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말 청소부 꿈터 어린이 44
신채연 지음, 김이주 그림 / 꿈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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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말 청소부>(신채연 글 / 김이주 그림 / 꿈터)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아이들의 언어 습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또래 아이들에게 멋있게, 쿨하게, 세 보이고 싶어서 하는 강한 표현들이 어느새 습관이 되고, 급기가 말버릇이 된다. 문제는 계속 이어진다면 그것이 그 아이의 ‘인격’이 된다는 점이다.


이 책의 주인공 하준이는 나쁜 말이 입에 붙어버렸다. 도저히 떼어지지 않는다. 하준이는 주목받고 싶지만 그게 잘 되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일이 되지 않으니 초조하고 조마조마해진다. 그럴 때 나쁜 말을 쓰면 친구들의 주목을 끌고 함부로 대하지 않으니, 어느 순간부터 나쁜 말에 입에 붙어버렸다.


“짜증 나, 졸라 웃겨, 멍청아, 죽고 싶냐, 싫은데.”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한동안 잔소리를 들어도 나쁜 말 5종 세트는 줄어들지 않는다. 아이들은 하준이를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변화는 내부에서 스스로 일어나기 어렵다. 외부의 자극이 있어야만 변화가 시작된다. 그 외부의 변화는 잔소리이기도 하고 사건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하준이의 변화를 일으키는 외부 자극은 바로 ‘꿀벌’이다. 


교실에 꿀벌이 들어오자 반은 아수라장이 된다. 꿀벌이 나래-하준이가 좋아하는-에게 꿀벌이 다가가고, 그때 우호-예전엔 하준이의 절친이었지만 지금은 라이벌인-가 진드기 퇴치제 분무기를 뿌리려 하자, 우호가 나래를 구하는 꼴을 볼 수 없었던 하준이는 진드기 퇴치제를 향해 몸을 날린다.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나온 말, “그, 그거 뿌리면 꿀벌이 죽잖아…” 하준이는 착한 꿀벌에게 얌전히 나가달라고 부탁하고, 꿀벌은 거짓말처럼 교실 밖으로 나간다. 그날 오후 우호에게 나타난 꿀벌은 나쁜 말은 우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생명의 은인인 하준이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꿀벌을 통해 하준이는 나쁜 말을 하기 힘들어진다. ‘아이 씨’라고 말하려 하면, ‘아 진짜, 민들레 홀씨!’하고 말하고 ‘짜증 나’라고 말하려 하면 ‘짜장면’하고 말이 나온다. 나래의 생일에 초대받은 하준이는 불쑥불쑥 욕이 나오려 하지만, ‘죽고 싶냐!’는 ‘뭐냐? 나 놀리는 거냐?’하고 ‘까불면 죽는다아.’는 ‘도전을 받아주겠다.’하고 나온다. 다른 사람 기분을 나쁘게 하는 말이 아니라, 받아주고 이해하며 함께하는 말을 하면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 유치원 때부터 절친이었던 우호와도 우호적으로 지낸다.


이제는 나쁜 말 5종 세트를 쓰지 않기 시작한 하준이는, 나쁜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한 사람을 발견하는데, 그건 바로 담임 선생님! 항상 “~해서 죽겠다.”는 말을 달고 사는데, 하준이를 도와준 꿀벌이 이번에는 선생님에게로 향한다.


나쁜 말, 욕설, 비속어는 쓰지 않을 수 없다. 욕이 가진 효과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욕은 스트레스와 통증 완화에 분명 도움이 되고, 부정적인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데 필요하다. 그리고 적절한 비속어는 인간관계를 더 두텁게 만들기도 한다. 욕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욕의 의미가 나쁘고, 입에 붙어버리면 표현력의 저하만이 아니라 자신의 습관과 가치관에도 영향을 끼친다. 부정적인 관점이 자리잡는다. 욕은 그 사람의 인격을 갉아먹는다.


