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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시대 1415~1784 - 중국은 왜 해양 진출을‘주저’했는가?
조영헌 지음 / 민음사 / 2021년 8월
평점 :
1.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매우 흥미롭게 이 책을 읽었다.
수백년 전 중국 운하를 따라 여행하듯 또는 그 당시 동남아 및 전세계를 일주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독서 시간이었다.
저자 조영헌이 명명한 ‘대운하 시대’라는 것은 서양의 ‘대항해 시대’에 빗댄 주장이다. 유럽이 바다로 진출하던 시기에 중국은 정화의 원정에도 불구하고 왜 해금(海禁) 정책으로 바다로 나가는 문을 닫고 해양진출을 ‘주저’하였는지 저자 나름의 고민과 의문에 대한 답이 이 책 <대운하 시대>이다.
2.
15~18세기 명청시대의 중국은 고립되고 닫힌 시대가 아니라 그 당시 대운하를 정비하여 물자가 풍부한 강남에서 북경까지 곡물 수송을 비롯한 물자, 인력의 원활한 수송을 통해 번영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흥미진진하게 전하고 있다.
저자는 1415년부터 1784년까지 6개의 특정 주제 연도를 제목 삼아 대운하 시대를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1415년 영락제가 북경 천도를 준비하며 대운하를 재건하다, 1492년 휘주상인이 염운법의 변화로 새로운 기회를 잡다, 1684년 강희제가 대운하를 이용해 강남 순방을 시작하다 등이다.
중국사에 예비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이미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부분도 있겠으나 전문 연구자가 아니라면 들어보지 못하였을 휘주 지역의 소금상인에 관한 부분 등은 처음 들어보는 것임에도 매우 흥미진진하게 해당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3.
이 책의 특장점은 자신의 관점을 가지 책을 저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서양의 편향되고 제국주의적 시각이 내재 된 ‘대항해 시대’와 중국의 ‘일대일로’의 주장에 함몰되지 않고 독자적인 시각과 관점으로 명청시대 운하의 성격을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허술한 점과 미숙한 점이 있을지 모르나 책은 매우 참신하고 매력적이다. 전문 학자연 하지 않고(서울대 동양사학과 출신의 고대 역사교육과 교수) 매우 평이하고 친절한 문체로 해당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근거 없는 허황된 주장이 아닌 10여년 전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숙성시킨 반학술 반대중서 성격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4.
이 책의 장점을 하나 더 든다면 ‘중국’에 갇히지 않은 넓은 시야의 책이라는 점이다. ‘대운하 시대’가 서양 중심의 ‘대항해 시대’에 대한 안티테제로 주장되는 것이라서 그렇겠지만 이 책 각 장 후반부에는 당대의 서양 사정을 매우 정교하면서도 포괄적으로 개관하며 중국의 사정과 연관하여 서술하고 있는 점이 색다른 점이다. 세계사 속에서 중국사와 주변사를 조망할 수 있는 좋은 독서의 기회였다.
사족
저자는 후기에서 이 책 중에서 독자들이 가장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은 후기 부분일거라 겸양 섞어 말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후기 부분이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저자 개인적인 감정과 고뇌가 진솔하게, 위트있게 서술되고 있어서 이 책을 한층 더 친근하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본문도 절대로 지루하거나 무미건조하지 않다.
앞으로 저자의 다른 책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