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갑니다 - 김주하 앵커가 단단한 목소리로 전하는 위로
김주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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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저의 솔직한 생각과 느낌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오늘 이 책을 만난 건, 정말 운명적인 타이밍 같습니다.

이 책은 커리어로는 누구보다 똑똑하지만 삶이 서툴러서 아팠던 사람이, 이제는 그 아픔을 딛고 진짜로 똑똑해진 이야기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갑니다》김주하앵커의 절망 속 희망 이야기로

짙은 여운을 남기는, 묵직하고 단단한 에세이입니다.



고명환 님의 추천사 중 "김주하는 바보였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진심으로 아끼는 동기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깊게 느껴졌습니다.

또 현천욱 변호사님의 "고난에는 뜻이 있다", "당신의 어둠 속에서도 새로운 빛이 자라고 있다"라는 인용구에는 목에서 무언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걸 느꼈습니다.

몸이 아플 때면 종종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아픈 건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

겉으로 표출되거나 매 순간 날 괴롭히진 않아도, 마음 안쪽에 웅크리고 있어서 언제든 내게 영향을 끼치는 그런 존재 말이죠.

어쩌면 지금 제게 필요한 건, 더 똑똑해지려고 애쓰는 것보다 '삶을 살아내는 법'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코끝이 찡해지네요.

저는 그렇게 김주하 앵커의 삶에 깊이 녹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잉크 냄새가 채 마르지 않은 조간신문과 뉴스를 진지하게 보시던 아버지를 보며 앵커를 꿈꾸던 소녀 시절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어지는 그녀의 삶은 깊은 숨을 몰아쉬게 하는데요.

읽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그녀의 치부와 민낯의 아픔들. 그리고 그녀답게 아파하고 이겨내며 써 내려가는 현재진행형의 성장 스토리까지.

참으로 감동적이고 뭉클한 이야기입니다.

혹시나 김주하 앵커님이 제 글을 보게 되신다면, 당신의 진솔한 글로 깊이 위로받은 한 사람이 있다는 걸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제 마음에 깊이 남았던 내용들을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교과서 대신 신문을 펼치던 여고생

김주하 앵커의 남다른 시각은 여고생 시절 신문반 활동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어른들의 세계는 복잡했고 그들이 만든 규칙은 종종 불합리해 보였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그 거대한 수수께끼 앞에 선 작은 탐정이었다."

"내 눈에 비친 세상은 해부하고 분석해야 할 거대한 텍스트 중 하나였으니까 말이다."

이 문장들은 '몰입하는 자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세상은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한 사람이, 한 사건이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일찍이 경험한 여고생 시절.

김주하 님의 트레이드마크인 대쪽 같은 '줏대'도 바로 이 시기에 형성됐다고 합니다.


무모할 만큼의 직진:

선택도, 결과도 오롯이 내 몫

"목표가 정해지면 그 길이 가장 빠른 길이든 삥 돌아가는 길이든 아는 길로 갔다.

그리고 그 길 위에 장애물이 있다면 돌아가거나 피하는 방법을 몰라 정면으로 부딪쳤다."

현재의 안락함, 익숙함과 결별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을 던지는 일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선택은 내 몫, 결과도 내 몫이기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면 직진하라는 그녀의 조언에 많은 생각이 스쳤습니다.


꿈을 위해 나를 맞추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아주 사소한 디테일까지 오롯이 '아나운서'라는 한 길만 바라봤다는 사실입니다.

그녀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미리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고 합니다. 입사시험을 위한 헤어스타일을 미리 함으로써, 이미지트레이닝을 한거죠. 헤어스타일뿐만 아니라, 당시 대학생으로서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과외들까지 과감하게 정리하며 언론고시에만 매진했죠.

목표를 위해 자신의 환경을 완벽하게 세팅하는 치열함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손에 쥐고 있는 작은 편안함들은 놓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놓아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그녀는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었네요

사실 저도 오늘 아픈 몸을 이끌고 굳이 스카로 온 이유가, 집이라는 편안함을 끊어내기 위함이었는데..