그러니 되도록 욕을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같은 의미라면 바른 표현과 힘을 내는 말로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욕에 마음을 담지 말고,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려 노력해야 한다. 욕이 아니라 응원해야 하고, 비난이 아니라 격려해야 한다. 그래도 욕을 꼭 써야 한다면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할 것이다.


욕에 관한 수많은 이론이 있더라도, 아이들이 그것을 적용하기 쉽지 않기에, 욕보다는 고운 말로, 부정적인 표현보다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응원과 격려하는 말이 입에 붙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나쁜 말 청소부>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음 속에 늘러붙은 나쁜 말을 깨끗이 청소할 준비가 되리라 생각한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두루 추천한다. 그래도 아이 스스로 읽도록 하기보다는 부모와 교사가 함께 읽고 나누는 것이 독서효과가 더 클 것이다. 아울러 부모와 교사의 언어 습관을 함께 돌아보며 변화이 시작이 될 만한 작품이다.


함께 읽을 책으로<욕 좀 하는 이유나>, <욕 전쟁>, <마시멜로의 달콤한 비밀> 작품이 떠오른다.


2023.11.06


*꿈터 출판사에서 선물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나쁜말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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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터

#저학년추천도서

#초등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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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들어줘 닥터 별냥 2 고민을 들어줘 닥터 별냥 2
이지음 지음, 문채빈 그림 / 꿈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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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별냥2>(이지음 글 / 문채빈 그림 / 꿈터)


출판사 ‘꿈터’는 어린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아는 출판사다. 내가 읽은 꿈터 출판사 책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파고 들고, 그 심리를 잘 이해하며, 더불어 아이들이 희망을 갖고 힘을 낼 만한 용기를 준다. 이를 통해 행복한 세상을 만들게끔 하는 책들이었다. 하나같이 그랬다. 그래서 꿈터에서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다 해서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다.


며칠 전 도착한 책은 <닥터 별냥2>다. 작가가 ‘이지음’인데, <강남사장님>으로 유명한 그 작가 아닌가! 아이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며, 따스한 책을 만드는 작가이기에 반가웠다. <닥터 별냥> 1권은 읽지 않았는데, 읽지 않아도 2권을 재미있게 읽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만, 다 읽고 나면 1권을 읽지 않고는 못배긴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책을 어떻게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닥터 별냥은 아이들의 고민을 들여다 보고, 멋진 처방전을 써주는 의사다. 별냥이란 이름의 어원이 1권에 나오겠지만, 쉽게 별난 방법으로 처방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고하고 도도한 의사 선생님의 모습이 아니라, 좀 별난 의사이지만, 그 해결책은 또 이런 명의, 아니 명의냥이 따로 없다. 그리고 뇽뇽 간호사가 함께 일하는데, 거기에 하나 더 합류하는데 뇽뇽이다. 이 셋의 케미가 볼 만하다.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다.


이 책에는 세 가지 이야기,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랑랑이, 도윤이, 선혜다.


알에서 갓 깬 랑랑이는 병아리다. 갓 태어나 아무것도 모르는 랑랑이는 머리가 하얘진다. 그래서 별난 보건실의 별냥 의사 선생님을 찾는데, 윙윙 헬멧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사진기를 통해서 랑랑이의 병을 진단한다. 바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정말 잘 살고 싶은 욕심쟁이!’다. 과연 랑랑이를 위한 처방은 무엇일까?


두 번째 주인공은 도윤이인데, 몸이 점점 희미해진다. 아이들 눈에 점점 보이지 않게 되는데, 왜 그런 걸까? “아르아르옹 모로모로옹 미이야아옹” 주문을 외치며 분홍문을 통해 별냥에게 간다. 도윤이의 병은 ‘학교 가기 싫어 병’이다. 도윤이는 친구들이 나를 안 보면 좋겠지만, 잘 보이길 바라는 욕심쟁이였다. 참 막막한 병이다. 과연 별냥은 어떤 처방을 할 것인가?


