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뭐가 좋아? 민트래빗 일본 전국학교도서관협의회 선정 도서
하세가와 사토미 지음, 김숙 옮김 / 민트래빗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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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뭐가 좋아?"

제목 그대로 아이에게 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친구들이 해달라고 했던 일을 가장 먼저 챙깁니다.

“이건 00가 빌려달라고 했고... 00는 로봇이 좋다는데 우리 집에는 없어. 어떡하지?

그리고 00이 생일은 10월인데 뭘 주면 좋아할까?”

“우아~ 우리 00는 친구들 정말 많구나. 그런데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도 좋지만 네가 좋아하는 것을 줘도 괜찮아.”

“안 돼! 00 이는 핑크색 안 좋아해.”

“꼭 친구들이 좋아하는 걸 주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좋아하는 것을 줘도 친구들은 널 좋아한단다.”

"..... 엄마, 고마워...."

아이가 고맙다는 말을 했을 때 입술을 질근 씹고 울음을 꾹 참았습니다. 아이 모습이 꼭 어릴 적 제 모습 같았습니다. 아이는 상대의 기분과 욕구를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모습이 답답합니다. 왜 (엄마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냐고 다그치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늘 제 몫을 챙기지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그래서 책 제목을 보자마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내가 찾던 책이구나! 내가 늘 묻고 싶었던 말!

창밖을 바라보는 오소리. 오소리는 집 앞 뜰에 뭔가 심어서 요리를 하고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꼬마 돼지가 좋아하는 감자를 심으려고 씨감자를 사러 마을로 갑니다. 마침 꼬마 돼지를 만났는데 꼬마 돼지가 감자를 오소리에게 선물로 줍니다. 감자를 가지고 온 오소리는 또 무엇을 심어야 하나 생각합니다. 사과를 좋아하는 다람쥐를 위해 사과를 심기로 합니다. 그런데 다람쥐가 잔뜩 딴 사과를 오소리에게 선물합니다. 감자도 사과도 아니라면 무엇을 심을까 생각이 많아집니다. 토끼가 좋아하는 당근이 제격입니다. 그런데 길가에서 만난 토끼가 당근 밭에서 당근을 쑥 뽑아 줍니다. 오소리는 마지막으로 나무딸기를 좋아하는 고슴도치를 위해 나무딸기를 심으려 합니다. 막 딸기 모종을 심으려 길을 나서려는데 고슴도치와 부딪힙니다. 고슴도치에게는 나무 딸기밭이 없지만 나무딸기를 듬뿍 딸 수 있는 곳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거기서 딴 나무딸기로 주스를 만들어 오소리에게 줍니다.

“뭐야 뭐야. 왜 그래. 다들. 그러면 내 뜰에 나무딸기도 안 된다는 말이잖아.”

“큰맘 먹고 너희들이 좋아하는 걸 만들려고 했더니 감자고 사과도 당근도 나무딸기도 내 친구들이 좋아하는 건 전부 안 되고, 내 뜰에는 대체 뭘 만들어야 하냐고. 뭘 만들어야 네가 기뻐하겠냐고?”

“그렇다면 오소리야, 넌 뭐가 좋아? 뭐든지 네가 좋아하는 걸 만들면 되잖아. 그리고 말이야, 넌 내가 갖고 온 이 주스를 맛있게 마시면 돼. 그러면 나는 정말 기쁠 거야.”