의지보다 중요한 건 환경이라는걸 다시 느끼며 묵직한 자극을 받습니다.


뉴스의 꽃을 내려놓고 현장의 잡초가 되기까지

그렇게 치열한 노력 끝에 입사에 성공했지만, 머지않아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모습은 우리네 직장인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여의도 방송국의 공기는 두 가지를 가르쳐줬다.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고 견고한가, 그 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경계를 넘나들며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 그 속에서 공기의 흐름을 바꾸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앵커님은 고생을 사서 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앵커에서 기자로의 전직. '뉴스의 꽃'보다는 '현장의 잡초'가 되기를 택한 것입니다.

게다가 평일 앵커를 맡으면서 동시에 새벽 4시에 경찰서로 향하는 사회부 기자 생활을 1년 이상 병행하고,

기자로서 상까지 받았다는 대목에서는 온몸에 전율과 소름이 돋았습니다.

사람이 어디까지 치열해질 수 있을까요?

그녀의 한계 없는 도전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치열하게 살았고 그만큼 높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신은 그녀에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져 있던, 어쩌면 커리어보다 더 치열하게 싸워야 했던 그녀의 진짜 고난이 시작됩니다.

우선 김주하앵커님의 용기에 가슴깊이 감명받았고, 글로나마 손을 잡아드리고 싶습니다.


첫 아이, 그리고 첫 위기

앵커님은 첫 아이를 낳은 후, 첫 위기를 맞이합니다.

사실, 책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 김주하 앵커님의 스토리는 너무 이입이 된 나머지

마음의 동요가 와서 읽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내 인생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듯한 절망감도 있었다.

세상의 진실을 전해야 하는 앵커로서, 정작 자기 삶에 놓인 가장 치명적인 거짓말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은 내 자존감마저 뿌리부터 뒤흔들었다.

'헛똑똑이'라는 말이 이처럼 잘 어울리는 여자가 세상에 또 있을까."

"동화는 그렇게, 첫 장부터 비극으로 다시 쓰이고 있었다. 완벽해보였던 내 삶의 신기루는, 그렇게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결혼 전 그녀를 기만한 일은, 결혼 후에도 새로운 기만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주하의 남편이라는 그늘 아래 자격지심을 갖고 있는 남편의 폭력성도 심각했습니다.

"자신의 존엄성과 아이의 완전한 가정 사이에서, 피말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던 나는 결국 남기로 결정한다."

그녀 역시 여자이기에 앞서 엄마였습니다.

힘든 상황속에서도 어떻게든 인내하는 것을 택했고, 첫 아이가 원하는 동생을 만들어주기로 한겁니다.

그 두 생명으로 인해 김주하님의 마음엔 벅찬 행복이 가득 차오릅니다.


현실과 행복이라는 괴리감 사이에서..

하지만 불행한 결혼생활의 현실과 엄마의 행복이라는 괴리감 사이에서,

억누른 감정은 독처럼 차곡차곡 쌓여 갑니다.

현재를 희생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자신을 서서히 죽여가고 있었다고 적힌 부분이 있습니다.

엄마라는 자리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 슬픔의 근원이 되어버린 존재를 억누른다 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파왔습니다.

하지만, 엄마도 실수를 하고 때론 아이를 위한다고 여겼던 판단이, 부메랑이 되어서 잘못된 결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아이의 이상 행동을 겪고 나자 드디어 깨닫게 되는데요...

"그 거짓의 성안에서 서서히 질식해갔던 건 비단 나뿐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말씀 너무 죄송하지만요....

정말 김주하님은, 가까이서 지켜봐온 지인 고명환님의 말씀처럼 바보였던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독자분들을 위해 자제하겠지만, 변호사님께서 이런말까지 하셨으면 말다 한거죠..

"보통 이혼의 사유는 외도, 폭력, 사치, 마약, 도박, 알코올 등 6가지로 나뉘는데 이렇게 모든 게 다 들어간 경우는 처음 봅니다."

하지만 그녀는 잘못이 없었습니다.

