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이라는 무기 - 자극에 둔감해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롤프 젤린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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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각형의 한 꼭짓점이 뾰족하게 솟아오른, 어딘가 모난 구석 같기도 하고 떨어지는 눈물 같기도 한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뭉툭한 곳을 그러쥐면 뾰족한 곳이 돌쩌귀 같아 무기 같다. 원래 모양과 다르게 뾰족하고 길게 뻗은 안테나 같은 꼭짓점, 이것은 예민함이다. 독일 최고의 관계 심리학자인 롤프 젤린은 자신이 예민하다는 것을 깨닫고, 예민한 기질을 다루기 위한 방법을 연구해 예민한 사람들이 삶을 충분히 누리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예민함이라는 무기>에는 예민한 사람들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예민하다고 하면 떠올리는 불편함을 예리함이나 기민함으로 바꿔 줄 롤프 젤린의 노하우가 가득 담겨있다.

 

스스로를 제때에 지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하고, 삶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다. 그러면 외부 세계와 접촉할 때마다 에너지를 잃게 되고, 자기 색깔을 내고 선을 긋는 데 문제가 생긴다. 반면 의식적으로 지각하고, 중심을 잡고, 자기 정체성과 경계를 분명히 항 수 있는 사람은 에너지가 충만하다. 18

 


1장과 2장에서는 자신과 아이의 예민 지수를 진단해 볼 수 있다. 전혀 기질이 다른 두 아이는 각자 다른 형태로 예민함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예민함을 지각하고 적당한 방어막을 만드는 법이 나온다. 적당한 방어막은 의식적으로 지각하는 것이 시작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스스로 지각할 때 어떤 과정을 겪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주변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지각을 억누른다. 그래서 바깥 세계로 향한 지각을 내부로 향하게 하면서도 완전히 무시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무의식적으로 자극들을 강화시키는 경우가 많으니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정신적 성숙을 갖춰 자신의 지각이 내부로 흐르도록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타인보다 자신의 신체 느낌, 자신의 동작, 자신의 에너지 수준 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둘째, 자신을 보호하는 보호막, 경계를 짓는 것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스스로 지나친 부담을 주거나, 지나치게 주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고 몸에 이상이 나타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인식한다. 예민한 사람의 경계는 지식으로 구분 짓지 않고 신체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여 정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왠지 모르게 명치끝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하고 불편한 느낌. 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나의 한계였던 것이다. 예민한 사람일수록 지속적으로 몸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머리는 자꾸 당위성을 이야기하거나,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는다. 지금까지도 잘해왔지 않냐고 다그치거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게 만든다. 이런 식의 생각은 우리의 경계를 무시하는 사고방식이다. 138

 

왜 나는 공감을 잘 해주다가 갑자기 화가 날까?  아이의 행동에 벌컥 화를 내고 나서 잠든 아이들 보며 속죄의 눈물을 흘리던 때가 있었다. 내가 예민한 엄마인지 내 경계는 어느 지점인지조차 몰랐던 시절, 인내심은 금세 바닥나고 긴장과 분노가 폭발했다. 거울에 비친 잔뜩 찌푸린 얼굴은 내가 알던 내 모습이 아니었다. 후회하고 아이에게 더 잘해주려 노력했지만 늘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아이들은 쉽게 경계를 넘나든다. 아이라서 무조건 허용하고 수용하다 보니 나도 아이도 서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자존감은 떨어지고 내 감정에 확신을 갖기 어려웠다. 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점에 당면하게 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부모가 명확한 경계가 주는 안정감을 경험하지 못하면 부모의 혼란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유전된다고 한다. 그래서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의식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경계가 두려워 먼 발치서 바라만 보는 사람들은 진정한 상대와의 만남을 갖지 못한다. 평화주의자인 예민한 사람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혼자 남겨질 각오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 적절한 자신의 경계를 신호하고 방어할 수 있다.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면 내 경계는 만들어지지 않으며, 상대에게 무엇을 베풀 때는 내가 자발적으로 준다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하는데 너는 왜 그렇지 않냐고 말할 필요가 없다. 예민한 사람들만의 감성은 세상의 기쁨과 슬픔을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 그것은 기계화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다. 매 순간 자신의 지각을 조절하고 자신의 경계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질수 있을 때 예민한 사람들만이 가지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매일 감정 일기를 쓰며 어렵게 경계를 인식하는 중이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의식적으로 지각하는 방법들이 그 여정을 좀 더 빠르고 쉽게 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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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라 그린 1 - 청결의 여왕 시공 청소년 문학
버네사 커티스 지음, 장미란 옮김 / 시공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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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장애는 강박 및 관련 장애의 하나로서,
강박적 사고 및 강박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질환이다.
잦은 손 씻기(hand washing),
숫자 세기(counting),
확인하기(checking),
청소하기(cleaning) 등과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함으로써 강박적 사고를 막거나 그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려고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일시적인 편안함을 제공할 뿐 결과적으로 불안을 증가시킨다.