세 번째 주인공은 선혜인데, 친구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 하는 아이다. 그 때문에 삼킨 말이 얼마나 많은지 목이 뻣뻣해져 별냥을 찾는다. 별냥은 선혜가 삼킨 그 말들을 목에서 꺼내는데, 선혜는 ‘실망시키기 싫어 병’에 걸린 것이다. 별냥은 생각지 못한 멋진 처방을 준다. 어른으로서도 깜짝 놀랄, 깊이 있는 심리학 책에서 나올 법한 그런 처방을.


—-


이 책에는 아이들의 고민과 심리가 잘 드러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머리가 하얘지고, 관심은 부담스럽지만 무관심은 두려운 마음도 있으며, 거절하지 못하는 병에 걸린 아이도 등장한다. 어느 집 아이나 한 번쯤 겪는 그런 일을, 별냥의 따뜻하고 유쾌한 처방을 통해, 이 책을 읽으며 힘을 낼 수 있다. 그저 재미있는 고양이, 공룡, 병아리 이야기가 아니라, 그 속에 담은 주제가 깊다.


사실, 이 책의 주제는 매우 철학적이다. 냥이는 이 책의 세 인물 모두가 ‘욕심’이 많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정말 잘살고 싶은 욕심, 아무도 보지 않으면 좋겠지만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라는 욕심, 아무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욕심까지! 하기 싫은 마음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바라봐준다.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의 힘으로 바꾸어, 아이가 그 어려움을 딛게 돕는다. 닥터 별냥의 처방은 독특한 마법의 주문과 함께 그 핵심을 찌르는데, 그건 자신에게 용기를 내라는 주문이다. 자기답게, 좀 당당해지는 용기. 아이들에게 힘이 나는 처방이다.


이 외에도 치료비를 낼 때 하는 룰렛도 재미있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카메라로 찍히는 장면과 마음을 볼 때 짜릿하다. 무엇보다 그림책은 아니지만, 빼곡히 들어 있는 그림을 통해, 독서력이 부족한 친구들도 선뜻 읽을 만하고, 유머러스하고 라임이 살아 있는 표현은, 부모님 혹은 선생님과 한꼭지씩 읽어나가도 좋을 듯하다.


유아에서 초등 저학년까지 읽을 만하고, 독서력이 좀 부족한 중학년이 읽는 것도 괜찮겠다. 고학년들은 내 마음의 처방을 받는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읽어도 좋겠다.


꿈터에서 보내주신 귀한 책으로, 오전 내내 즐거웠다. 아이들 책에서 받는 뜻밖의 위안에 감사하다.


2023.11.04


#닥터별냥

#문채빈작가

#꿈터

#이지음작가

#초등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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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짓말
라일리 세이거 지음, 남명성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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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짓말>(라일리 세이거 / 밝은세상)


자기 전에 보통은 책을 읽는다. 굉장히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시리즈를 읽는데, 독서를 위해서 읽는다기보다 잠에 들기 위한 나만의 알고리즘, 매커니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길고 지루하지만, 그러면서 적당히 흥미로운 책을 읽는다. 최근 2년 간 꾸준히 읽은 수면용 시리즈는 <영웅문>과 <잭 리처> 시리즈다. <잭 리처>는 거의 모든 작품을 다 읽었고, <영웅문>은 이제 1부의 마지막인데, 어릴 적 읽은 책이라 느린 속도로 읽는 중이다. 매일 밤 2~3쪽을 읽다 잠이 들기에, 영웅문은 내후년까지는 읽을 예정이다.


그런데 지난 주부터 어제까지는 밤에 다른 책을 읽었다.


@밝은세상 에서 선물로 보내주신 <마지막 거짓말>이다.


