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아찌아 마을의 한글 학교 - 첫 번째 찌아찌아 한글 교사의 아주 특별한 일 년
정덕영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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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는 찌아찌아 마을의 한글 학교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떻게 찌아찌아어에 한글을 문자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는지, 우리나라는 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과정을 통해 정덕영 씨가 한글 교사로 선정되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찌아찌아에서 한글을 가르치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떻게 극복해 나갔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관한 얘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여러 이야기 사이로 스치듯 지나가 버렸기 때문에 아쉬움이 조금 있을 뿐이다. 생각했던 내용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글 솜씨가 뛰어나서라기보다는 몸소 체험한 일들을 진솔하게 풀어나간 덕분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인도네시아 발리는 알아도 인도네시아 바탄 섬은 모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생소한 그들의 문화가 무척 흥미롭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각에 맞춰 생활하는 사람들. 깨진 타일이 바닥을 뒤덮은 어두운 교실에서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열심히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 자신의 손에 사진 한 장 쥐지 못하더라도 웃는 얼굴로 카메라에 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절로 미소를 짓는다. 대한민국 외에 한글을 사용하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지를 알아보는 것도 유익한 시간이었다.

2011년 10월 9일 인터넷 뉴스에 찌아찌아 마을 관련 기사가 났다. 찌아찌아 족이 사는 바우바우시가 한국의 훈민정음학회와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고 한다는 내용이다. 한글을 가르칠 교사 양성이 중단된 현재는 바우바우시에 있는 초등학교 단 3곳에서 193명의 아이들에게만 한글 교과서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한글 전파라는 미명 아래 본인들의 업적을 치켜세우기만 하는 여러 조직들이 추진한 과정을 보면, 1년 계획으로 한글 교육을 주도할 자원봉사자 단 1명을 파견하여 8만 명의 찌아찌아 족에게 한글을 가르치려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어도 이렇게 터무니없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을까.

경제적 효과도 누리려는 ‘바우바우시’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훈민정음학회’, 구체적인 검증 없이 예산과 외교 문제로 등 돌려버린 ‘서울시’의 입장이 엇갈린 채 의욕만 앞선 한글의 세계화 추진이었던 셈이다. 어디든 이권이 개입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지만 거창했던 시작이 무색하게 된 결과에 씁쓸하기만 하다. 어른들의 이권 다툼은 차치해 두고라도 들뜬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던 아이들의 희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서울시와 훈민정음학회는 이 문제를 결코 좌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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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 2015-05-12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는데 안타깝습니다...
 
배운 녀자 - 나 만큼 우리를 사랑한 멋진 여자들의 따뜻한 인생 이야기 17
고미숙 외 지음, 우석훈 해제 / 씨네21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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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선택했을 때 여기 나오는 17인의 여성을 모두 알지는 못했다. 그러나 눈에 익은 대여섯 명의 이름은 주저 없이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배운 녀자란 ‘단순히 많이 배운 고학력 여성들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배운 지식을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올바르게 활용하는 개념 있는 여성’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라고 했던가. 아니, 난 여기에 두 가지를 더 추가하고자 한다. 그들은 더 나아가 다른 이들까지 행동할 수 있게 이끄는 선도자라는 말을. 여전히 보수적인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에게 희망과 목표를 주는 존재라는 말을.

이 중 배우 김여진 씨의 한마디가 가슴을 울린다. “생각만 하지 말고 그냥 해 봐요. 대부분의 생각은 쓸데없고, 모든 경험은 유용함.” 마치 나를 향해 하는 말 같다. 어찌 될지 몰라 두려워만 하고 핑계거리만 찾는 나에게 하는 질책 같다. 무슨 일을 하든 온갖 생각으로 선뜻 한 발을 내딛지 못하는 나에게 보내는 응원 같다. 여행 작가 오소희 씨의 말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친구들! 한 번뿐인 인생, 제발 네 뜻대로 살아.” 이 책에 나오는 여성들은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의 뜻이 담긴 일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십 년이 지나도 이십 년이 지나도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고 있다. 하고 싶은 말, 할 말을 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하는 일도 제각각, 나이도 제각각, 살아온 길도 제각각인 17인의 여성들. 이들은 세상을 바꾸려는, 사회를 바꾸려는 생각으로 무언가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이름을 떨치고자 나선 것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하고자 하는 말들을 당당히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그들에게 그러한 꼬리표를 달았다. 나서는 여자들. 비꼬임이 가득 담긴 잘난 여자들. 팔자 센 여자들. 지금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 내 심정을 담아낸 말을 함부로 내뱉으면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야 하는 시대. 왜곡되고 삐뚤어진 시선들이 내 생각을 지배하려는 시대.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직접 나서지 못하는 나는 앞에서 이끌어주는 이들의 손을 잡고 묵묵히 따라가고자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나서서 해주는 그들을 밀어주고자 한다. 그들에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는 나는 그저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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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가을
이림 글.그림 / 가치창조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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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멋진 그림이 없다.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뒤적여서 찾아볼 만큼 예쁜 그림도 없다. 그런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볼 때마다 선명한 노란색, 초록색, 하늘색이 가슴에 와 닿는다.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신비하지도 않은 색으로 그저 단순한 노란색, 초록색이건만 이렇게 가슴에 와 닿는 이유가 무얼까?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이 색깔들과 단순한 그림으로 그려낸 고교시절 이야기가 그 시절 향수를 불러온다.

