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힘이 들 때 그림책을 읽는다 - 소중한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림책 이야기
강지해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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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힘이 들 때 그림책을 읽는다'라는 책 제목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육아를 하는 엄마라면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가물가물해진 아이들과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잘 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많았던, 마음처럼 잘되지 않았던 인생을 다시 마주 보는 일은 쉽지 않다. 모든 해답을 알고 있는 육아의 달인이나 화목한 가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은 부족하고 모자란 나를 위축시킨다. 그러나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부족한 나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때로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반성하기도 하며 나도 그림책에 위로받았다.

"살아오면서 내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에 집중하지 못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로 알고 나면 사랑받지 못할까 봐, 인정받지 못할까 봐. 아이들과 함께하며 내 안의 모든 감정들을 다양하게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더 깊이 파고들어 꺼내어 보듬어주고, 토닥여준다. 아이들을 통해 진정한 내 모습을 만난다." 27

아이들과의 만남, 남편과의 만남, 어릴 적부터 숨겨두고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그녀의 이야기였지만 또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두렵고 무서워서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모습은 그림책을 만나며 슬슬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어둠에 빛을 밝혀 주었던 <그날, 어둠이 찾아왔어>는 그래서인지 내게도 어둠을 뚫고 나올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아이들은 어둠을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우주를 꿈꿀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림책은 그런 힘을 주는 비밀 원료가 되었다.

"어둠과 마주하고 나면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바로 볼 수 있게 된다. 용기를 내어 어둠과 마주하는 순간, 그 어둠은 두려움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어둠'일뿐이다. 어둠이 나를 힘들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나를 공포로 밀어 넣은 것이다." 180

어린 시절 그림책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상상하게 해 주었다. 세상과 나를 알만큼 안다고 생각할 때 그림책이 다시 내게 말을 걸어온다. 네가 바라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너와 비슷한 인생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었다. 한 권의 책과 깊이 만나게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그림책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책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의 감동을 나누고 싶어진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내 모습이 담겨있었다.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인생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그림책의 매력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그림책 외에도 세상에는 만나지 못한 책들이 너무나 많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의 인생 서랍에 넣고 싶은 책들은 어떤 책들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림책을 읽으니 어제와는 다르게 다가온다. 그림책은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목에서 무심코 지나쳐야 할 것과 유심히 바라봐야 할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마음이 헛헛해지면 다시 그림책을 읽게 된다. 예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보물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만 알고 있고 싶은 보물을 선뜻 사람들에게 나눠 준 저자에게 독자로서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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