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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행성이 있었다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11월
평점 :
과학 소설이라고 들었는데 철학 소설에 더 가깝다. 꾸뻬씨의 행복여행의 작가 프랑스와 를로르의 SF 소설인데, 이 소설 역시 행복이란 무엇인지, 행복은 어디서 찾을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화성 콜로니에 살고 있는 용도불명 로뱅 노르망디는 특별 임무를 받는다. 화성 콜로니는 AI 아테네의 엄격한 통제와 제한 속에서 공동체를 꾸려나가고 있다. 지구는 이미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망했기 때문에 마지막 인류는 화성의 일부분에 모여 살게 된다. 그리고 몇 세대를 거치면서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믿는 쪽)으로 진화해나간다. 화성인들은 지구에 대한 그리움이 있기 때문에 지구 귀환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요원하지가 않다.
세계관부터가 생소하다보니 따라가기가 다소 어려웠다. 당연히 비정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슬쩍 넘어간다던가 해서 이해가 잘 되지 않아 다시 읽어보기도 했다. 문장 자체가 호흡이 길고 살이 많이 붙어서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것도 있었다.
용도불명 로뱅을 왜 지구귀환 프로젝트에 끼워넣었을까, 로뱅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로뱅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주변인물들의 신념과 사상을 따라가며 읽어야 한다.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구체적이었던 만큼 좀 더 입체적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사실 제일 아이러니했던 건 로뱅이라는 인물 자체였다. 용도불명인데 체스도 잘 두고, 뛰어난 협상가에다가, 약골인데도 전사와의 싸움에서도 이기고, 리더쉽도 있고 눈치도 빠르다. 주인공 버프를 많이 받았달까. 요즘 말로 '용도불명이었던 내가 지구에 오니 외교관?'
세계관으로 따지면 정말 길다. 로뱅이 태어난 화성콜로니는 연애가 자유롭고, 가족도 자유롭다. 유전자재조합을 통해 수정된 아기들. 엄마 직업을 갖는 사람들은 모성애로 선발된다. 성과는 중요하지만 노동은 줄인 사회다. 잘못을 했을 땐 처벌보다는 교육, 교화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이상사회다. 물론 주인공이 잘못했을 땐 부드럽게 넘어가지 않았지만.
지구에서 만난 집단들은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원시사회다. 첫번째로 풍요롭고 행복을 추구하는 에로스 섬에 도착하는데, 여기서는 생활이 즐겁고 여유롭고 쾌락을 추구한다. 자유연애로 방종한 사회를 형성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이면은 있고, 이곳의 가치관과 대립하는 커플을 만나 이동하게 된다. 휴양지 같은 에로스섬과 다르게 두번째 섬은 다소 춥고 자연환경이 아주 좋지는 않다. 이곳은 체력이 국력이고 힘의 논리로 하나의 군대다. 성과주의가 만연해 있어서, 게으름뱅이라던가 잉여인간은 모욕적인 말로 치부된다. 또, 남성들이 많이 죽기 때문에 일부다처제를 고수하는 사회다. 여기서도 역시 부적응자 혹은 비폭력평화주의자가 있고, 티토는 이들과 합류하게 된다.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여라. AI와의 말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인공지능을 설득할 수 있을까? AI는 불쾌한 골짜기를 넘을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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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