오랜 가스라이팅과 학습된 무력감에 깊이 빠진 인내심은, 결국 생존의 위협 앞에서 각성합니다.

오래간만에 환하게 웃는 아들을 보며, 거짓 성문을 열고 진짜 싸움을 시작합니다.


이유없는 고난은 없다.

앵커님은 뉴스에서 '자립준비 청년' 이라는 단어를 마주하게 됩니다.

만 18세의 고아원 아이들이 아무런 준비없이 '엷여덜 어른'이 되는 처지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인 겁니다.

이혼 준비과정에서 겪은 홀로서기의 고통과 공포를 떠올리며, 아이들을 돕는 데 작은 물수제비를 던지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물질적인 지원보다 정서적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게 우선임을 알게됩니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한 인간을 진정으로 살리는 것은 돈이나 물질이 아니다. 그것은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는 사랑받고 있다'는 깊은 유대감과 소속감이다.

나는 내가 겪은 고통을 통해, 이 평범한 진리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제 나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 상처로 신음하는 이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그들이 다시 세상을 신뢰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김주하 앵커님은 '열여덟 어른'이 될 아이들의 거울이 되어주기로 합니다.

상처입은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 남은 삶을, 그들의 거울이 되는 삶을 사는 데 쓰기로 합니다.

"결국 세상의 낮은 곳으로 향했던 나의 발걸음은, 나 자신을 구원하는 길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눈에는 동정심으로 비쳐질수도, 자존감을 채우는 일로 보여질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겐 승승장구한 삶이 아닌, 이혼이라는 터널을 지나오며 느낀 힘든 시간이 있었습니다.

의지하고 지지해준 존재들에 대한 고마움을 알기에, 이제는 기꺼이 그 존재가 되어주고자 하는 김주하 앵커의 진심을 어렴풋이나마 알것 같습니다.


마치며,

흔들릴지언정 침몰하지 않도록

치열한 홀로서기의 과정 끝에, 역설적이게도 "인간은 결코 홀로 설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김주하 앵커님.

앵커의 또 다른 의미는 배를 항구에 단단히 고정하는 닻이라고합니다.

그녀의 폭풍우 같은 삶을 지탱해 준 닻은 바로 '간절함'이었다고 합니다.

모든 고난에는 반드시 의미와 뜻이 있을 거라는 그 믿음의 닻이 있었기에, 그녀는 거친 파도 속에서도 표류하거나 침몰하지 않았습니다.

✨️

몸이 아파 웅크려있던 오늘, 저에게는 이 책이 하나의 단단한 닻이 되어주었습니다.

5시간 동안 어지럽고 무거운 몸을 지탱하는 와중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던 건, 어쩌면 저 또한 제 삶을 지탱해 줄 무언가를 간절히 찾고 있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내 안의 아픔도 언젠가 의미를 갖게 될까?'

책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그리고 믿어보려 합니다.

지금 제가 겪고 있는 균열과 흔들림도, 훗날 제 인생을 더 단단하게 재건하기 위한 과정임을요.

폭풍우 속에 있는 것만 같아 불안한 날들이 있습니다. 누구나가 그렇습니다.

지금 흔들리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이 닻이 되어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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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갑니다 - 김주하 앵커가 단단한 목소리로 전하는 위로
김주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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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인 줄만 알았는데, 그 뒤엔 차가운 현실을 온몸으로 견뎌낸 김주하 앵커의 절절한 고백이 있었다. 위태로운 얼음 위를 묵묵히 걸어가는 고양이의 모습이 치열하게 오늘을 사는 우리와 닮았다. 흔들려도 침몰하지 않을 ‘마음의 닻‘이 필요한 당신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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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두번째 이야기
이장희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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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저의 솔직한 생각과 느낌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귀한 책을 만났습니다.

15년치의 스케치와 글이 하나의 책으로 완성된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두번째 이야기.

전자책을 좋아하는 평소의 저라면 아마 이 보석같은 책의 질감을 평생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릅니다.

새삼 서평의 기회가 소중하게 와닿습니다.




저자 이장희님은, 나고 살아온 서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억합니다.

