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의 의미 - MBTI는 과학인가?
박철용 지음 / 하움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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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활동보다 디지털 활동이 익숙한 MZ세대에게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상대를 진득이 탐색할 여유가 없어 몇 가지 사실만으로 상대를 파악했다 생각하지 않을까? 감염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대면활동이 힘들어진 코로나 세대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세대는 MBTI로 서로를 이해하는 것 같다.

MBTI 성격유형검사란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로 캐서린 브릭스와 이사벨 마이어스 모녀가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이론적 기반으로 하여 개발한 성격유형이다. 최근 아이들 독서지도와 관련해 MBTI를 배우며 관련 자료를 찾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대인 관계에서 상대를 파악할 때 MBTI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진로나 취업 문제로 검사했던 터라 언제 적 MBTI인가 생각했지만 인터넷에서 쉽게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편리하고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준다는 장점으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16가지 유형으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아보자는 마음에 책을 읽게 되었다.

1. 유형은 없다: 사실 외향형 내향형부터 잘못 알고 있었다..

MBTI 관련 강의를 들어보면 외향형 내향형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인식 기능과 판단 기능을 자세히 설명하는 편이다. 외향형은 활발하고 사교적이며 내향형은 조용하고 얌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검사 결과에서 내향형이 외향형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하던 찰나, 쾌의 감정이 보상의 순환고리를 만들고 연결 고리가 강한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이 된다는 현대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읽고 외향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 자체가 좋다기보다는 관계에서 오고 가는 칭찬이나 인정의 보상에 쾌의 감정을 강하게 느끼는 것이었다! 내향형은 보상에서 자유로운 유형으로 보상을 위해 행동하는 경향이 덜했다. 내가 MBTI를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일까. 갈 길이 멀었다.

2. 부록 A의 신선함: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고,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다'

이 책이 여느 책들과 다른 점은 칼 융의 '심리유형론'과 과학적인 '현대 심리학'에 철학. 인식론에 기반한 이론서라는 점이다. 저자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심리유형론의 감각-직관-사고의 과정과 유사하다는 것에서 출발하여 칸트의 인식론과 융의 유형론이 두 종류의 이성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밖에도 인간이 도덕률을 선험적으로 알고 있으며, 그것을 따르려는 무조건적인 의지를 융의 추상적 감정의 이성적 기능과 공통분모라 보았다.

MBTI가 철학자들의 사상과 공통분모가 있다는 점이 유형 속에 갇힌 시야를 넓혀주었다. 감각이 사고로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분철되고 고착된 16가지 유형의 특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각자 분리되어 고유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전보다 선명해졌다.

3. MBTI의 개선에 관한 제언: 다섯째 지표 추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사고형(T)이다. '사고'라는 말로 정서가 부족하고 딱딱한 사람이라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훨씬 정서적인데 결과지의 평가는 내 감정을 왜곡하는 기분이었다. 마이어스와 선더는 편안-불안 척도를 발달 수준이라 생각해 유형지표로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심리 문제는 정서적 불안정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고 기질상 불안을 타고난 사람도 정말 많다! 그래서 신경성(정서적 불안정성)에 관한 내용을 다섯 번째 지표로 추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떤 규칙이나 법칙에 새로운 제언을 한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반박의 여지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방대한 자료와 지식에 박수를 보낸다. 저자의 모든 제언에 지지를 보내고 싶다.

4. 감각형을 만족시키는 그래픽: 평이하고 지루한 편집은 트릭이었다?

이 책의 편집은 단조롭고 지루한 편이다. 매일 유튜브의 현란한 영상물을 보고 이해하기 쉽게 편집된 책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매우 딱딱하게 느껴질 것이다. MBTI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볼 수 있는 책이라 했지만 내용도 쉽다고 말하긴 어려워 더욱 그런 기분이다. 하지만 16가지 유형을 설명하는 원형 그래프를 보니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각각의 유형이 무엇을, 어떤 비중으로 담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왔다. 함축적인 단어로 나타내거나 상징적인 그림으로 표현하는 책은 보았지만 언어나 그림은 쓸데없이 확장되고 상상해 왜곡하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원형의 그래프와 색의 비중으로 표현한 유형은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는 감각형인 사람에게 최적의 설명이었다.