밤에, 자기 전에 읽으면 안 되는 책이 있다. 뒤가 궁금해서 읽다보면 밤새 책장을 넘기다 새벽에 가까워지고, 다 읽고 나서도 그 감흥과 여운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책. <마지막 거짓말>이 바로 그런 책이었다. 아유, 어제는 밤을 꼴딱 샜다.


이 책은 재미있다. 설정과 상황, 인물과 배경이 흥미롭고,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


엄청난 재산을 가진 해리스 가문의 ‘프레니’가 세운 ‘나이팅게일’ 캠프. 그곳은 미드나잇 호수에 자리잡고 있는데, ‘나이팅게일’ 캠프는 부잣집 여자 아이들만 참가할 수 있는 캠프다. 40일간 진행하는 캠프에서 여자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친구를 사귀고 여러 활동을 하며 여름을 즐긴다. 캠프에는 전기도 전화도 없기에, 온전히 자연과 나, 친구들과 교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15년 전, 13살 에마는 캠프에 뒤늦게 합류했고, 16살 언니들과 ‘층층나무’ 나무집을 함께 쓴다. 리더십이 있고 캠프의 여왕벌인 ‘비비안’과 비비언의 친구인 ‘내털리’, ‘앨리슨’을 만나는데, 묘한 분위기의 세 사람과 금세 친해지며 캠프를 누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층층나무 나무집에서 에마를 제외한 세 여자 아이들이 실종되고, 대대적인 수색이 이뤄지지만 아이들을 발견하지 못한다. 에마는 캠프의 주인인 프레니 여사의 양아들 ‘테오’를 범인으로 지목하는데, 경찰은 테오에게서 아무런 혐의도 찾지 못한다. 도대체 캠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5년 후, 트라우마를 겨우 극복한 에마는 프레니의 초대를 받아, 다시 열린 ‘나이팅게일 캠프’에 미술지도를 위해 합류하는데, 이번에 에마는 세 여자 아이들과 한 방을 쓴다. 그런데 이 방 아이들에게도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과연 진실을 말하는 자는 누구이며, 누구의 거짓말로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걸까?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입이 근질근질하다. 식스센스 급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며, 단언컨대 독자가 예상하는 모든 시나리오는 맞지 않는다. 예상치 못하게 허를 찔리며 책을 읽은 후에도 한동안 멍했다. 숨겨진 진실과 거짓, 눈으로 본 것이 다가 아님을 이해하는 순간, 그 속에 깊이 숨겨진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 자기 전에 읽지 마시길.


화자는 주인공인 에마인데,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지금과 당시의 사건을 비교하고 분석한다. 독자는 에마가 한꺼풀씩 벗겨내는 작은 단서와 상황을 따라 책 속에 점점 몰입한다. 책을 읽는 내내, 층층나무 나무집에 머물다가, 미드나잇 호수를 헤엄치고 카누를 타고 비밀의 장소의 지하 창고로 들어간다. 작가는 독자에게 매우 천천히, 작은 단서를 하나하나 쥐어준다.


이 책에서 진실에 가까이 가는 방법으로 쓰는 장치가 있는데 바로 독특한 진실게임이다. 에마와 비비언, 내털리와 앨리슨은 두 진실 한 거짓말 놀이를 하는데, 세 가지를 말할 때 한 두 가지는 진실, 한 가지는 거짓을 말하고, 그 거짓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뻔한 거짓말을 하나 넣는다면, 놀이인 척 진실을 밝힐 수 있고, 혹은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인물들의 말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과졍 진실일까,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생각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진실과 거짓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쩌면 그 결과가 사뭇 다를 수 있음을 알고 적잖이 놀란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매우 다채로운 인물이다. 작가가 이 책을 쓰면서 인물 설정에 큰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트라우마와 환영으로 괴로워하지만 진실을 찾으려 하는 ‘에마’, 너무나 매력적이고 사람을 녹이는 마법같은 아이이지만, 뭔가 감추고 있는 ‘비비안’, 그리고 비비안과 친하지만 적당한 각을 세우는 ‘내털리’와 ‘앨리슨’, 대단한 부호이지만 그 이면에 뭔가를 감추고 있는 ‘프레니’, 잘생기고 멋진 남자이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테오’와 ‘챗’,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실을 수집하는 ‘리베카’. 이 책속에 나오는 멋진 인물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일이 즐겁다. 그 때문에, 이 책을 한 번만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참, 그리고 비비안은 책 마지막장까지 우리를 놀래킨다.