- 네이버 지식백과



"네 엄마는 침대맡 탁자에서 <전원 하이킹>이라는 잡지를 집어 들었어. 눈을 감고 잡지를 휘리리릭 넘기다가 아무 데나 짚었지."

"엄마가 눈을 떠 보니 손가락 끝에 '젤라'라는 단어가 있었어. 그렇게 된 거란다. 그래서 네 이름이 젤라가 된 거야."

"미안하지만 그렇단다. 캠핑은 간 적도 없어. 네 그 유치한 환상들을 깨뜨려서 미안하다만, 사실 널 갖게 된 곳은 뎃퍼드의 눅눅한 임대 아파트란다. 바퀴벌레도 있었지.”


정체감은 주관적 경험이다. 그것은 세상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 개인으로서 존재한다는 자각으로부터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나만의 소망, 사고, 기억과 외모를 갖는다는 것. 이름은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된 정체성의 일부다.  젤라 그린. 열두 살까지만 해도 이국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환상을 갖게 해 주었던 이름. 그러나 자신의 탄생에 대한 진실과 맞닥뜨린 순간, 소녀의 정체성은 산산조각 난다. 낯선 도시에서 마법처럼 나타났던 존재는 사라지고, 바퀴벌레가 출몰하는 눅눅한 임대 아파트에서 잉태되어 잡지 속 '아무 데나' 짚었던 곳이 이름이 된 한 소녀의 강박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세균 경보, 오염 경보, 간격 유지, 확인 또 확인. 왼손과 오른손을 31번씩 씻고, 머리카락을 31번 빗질한다. 계단 맨 위 꼭대기에서 128번 뛰고, 옷장 속 옷의 간격은 4cm로 유지한다. 그리고 주전자 불은 꺼져 있는지, 뒷문이 잠겨있는지, 조리대에 음식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는지 10번씩 확인한다. 강박증은 그저 어떤 생각에 얽매어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 않으면 불안의 낭떠러지에 내몰리는 심각한 장애였다. 그러나 젤라 곁에는 안전 기지가 되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엄마는 31살에 암으로 죽었고, 엄마의 죽음 뒤 새엄마와 재혼한 아빠는 어느 날 사라지고, 새엄마는 늘 외출 중이다. 늘 불안에 떨며 손을 씻고, 뜀뛰기를 하고, 옷의 간격을 유지해야만 하는 젤라는 허공에 부유하는 먼지 같은 존재였다.

열네 살. 새엄마의 손에 떠밀려 꼼짝없이 정신병원 신세를 져야 할 뻔한 젤라를 구해 주었던 것은 옆집에 사는 헤더 아줌마였다. 아버지의 학대로 자해를 일삼는 카로, 신경안정제가 필요한 리브, 거식증이 있는 앨리스, 그리고 아버지의 차에 치여 엄마를 잃은 후 말을 잃어버린 소년 솔. 젤라는 병원 대신 가게 된 '포레스트 힐 하우스'에서 자신처럼 다양한 강박증세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젤라는 그곳에서 친구들과 울고 웃으며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 주고받는다.