오소리는 뜰 안에 무엇을 심을까요? 동화를 읽어줄 때 앞뒤 표지를 보여주는데 그게 힌트가 되어 아이는 뒷얘기를 금방 알아맞힙니다. 꼭 친구가 좋아하는 것을 주지 않아도 서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고슴도치가 나무딸기 주스를 마셔주면 좋겠다는 것처럼요. 친구가 좋아하는 것은 내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고슴도치의 나무딸기 주스는 오소리에게 따뜻한 마음과 용기를 전해 줍니다. 때로는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친구에게 큰 기쁨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피터래빗이 연상되는 수채화 그림이 봄의 느낌을 물씬 풍기네요. 내 마음에 자라고 있는 것들을 살펴 주세요. 내 마음에 무엇을 심을지 살펴 주세요. "넌 뭐가 좋아?" 하고 넌지시 물어보면 됩니다. 내 마음이 따뜻하고 풍성해지면 친구들도 좋아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해도 친구들은 행복합니다. 자신보다 주변에 신경을 쓰는 마음이 강한 소극적인 성향의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동화입니다. “봄이 오면 00은 뭐가 좋아?”, “맛있는 요리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뭐가 좋을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자꾸 물어봐 주세요. 대답하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될 테니까요. (*)

블루레빗 인스타그램에서 이벤트를 하네요~

참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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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숲에는 누가 살까 웅진책마을 96
송언 지음, 허지영 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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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00야~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알지?”

“응”

“무슨 이야기인데?”

“토끼랑 거북이랑 달리기하는데 게으름뱅이 토끼가 잠자다가 거북이가 이겨.”

“그래? 그 뒷얘기 들려줄까?”

“응!”

“달리기 경주에서 이긴 거북이는 으뜸 거북이가 됐대. 빠른 토끼를 이겼으니까~ 그리고 온 동네에 소문이 나서 결혼까지 하게 됐어. 그런데 토끼는 멍청한 토끼가 되었단 말이지. 억울했던 토끼는 으뜸 거북이에게 가서 다시 시합을 하자고 해. 그리고 이번에는 낮잠을 자지 않고 힘껏 달려야지 생각하고 정신 바짝 차리고 연습을 했단다. 그런데 으뜸 거북이는 연습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했지. 으뜸 거북이 색시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 그런데 으뜸 거북이가 귓속말로 뭔가 얘기하니 배꼽을 잡고 웃는 거야. 그리고 달리기 시합하는 날이 되었지. 토끼는 달리기 시작했어. 한참을 달려도 거북이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이쯤에서 잠이나 자고 갈까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끝까지 열심히 뛰었지. 그런데 저 멀리 결승선 앞에 거북이가 보이는 거야.”

“진짜?”

“토끼도 궁금해서 거북이에게 물어봐. 그러자 거북이는 네가 헐레벌떡 뛰어올 때, 나는 한순간에 하늘을 날아서 왔지~ 하는 거야.”

“거북이가 어떻게 날아?”

“사실은 결승선에 있던 거북이는 으뜸 거북이 색시였대. 토끼는 원래 눈이 나빠서 잘 안 보이거든. 세 번째 경주도 있는데 그건 한~참 뒤에 했대. 토끼가 너무 충격을 받아서 토끼의 손자와 거북이 손자들이 시합을 하게 된단다.”

마지막 세 번째 경주는 어떻게 되었을까. 원래 이야기는 적당한 때에 끊어야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법이라 내일 밤 나머지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송언 우화집 거북이의 지혜(?)가 탐탁지 않은 분도 있을 것이다. 큰 아이는 대번에 거북이가 정정당당히 시합한 것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어른의 시선에도 송언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고개가 갸우뚱할 것이다. 그러나 토끼와 거북이는 전혀 다른 종이다. 그들의 경주는 시작부터 공정한 게임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동화에서나마 느림보 거북이를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 경주에서 으뜸 거북이 손자는 재치를 넘어 상상을 현실화하며 멋진 승리로 대미를 장식한다. 타고난 능력만 믿고 있던 토끼의 완패였다.