손그림과 손글씨. 날짜까지 더하면 그날의 추억은 종이 위에 고스란히 저장됩니다.

그 추억은 본인에게도, 그 공간을 추억할 타인에게도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울림을 줍니다.

품이 많이 드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이지만, 한장의 사진보다 이 하나하나 그은 선들과 꾹꾹 눌러쓴 글씨들은 시간과, 감정, 사연까지 담고 있는 것같습니다.

작가 부부는 90년이 다된 고택을 고쳐 한옥책방을 운영중입니다.

책방 문을 닫은 고요한 시간, 아내와 툇마루에 앉아 네모나게 오려진 서울 하늘을 바라본다는 작가의 글에서 그 부부의 삶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스케치하며 비워내고, 비운 자리에 풍경을 채우는 그들의 시간을 상상해 봅니다.

언젠가 서울에 가게 된다면 서대문 옥천동 골목 어귀, 시간을 그리는 그 한옥 책방에 꼭 들러보고 싶습니다.


1장. 용산

: 사라진 시간을 기록하다 (적산가옥 이야기)

용산의 뒷골목, 작가의 펜 끝이 머문 곳은 붉은 벽돌과 낡은 나무 창틀이 인상적인 한 적산가옥입니다.

적산은 말 그대로 '적의 재산'이었던 집을 말한다고 해요. 일제강점기의 아픈 흔적이지만, 해방 후 갈 곳 없던 우리 서민들에게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 되어주었던 곳입니다.

이 그림 속 집에는 특별한 사연이 숨어 있습니다.

평생을 우리 땅 이름과 한글을 연구해 온 국어학자 배우리 선생님이 이곳에 사셨다고 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혼을 지키려는 학자가, 가장 일본 색채가 짙은 집에서 살았다는 사실. 역사의 아이러니가 한 편의 드라마처럼 다가옵니다.

지금 이 집은 허물어지고 그 자리엔 평범한 다세대 주택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군부대가 있던 용산의 특성상 일본식 가옥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작가가 남겨놓은 당시의 스케치로 용산의 골목길을 상상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2장. 서울로

: 빌딩 숲 속의 500년 (회현동 은행나무)

고가도로가 산책길이 된 서울로7017에는 초록의 물결과 함께, 둘러볼 곳이 많다고 해요.

서울로에는 긴 시간을 한자리에서 지켜본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500년 된 은행나무입니다.

작가의 스케치를 보면 숨이 턱 막히는 초고층 빌딩들이 병풍처럼 나무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500년 전에는 흙길이었을 곳이 아스팔트로 덮이고, 거대한 빌딩으로 변했습니다.

은행나무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해버린 셈입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요? 화려한 빌딩 숲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 있는 그 고목이 외로워 보이기보다, 오히려 더 위엄 있고 든든해 보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나는 여기서 내 뿌리를 지키겠다."

마치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속도에 지칠 때, 이 그림 속 은행나무를 떠올리며 버티는 힘을 배워야겠습니다.


3장. 경강

: 괴물은 떠났고, 역사는 묻혀있다

영화 <괴물>의 촬영지로 유명한 원효대교.

한때 다리 밑에는 영화를 기념하는 거대한 괴물 조형물이 있었지만, 흉물 논란 끝에 철거되어 사라졌습니다. 화려했던 영화의 흔적은 그렇게 지워졌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욱천교라 불리던 다리는, 만초천교라는 명패를 새로 얻었지만 지금 그 물길은 콘크리트로 복개되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행인지 이름으로는 남아있다고 합니다.

작가의 그림은 땅 밑에 숨겨진, 우리가 잊고 지내던 서울의 깊은 시간을 다시 지상으로 끌어올립니다.


4장. 대학로

: 젊음의 붉은 벽돌 거리

붉은 벽돌 미술관 아르코와 푸른 나무들이 어우러진 마로니에 공원.

서울에서 가장 젊은 공기가 흐르는 곳입니다.

언젠가 15살 내 딸아이도 꿈을 안고 이 거리를 걷게 되겠죠?