우리는 상대의 아픔을 생각하다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리고 상실의 아픔을 나눠야 할 시간에 서로를 위한다는 이유로 문제를 회피하거나 외면한다.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 후에 생기는 것은 어느 것으로도 메울 수 없는 마음의 구멍이다. 사람들이 엄청난 양의 음식물이나 약물, 술, 따위로 메워보려 해도 점점 그 구멍은 메울 수 없게 된다. 젤라는 강박 증세가 완화되어 포레스트 힐에서 나와 자신처럼 치료를 받으려 떠난 아빠와 재회하고 엄마를 잃었을 때의 상실감을 나누며 엄마를 맘껏 그리워한다. 하지만 한 번 생긴 강박증은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1권이 젤라가 강박증이라는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였다면 2권은 강박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꿋꿋이 꾸려나가는 젤라의 모습이 그려진다. 젤라는 이성에 호기심이 왕성해지는 사춘기 여느 아이들처럼 인터넷 채팅 사이트 '마이소터스페이스'에 가입해 메일을 주고받으며 설렌다. 그리고 이성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절교했던 프랜과의 재회 역시 그 나이 또래 여자아이들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조금은 평온해진 젤라의 삶이 다시 수렁으로 들어가게 된 것은 갑작스러운 카로의 등장이었다. 하지만 카로의 정제되지 않은 감정은 여전히 젤라 가족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요소를 밖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한 번 상처를 드러냈다고 해서 가족의 슬픔이 치유되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상처투성이 인간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내면에 상처를 들추고, 패배감에 휩싸이며, 유혹 앞에 무너지면서도 자신의 정신과 몸을 통제하려 안간힘을 쓴다. 그렇지만 젤라가 솔과 아빠에게 손을 내밀듯, 다시 내 손을 뻗어야 하는 순간은 나를 위한 순간이 아니었다. 이상한 기분이다. 내게 병을 준 것도 사람이고, 내 병을 극복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라니. 결국 슬픔은 사랑으로 치유된다. 문득 젤라가 남들하고 똑같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인간이 나눌 수 있는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 젤라는 그런 일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인간으로 살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나약해서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은 그래서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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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보이 - 젠더 경계를 거부하는 한 소녀의 진지하고 유쾌한 성장기
리즈 프린스 지음, 윤영 옮김 / 윌컴퍼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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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SEX)가 생물학적인 의미의 성을 뜻한다면, 젠더는 사회적인 의미의 성을 의미한다. 사회에서 여성은 이러이러하고, 남성은 이러이러하다고 정의 내린 개념이 젠더다. 성 역할과 비슷하다. 젠더의 사용은 타고난 신체의 차이로 여성과 남성을 구분해 남녀 차별적인 성격을 갖고 있던 섹스보다 대등한 남녀관계를 내포해 사회적으로 모두 동등한 인간임을 시사했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젠더 개념은 성소수자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해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걸맞은 사회적 지위를 얻고자 하는 트랜스젠더들이 양지로 쏟아져 나오며 젠더 개념의 중요성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이 책 <TOMBOY>는 젠더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한 아이, 리즈가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만화책이다. 외국 작가의 책이라 담배나 마약, 섹스를 접하는 부분에서 조금 머뭇거렸지만 2차 성징기가 시작될 무렵이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보았던 자신의 성 역할의 문제를 만화라는 수단으로 담백하게 담아냈다.

 

이 책의 주인공 리즈 프린스는 어릴 때부터 치마는 끔찍했고 긴 머리는 질색해서 주변에서 톰보이라 불리던 소녀다. 어릴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남자로 착각했지만 그다지 상관없었지만, 여섯 살 때 지내던 곳을 떠나자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다른 아이들 눈에 그녀는 좀 괴짜 같은 아이였다. 그래도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톰보이)을 만나 힘든 학창시절을 견뎌낸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생물학적 차이를 제외한 여자와 남자의 차이는 겉모습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생물학적인 차이가 아무렇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곳은 어김없이 남자아이들 세상이었고, 그들과 다르다는 것은 묘한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자도 남자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된 것이다.

