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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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란 문구에 끌려 선택하게 된 책입니다. 요즘 세상에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인재를 좋아하지 않은 곳은 없어보이지만, 내성적인 성격상 앞에서 나서는 것이 어려운 이들도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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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과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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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리라 함은 모름지기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름의 지론이다. 혹시나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거나 매우고 익히려는 마음이 없고 오로지 순간의 즐거움만 좇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단순한 생물에 불과하다.’『솔로몬의 위증』의 다쿠야와 같은 반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문학 책처럼 통찰을 얻기 위해서나 경제학 책이나 과학책처럼 지식을 얻으려고 미스터리를 읽는 이는 극히 드물 것이기 때문에 역시나 한 순간의 즐거움이나마 재미를 좇아 미스터리를 잡게 되는 것은 아닐까한다. 게다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트릭이 숨어 있으면 더 할 나위없다. 그 트릭을 만들고 깨는 과정에서의 작가와 독자의 줄다리기가 재미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론 최근의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은 조금 자극적인 것이 많아서 그런지 고전 추리 소설물처럼 사건 해결에 키가 맞춰져 사건이 조금 담백했으면 좋겠다. 이 삼박자를 고루 갖춘 소설을 읽었다. 바로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시리즈의 시작『빙과』이다.  

 

  가장 먼저 빙과라는 제목이 수상쩍었다. 한자도 같이 쓰여져 있었고 표지에는 아이스크림이 그려져 있으니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였다. 그리고 ‘모든 청춘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라는 띠지의 글귀가 물론 『빙과』속 주인공과 현실의 청춘은 사는 곳도, 사는 시기도, 나이도 많은 차이가 있지만은 모두 장밋빛 삶을 사는 것 같지 않기에 인상적이었다.  

 

  가미야마 고등학교 1학년인 오레키 호타로는 안 해도 되는 일은 안하고,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 하는 소위 ‘에너지 절약주의자’ 이다. 그런 그가 세계여행 중인 누나의 부탁으로 폐부직전의 고전부를 구하기 위해 동아리 등록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고전부실로 쓰고 있는 지학실에서 지탄다 에루라는 여학생을 만나고 그녀가 신경 쓰인다는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것이 이야기의 흐름이다. 그리고 자칭 데이터베이스라 칭하는 후쿠베 사토시와 촌철살인의 독설가 이바라 마야카가 조력자로 등장한다. 순진한 눈망울로 신경 쓰인다는 여학생에 든든한(?) 조력자와 사건 해결자, 수수께끼를 만들고 해결하는 팀은 이렇게 탄생하게 된다. 고전부실에 지탄다 에루가 갇힌 사건을 시작으로 똑같은 날에 대출한 책의 진위 등 초반을 이루고 있는 사건은 담백하다 못해 소소하기까지 보인다.

  

 몇몇의 일을 보기 좋게 해결하자 지탄다 에루는 개인적인 일을 호타로에게 부탁한다. 바로 삼십 삼년 전 고전부 부장이었던 삼촌의 기억을 되살려달라는 것이었다. 칠년 전 실종된 그녀의 삼촌은 실종선고로 곧 법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을 예정이어서 그전에 정리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녀의 삼촌이 바로 고전부에서 매년 축제때 선보이는 문집 '빙과'를 만든 장본인이었다. 수수께끼 해결을 위해 문집의 과월호를 찾고, 소실되지 않고 남아 있는 여러 자료를 종합하여 그녀의 삼촌의 수수께끼와 '빙과'에 얽힌 일을 해결하면서 끝이 난다.  

 

 『빙과』에는 파이프를 물고 사건을 순식간에 해결하는 셜록 홈즈(지금은 니코틴 패치를 붙이고 중저음의 말을 쏟아내는 모습이 더 각인되어 있는 듯하지만^^)도, 수집한 물적 증거를 바탕으로 즉석에서 회색 뇌세포로 사건을 해결하는 에르큘 포와로도 생각보다는 직관, 그리고 주먹이 먼저 나가는 알콜중독의 히어로 해리 홀레도, 과학적인 실험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유가와 마나부도 등장하지 않는다. 기껏(?) 해야 중학교 고전부 학생 4명이 전부이다, 개성강한 탐정, 경관 등에 비하면 평범하기조차 한 인물들이다. 그리고 언 듯 보기에는 수수께끼 자체도 그렇고 해결 해나가는 과정도 그렇고 조금은 시시해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재미있다. 살인이나 마약, 총기밀매 등 자극적인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 느슨한 사건구성이지만 나름 소프트한 재미있는 미스터리였다. 여기에 “아아, 땀 흘리니 시원하다.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째서 인간은 이동을 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건가 싶을 뿐이다. 우리의 정보 혁명 아직 이룩되지 않았으니, 동지여, 나를 위해 노력하라. (p. 148)"는 표현과 같이 작가의 재치 넘치는 문체도 재미를 한 층 더하고 있다. 게다가 소설이긴 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았다. 최근에 읽은 『솔로몬의 위증』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빙과』의 주인공들보다 2살이나 어린 중학교 2학년들이었으나 급우가 사망한 사건을 살인 사건인지 단순 자살인지를 재판을 하는 등 굉장히 어른스러워 거리감도 있었으나 『빙과』는 학교 동아리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꾸민 것이라(물론 동아리 활동은커녕 주말도 학업을 위해 힘써야 하는 우리네 고등학생과는 거리가 멀지만...^^;;) 현실감은 『빙과』쪽이 더 있었던 것 같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꼭 지나고 나서야 그때가 좋았었다고 느끼는 장밋빛인 것만 아닌 학창시절을 떠 올리면서 재미있고 나름 소프트한 미스터리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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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의 리허설 - 무대 뒤 현장에서 본 음악의 탄생
톰 서비스 지음, 장호연 옮김 / 아트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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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열두 시간 리허설하는 것과 사흘에 걸쳐 네 시간씩 리허설하는 것은 달라요. 음악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음악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만 내보이게 되는데, 이래서는 작품의 분위기에 빠져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음악과 함께 휴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죠. 그러면서 매일매일 곡에 대해 계속 생각해야 합니다. (p. 104)

 

 로열 콘세트르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의 인터뷰 중의 한 구절이다. 매일 곡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열정이 하루하루 허투루 살아온 많은 날을 반성하게 하면서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힘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말인 것 같았다.