김수근 작가는 벽돌이 인간적인 재료라며 특히 애정을 가졌다고 해요.

따뜻하면서 단단한 느낌의 붉은 벽돌처럼, 딸아이의 청춘도 단단하고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5장. 신용산

: 아픔이 멈춘 자리에 깃든 고요

신용산은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입니다.

용산 철도병원과 위수감옥, 그리고 일본군이 머물던 관사촌 골목까지.

붉은 벽돌 건물들 사이사이에는 그 시대를 견뎌내야 했던 강제 동원의 역사와 눈물이 배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착취의 현장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공포의 감옥이었을 그곳.

남겨진 이 공간에는 서늘한 역사의 상처가 깃들어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지난날의 아픔을 조용히 애도해 봅니다.

화려한 신용산 빌딩 숲 사이 용산 어린이정원.

작가는 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거짓말처럼 찾아오는 적막을 두고 거짓말처럼 고요해지고, 따분한 천국이라 표현했습니다.

바쁜 삶 속에서도 언제든 고요해질 정원이 있다는 것, 따분하리만치 평온을 주는 곳이 있다는 건 작은 행복인 것 같습니다.


마치며

이 책은 단순한 여행 가이드북이 아닙니다.

빠르게 변하느라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서울의 표정들을, 작가가 오랜 시간을 들여 담아낸 15년만의 두번째 책입니다.

서울에 살지 않는 이방인인 저에게, 이 책은 가장 느리고 가장 깊은 서울 여행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마음만은 서울의 낡은 골목과 한강의 다리 위를 실컷 걷고 온 기분입니다.

숨 가쁜 일상에 지쳐 잠시 멈춤이 필요한 분들에게, 도파민 없는 무해한 휴식이 필요한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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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두번째 이야기
이장희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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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서울 뒤편, 소리 없이 사라지는 골목과 건물들을 15년간 묵묵히 그려낸 작가의 끈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셔터를 누르면 끝나는 사진과 달리, 선 하나하나에 담긴 시간과 사연이 뭉클하게 다가오네요. 책장에 꽂아두고 오래오래 아껴 보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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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알면 삶이 바뀐다 - 성공적인 삶을 위한 두뇌 활용법
양은우 지음 / 보아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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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되었습니다.


📖 도서: ≪뇌를 알면 삶이 바뀐다≫



나는 왜 작심삼일을 반복할까?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기력해질까?
거절하는 건 도대체 왜 이렇게 어려울까?
평소 저를 괴롭히던 습관, 감정 기복, 그리고 인간관계의 어려움까지.
이 책은 그 모든 원인이 나의 성격 탓이 아니라, 뇌의 작동 원리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답해주었어요.
나를 탓하는 대신 뇌를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사용하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확신을 준 책.
나를 위한 뇌 사용 공략집을 한번 펼쳐볼게요.



 * 선택의 피로를 줄여야 진짜가 보여요
   시작부터 뼈를 때리는 조언이 있었어요. 의사결정의 피로가 쌓이면 판단의 질이 낮아진다는 것이죠.
   아침 회의나 재판 결과가 오후보다 우호적이라는 통계처럼, 우리의 뇌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고 해요.
쿠팡이 성공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바로 단일 판매 전략 때문이죠.
복잡한 옵션이 잔뜩 있는 창을 보면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껴 닫아버리잖아요. 뇌를 많이 쓴 저녁 시간이라면 더더욱 그럴 거고요.
결국 잡다한 것에 신경 쓰느라 판단의 총량을 낭비하지 말고, 정말 중요한 것에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일상을 단순화해야 합니다.