책의 제목인 <마지막 거짓말>은 무엇일까? 이 단순한 제목을, 다 읽고 나서도 그 의미가 복잡해 보인다. 마지막 거짓말을 누가 했느냐에 따라서 상황은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것은 에마일 수도, 비비안일 수도, 테오 혹은 프레니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사소한 거짓말은 15년의 터울을 두고 엄청난 사건을 일으킨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은 그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 없다. 진실이 괴로움을 주지만 거짓이 목숨을 살리기도 하며, 선한 행동이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악과 복수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도 한다. 악이라 규정했던 수많은 투쟁은 발전을 가져오기도 했다. 어쩌면 진실과 거짓을 구분짓는 아이들의 놀이는, 사실 그것을 구분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한 단계였을 뿐.



정말 재미있는 스릴러 작품을 읽었다. 아주 오랫동안 여운이 남을 듯하다. 읽고 나서 통쾌하거나 혹은 괴롭지는 않다. 다만 마음이 따스해지고 좀 아파오지만, 그래도 이쯤 되면 괜찮은 결말이라는 안도가 나온다.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 독자들도 과감하게 도전하며 스릴러 면역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작품이다.


국내에 소개된 라일리 세이거의 작품이 하나 더 있다고 한다. 그것도 찾아봐야겠다.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밝은세상 출판사에 감사를 표한다.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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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 웅진 모두의 그림책 56
윤정미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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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윤정미 그림책 / 웅진주니어)


@ 웅진주니어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그림책이다.


주인공인듯 보이는 제비가, [집장만]이라고 써진 머리띠를 매고, 깃털을 휘날리며 비장한 표정으로 서 있다. 제비와 집장만은 도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게다가 머리 위에 올라간 다섯 마리의 제비는 또 누구인가? 궁금증을 견디기 힘들다.


—-


이 책의 주인공은 ‘뭐든지 큰 나라’에 살고 있는 ‘보여 안 보여 날개’ 제비다. 뭐든지 큰 나라에 살지만, 날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제비니, 사는 데 지장이 없겠다 싶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 임금님이 어마어마하게 큰 궁궐을 짓는데, 튼튼한 제비 집을 쓰라고 했단다. 그래서 다들 집이 없어졌다며, ‘소문이 자자한 나라’로 떠난다고 난리다. 언제 집이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인공 제비도 집을 장만하러 떠난다. 그래서 머리띠에 [집장만]이 새겨져 있던 것이다.


주인공 제비는 소문이 자자한 나라에 도착하지만, 그곳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달음박질도 시력도 좋아야 하고, 날개도 다섯 치나 되어야 한다고, 곁에 있던 다섯 제비가 알려준다. 주인공 제비는 달음박질과 시력은 괜찮은데, 날개가 짧다. 이를 어쩐다… 다섯 제비가 알려준 대로 날개를 키우려 하지만 소용이 없다. 과연 ‘보여 안 보여’ 제비는 집장만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


대부분의 동물들은 집을 지을 줄 안다. 그 능력을 타고난 동물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집을 짓고 살아간다. 인간은 그 능력이 없는데, 그럼에도 모든 사람은 집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인간에게 집은 거주지만이 아니라 문화이고 사회이며, 그 외의 과시적인 역할도 한다.


사실 건축이 농사보다 앞섰다는 견해가 많다. 몇몇 고대 유적은 농사를 짓던 시기보다 앞서거나, 오히려 건축을 위해 농사를 지어야 했다는 말에 신빙성도 있다. 어쩌면 인류의 삶은 농사보다 집이 더 먼저이고, 그건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집 때문에 아등바등 살아가는 거다.