송언 작가는 '2학년 3반 아이들과 털보 선생님' 시리즈 중 <잘한다 오광명>을 읽고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를 살펴보며 관심을 가졌던 작가였다. <이야기 숲에는 누가 살까>는 털보 선생님이 주는 이야기 선물 보따리다.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 친구가 필요한 아이, 가족을 아끼는 아이,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 상상력이 뛰어난 아이, 새 세상으로 향하는 아이. 털보 선생님 반에도 똑같이 아이들은 한 명도 없었으니 각각의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책을 만든 것 같았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 편에 나오는 메꽃과 나팔꽃 이야기가 좋았다. 메꽃보다 늦게 피는 나팔꽃은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라, 메꽃이 주목받을 시간을 주며 느긋하게 핀다는 얘기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만약 메꽃보다 나팔꽃이 먼저 핀다고 혀 봐. 훨씬 예쁜 나팔꽃을 본 다음에 어떤 밝은 눈이 있어 덜 예쁜 메꽃을 보고 반기겠는가 말이여.”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주목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기다림과 배려의 의미를 먼저 피는 메꽃과 늦게 피는 나팔꽃으로 깨닫게 해 주었다. 식물은 저마다 필 시기를 알고 꽃을 피우는데 사람은 더 크고, 더 빨리 피우려 애쓴다. 사람처럼 고단하게 살아가는 이는 아마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털보 선생님이 곁에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책 내용도 읽고 들려주기에 부담 없는 양이라 한 편을 읽으면 옆에 앉아 있는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어졌다. 옛이야기는 익숙지 않아 잘 기억나지 않는데 한번 읽었어도 들려주기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다.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겨울바람이 아직고 차갑지만 꽃은 꽃망울을 터트리고 봄을 맞이한다. 아이들도 그렇다. 실컷 놀고먹고 자고 이야기하면서도 쑥쑥 자라고 있다. 이제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도 괜찮다는 아이의 말이 귓가에 매미소리처럼 앵앵거린다. 나도 그런 마음을 가질 때가 있었는데. 매일 밤 이야기가 고파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밤참으로 들려주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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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진로 독서 인문학 - 꿈을 찾는 청소년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독서수업
강정숙 외 지음 / 도서출판 해오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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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교육은 개인의 일에 대한 가치, 일을 통한 삶의 추구, 산업의 변화에 대한 이해, 직업 선택에 필요한 정보 분석, 자아 발달과 진로 성숙, 일생을 통해 전개되는 과정, 일과 자아실현, 일과 경제활동 등을 학습자에게 가르치는 일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 독서 지도가 이루어지는 것을 진로 독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한우리 독서지도사 양성 과정 <독서 교육의 이론과 실제> p.307

'진로'란 앞으로 나아갈 길이다. 통상적으로 장래희망을 의미한다. 삶에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정하는 것이므로 삶의 철학을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의 입시 위주 교육 제도 아래에 있는 아이들이 자신이 걸어나가야 할 길을 제대로 살피고 있는지 미지수다.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대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자기 이해나 확신을 갖고 진로탐색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내가 겪어 보지 못한 삶을 간접 경험하거나 직업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진로 독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은 진로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관점을 책을 통해 습득하도록 돕는다. 각 책에 수록된 독서 지도안과 학생들의 글을 읽으며 삶의 가치와 태도를 돌아보고 정립할 수 있다.

 

표지에 그려진 18개의 나침반은 빠르면 18살 부터 시작되는 진로 결정에 나는 어떤 나침반을 선택할 것인가 생각하게 했다. 과거의 성장을 더듬는 일을 다루는 1마당 '내 이야기를 풀어내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은 어떤 삶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보는 2마당 '행복을 논하다', 나를 벗어나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알고 소통하는 방법을 다룬 3마당 '다른 존재를 생각하다', 비로소 내 주관을 조금씩 드러내 보이며 스스로 판단하는 4마당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다', 지금 내가 걸어가는 길들이 모두 나의 선택에 따라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주고 종착지 너머의 삶을 꿈꾸게 하는 5마당 '길에서 배운다'라는 다섯 마당으로 구성되었다.

