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필요 없다 - 인공지능 시대의 부와 노동의 미래
제리 카플란 지음, 신동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매우 과격한 제목이다. '인간은 필요없다.'(Human need not apply) 영어 제목을 한글로 번역하면서 그 의미가 더 강하지긴 했지만 자극적이다. 인공지능은 최근 들어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휴대폰, TV 등 새로 나오는 전자 제품들은 대부분 인공지능을 내세우고 있다. 이미 알게 모르게 우리는 인공지능이 포함된 많은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인공지능의 시대는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당황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나의 일자리를 빼앗기게 될까?",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까?". 막연한 낙관도 두려움도 적절치 않다. 권위있는 인공지능 학자인 스팬포드 대학교 제리 카플란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 머신러닝의 잠재력
  인공지능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굴곡이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의 뜨거운 관심을 받다가 슬며시 식어버리기를 반복해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인공지능 연구의 결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비약적으로 발전한 컴퓨터의 처리 능력과 저장 공간에 힘입은 바 크다. 인공지능 연구자들 중 일부는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여 경험을 통하여 배우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 두뇌 속 뉴런과 같이 다수의 입력을 수용하고 출력하는 프로그램을 다량으로 만들었다. 그 다음에는 하부 층의 출력이 상부 층의 입력으로 이어지는 연결망을 만들었다. 그리고 '신경망'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신경망은 초기에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컴퓨터의 연산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저장 장치와 인터넷의 발전에 따라 원하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되면서 빛을 발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 있어서는 인간의 능력을 가뿐히 넘어서고 있다. 

2.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로봇의 세계
 어떤 일을 해내려면 4가지의 자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일을 수행할 '에너지', 관련된 측면을 감지하는 '인식',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기 위한 '추론', 목표한 바를 실제로 수행할 '수단'. 일반적으로 현재까지는 이 4가지 자원이 한군데 모여 있었다. 바로 사람이 그런 예이다. 사람은 물리적 한계에 영향을 받는다. 음식을 섭취해서 에너지를 얻고, 생각하는 머리, 생각한 바를 실행하는 손,발이 모두 한 몸에 있다. 그러나 로봇은 다르다. 에너지는 멀리서도 공급될 수 있고, 클라우드에서 대부분의 데이터 처리가 일어날 수도 있으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무언가를 움직일 수도 있다. 인간이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기는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3. 인공지능의 법적 지위는 어떻게 될까?
 로봇이 잘못을 하면 누가 처벌을 받아야 할까? 그리고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할까?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리면서 당장 마주치게 되는 질문들이다. 최근에 우버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행자와 충돌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우버 자동차는 자율주행상태였고, 조주석에는 감시자가 타고 있었다. 감시자가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인가? 아니면 시스템을 만든 우버인가. 답을 내리기가 쉽지않다. 제리 카플란 교수는 회사의 예를 들어 인공지능 자체에 인격을 부여하고 처벌도 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회사를 만들고 '법인'이라고 부른다. 회사에게 법적인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법인은 재판도 받을 수 있고, 당연히 처벌도 받을 수 있다. 또 과거 노예제도를 들어 로봇의 경우를 추정하기도 한다. 과거 미국에서 노예는 주인의 재산으로 간주되었으나, 노예가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그 노예가 처벌을 받았다. 아마도 로봇에게는 일정 기간동안 에너지 공급을 중단하여 가동되지 못하게 하거나, 신규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등의 처벌이 내려질 수도 있을 것이다. 로봇이 법정에 서 있는 모습을 멀지 않은 미래에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3. 일자리의 변화와 소득불평등의 심화
인공지능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면서 첫번째로 우려되는 것은 로봇의 인간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과 그로 인한 소득 격차의 심화이다. 단순 노동에서 지식 집약적인 일에 이르기 까지 인공지능은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은 새로 생겨날 일자리를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인간의 적응 속도보다 빠를 것이기 때문이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에 이르는 산업혁명의 시기에도 노동자들은 기계의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그 영향은 크지 않았다. 변화의 속도가 충분히 느려서 사람들은 새로운 일자리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변화는 인공지능을 소유하는 사람들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간의 소득 격차를 크게 만들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소득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위해 기본소득 등 다양한 방안이 이미 논의되고 있다. 제리 카플란 교수는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직업을 얻도록 도와주는 '직업대출'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으로 인한 소득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강력한 소득재분배 정책과 기부 등 부를 소유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저자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 인간을 지배할 정도의 지능을 갖춘 인공지능의 출현은 매우 오랫동안 불가능 할 것이다. 그러나 점점 더 인공지능이 사용되는 영역이 넓어질 것은 명확해 보인다. 그리고 그 영향을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체감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올바른 발전 방향과 효과적 사용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공지능이 더 많은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우리 눈 앞에 터미네이터가 나타나서 총구를 겨눌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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