그녀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온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지만 언제나 인기남 옆에는 사랑스럽고 예쁜 인기녀가 있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본래 내 모습을 감추고 사랑받는 여성의 모습으로 바꿔볼까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렇지만 리즈는 외모가 아닌 자신의 예술적 재능과 재미있는 성격을 좋아해 주는 아이가 있을 거라 믿는다. 리즈의 생리가 처음 시작된 날, 그날부터 리즈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매번 몸으로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몸의 성장만큼 마음도 같이 성장한다. 리즈 같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미국적 정서가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제외하면 아이들이 읽어도 좋은 내용이 많다. 그래도 중학생은 되어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뭐, 이미 호기심 많은 녀석이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무엇이 남자와 여자를 규정짓는지에 대한 깊은 고찰이 이 만화의 주제다. 그녀에게 '톰보이'라는 것은 남성과 같은 옷을 입는다는 의미를 넘어 자신이 만들어간 자신만의 생활방식이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는다. 톰보이 스타일인 첫째 아이는 모험하는 모든 놀이를 즐기고 괴상하고 끔찍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아이 취향에 맞춰 무엇인가 사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 되었다. 아이가 원하는 스타일은 모두 '남아용'이라는 표가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비옷이나 장화에 남아용 여아용이 구분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가 거부하지 않았다면 무심코 선택했을 정형화된 세계를 이제는 다시 한번 들여다본다. 전혀 다른 두 명의 여자아이를 키우며 늘 생각하는 영상이 있다. 위스퍼 광고로 제작된 비디오 영상이다. "여성스럽게 뛰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라는 물음에 아이들과 성인들이 보여준 차이점과 마지막에 한 여성이 나답게 뛰면 된다고 했던 말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리고 내가 배웠던 잣대로 아이를 바라볼 때마다 되뇐다.  “그냥 너답게 하면 돼. 그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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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
토마스 에릭손 지음, 김고명 옮김 / 시목(始木)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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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 빠진다. 오늘 정말 힘들었어."

도무지 내 맘 같지 않은, 별별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 속. 서로 몸과 마음을 부딪히며 사는 것은 상당한 힘이 필요하다. 이 책 내용의 기반이 된 DISC 성격유형 진단 검사는 세계적인 기업에서 팀워크 강화와 서비스 응대, 교육 관련해서 쓰이고 있다. 성격유형 진단 검사하면 떠오르는 MBTI 기법이 ‘내’ 성격을 알아보는 것이라면, DISC 검사는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방법에 가깝다. 독서지도사 공부할 때 성격유형별로 지도 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공부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을 펼쳤다면 당신은 이제 관계의 첫 단추 하나를 끼운 것이다.

 

인터넷에서도 손쉽게 자신의 유형을 알 수 있지만 책 속에는 24가지 문항에 대한 답으로 유형을 분류하도록 해 두었다. 그리고 유형별 특징과 잘 맞는 유형과 잘 맞지 않는 유형으로 분류해 살펴보도록 했다. 여기까지는 그냥 평범한 심리학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각 유형별로 피드백을 하는 방법에 대한 부분이 매우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특히 저자의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 코드로 인해 유형별 단점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어쩌면 나는 블루 타입이라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정보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각 유형이 쓰는 이메일 부분에서는 너무 공감되어 웃느라 지하철에서 책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나는 블루 타입이라 별로 웃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 그림은 각 유형별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방법을 물건에 빗대어 표현한 것을 그림으로 옮겨 본 것이다. 일단 레드는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잘 낸다. 샷 글라스에 스트레스를 담아 마구 엎지르는 양상을 떠올리면 되겠다. 하지만 글라스 잔이 작은 만큼 화는 오래가지 않고 금방 처리할 수 있다. 옐로는 스트레스를 우유 잔에 담는다. 보기에도 레드보다는 엎질렀을 때 수습하고 처리해야 할 양이 많다. 그래도 둘 다 쌓아두는 유형은 아니다. 그런데 그린은 맥주 통에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 담아둔다. 그러다 나중에 터지면 수습불가. 블루도 쌓아두는 편인데 다행히 작은 수도꼭지가 있어 매일 조금씩 투덜대며 스트레스를 흘려보낸다. 그래서 그린처럼 폭발의 위험은 없다. 이렇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훌륭한 비유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감이 오는 것 같았다.

