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전 - 반체제 인사의 리더에서 성인이 되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공자 이야기
시라카와 시즈카 지음, 장원철.정영실 옮김 / 펄북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지난 몇 주간 이 책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다.

고리타분하고 지루하게만 인식되던 공자와 논어의 세계를 깊이 있고 매력적인 필체로 그리고 있다. 저자의 깊은 학문적 연찬과 공자에 대한 관심의 결과이리라.

 

<공자전>을 두 번째 읽게 되었는데, 시라카와 시즈카의 <공자전>을 알게 된 것은 수년전 헌책방에서 우연히 구입하여 읽게 되면서 부터이다. 1977년 지인사라는 출판사에서 김하중이라는 분에 의해 번역된 책이었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빨려들고 말았다.

    

그러나 김하중 번역은 번역이 아니라 그저 일본어(한자)를 그저 변환해 놓은 수준이어서 새로운 번역본을 읽고 싶었는데, 위 번역본을 읽고 나서야 한길사에서 2004년 장원철에 의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바꾸리라>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사실을 알았으나 안타깝게도 절판된 상태여서 구할 수 없었다.

 

그러다 <한겨레>에 위 책의 수정번역본이 새로 출간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바로 구입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장원철 번역은 유려하다.  훌륭한 번역이라 생각된다.

 

도올 김용옥의 공자는 무당의 아들이라는 주장은 이 책을 근거로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하여 한국의 한학자(동양철학자 : 이기동 등)들은 맹비난을 하고 있지만이러한 주장은 흥미위주로 무책임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갑골문, 금문, 한자학에 있어 세계 최고의 권위와 실력을 갖춘 저자가 자신의 오랜 연찬을 바탕으로 각종 사료에 근거해 주장하고 있는 바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위 주장의 맞고 틀리고는 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자를 절대적인 성인군자로 모시고 일점일획도 불경한 해석을 가할 수 없다는 그 맹목이 더 문제가 아닐지.

 

이 책은 공자의 생애를 그의 제자들과 논어의 구절을 통해 생동감있게 그리고 있는데, 저자는 깊은 내공과 번득이는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수천년 전 공자의 시대로 이끈다. 무미건조한 논어 구절은 저자의 안내로 새로운 의미와 숨결을 얻는다. 이 책을 읽은 후 논어를 다시 새로운 느낌으로 읽게 되는 것은 덤이다.

    

저자의 통찰력이 빛나는 한구절을 소개한다.

 

"사상은 어떤 의미에서 변혁을 꾀하는 곳에서 생겨나는 것이므로, 변혁자는 반드시 사상가여야 하고 행위자여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상이나 행동이 체제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리 없다. 그래서 사상가는 흔히 반체제자가 되며, 적어도 반체제자로 취급받는 것이다. 공자는 이러한 의미에서 반체제자였다. 공자가 그 자신의 생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망명과 표박(漂泊) 속에서 보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공자는 그러한 의미에서 권외(圈外)의 인간이었다."(151 ~ 152쪽)

 

  

아쉬운 점은 역자가 뛰어난 번역가임에는 틀림없지만 성실한 번역자는 아닌듯하다는 점이다. 최소한 논어의 원문은 역자주로 병기하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에 기재한 1977년 번역본의 김하중은 유려한 번역은 아닐지언정 매우 성실하고 꼼꼼한 번역과 역주를 달고 있다. 수백여구에 이르는 논어, 맹자, 장자 등의 원문을 역자주로 옮기고 그에 관한 별도의 어구해석도 가하고 있다(사마천의 사기 중 <공자세가>도 원문대역으로 부록에 첨부).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번역자 장원철의 불성실성(?) 덕분에 내가 가지고 있는 논어관련 책들을 뒤져가며 책의 여백에 해당 논어 원문을 기재하며 논어 원문의 맛을 만끽한 것은 망외의 소득이었다.

 

깊이 있고 매력적인 이 책이 이전과 같이 절판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혀지기를, 그래서 더욱 수준 높은 책들이 계속 번역, 저술되기를.....

 

사족

1.  1. 공자에 관한 매력적인 책을 하나 추천한다면 H. G. 크릴의 <공자 : 인간과 신화>(이성규 번역, 지식산업사)이다. 처음 공자에 대해 읽은 책인데 공자와 논어에 대해 다시보게된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번역의 전범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2. 2. 자가 책 말미에 기재하고 있는 논어에 대한 정밀한 연구서인 기무라 에이치(木村英一)<공자와 논어>가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른 시일 내에 번역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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