그런데 우리만이 아니라 제비조차 그렇다니, 마음이 좀 아프고 불편하다. 제비는 여름에 번식하러 우리나라에 찾아오는데, 처마 밑에 멋지게 집을 짓고 새끼를 낳고 돌본다. 과거에는 도시에서도 곧잘 볼 수 있었는데, 아파트가 많이 생겨나서인지 요즘은 보기가 드물다.


제비는 사람과 잘 어울려 살아가는 동물이다. 사람 손이 잘 닿지 않는 처마 밑에 집을 짓기에, 여러 야생동물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 사람들도 자기 집에 찾아온 제비를 손님으로 대하며, 함부로 해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제비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인간이 뿌린 농약 때문이다. 인간이 뿌린 농약이 곤충에게, 그리고 곤충을 먹는 제비에게, 그리고 제비 알과 새끼에게 영향을 주면서 번식률이 떨어지고 있다. 아직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정도라지만, 비 올 때 낮게 달던 제비를 쉽게 볼 수 없다니 서글프다.


이 책에서는 집을 찾아 떠나야 하는, 안전하고 아름다운 곳, 반드시 돌아와야만 하는 그 곳을 찾아 노력을 기울이는 제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우리네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 집은 모두가 돌아와 모이는 장소다. 반드시 돌아올 곳, 그리고 모두가 출발할 곳이다. 시점점이자 도착점이며, 모든 것은 집에서 시작하여 집에서 끝난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중심은 집이고 집이어야 하기에, 집장만이 모든 이들의 원대한 꿈이다. [집장만] 머리띠를 둘러메고 싸워내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주인공 ‘보여 안 보여 날개’ 제비는, 자기 집을 구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하늘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택한다. 길은 하늘에만 있지 않고, 생각을 다르게 하면 세상은 더 넓게 보이는 법.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제비의 발걸음이 힘차다.


그림이 참 아기자기한데, 한 장면 한 부분도 허투루 볼 수 없다. 그림책의 장점이지만, 말과 글로 다 할 수 없는 섬세한 묘사가 작품의 의미를 더한다. 물론 재치있고 재미있게 표현되어서, 그림만 보며 읽는 것도 흐뭇한 일이다.


—-


제비같은 우리 아이들도 삶의 도전과 위기 앞에 놓일 것이다. 이 책의 제비들처럼 뭔가를 구하기 위해 출발선에 서서 경쟁해야 할 것이고, 치열하게 노력할 일도 있을 것이다. 늘 주인공이 될 수 없기에 좌절을 맛보고 절망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럴 때, 제비를 도와준 다섯 친구 제비처럼, 곁에서 응원하고 지지하며, 작은 도움을 주는 소중한 사람이 든든하게 곁에 있음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그리고 삶의 방식이 하나만 있지 않음을, 길은 얼마든지 있고,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음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내딛을 그 작은 발걸음이, 이전보다 더 힘차고 당당하길 바란다.


*본 서평은 <웅진주니어>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로 작성한 자유로운 서평임을 밝힙니다.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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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미그림책

#그림책추천

#웅진주니어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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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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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문경민 / 다산책방)


제13회 혼불문학상 대상 작품이다. 그 이름 하나로 읽을 이유가 충분한데, 작가가 문경민이라고 하니 큰 기대를 품었다. <훌훌>로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가인데, 내용과 주제, 문제와 표현 방식이 매우 훌륭해서, 이 책은 아이들과도 빠짐없이 읽고 다루는 책이다. 


<지켜야 할 세계>는 최근 이슈가 된 교권 문제를 다루면서도, 신념과 기회를 이야기한다. 또한 인간의 행동과 사회 구조적 문제를 비교하기도 한다.