 

5. MBTI는 과학적이지 않다: 그래도 MBTI!

MBTI는 과학적이지 않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어떤 대상을 보고 우리는 과학적이다고 정의할까? 과학적이라는 것은 절대 뒤집어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실험을 통해 검증하고 수정할 수 있고 비판을 수용할 수 있을 때 과학적이다고 말한다. MBTI는 사람들을 일정 범주로 유형화해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논리적으로 논박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에 과학적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이지 않기에 혈액형으로 성격을 판단하는 류의 가십거리 콘텐츠로 폄하되는 것은 안타깝다. 현대 심리학과 철학의 공통분모를 찾고 수정사항을 제언한 저자의 노력은 MBTI가 가진 장점을 성격심리학과 함께 진일보 시키고 싶은 바람일 것이다.

책 내용이 방대해 이 책이 가진 인상적인 내용만 몇 가지 간략하게 서술해 보았다. 사실 MBTI의 과학성 여부를 떠나 하나의 결과를 토대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성격 특성을 내 성격으로 간주하려는 바넘효과일 수도 있고, 이성적이고 지적인 분석을 통해 문제를 대처하려는 주지화의 방어기제를 강화시킨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간단한 검사를 통해 사람의 선호도를 범주화할 수 있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상대의 생각을 추정하고 기대하며 쓰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어 잘 활용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적의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에 관련 영상만 찾아봐도 수없이 많은 자료가 나오지만 수박 겉핥기 식의 편협한 시각이 아니라 나만의 언어로 MBTI를 소화하기 원한다면 기본서 하나쯤 가지고 있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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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2022-02-10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와 정리 잘 하셨네용!! 소통하고싶어요!!
 
나무의 말이 들리나요? - 숲으로 떠나는 작은 발견 여행 지식은 내 친구 18
페터 볼레벤 지음, 장혜경 옮김 / 논장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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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바깥 활동이 줄어들자 새소리가 조용해졌다고 한다.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가 잦아드니 크게 울어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지 않아도 된단다. 나무는 어떨까? 소리 낼 수 없는 나무도 말할 수 있을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궁금증인데 <나무의 말이 들리나요?>라고 물으니 생각하게 된다. 줄기차게 나무에 대한 책을 펴내며 나무의 언어 통역자를 자청하는 페터 볼레벤의 어린이를 위한 나무 책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나무는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어떤 동물이 나무껍질이나 잎이나 가지를 베어 물면 그 상처로 동물의 침이 들어가게 되는데 그 침이 동물의 종류에 따라 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나무는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거예요. 나무는 상처가 난 자리로 쓴맛이 나거나 독성을 띤 액체를 흘려보내요.

침엽수는 상처가 난 곳으로 송진을 밀어 보내요. 물론 나무는 입이 없으니까 이 말을 향기로 전해요. 그 향기가 주변 나무한테 닿으면 친구들이 알아차리고 딱정벌레의 공격에 대비해 미리 송진을 만들기 시작하지요.

<나무의 말이 들리나요?> 30쪽

 

나무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할 수 있다는 사실도 새로웠지만 무엇보다 일방적인 의사 표현이 아니라는 점에 고무되었다. 잎을 먹는 것을 막을 수 없지만 잎을 먹는 동물의 침으로 존재를 파악하고 쓴맛을 내보내는 것으로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다. 부드러움 속에 단호함이 느껴졌다. 자신의 위험을 알려 다른 나무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부분도 따뜻하다. 가만히 서 있는 듯 보여도 제각각의 모습으로 조화롭게 살아간다.