 

 『마에스트로의 리허설』에는 현 음악계를 대표하는 총 여섯 명의 지휘자가 나온다. 클래식 음악 평론가인 저자는 지휘자들을 인터뷰하는 것과 동시에 음악회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리허설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카라얀이나 카를로스 클라이버, 부르노 발터 등 한 세대 전의 음반을 자주 듣고 있어서인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트르허바우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오케스트라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발레리 게르기예프나 조너선 노트, 사이먼 래틀 등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지휘자들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이 많았다.

 

 100여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베를린 필하모닉에 새로운 시도를 시도한 사이먼 래틀이나 최고의 연주자들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모여 음악회를 연다는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 각각의 오케스트라마다 고유의 색이 진하고 모두 훌륭한 연주를 하고 있어 그들의 음악이 아닌 뒷이야기를 글로 읽는 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했으나, 아마추어의 귀를 가지고 있어 뭐가 좋은 음악인지 어떻게 연주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야 알 수 있는터라 이렇게 글로 읽어도 나름의 감동이 전해지는 듯 했다.

 

 언젠가 금난새 지휘자가 시향을 그만두고 일종의 벤처 오케스트라인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인상적이었는데, 그래서인지 그와 성격이 비슷한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이반 피셔 편이 인상적이었다. 독립적인 오케스트라여서 그런지 여러 제약에 자유로움이 있지만 특히 재정적으로 꾸려나가는 일이 쉽지 않다고 밝히면서도, “조금만 변화를 주면 상투성을 피할 수 있는 방법들이 참 많습니다. 타성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입니다. 타성에 젖으면 무감각해지고 싫증을 내게 되니까요. (p. 247)”라며 상투성을 피하려는 그의 열정이 놀라웠다.

 

 내게 음악은 머리로 이해하는 경험이 아니라 몸속을 파고드는, 본능적인 경험이었다.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음악을 들을 때면 시간이 독특하게 흘러갔다. (p. 10) 저자의 경험을 조금이나마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멋진 음악을 들을 때면 소름이 돋음과 동시에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경험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나 브람스 교향곡 1번을 들을 때 그런 것 같았다.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벅차오르는 그런 느낌말이다. 그런 음악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와 수많은 이들을 이끄는 지휘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그들이 만들어내는 본능적인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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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번호 : 001-A013687335 황석영, 김연수, 김애란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작가들이 세계문학을 읽고 쓴 에세이입니다. 네이버카페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라고 하는데, 저처럼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보다 한 장씩 넘겨가며 읽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딱인 책입니다. 왠지 모르게 멀리 있을 것 같은 작가들이 나와 같은 책을 읽고 조금은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을 느낄때에는 나름 흐뭇한 기분까지 들기도 합니다. 그럴땐 어느 책제목을 패러디하면 `내가 잘 못 읽은게 아니었어`란 깨달음(?)도 얻을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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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6 - 집으로 가는 길
고미카와 준페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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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을 탈출한 가지는 살기 위해 살인과 도둑질하면서 미치코에게 돌아가려고 한다. 미치코는 미치코대로 패전국의 국민으로서의 핍박을 받으며 가지를 기다린다. 하지만 가지에게 기다리는 것은 일본이 항복했다는 소식과 살기어린 중국 토벌군들이었다. 게다가 어느새 점령군이 되어버린 소련군들에게 포로가 되는 상황까지 몰린다. 라오후링 광업소의 중국인 포로와 같은 신세가 된 가지는 포로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소련군 장교와도 담판을 하는 등 포로가 되어서도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가지가 포로수용소를 탈출하는 과정이 『인간의 조건』대단원인 <집으로 가는 길>에 그려져 있다.

 

 제목에서 풍기듯이 집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패잔병이라는 신분도 걸림돌이 되고 겨울이라는 혹독한 추위도 장애물이 되었다. 그래도 가지는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고 걸었다. 그 모습에서 많은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사람답게 살기가 어렵다는 요즘과도 많은 비교가 되었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작가가 동명의 작품이 이미 발표가 되었음에도 굳이 ‘인간의 조건’이란 제목을 고집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시퍼렇게 날이 선 낫 모양의 달이 지상에서 꿈틀거리는 수십 명의 목을 잘라낼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p. 118)

 

 가지 일행이 포로가 되기 전 감자를 훔치려 갈 때의 상황을 묘사한 대목이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이 대목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초승달인지 그믐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달을 보고서 기껏해야 눈썹같다는 생각을 했었지 날이 선 낫 모양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가지일행의 극박한 상황을 잘 묘사한 것 같았다.

 

 며칠 전 영화 <이퀼리브리엄>을 보았다. 제3차 대전이 일어나고 거기서 살아남은 자들은 인간들은 제4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약물로써 감정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영화였다. 거기어 한 등장인물은 감정은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조건이라는 말을 하는데, 마침 인간의 조건을 읽고 있던 터라 과연 감정만이 인간의 조건이 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옮긴이의 말처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인간다운 인간을 보기 힘든 사회,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키며 살 수 없는 사회, 인간이 인간이 아닌 것들에게 지배당하고 핍박받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또 우리 자식에게는 적어도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도리를 지키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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