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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재 박규수 연구
김명호 지음 / 창비 / 2008년 11월
평점 :
이 책의 출간은 벌써 오래전 듣고 있었지만, 이제야 구해 읽었다.
10여년 전 저자 김명호의 <열하일기 연구>(1990, 창작과비평사)를 읽게 되었는데 연암의 열하일기를 너무도 재미나게 읽은 뒤라서 전문적인 위 책도 꽤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 뒤 김명호는 돌베개에서 연암집(상, 중, 하)(2007년)을 번역하여 출간한바 있고(출간된 뒤 바로 구입했으나 아직도 두 번째 권 읽는 중 ^^) 2008년 후속 연구 결과로 이 책 <환재 박규수 연구>를 출간하였다.
이 책은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알려진 박규수를 그의 저술 및 주변 인물들을 통해 정밀하게 탐구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동안 저자의 각고의 노력에 의한 연구 업적(논문)을 집적한 것이다.
그에 따른 단점도 물론 있다.
전문적인 학술논문을 모아 한권의 두툼한 책으로 엮다 보니(800쪽에 육박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서술이 반복되기도 하여 책의 흐름이 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박규수는 어떤 사림이었을까.
박규수는 연암 박지원의 손자로 19세기 개화파의 선구로 알려진 자이다. 저자는 박규수를 통해 19세게 구한말의 여러 모습을 탐색하고 있다.
출판사의 책소개에 기재된 것처럼 시대의 선각자, 조숙한 천재, 개혁적 관료 등 여러 모습이 있을 수 있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은 부정부패로 얼룩진 19세기 조선 관료 사회에서 그가 보기드물게 강직하면서도 백성들을 위하는 관료였다는 사실이다.
1854년 경상좌도 암행어사로 임명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절친한 친구의 절교를 무릅쓰면서도 부패한 친구의 부친을 처벌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1862년 진주‘민란’(농민항쟁)이 일어나자 안핵사에 임명되어 사건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일반 백성들의 고통을 세밀하게 살피는 목민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박규수의 한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또한 시대의 사람이었다. 중화에 대한 뼛속 깊은 숭모사상과 문벌의식은 그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1차 아편전쟁 및 제2차 아편전쟁으로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대한 그의 인식과 안목은 선각자의 것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었다.
이 책은 철종대까지의 박규수 연구에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박규수를 언급할 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1866년의 제너럴셔어먼호 사건, 1871년의 신미양요, 1876년 강화도조약(조일수호조규)에 대한 내용은 간단한 박규수 연보로 대신하고 있다. 저자는 고종대의 박규수 활약에 대하여는 추후 연구를 기약하고 있다. 그의 성실한 연구 성과가 또 한권의 묵직한 책으로 묶이어 출간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가지 더 독자로서 바란다면,
이러한 전문적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추후 정말 매력적인 박규수 평전의 출간을 부탁드리고 싶다.
이 책은 성실한 학자의 노력이 엿보이는 진중한 책임에는 틀림없지만,
결코 매력적인 독서시간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