주인공 윤옥이 죽음을 맞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죽음을 맞은 윤옥의 삶을 조명하듯 살펴보는 작품이다. 중간중간에 과거와 대과거가 오가기에, 어린 시절의 윤옥과 성장하며 겪는 일, 교사로서의 일, 그리고 수많은 선택과 좌절, 그리고 말년의 삶을 다룬다. 윤옥이라는 인물의 전체 인생을 조망하는 작품이다.


한 인간으로서 살아간 윤옥의 삶은 애처롭다. 교사로서 자리를 잡아 안정된 삶을 살아갔지만, 정작 윤옥의 가족은 그렇지 못했다. 뇌병변을 앓는 동생 지호와 관련한 일은 작품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데, 읽을수록 가슴이 먹먹해진다. 말년의 윤옥이 고집스럽게 2학년 담임을 맡고자 했던 것도 장애를 가진 아이를 위해서였는데, 평생을 짊어져야 했던 그 상처를 보는 듯했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외면할 수 있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지만, 윤옥은 그마저 자신의 죄값으로 받아들인다. 사람은 자신이 받은 상처와 좌절로 완성된다.


한 교사로서 살아간 윤옥의 삶은 대담했다.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자신을 믿고 당당했으며, 한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그의 숭고한 면은, 평범한 교사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결국 집단에서 내몰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윤옥은 그 위기마저도 기회로 받들고 나아간다. 충격적인 사건을 목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엄마로서의 윤옥은 훌륭했다. 자신이 짊어져야 할 모든 책임과 잘못을 아들 상현을 키우며 만회하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제자 수연과 동생 지호에 대한 죄책감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여자로서의 윤옥은 별로 없다. 그저 교사로서, 엄마로서, 한 인간으로서 살아온 삶이 있을 뿐이다. 윤옥은 그의 이름처럼, 옥을 반질하게 닦듯, 자신의 삶을 통해서 자신을 닦았고, 작은 흠집과 티를 마모시키며 자신을 단련했다. 그렇게 살아간 윤옥의 삶 앞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진 사람들은 좌절과 부끄러움을 맛봤고, 그것은 윤옥에 대한 반발감으로 나왔다. 윤옥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대로 행동했고, 그 신념대로 살았지만, 그로 인해 참 많은 것을 잃고 손해보며 살았다. 그는 자신이 지켜야 할 세계를 지켰지만, 그 인생의 결과를 지킬 수는 없었다. 아니, 어쩌면 윤옥이 지키려고 한 세계 만큼은 지켰는지도 몰랐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지켜야 할 세계, 그 신념과 가치관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지 고민했다. 달콤한 유혹과 수많은 기회를 버리고, 과연 내가 지켜야 할 세계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지, 그 유혹의 쓰나미 앞에서도 단단한 방벽을 유지할 수 있을지 갈등했다. 그럴 수 있을까? 그 결과가 윤옥의 마지막이라면, 참 씁쓸해진다.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버린 교권이 누구 탓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사라진 교권과 교사들의 좌절감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의 갈등으로 이어지며, 걷잡을 수 없는 파도를 앞두고 있다. 학생의 인권도 중요하고 학부모의 관심도 중요하며, 잘 가르치고자 하는 교사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 세 개의 톱니바퀴는 사회 구조와 자본주의, 개인주의라는 틀 안에서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기가 참 어렵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기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하고 열정적인 교사들이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품 속 윤옥 교사의 삶을 보며, 내 바람과 응원이 보잘것없는 외침이 될까 두려워진다.


이 책은 꽤 오랫동안 수많은 독서모임에서 다룰 만한 작품이다. 학교와 교사의 문제를 넘어서서 개인과 사회 구조로 인해 자신이 외면해버린 삶, 신념과 이익 사이의 갈등을 꽤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윤옥의 삶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데, 작가는 이를 매우 덤덤한 시선으로 전개한다.


올해 읽은 책 중에 단연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작품이다. 적극 추천한다.


2023.10.26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로이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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