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을
이림 글.그림 / 가치창조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멋진 그림이 없다.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뒤적여서 찾아볼 만큼 예쁜 그림도 없다. 그런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볼 때마다 선명한 노란색, 초록색, 하늘색이 가슴에 와 닿는다.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신비하지도 않은 색으로 그저 단순한 노란색, 초록색이건만 이렇게 가슴에 와 닿는 이유가 무얼까?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이 색깔들과 단순한 그림으로 그려낸 고교시절 이야기가 그 시절 향수를 불러온다.

글 전체에 걸쳐 나오는 봄이라는 여자 아이와 가을이라는 남자 아이를 둘러싼 알 수 없는 현상들이 궁금한 한편, 등장인물들이 그려내는 학창시절을 보며 그 때의 나와 친구들이 떠올라 마음 따뜻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허황되거나 화려하지 않은 글과 그림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기억 한 자락을 건드려주는 책이 가끔은 필요한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 18살. 그때 내가 입었던 교복, 친구들과 나눴던 수다, 장난. 하교 길의 떡볶이, 시험, 고민들……. 마치 집안 어느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일기장을 꺼내 읽듯 글자 하나하나를 만져보며 읽게 된다.

봄과 가을. 겨울과 여름이 있어 서로 만날 수 없는 계절. 작가는 봄에도 붉게 물들어 있는 단풍나무를 보고 ‘봄이 가을을 엄청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나도 한때 이와 비슷하게 봄과 가을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가을에 핀 개나리를 보고 ‘봄하고 가을은 참 많이 닮았구나.’라는 생각. 맑은 하늘도 그렇고, 선선하면서도 따뜻한 날씨도 그렇고, 울긋불긋한 식물도 그렇고. 물론 세세한 점들을 이성적으로 따져본다면 말도 안 된다는 여러 반박이 나올 소리겠지만, 사춘기 소녀에게는 봄과 가을이 그렇게 닮아보였다.

이 책 <봄, 가을>에 나오는 봄이라는 여자 아이가, 가을이라는 남자 아이가 여름과 겨울이라는 어른이 되기 위해 부지런히 성장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참 좋은 시간이었다. 지난 세월에 아쉬움을 품는 것을 보면 이젠 나도 진짜 여름이 되고 있나 보다. 인생사 팔십 년에 서른 즈음이면 여름이 맞겠지. 여름이 되고 나면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될 테지. 누구의 말처럼 나는 이 여름을 제대로 즐겨보려 한다. 그 뜨거운 열기처럼 한 번 치열하게 살아보려 한다. 여름인 내게 봄 같은, 가을 같은 책 <봄, 가을>은 잠깐의 휴식같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