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의 대가, 수호전을 역사로 읽다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차혜원 옮김 / 푸른역사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정말 흥미로운 책이다.

수호전에 흥미가 있거나 어릴 적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니 수호전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일본 교토학파의 중국사 대가인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市定, 1901-1995)가 수호전에 나오는 인물들, 제도, 관직 등에 대하여 역사적 사실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또는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매우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호사가적인 취미나 호기심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깊고 넓은 학문을 바탕으로 매우 깊이 있는 설명을 가하고 있음에도 전혀 먹물 냄새가 나지 않게 간결한 문제, 유쾌한 해설이 이어진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면,

양산박의 수령 송강이 나중에 조정에 귀순해서 장군이 되어 방랍의 난을 평정하는데 공을 세운다는 수호전의 내용에 대해 저자는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도적 송강과 장군 송강은 두 명이었다고 고증한다.

 

또 하나 개인적으로 어릴적 수호전을 읽으며 ‘80만 금군의 교두 임충이라는 구절을 황제의 친위부대 80만 대군을 통솔하는 우두머리로 착각하고 있었는데 저자에 의하면, ‘교두는 금군(황제의 친위부대) 중에서 무술에 능통한 자를 교사로 뽑은 직책으로, 지위로 보면 최하급은 8급 또는 9급 무관에도 못미치는 자로 요즘 군대로 치면 하사 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 외에 당시 관료제도 및 중국의 식인풍습 등에 대해 구체적인 역사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은 왜 이렇게 깊이 있으면서도 쉽고 흥미있는 책을 저술하지 못하는 것일까. 기실 이러한 책은 어설픈 실력으로는 엄두도 나지 않는, 오랜 기간 내공을 쌓은 진정 대가만이 쓸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예전 이산에서 번역 출간된 저자의 <옹정제>를 매우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는데, <옹정제>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차혜원의  번역이다. 매우 매끄럽고 꼼꼼하게 옮겨진 느낌이다.

 

이러한 책이 절판이라니 안타낍다. 다시 재 출간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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