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병동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7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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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우주 암병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1. 우선 내가 읽은 <암병동>은 민음사 판이 아니다.

   암병동을 감동적으로 읽고 몇 자 적어두기 위해 이곳 민음사 판 암병동 1. 부분에 실례를 한다.

 

2. 내가 읽은 번역본은 동완(董完) 선생이 1972년에 번역한 정음사 신역세계문학전집 47. <암병동>이다. 세로조판에 깨알 같은 포인트의 글자로 490쪽 한 권으로 되어있다.


   함북 명천 출생의 1922년생인 동완 선생은 해방 후 4년간 극동 지역에 거주하면서 당시 소련의 사회문화를 직접 체험하였으며 그로 인해 완벽한 수준의 러시아 구사 능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외대 및 고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1997년 영면).


   50여 년 전 번역이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이질감이나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더없이 뛰어난 번역이라고 생각된다.

 

3. 이 소설은 당시 소비에트연방인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에 소재하는 암병동에 입원해 있는 암환자들과 의료인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데, 시대적 배경은 스탈린 사후 1950년대이다. 번역자 동완 선생은 해설 부분에서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자들은 적어도 19533월의 스딸린의 죽음, 12월의 비밀경찰 두목 베리야의 총살, 19552월의 말렌꼬프 수상의 사임(그 신문기사가 제119장에 나온다), 19562월의 제20차 소련 공산당대회 등등, 이른바 <해빙기> 상황으로 옮겨간 소련 사회의 개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리라고 생각된다.”

 

4.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의 묘사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각 개인들의 절절한 사정과 삶, 질병의 고통이 가슴 깊이 전해져 온다. 스탈린 치하의 소련 국내 정세가 일반 개인들의 삶에 얼마나 파멸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엿볼 수 있다.


   암으로 인해 누구는 죽음을 맞이하고, 젊은 청년은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고, 꽃다운 17세 아름다운 소녀는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앞두고 절망하기도 하지만 그 가운데 이웃의 따스한 온정과 사랑이 있어서 그 참혹한 현실을 견뎌 나간다.

 

5. 암병동이라는 폐쇄되고 벗어나기 쉽지 않은 공간을 배경으로 당시 소련의 억압적인 상황을 묘사함과 아울러 인간군상들의 다양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우리들의 현재의 삶도 솔제니친의 암병동과 마찬가지로 암으로 대표되는 온갖 질병들과 삶의 질곡 속에서 때론 절망하고, 때론 이웃의 관심과 사랑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6. 이전에 솔제니친의 르뽀 <수용소군도>(1~6, 열린책들. 김학수 번역)를 읽고 솔제니친의 필력과 내공에 놀랐다. 이 책 <암병동> 또한 읽는 내내 감동적이었는데, 곳곳에 인상적인 문장이 넘쳐나서 줄곳 책에 형광펜으로 표시해가며 읽었다


   작가는 몇몇 주인공들뿐 아니라 잠시 등장하는 작은 배역의 등장인물들에게도 애정과 관심을 담아 각자의 아픈 사연과 삶의 고단함을 묘사하고 있는데 그래서 소설은 더욱 풍성해지고 깊이와 무게가 더해지고 있는 듯하다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오래전에 발간된,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이 소설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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