활엽수는 나뭇가지의 마디 하나가 한 살이었다. 바깥쪽으로 시작해서 세어 나가는데 마디가 뚜렷한 너도밤나무가 적당하다고 한다. 나이테로 나무의 나이를 짐작하는 방법은 알고 있었지만 나뭇가지 마디로 나이를 알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아쉽게도 침엽수의 가지는 겹겹이 자라 확인하기 어렵다고 한다. 아이랑 숲 놀이 갈 때 나무 나이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잘 조성된 공원이 여러 동물을 데려다 둔 동물원과 다름없다는 얘기가 조금 충격이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을 볼 때 가졌던 측은지심이 왜 나무에게는 생기지 않았을까. 늘 제 자리에 있기에 배경화면처럼 느껴질 뿐 나무의 생활을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책을 읽어보니 공원의 나무들은 다양한 수종이 각각 한 그루씩 심어져 있어 외롭다고 한다. 책을 읽고 공원에 심어진 나무들을 보니 잘 정돈되어 있지만 허전했다.

나무도 제각각 성격이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겨울에 깊은 잠을 위해 조심성이 많은 나무는 10월 초만 되어도 잎을 버리지만, 용감한 나무는 조금 더 기다린단다. 재밌는 사실은 아기 나무들은 겨우내 깨어있다는 사실이었다. 원래 숲에서 자라는 어린 나무는 엄마 나무의 그늘 밑에서 햇볕을 쬐지 못하고 천천하고 튼튼히 자라는데 잎을 떨어뜨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엄마가 자는 동안에는 햇빛을 맘껏 받을 수 있단다. 갑자기 첫눈이 내리면 잎을 떨어뜨릴 수 없어 허리가 휠 수 있는데 줄기의 탄력이 좋아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니 읽을수록 사람 육아와 어쩜 이렇게 닮았는지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 관리받은 공원의 나무는 빨리 자라지만 오래 살지 못하는 것 같다.

초등 고학년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버섯의 이중성이었다. 나무의 연락을 도와주는 동시에 나무를 죽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하니 컴퓨터랑 똑같다고 했다. 버섯이 인터넷망 사용료로 나무가 만든 당분 1/3을 청구한다는 부분에서는 서로 얼굴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세상 공짜 없네’라고 말해 웃음을 터트렸다. 버섯이 나무와 당분을 나누며 나무의 소식통 역할을 하면서 나무에 기생하다 결국 나무의 상처에 파고들어 메말라 죽는 부분은 엄숙한 기분이 들었다. 관을 끌어올리려 힘을 내는 여름에는 어떤 얘기를 하는지, 메말라 죽어갈 때에는 어떤 말을 하는지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고 싶다.

코로나 때문에 강제 집콕 생활을 하다 보니 인간이 보호받기 위해 자연을 보호했나 싶을 정도로 자연이 그리웠다. 여름내 내리는 비로 축축하고 상쾌한 나무의 땀 냄새를 맡아본지도 오래된 것 같다. 외국 작가의 책이라 우리나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나 꽃으로 꾸민 책도 보고 싶다. 학교 하굣길에 잠시 공원에 들렀다. 잘 관리되어 있는 공원의 나무들은 아이들이 잎을 먹어볼 수도 없고 쓰다듬어 볼 수도 없어 장식품에 지나지 않은 것 같아 이내 마음이 쓸쓸해졌다. 우연히 올려다 본 하늘 아래 소나무와 감나무가 나란히 가지를 드리운 모습이 책을 읽고 나니 참 안쓰러웠다. 서로 햇볕을 차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가지를 드리운 것 같은데 사람이 다툼을 조장한 느낌이랄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아이들과 숲 놀이부터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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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너에게 - 읽었을 뿐인데 인생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김환영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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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와 블로그를 기웃거리며 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한다. 유튜브는 내가 검색한 관심 주제에 대한 책을 인공지능이 알아서 선별해 주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렇게 선별된 책을 찾다 보니 한정된 주제에 머무르게 된다. 내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책 선택은 늘 고민이다. <뭐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너에게>는 책 제목이 참 근사하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 모두 같은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가볍지만 매일 할 수 있는 단거리 조깅으로 책 읽기의 로드맵을 만들어보자는 책이다. 책 읽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단거리 조깅으로 느껴지지 않을 책들도 보였다. 두 번째 읽었을 때 로드맵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윤곽선은 잡히는 것 같았다.

