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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리 - 자유와 진실을 향한 외침
추미애 지음 / 해피스토리 / 2023년 11월
평점 :
다큐멘터리보다 더 많은 사실과 진실을 담은 소설
– 망각을 극복하고 기록으로
1.
이 책은 눈으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
너무 쉽게 휙휙 책장을 넘겨서도 안 된다.
한 줄 한 줄, 이름 하나하나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그들이 한 말과 행동을, 그 본질을 음미하고 분노를 꾹꾹 누르며 천천히 읽어야 한다.
2.
소설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실명을 약간 비틀어 가명을 쓰고 있는데 소설적 장치일 수도 있고 혹은 개인들에 대한 명예훼손 예방책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이 단순한 소설을 넘어 하나의 역사적 징치(懲治)이고(이른바 필주筆誅) 다른 한편으로는 실패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반성, 평가를 담은 보고서의 성격임을 감안 할 때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3.
역설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등장 속 인물이 가명이기에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책을 읽게 되었는데, 기억을 더듬고 검색을 거쳐 소설 속 가명의 진짜 이름을 되살려내어 그 본명을 해당 글 좌우 여백에 펜으로 꾹꾹 눌러 기록해 가며 책을 읽었다. 그들의 이름이, 그들이 한 행동이 망각 속으로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4.
이 책은 추미애의 소설 속 분신인 장하리가 법무부 장관의 업무를 수행하는 약 1 년여 간의 시간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간의 파란만장한 한국정치의 민낯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검찰개혁은 왜 실패했고 당시 대통령, 청와대 비서실장, 국무총리, 여당 대표, 법사위원들의 행동과 대응들이 어떠하였는지 그간 언론에 의해 보도된 단편적, 편면적 모습보다 더 깊이 있게 보여주고 있다.
글을 읽으며 독자들의 탄식과 한숨이 절로 새어 나온다. 그래서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5.
한 사람의 독자로 지난 3~4년간의 일들을 읽는 것도 이렇게 가슴 저리고 힘든데 당사자로서 통절한 기억을 되짚어 이 소설을 써 내려간 추미애 장관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면 안쓰럽고 아찔하다.
그러나 그런 고통스러운 복기(復棋) 없이 실패의 원인(原因 및 遠因)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고 미래를 준비할 수 없을 터이니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추미애 장관에게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었으리라.
그는 쉬운 <망각>에 안주하지 않고 <기억과 기록>의 힘든 여정을 택해 미래로 가기 위해 이 책을 출간했다.
실패를 딛고 <푸른 하늘을 향한 비상을 기약하며>(그의 프롤로그 마지막 문장) 시작한 그의 이야기와 앞날에 기대와 성원을 담아 간략한 서평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