글 전체에 걸쳐 나오는 봄이라는 여자 아이와 가을이라는 남자 아이를 둘러싼 알 수 없는 현상들이 궁금한 한편, 등장인물들이 그려내는 학창시절을 보며 그 때의 나와 친구들이 떠올라 마음 따뜻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허황되거나 화려하지 않은 글과 그림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기억 한 자락을 건드려주는 책이 가끔은 필요한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 18살. 그때 내가 입었던 교복, 친구들과 나눴던 수다, 장난. 하교 길의 떡볶이, 시험, 고민들……. 마치 집안 어느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일기장을 꺼내 읽듯 글자 하나하나를 만져보며 읽게 된다.

봄과 가을. 겨울과 여름이 있어 서로 만날 수 없는 계절. 작가는 봄에도 붉게 물들어 있는 단풍나무를 보고 ‘봄이 가을을 엄청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나도 한때 이와 비슷하게 봄과 가을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가을에 핀 개나리를 보고 ‘봄하고 가을은 참 많이 닮았구나.’라는 생각. 맑은 하늘도 그렇고, 선선하면서도 따뜻한 날씨도 그렇고, 울긋불긋한 식물도 그렇고. 물론 세세한 점들을 이성적으로 따져본다면 말도 안 된다는 여러 반박이 나올 소리겠지만, 사춘기 소녀에게는 봄과 가을이 그렇게 닮아보였다.

이 책 <봄, 가을>에 나오는 봄이라는 여자 아이가, 가을이라는 남자 아이가 여름과 겨울이라는 어른이 되기 위해 부지런히 성장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참 좋은 시간이었다. 지난 세월에 아쉬움을 품는 것을 보면 이젠 나도 진짜 여름이 되고 있나 보다. 인생사 팔십 년에 서른 즈음이면 여름이 맞겠지. 여름이 되고 나면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될 테지. 누구의 말처럼 나는 이 여름을 제대로 즐겨보려 한다. 그 뜨거운 열기처럼 한 번 치열하게 살아보려 한다. 여름인 내게 봄 같은, 가을 같은 책 <봄, 가을>은 잠깐의 휴식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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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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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주가가 요동쳤던 적이 있었던가? 요즘처럼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적이 있었던가? 이 모든 일들이 세계 경제를 손에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달러의 흐름과 연관이 있을 텐데도, 주가만큼 금 시세만큼 달러 가치를 눈여겨보지 않았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에서도, 심지어 언론에서도 환율에 관심을 갖는 이는 드물다. 그저 십 원, 이십 원, 아니면 그 아래의 단위로 변동되기 때문에 크게 체감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외환 딜러들에게만 필요한 줄 알았던 환율 변동과 달러의 미래를 알아봄으로써 그동안의 무지를 반성해보고자 책을 펼쳤다.

달러와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조차도 달러의 위력을 실감하는 때가 있는데, 바로 해외여행을 할 때이다. 꼭 미국이 아니더라도, 아니 관광지로 알려진 나라라면 대부분 달러가 통용되거나 달러를 환전하는 곳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겠지만 내가 다녀본 십여 개 국에서는 그러했다. 이 막강한 달러가 최근 몰락의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경제를 지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을 특별히 ‘한국어판 서문’으로 작성했다. 원 글인 영어판은 2011년 초에 출간되었지만, 한국어판은 2011년 가을에 와서야 출간되었으니 시간상으로 약 9개월이 차이 난다. 요즘 세계경제의 판도가 한 달 사이에도 급변하는 판이니 9개월이면 오죽할까.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첨부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의 이러한 섬세함은 독자에게 친절함으로 다가와 책을 읽으면서 열린 마음으로 내용을 받아들이게 된다.

본문에서는 세계적으로 달러가 통용됨으로써 미국이 누리게 되는 특권이 과도하다는 내용을 화두로 던진다. 그러나 달러로 인해 특권을 누리던 미국이 세계적 입지를 점차 잃어가면서 달러의 국제적 위상을 떨어트리고 있다. 통화에 국제적 위상을 부여하는 것은 발행국의 입지이기 때문이다. 달러는 유로나 위안 혹은 IMF의 특별인출권에 오랫동안 누려온 특권을 뺏길 위험에 처해있다. 그러나 달러가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듯이 다른 경쟁통화들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당장 그 자리를 내줘야 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달러 홀로 독주하는 시대가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복수의 국제통화가 공존하는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중국이 달러를 몰락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달러가 몰락한다면 그것은 미국의 잘못이다.”