어린이책 읽기 모임을 하고 있어 1장에 소개된 책들을 유심히 살폈다. 마지막에 소개된 새들의 회의를 제외하고 모두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마틸다>, 상상으로 분노를 다스리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 내게 가진 게 많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아낌없이 주는 나무>, 무의미한 삶에 희망을 준 <꽃들에게 희망을>. 모두 책장에 소장된 책들이다. 길들여지지 않은 여러 감정들을 다룰 힘이 더 필요하긴 하지만 아이들이 가진 무한한 상상력과 정제되지 않은 마음이 내가 알지 못하는 힘을 끌어모으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새들의 회의>도 꼭 읽어보고 싶다.

2장에서는 사랑을 얘기한다. 부와 성공보다 사랑이 먼저 나온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태어날 때 낳아준 부모를 사랑하고 성장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사랑을 나눈다. 세상의 모든 모순 속에는 공교롭게도 사랑이 있다. 2라는 숫자는 혼자서 만들 수 없는 숫자다. 세상의 모순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포기했는지 알아야 한다는 말과 사랑은 빠지는 게 아니라 하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고백받았을 때 받았던 <사랑의 기술>. 지금 보면 다른 느낌이 들것 같다. 왜 그때는 사랑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셰익스피어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와 성공을 이야기하는 3장에 <갈매기의 꿈>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갈매기 조나단은 정말 아웃사이더일까? 좋아하는 책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늘 들어왔던 책인데 아웃사이더라는 말이 왠지 불편했다. 갈매기 조나단은 완벽성보다 열정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매체들이 그들의 열정을 엿보게 했고 열정이 가치로 환산되어 부와 성공에 가까워진 것 같지만 그들에게는 허상일 뿐이다. 바라보는 곳이 다르니까. 몇 번을 다시 읽어봐도 3장에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4장은 철학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장이다. 버틀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보니 요즘 즐겨듣는 정토회 법륜 스님의 행복 이론과 비슷했다. 주요 독자층이 일상적인 불행에 빠져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과 불행의 원인을 없애고 행복의 원인을 수용해 실천하는 점도 닮았다. 생존 경쟁 때문에 불행한 게 아니라 성공을 위해 경쟁하기 때문에 불행하다는 말이 와닿았다. 하지만 성공을 추구할 때는 평화가 보이지 않으니 깨닫기 전에는 불행을 자초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마지막 장은 일상을 단단하게 만드는 삶의 기술이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되어있지만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아이디어 생산법>에 소개된 내용처럼 다시 새로워지는 비결은 '조합'에 있으며, 조합하는 능력은 관계를 볼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는 말이 이 책의 결론처럼 다가왔다. 5장까지 소개된 책으로 각각의 철학과 삶의 지혜를 창조해보라는 메시지를 담아놓은 것 같았다. 이쯤 되면 여태껏 내가 보고 읽고 느낀 것에 관계와 연결을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다. 처음에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자기 계발서 느낌이라 거부감이 있었는데 덮어뒀다 다시 읽어보니 새로운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나와 연결되는 부분만 가져가면 될 텐데 괜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와의 관계 맺음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내 책장에 남겨 둘 책은 어떤 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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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가슴을 울리는 포크 음악 이야기 1
윤민 지음 / 마름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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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름돌 책이다. 윤민 님 책은 명상 카페에서 처음 보게 되었는데 관심 분야가 비슷해 자주 찾아보게 된다. 어렵게 출판사를 차려 포기하지 않는 점도 자꾸 책을 보게 되는 또 다른 이유인 것 같다. 이번 책은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진행된 책이다. 전통 포크 음악 50개를 엮는 방대한 작업을 구상한 점이 특이했다. 무려 503페이지다. 목차에서 관심 있는 노래부터 찾아봐도 좋겠지만 습관처럼 처음부터 읽었다. 생소한 포크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읽는 점이 참신했다. 포크 음악의 가사를 읽어보니 가사 속에 내재된 인생의 깊은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삽화가 있었지만 가사만으로도 미술 작품을 감상하듯 풍부한 감성의 소용돌이 속에 잠시 머물 수 있었다.