 

궁국적인 진로 탐색의 이유를 찾게 해 주었던 2장 '행복을 논하다' 편에 등장하는 동화집이 눈에 띄었다. 헤르만 헤세의 <환상 동화집>에 등장하는 단편으로 추상적인 행복을 삶에서 어떻게 구할 것인가에 대한 독서 지도법이 수록되어 있었다. 독서지도사 공부할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질문하기다. 핵심을 찌르는 명시적 질문(생각열기/내용 이해)과 암시적 질문(펼치기) 예제가 지도안에 잘 구성되어 있어 실제로 집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거나 글을 써볼 수 있다. 독서 토론에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듯 마지막은 책을 읽었던 아이들이 쓴 글을 함께 읽어보며 생각을 조금 더 넓힐 수 있었다.

독서지도안 질문 구성이 촘촘하면 왜 그렇게 질문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각자 행복의 기준과 범위는 다르기 때문에 내 기준을 철저히 알지 못하면 엉뚱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수업에 대한 경험담을 짧게 수록한 점은 진로 독서를 계획하는 선생님들에게 유용한 깨알 정보였다. 어떤 학생들이 좋아했는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어느 곳이었는지에 대한 경험 지식을 듣게 되면 보다 철저한 강의안을 작성할 수 있다. 이름은 <환상 동화집>이지만 초등 고학년보다 고등학교 1학년들이 좋아했다는 부분은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지식이다.

배움과 꿈을 찾는 것은 평생 하는 일이라고 하지 않던가. 비단 진로 고민을 하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뒤늦게 행복과 꿈을 찾으러 고분분투하고 있는 성인들도 스스로 책을 읽고 질문에 답하며 삶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구성이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욜로'나 '탕진잼'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설계하고 개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책을 통해 찾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진로를 찾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히 힘든 숙제로 남아있다.

4장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한다'에서는 학생들의 글 대신 논제를 만들어 토론하는 양식과 내용을 실었다. 암시적 질문을 위해 생각을 펼치는 활동에서는 고전을 발췌해 아이들의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게 했다. 4장에서 머리를 쓰는 훈련을 충분히 하게 되니 좀 더 발돋음해야 하는 5마당에서 선택의 가짓수는 늘어나고 생각의 깊이는 더해졌다.

어제도 오늘도 비슷한 일상 속에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눈과 생각이 트이면 새롭게 다가갈 수 있다. 새로운 꿈을 꾸는 어른들이 해봐도 좋을 책들이 잘 소개되어 있었다. 꿈이 없다면 꿈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와 키워 나가고 싶은 열정을 심어 주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다.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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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정석
장시영 지음 / 비얀드 나리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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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년마다 다이어리 결심 항목에 '영어 공부'가 빠졌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회화가 아니라 동화 원문을 읽어보고 싶어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솝우화 <The Man, the Boy, and the Donkey>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자연스럽게 해석이 되나요? "Please all, and you will please none." (모든 걸 가르쳐주세요, 아니면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말던가) 동화 정도는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었습니다. 단순한 구조의 문장인데 해석을 보지 않으면 알쏭달쏭 확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정석'대로 영어를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세대가 영어를 배우려면 꼭 사는 책이 있었습니다. 바로 <Basic Grammer in use>입니다. 문법을 위한 문법 '성문 기본 영어'에서 생활 영어 문법으로 들어가는 신세계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다만 자세한 해설이 없어서 예문을 통해 '느낌적 느낌'으로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왕초보가 영어의 기본을 배우려면 이 책만 한 교재가 없다는 생각은 변함없었지요. 그런데 독학으로 공부했었기 때문에 늘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해 줄 해결사가 이 책 <영어의 정석>입니다.