경제 용어들을 사용하면서도 상황을 쉽게 풀어 쓴 덕분에 글의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다. 또한 달러의 탄생 비화, 초창기 달러의 해외 유통 과정, 파운드의 하락과 달러의 상승, 달러의 국제금융 지배 과정을 당시 시대 상황과 함께 차근차근 설명해서 잘 정리한 점도 만족스럽다. 한편 달러의 경쟁상대로 떠오른 유로의 탄생 배경과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는 동시에 달러와의 단계도 자세히 규명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 불어 닥친 금융위기의 바람과 그로 인한 달러의 위기, 위기 극복 방법 등을 제시하면서 독자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현 국제 정세와 달러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설명해 줄뿐 저자의 견해는 드러내지 않는다.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강요하기보다는, 그 문제가 발생하게 된 배경과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움직임 등을 예측만 해줌으로써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쪽으로 의도한 듯하다. 경제용어를 사용하면서도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게 참 잘 풀어나간 책으로, 나처럼 얕은 지식만을 가진 독자도 이해하기 쉽게 쓴 덕에 한 권쯤 읽어두면 경제 쪽의 이야기를 좀 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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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In the Blue 1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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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쪽 번호가 없다.
언제, 어느 장을 펼치든 내가 보고자 하는 크로아티아가 펼쳐진다.
멋지기보다는 편안한 사진.
화려하기보다는 잔잔한 그림.
내가 그곳의 일상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들이 여행자가 될 수도 있을 법한 곳.
크로아티아가 번져 나에게 스며들고, 내가 그곳으로 스며들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세월을 이겨내면서 쩍쩍 갈라진 바닥도, 만국기처럼 펄럭이는 줄에 걸린 빨래도
감동이 되고 추억이 되는 크로아티아.

누구라도 ‘행복’을 담아 간다는 두크로브니크.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진정한 낙원’. 붉은 삼각지붕과 대리석 바닥, 길바닥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 노인들이 책을 덮은 후에도 눈에 선하다. 도시를 감싸는 성벽과 성벽을 감싸는 짙푸른 바다가 그대로 읽는 이에게 스며든다.
“여행은 돈이 많다고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돈이 없다고 떠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많다고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시간이 없다고 떠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좋은 곳이 있다 한들 아무리 돈과 시간이 넘쳐난다 한들 내가 내키지 않으면, 내가 가고자 하지 않으면 갈 수 없다.”
이 구절에 격하게 동의한다.

‘호수와 나무의 요정이 사는 숲’이란 수식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곳, 프리트비체 국립공원. 유럽인들은 이곳을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봐야 할 비경으로 꼽는단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사진 한 장만으로도 감동을 충분히 전달받고, 지은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들린다. ‘죽기 전에 꼭 한 번은’이 아니라 죽기 전에 꼭 네 번은 가봐야 할 것 같다. 그만큼 플리트비체가 갈아입는 사계절의 옷이 모두 색다르기에.
“플리트비체는 묵묵히 소박한 길을 따라 누구의 흔적도 좇지 않고 나의 흔적 또한 남기지 않으며 그저, 이 소롯한 길을 따라 앞으로 앞으로 위로 위로 때로는 아래로 아래로 걷기만 하는 곳이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 치열한 격전이 벌어졌던 곳, 낡고 빛바랜 건물과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진 비뚤어진 문짝이 멋스러운 곳, 스플리트.
“무엇인가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정서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크로아티아어로 미사를 드리게 해달라고 바티칸에 요청했던 것으로 유명한 주교 그레고리 닌의 동상. 구시가의 북문 근처에 높이 솟아있는 그레고리의 동상을 보면, 엄지발가락부터 발등까지가 반들반들하다. 그 부분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소원을 품고 와, 간절하게 주교의 발을 쓰다듬었을까.”
이 구절을 보면서 퍼뜩 떠오른 우리나라의 돌하르방. 코를 만지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그 하르방이 떠올랐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만졌기에, 얼마나 간절히 빌고 또 빌었기에 사람의 손길로 돌을 닳게 했을까. 그들은 하르방의 코를 만진다기보다는 한 가닥 희망이라도 붙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발칸반도의 천년 고도라 불리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17세기 크로아티아에서 전쟁터로 나가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사랑하는 연인에게 정성스럽게 수를 놓아 목에 매주었다는 넥타이. 사랑하는 이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였던 넥타이.”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자그레브처럼, 사랑과 구속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담게 된 넥타이. 어떤 것이든 내 마음대로 의미를 부여하면 나의 의미가 되겠지. 이렇게 크로아티아 여행을 마치면서 벌써부터 새로운 번짐 시리즈를 찾아보려 한다. 끝과 시작의 공존, 내 맘대로의 의미부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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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의일상 2011-10-0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최.근.에. 알라딘 블로그를 시작한 이입니다. 새로운 출발선에 같이 서있는 것 같아 글을 남깁니다. 행복한 독서생활 만들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