An Mhaighdean Mhara... 사랑하는 내 어머니, 바다를 마주하고 강기슭에 서 계신 어머니. 우리 어머니, 알고 보니 아름다운 인어였다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이 노래 때문이었다. 희미한 어머니 모습. 눈으로 뒤덮인 바다로 향하는 길. 어머니의 금발과 입술... 어머니는 아름다운 인어였다. 높게 떠오르는 파도 위, 그곳에서 영원히 헤엄치라고 하는데 눈물이 났다. 이제 나도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서였을까. 아름다운 인어였다는 가사가 가슴속에 작은 파도처럼 밀려와 사무쳤다. 자신이 선녀인 줄 잊지 않고 날개옷을 돌려받고 하늘로 간 선녀가 떠올랐다. 하지만 인어였던 엄마의 모습은 바닷속으로 들어가 다신 볼 수 없을 것만 같다. 선녀와 나무꾼 속 선녀는 아이들을 데려갔는데 인어인 엄마는 홀로 바다로 돌아가는 것 같다. 이성복 시인의 '남해 금산'도 생각났다. 돌 속에 묻혀 있던 한 여자를 사랑해 자신도 돌 속에 들어갔는데 해와 달이 끌어주어 여인은 떠나고 남해 금산 푸른 물에 잠기어 있는 나. 선녀였던, 인어였던 여인은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홀로 남아있는 나. 남해 금산 푸른 물은 하늘 같고 바다 같다.

The Great Silkie of Sule Skerry는 애달프다. 바다표범 가죽을 입고 자유자재로 사람이 될 수 있는 셀키인 남자는 한 여인에게 자신이 아이의 아버지라 하며 찾아온다. 하지만 여인은 남자의 청혼을 거절한다. 7년의 세월 뒤에 남자는 다시 찾아오지만 또 여인은 거절한다. 남자는 아들의 목에 목걸이를 걸고 데려가면서 여인이 나중에 작살 총 사수와 결혼해 자신과 아들을 죽일 거라 말한다. 그리고 여인의 남편이 된 작살 총 사수는 바다에서 바다표범 두 마리를 잡아온다. 남자와 금목걸이를 한 자신의 아들이었다. 뒤늦게 소중한 것을 알아챈들 무엇할까. 가슴이 세 조각이 나도록 울어봤자 무슨 소용일까. 왜 진작 청혼을 받아주지 않았을까. 기껏 작살 총 사수와 결혼하려고 청혼을 거절했단 말인가. 셀키였던 엄마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동화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에서 아이는 바다로 돌아간 엄마를 보며 자신도 바다표범이 될 것이라 한다. 포크 음악 속 청혼을 거절한 여인은 바다표범으로 살 수 있었던 자신의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게 된 셈이었다. 인생의 선택은 미래를 알 수 없어 때때로 잔인하다.