 

 

기초 편 첫 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영어의 문장은 주어로부터 가장 가까운 순으로 확장해 나간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그렇게 이해하니 '조동사'라는 말보다 주어의 심리적인 마음 상태를 나타낸다는 말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영어 학원에 다니는 초등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문법 용어입니다. 영어 문장 구성의 일정한 방식을 알려주고 확장하는 법을 말해주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아이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과 예문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영어 어순은 원어민의 사고를 보여줍니다. 어순 그대로, 주어로부터 주어의 마음, 행위, 행위가 영향을 미치는 대상을 그대로 읽어내는 방식을 영어의 정석을 가르쳐줍니다.

The Wizard of OZ>에 나오는 대화문입니다. 마법사에게 각자의 소원을 얘기하는 부분입니다.

"I'd like a brain," said the scarecrow.-'뇌를 가지고 싶어요." 허수아비가 말했어요.

"I'd like a heart," said the tin man.-'전 심장을 가지고 싶어요." 깡통 남자가 말했어요.

"And I'd like some courage," said the lion.-'그리고 전 용기를 가지고 싶어요." 사자가 말했어요.

"And what about you?" the Wizard asked Dorothy. "What do you want?"

-"그리고 너는 무엇을 원하느냐?" 마법사가 도로시에게 물어봤어요. "뭘 원하니?"

"I just want to go home to Kansas," said Dorothy.

-"전 그냥 캔자스의 집에 돌아가고 싶어요." 도로시가 말했어요.

"I will help you," said the Wizard. -"너희들을 도와주겠다." 마법사가 말했어요.

동화 내용을 알고 있으니 대충 봐도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기초 편에 나오는 조동사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would like'는 숙어로 '~하고 싶다'라고 외웠기에 해석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왜 마법사는 will을 쓰고 등장인물들은 would를 썼을까? 기초 편 조동사를 보니 will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강한 의지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할 수 있다는 can을 넘어선 느낌적 느낌이랄까요?

 

예전에는 어순을 외우고 단어와 숙어를 외웠다면, <영어의 정석>은 영어를 모국어처럼 쓰기 위한 본능적 느낌을 배운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문법을 시작하는 아이에게도 유용한 책인 것 같습니다. "엄마 조동사가 뭐야?"라고 물었을 때, "주어를 도와주는 동사인데.. 음. 설명하기 어렵네~" 이랬다면, 이 책을 읽고 나면 조동사는 이야기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를 나타내주는 말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눈여겨볼 부분은 전치사 부분의 설명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것입니다. 영어책으로 꽤 많은 책이 팔렸던 <영어 한 달만 다시 해봐! ENGLISH RE*START>에 나오는 이미지 기법처럼 전치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잉글리시 리스타트에서 뭉뚱그려진 이미지를 더욱 확실하게 짚어줍니다. 집요할 정도로 많은 예문을 들어 전치사의 느낌을 심어주려 노력한 부분이 보입니다. 요약하고 마지막 예문으로 해석이 안되면 돌아가서 다시 읽어보는 구성은 전치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고 있는 듯합니다. 즐겨보던 미드 <House of card>의 뜻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요.

 

그리고 영문 해석할 때 가장 골치 아프게 만드는 명사절이나 명사구의 기초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어는 주어가 먼저 인식한 사물을 먼저 언급하고 구체적 설명을 뒤에 붙이는 것이다"라는 점을 잊지 않고 시작한다면 헤매지 않고 기본 문장을 구분하기 위한 가지치기를 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좋은 영어 교재가 많이 나와 있지만 참 어렵게 배웠던 기억이 나서 자세한 설명을 읽다 보면 감동이 밀려옵니다.

<심화 편>은 조동사의 내용이 첨부되고 일반적인 문법 교재에서 보던 공식들이 많이 보입니다. 기본 문장의 형식을 알아야 내용이 확 들어온다는 것은 진리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다 알고 있다고 해도 기본 편을 정독하시기를 권합니다. 뒤에 나오는 현재분사나 과거분사도 결국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문법서라고 보기에는 너무 좋은 반질거리는 종이 재질감입니다. 형광펜이 미끄러지듯 그려지고 볼펜 필기감이 좋지 않네요. 양장본으로 꾸민 멋진 표지와 맞춘 것 같지만 내지의 폰트가 획일적인 점도 아쉽습니다. 예문을 설명하는 부분은 귀여운 글씨체로 변화를 주었다면 생동감이 들어 집중력이 향상되었을 것 같습니다.