 * 뇌 속의 게으른 원숭이 길들이기
   우리 뇌 속에는 핑계 대길 좋아하는 게으른 원숭이가 살고 있다고 해요.
   이 원숭이가 게으름을 피우게 두면 결국 죄책감, 자기혐오, 불안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되죠.
해결책은 간단하지만 강력해요. 5초 안에 시작하는 것.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원숭이는 기막히게 핑곗거리를 찾아내니까요. 생각이 끼어들기 전에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 멍 때림의 미학, 그리고 습관이 된 기록
   모든 아이디어는 멍 때리고 휴식할 때 나온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우리 뇌는 휴식할 때 감마파가 나오며 창의성을 발휘한다고 해요. 하지만 마냥 늘어져 있으면 무기력해질 뿐이죠.
이 대목은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습관 이야기와도 절묘하게 연결됩니다.
저자는 "습관은 복리다"라고 말해요. 반복된 행동이 뇌 속에 강력한 신경회로를 만들고, 그것이 쌓여 거대한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죠.
성공하는 사람들은 기상, 독서, 운동 등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지만, 제가 무릎을 탁 쳤던 최고의 습관은 바로 '관찰하고 메모하기'였습니다.
휴식할 때(디폴트 모드) 떠오른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바람같이 사라지고 마니까요.
저 역시 샤워할 때 기막힌 단상들이 자주 떠오르는데, 그 생각이 휘발될까 봐 물 젖은 손으로 급하게 블로그 앱을 켜서 기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결국 기록은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습관이자, 뇌를 성장시키는 복리 통장인 셈이죠.



 * 두뇌를 마사지하는 독서의 힘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사실 중 하나는 독서가 우리 뇌에 미치는 물리적인 영향이었어요. 우리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글자를 눈으로 쫓을 뿐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그 순간, 우리 뇌 안에서는 무려 17개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된다고 해요.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언어를 이해하고, 상황을 상상하고, 기억을 끄집어내는 그 복잡한 과정들이 뇌 전체에 불을 켜는 것이죠. 저자는 이것을 "두뇌를 마사지한다"고 표현했어요.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머리에 집어넣는 행위가 아니라, 굳어있는 뇌를 구석구석 주무르고 깨워주는 최고의 뇌 운동이었던 셈이에요. 뇌가 건강해지길 원한다면, 영양제보다 먼저 책을 펼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잠은 뇌를 위한 청소 시간
   잠을 줄여서 생산성을 높인다? 이제는 옛말이 되었어요.
   김미경 강사님조차 과거의 4시 기상을 후회하신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잠은 기억을 저장하는 시간이자, 뇌 속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는 물청소 시간이라고 해요.
잠이 부족하면 몸의 회복이 더딘 것은 물론, 감정 조절에도 치명타를 입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잠을 쪼개 공부하느라 행복지수가 낮은 현실이 참 씁쓸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잘 자야 뇌가 최적화된다는 사실, 이것은 타협할 수 없는 생존 법칙입니다.



 * 나를 아끼는 것이 최고의 뇌 과학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귀하게 여긴다는 점이에요.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대요. 내가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면 뇌는 활력 호르몬(도파민, 세로토닌)을 뿜어내고, 반대로 자기비하에 빠지면 몸을 무겁게 만드는 호르몬을 내보냅니다.
그동안 카페인과 비타민으로 억지로 활력을 끌어다 썼는데, 저녁만 되면 에너지가 고갈되던 이유가 바로 내 안의 자기비하 때문이었다니...
가장 좋은 피로회복제는 결국 나를 아끼는 마음이었네요.



 * 거절이 힘들었던 나에게 (HSP의 깨달음)
   가장 위로가 되었던 부분은 거절에 대한 뇌과학적 해석이었어요.
   거절당하거나 불공평한 대우를 받을 때, 우리 뇌의 전대상피질이 활성화되는데 이 부위는 실제 육체적 고통을 느낄 때와 같은 곳이라고 해요.
내가 거절당했을 때의 아픔을 너무나 잘 알기에, 타인에게 그 고통을 주는 것이 두려워 거절을 못 했던 거였어요.
하지만 거절은 주고받을 수 있는 일상적인 것이잖아요. 신체의 아픔처럼 과하게 느낄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뇌의 원리를 알고 나니, 이제는 조금 더 담대하게 거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며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었어요.
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내 뇌의 작동법을 몰랐을 뿐이라고 다독여주는 위로의 책이었습니다.
이제 사용설명서를 알았으니, 제 삶을 조금 더 영리하게 운용해 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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