 

음악은 이야기에 운율을 더한 것이다. 포크 음악은 옛이야기처럼 예부터 전해내려온 민속음악에 가깝다. 사람들은 왜 이런 노래를 불렀을까. 옛이야기 공부를 하며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에 숨겨진 힘을 느꼈다. 비슷한 주제로 나열된 노래를 보며 비슷한 화소로 만들어진 다양하게 구전된 옛이야기 각편을 생각했다. 가사를 이야기처럼 읽으니 옛이야기와 교집합이 그려졌다. 전해내려온 모든 것에는 고유의 힘이 깃들어 있다. 포크 음악 속에도 그런 힘이 있었다.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숨죽여 놓았던 감정의 불씨를 되살리는 중이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처럼 감정의 물살에 몸을 실을 수 있어 좋았다. 수록된 음악은 마름돌 유튜브 채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장가로 마무리된 구성이 마음에 든다. 영원히 그 바람 속에, 꿈속에 머물고 싶어진다. 1권은 사랑 이야기가 주류였는데 하반기에 출시될 2권에서는 보다 확장된 삶의 얘기를 보고 싶다. 사랑은 인생의 시작일 뿐. 진짜 이야기는 그다음부터 시작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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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너무 많아 김영진 그림책 12
김영진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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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보다 그림이 더 익숙하다. 도서관에서 한 번 빌려보고 바로 서점에 가서 사줬던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김영진 작가의 그림책이다. 병관이라는 이름이 익숙해 ‘그린이’라는 이름이 처음에는 좀 낯설었다. 자세히 보니 그린이는 귀가 참 크다. 귀만 큰 게 아니고 귓구멍도 아주 깊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것 같다.

그린이는 걱정이 많다. 걱정하는 일을 계속 생각하니 마음은 점점 더 무겁다. 할머니 말씀대로 걱정을 나무에 매달아 버리면 끝날 줄 알았는데 걱정은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친구 준혁이도,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도 모두 큰 귀를 갖고 있다. 어라? 좀 이상한데? 그린이만 귀가 큰 게 아니었네... 아니나 다를까. 걱정을 나무에 매달아 놓는다는 그린이의 사연을 들은 사람들이 나무에 매달아 놓은 걱정 괴물을 보니 누구나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나무에 걸린 걱정 괴물을 보며 둘째 아이가 말했다. “엄마, 괴물이 너무 귀여워~” 뒷장을 보기 전에 아이는 이미 걱정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둘째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 후 걱정이 아주 많아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위생 보건 교육을 자주 받아 그런 줄 알았는데 본능적으로 엄마를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갈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식품 유통기한을 일일이 찾아보고 카페인이 치매에 안 좋다고 하니 엄마가 매일 마시는 커피도 걱정한다. 그린이 아빠처럼 사소한 것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별것 아닌 걸 걱정하는 자신이 걱정된다는 그린이를 보니 아이맘을 제대로 헤아리고 공감해 주지 못한 것 같다. 사실 매일 걱정하며 살아 걱정 안 하는 방법을 모르니까 어물쩍 넘어간 것이기도 했다.

앞으로 세계는 환경 오염으로 인해 예측 가능하지 못한 질병과 자연재해로 어려움이 많을 거라고 한다. 걱정은 계속 진화하며 무게를 더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부모는 무엇을 어떻게 해 줘야 할까. 할머니와 통화하며 텃밭의 따뜻한 기운이 그린이에게 전해지는 장면이 참 좋았다. 엄마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꾸 그 장면을 돌아보게 했다. ‘걱정할 만두 하지...’하며 만두를 걱정 괴물 위에 그린 게 처음에는 황당했는데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아 그 말 그대로 중얼거리게 된다.

단순한 위로나 눈속임으로 걱정을 안 할 수 없으니 걱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 불안의 근원을 찾아가려면 한참을 더듬어 가야 한다. 아이 때부터 천천히 찾는 연습을 하면 어렵지 않게 걱정과 동고동락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걱정 괴물을 신경 쓰지 않고 달려가는 그린이의 마지막 모습이 용기를 북돋아 준다. 김영진 작가 책에는 초기 스토리보드가 수록되어 있어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데 이번에도 재미있었다. 입학 전후 아이들이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있는 방법이 무겁지 않게 진행되어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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