아는 사람들에게 모두 셀프 테스트 사진을 보내고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 예측해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거의 예측이 맞았다. 성격은 나를 바라보는 상대의 판단이라는 생각에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내 안에 다른 유형이 존재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행동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나를 표현하는 것이며, 그것은 나의 기질을 대표한다. 가장 극단적이어서 재밌었던 레드를 분석해 둔 글을 읽으며 결혼 생활 십 년 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남편의 행동을 모두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절대로 하지 못했던 일을 드디어 하게 되었다. 책 속에 레드 타입을 분석해 둔 ‘팩폭’글과 레드 생각을 담은 문장을 읽어주었다.  "이거 '내' 방식대로 할래, 아니면 틀려먹은 방식대로 할래?" 늘 그렇게 얘기하던 남편에게 화내지 않고 고스란히 되돌려 주었더니 정말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후련했다. (그는 처음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생각에 잠겼다)
 
유치원 아이들 베스트셀러 중에 <공룡 유치원>시리즈가 있다. 책 속의 공룡들은 제각각 다른 색처럼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공룡들의 성격이 설명된 색과 잘 맞아떨어졌다. 상대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것은 빠른 시간 안에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처음으로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서로 부딪히며 성장한다. 제대로 된 연습 없이 성인이 되면 자아는 더욱 강해져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외면하거나 회피하게 된다. 하지만 직장에서 만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모두 내가 선택할 수 없다. 내가 선택한 사람, 내 뱃속에서 나온 사람들도 다 각자 고유의 유형을 갖고 있다. 그 속에서 상대의 진의를 파악하고 장점을 잘 이용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효과적인 소통의 방법이 또 있을까. 늘 자신의 주변에 모두 꼴통들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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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로 어필하라 - 스피치 3주 완성 프로젝트
정보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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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이야기하는 시대다. 이제 영상은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듣는 소리에 집중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누구나 같은 얼굴을 가진 강남 미인 시대에 나만의 매력으로 어필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아마 목소리가 아닐까. 요즘 같은 1인 미디어 시대에 목소리는 다른 사람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요소다. <목소리로 어필하라>는 전 MBC 아나운서의 자신만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비결을 담은 책이다. 그녀는 현재 정보영 스피치 대표로 여러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해 낭송 인문학 수업을 듣고 꾸준히 낭송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발성 연습을 위한 책을 많이 찾아 보았다. 그러나 책 내용이 좋고 나쁨은 차지하고, 목소리를 제대로 내는 ‘연습 영상’이 있어야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점이 매우 아쉬웠다. 그래서 낭독 실전 편이 나왔으면 했는데 바로 ‘딱’ 원하던 스타일의 책이다. 큐알코드를 찍으면 나오는 연습 영상을 따라 집에서도 손쉽게 목소리 지도를 받을 수 있다. 더 이상의 이론은 그만! 우리는 실전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울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의 목소리를 갖는다. 그리고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며 내 목소리를 내고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내 목소리가 진짜 목소리가 아니라면? 내 목소리를 찾고 싶지 않은가. 낭독 인문학 수업에서도 직접 낭독했던 영상을 서로 녹화해서 평소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고치는 연습을 계속했다. 꾸미지 않은 목소리가 가장 듣기 좋고 편안한 목소리다. 그런데 충분히 복식 호흡 연습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울림통이 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책 속에는 울림통을 키우고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는 매일 따라 할 수 있는 3주 완성법이 담겨 있다. 연습 영상을 녹화해서 들어보았는데 어떤 점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코스 요리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나중에 나오는 것처럼 3주 완성 프로젝트의 백미는 마지막 주, 목소리에 매력을 더하는 부분이었다. 여자들이 분위기에 따라 다른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 것처럼 때로는 청순하게, 시크하게, 지적으로 목소리에 옷을 입히고 화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들어있다. 목소리를 꾸며내서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다. 자기만의 스피치는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얹어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나타내는 것이다. 유창한 말투가 아니라도 신뢰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은 사람이다. 자신의 말에 확신을 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감동적이었던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를 글로 읽고 낭독해 보는 것도 좋았다. 이제 남은 것은 연습, 또 연습. 유튜브에 있는 연습 영상을 따라 연습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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