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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 - 머리를 쓰지 않는 똑똑한 바보들
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김세나 옮김 / 북로드 / 2013년 3월
평점 :
이번 국제가전박람회에서 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 ‘갤럭시 기어’를 선보이면서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고 한다. 뉴스에서도 영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의 슈트가 현실화가 머지않았다며 긍정적인 보도를 했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스마트 기기를 쫓아가기도 벅찬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디지털 치매』는 이렇듯 연일 장밋빛 미래를 예고하고 있는 스마트기기, 가상현실 등 디지털 세상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밝힌 책이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여러 실험 사례들을 소개하여 소셜 네트워크, 디지털 게임, 멀티태스킹 등의 악영향에 대해 고발하는데, 요컨대 ‘디지털 미디어는 우리를 중독시키고, 우리의 잠을 앗아감과 동시에 기억력을 저해하고 정신활동을 감소시키므로 우리의 정신과 대인관계를 고려할 때, 디지털 미디어는 이무런 긍정적인 효과도 주지 않으며, 오히려 수많은 부작용만 낳는다. (p. 316)’고 한다.
특히 비영리기관인 'One Laptop Per Child'의 개발도상국의 노트북 프로젝트와 원숭이들 사회에서 사회적인 집단의 원숭이 두뇌부피가 더 커졌다는 실험 및 멀티태스킹에 대한 스탠퍼드 실험들을 근거로 삼아 컴퓨터와 인터넷을 학습에 이용할 때의 부작용은 성장이 끝난 성인들보다 페이스북 이전의 세대를 모르는 청소년이나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멍하니 교육용DVD를 보고 있는 영유아들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경고한다. 그중에서도 디지털 폭력 영상을 체험한 사람은 실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해서 무디게 된다는 제8장 ‘디지털 게임과 나쁜 성적’은 요즘 날로 증가하고 있는 흉악범죄를 상기할 때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저자자신도 인터넷을 이용하고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다고 밝힌 만큼 ‘디지털 미디어가 생산성을 높여주고, 삶을 보다 용이하게 해주는 커다란 엔터테인먼트 요소로 디지털 미디어와 싸운다거나 아예 없애는게 중요한 게 아니다. (p.346)’고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필요성도 인정하지만 너무 밟은 빛에서는 그림자가 보이지 않듯이 너도나도 맹신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객관적인 자료 및 데이터 없이 무조건 디지털 미디어에 대하여 좋다고만 말하는 전문가들의 연구비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도 살펴보라는 의미심장한 코멘트도 함께 말이다.
끝으로 저자는 가벼운 조깅하기, 건강한 식습관 가지기, 크게 웃기, 다른 사람 돕기 등 매우 진부한(?) 팁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평범하고 누구나 알고 있는 것에 진리가 숨어있듯이, 누구나 자시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는 만큼 매우 개인적인 보답을 받은 것이라고 맺고 있다.
학교에서의 디지털 미디어의 사용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안전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이미 학생들의 12퍼센트가 인터넷에 중독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인 ‘디지털 치매’가 우리나라에서 나온 것은 우연이아니라 그만한 대가를 치룬 것이라는 말은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가 더 빠르고 더 넓은 광대역에만 신경 써야만 하는지 고민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