늘 영어 공부를 결심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많기에 영어 기본서는 쏟아지듯 출판되고 있습니다. 흥미 위주로 만들어졌거나 기본 설명이 부족한 책들이 많은데 <영어의 정석>은 기본에 충실한 책입니다. 처음 문법 공부를 시작한 아이들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책입니다. 지금까지 배웠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분들께 영어의 정석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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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을 보면 밖을 보면 웅진 모두의 그림책 18
안느-마르고 램스타인.마티아스 아르귀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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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 안느 마르고 램스타인&마티아스 아르귀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듀오 작가입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장식 미술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며 친구가 되어 ‘전과 후’로 나누어 작업한 <시작 다음>으로 2015년 볼로냐 라가차상 논픽션 부분 대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된 <시작 다음>이라는 책 제목보다 ‘before after’라는 제목이 그림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의 노벨문학상이라는 볼로냐라가차 상을 수상했고 <안을 보면 밖을 보면>과 비슷한 구성이라 잠깐 소개해 봅니다.

 

<시작 다음>

아이들에게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시간도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요. <시작 다음>은 나 중심의 시간을 세상 밖으로 옮겨 놓습니다. 내가 잠을 자는 동안 거미는 밤새 거미줄을 만들고, 애벌레는 나비가 되기 위해 나뭇잎을 갉아먹습니다. 파도가 실어다 주는 것은 물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환되고 있음을 책은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시간의 흐름속에서 자연을 설명하지 않아도 느끼게 됩니다.

<시작 다음>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었다면 <안을 보면 밖을 보면>은 각자의 공간 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다각도로 넓혀 주고 있었습니다. 책 속에서 우리는 시간뿐만 아니라 각자의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안을 보면 밖을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수많은 은하 중에서 지구라는 행성 안입니다. 칼 세이건 <코스모스>에서 '푸른 점'이라고 표현되었던 티끌만 한 세계지요. 각자 보이는 세상이 다름에도 살다 보면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그림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네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이죠.

철창 안 새들이 바깥만 쳐다보는 모습이 마음 아팠습니다. 보이지 않은 철창 속에 갇혀 넓은 세상으로 날아오르고 싶은 사람들 마음과 비슷해 보였으니까요. 눈발이 날리는 스노볼을 보면서 그 모습을 상상할 수만 있다면 일상에서도 눈 내리는 모습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잠시 일탈하여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미술가 르네 마그리트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미술가였지만 철학적인 메시지가 가득한 그림을 그렸던 그의 그림이 생각난 이유는 알을 보고 새를 그렸던 그의 그림 때문입니다. 이미 그의 눈은 시공간을 아우르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그림의 제목처럼 '개인적 가치'에 따라 물건의 크기가 다르게 그려진 그림 속에서 우리의 상식과 관념은 깨어집니다.

 

<르네 마그리트>

독후 활동은 아니지만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와 책을 읽고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아이는 이불 속에서 공주님이 되어 또 다른 세상을 꿈꾸나 봅니다. 엄마가 모르는 세상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작가님께 다음 책을 권한다면 이런 내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이 되돌려 놓는 자연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요? 인증샷으로 즐기기 위한 것이라도 이런 인증샷이 늘어나 인간이 훼손한 자연을 되돌려 놓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권의 책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즐거운 여행이 되었습니다. 책을 보는 사람들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자연법칙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느낄 수 있는 넓은 안목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상에는 내가 보지 못한 세계가 더 많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작가님의 다음 책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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