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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모비딕의 명성은 예전부터 익히 들어오고 있었고 집에는 1970년대에 번역출간된 동서문화사판 번역서도 있었지만, 명성에 비해 실은 책은 두껍고 내용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는 세평에 따라 수십년째 서가에만 꽂아두고 읽을 엄두를 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작년 <미국은 왜 실패했는가> (모리스 버먼 저, 김태언, 김형수 옮김 녹색평론사)라는 책을 통해서 였다(187쪽 참조).
그래서 이왕 읽을 바에는 최고의 번역본을 찾아 읽자는 취지에서 확인해 보고 김석희 번역본을 새롭게 구입해 읽게 되었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피쿼드 포경선의 에이해브 선장이 자신의 한쪽 다리를 앗아간 흰고래 모비딕을 광기에 사로잡혀(좋게 말하면 집념) 추적하다 최후의 3일간의 혈투를 벌이다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간단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알 수 없는 수많은 은유, 함유, 비유로 점철된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고 독자 각자가 자신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열려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흔이 말하는 고래학에 관한 잡다한 지식을 말하고 있지만 따분하고 학술적이고 지엽말단 적인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위트와 해학이 넘치는 내용도 많고(53장 사교방문), 흥미진진진한 용연향 부분(92장), 퀴케그의 처연한 죽음장면이 인상적인 110장 <관속의 퀴퀘그> 같은 부분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주절이 주절이 말이 길어졌는데,
이 책은 135장으로 이루어졌고 쪽수로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인데 실제 흰고래 모비딕을 만나는 부분은 후반부 겨우 몇장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책은 고래를 잡느냐 마느냐의 책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탐욕과 아집으로 고래를, 자연을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모두 파멸로 몰고가는 에이해브 선장의 길을 우리도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