누구나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살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게 동물이라도 말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완성도에 늘 아쉬움이 많았던 사람으로 한국의 풍경을 담은 <언더독>만의 작화와 탄탄한 이야기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중간에 투자가 중단되어 펀딩으로 자금을 모아 어렵게 영화관에서 상영되었는데 사람들이 책도 많이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약자인 듯 보였지만 승리하는 언더독 효과를 진심으로 바라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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