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 웅진 모두의 그림책 56
윤정미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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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윤정미 그림책 / 웅진주니어)


@ 웅진주니어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그림책이다.


주인공인듯 보이는 제비가, [집장만]이라고 써진 머리띠를 매고, 깃털을 휘날리며 비장한 표정으로 서 있다. 제비와 집장만은 도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게다가 머리 위에 올라간 다섯 마리의 제비는 또 누구인가? 궁금증을 견디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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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뭐든지 큰 나라’에 살고 있는 ‘보여 안 보여 날개’ 제비다. 뭐든지 큰 나라에 살지만, 날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제비니, 사는 데 지장이 없겠다 싶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 임금님이 어마어마하게 큰 궁궐을 짓는데, 튼튼한 제비 집을 쓰라고 했단다. 그래서 다들 집이 없어졌다며, ‘소문이 자자한 나라’로 떠난다고 난리다. 언제 집이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인공 제비도 집을 장만하러 떠난다. 그래서 머리띠에 [집장만]이 새겨져 있던 것이다.


주인공 제비는 소문이 자자한 나라에 도착하지만, 그곳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달음박질도 시력도 좋아야 하고, 날개도 다섯 치나 되어야 한다고, 곁에 있던 다섯 제비가 알려준다. 주인공 제비는 달음박질과 시력은 괜찮은데, 날개가 짧다. 이를 어쩐다… 다섯 제비가 알려준 대로 날개를 키우려 하지만 소용이 없다. 과연 ‘보여 안 보여’ 제비는 집장만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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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동물들은 집을 지을 줄 안다. 그 능력을 타고난 동물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집을 짓고 살아간다. 인간은 그 능력이 없는데, 그럼에도 모든 사람은 집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인간에게 집은 거주지만이 아니라 문화이고 사회이며, 그 외의 과시적인 역할도 한다.


사실 건축이 농사보다 앞섰다는 견해가 많다. 몇몇 고대 유적은 농사를 짓던 시기보다 앞서거나, 오히려 건축을 위해 농사를 지어야 했다는 말에 신빙성도 있다. 어쩌면 인류의 삶은 농사보다 집이 더 먼저이고, 그건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집 때문에 아등바등 살아가는 거다.


그런데 우리만이 아니라 제비조차 그렇다니, 마음이 좀 아프고 불편하다. 제비는 여름에 번식하러 우리나라에 찾아오는데, 처마 밑에 멋지게 집을 짓고 새끼를 낳고 돌본다. 과거에는 도시에서도 곧잘 볼 수 있었는데, 아파트가 많이 생겨나서인지 요즘은 보기가 드물다.


제비는 사람과 잘 어울려 살아가는 동물이다. 사람 손이 잘 닿지 않는 처마 밑에 집을 짓기에, 여러 야생동물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 사람들도 자기 집에 찾아온 제비를 손님으로 대하며, 함부로 해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제비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인간이 뿌린 농약 때문이다. 인간이 뿌린 농약이 곤충에게, 그리고 곤충을 먹는 제비에게, 그리고 제비 알과 새끼에게 영향을 주면서 번식률이 떨어지고 있다. 아직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정도라지만, 비 올 때 낮게 달던 제비를 쉽게 볼 수 없다니 서글프다.


이 책에서는 집을 찾아 떠나야 하는, 안전하고 아름다운 곳, 반드시 돌아와야만 하는 그 곳을 찾아 노력을 기울이는 제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우리네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 집은 모두가 돌아와 모이는 장소다. 반드시 돌아올 곳, 그리고 모두가 출발할 곳이다. 시점점이자 도착점이며, 모든 것은 집에서 시작하여 집에서 끝난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중심은 집이고 집이어야 하기에, 집장만이 모든 이들의 원대한 꿈이다. [집장만] 머리띠를 둘러메고 싸워내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주인공 ‘보여 안 보여 날개’ 제비는, 자기 집을 구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하늘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택한다. 길은 하늘에만 있지 않고, 생각을 다르게 하면 세상은 더 넓게 보이는 법.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제비의 발걸음이 힘차다.


그림이 참 아기자기한데, 한 장면 한 부분도 허투루 볼 수 없다. 그림책의 장점이지만, 말과 글로 다 할 수 없는 섬세한 묘사가 작품의 의미를 더한다. 물론 재치있고 재미있게 표현되어서, 그림만 보며 읽는 것도 흐뭇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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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같은 우리 아이들도 삶의 도전과 위기 앞에 놓일 것이다. 이 책의 제비들처럼 뭔가를 구하기 위해 출발선에 서서 경쟁해야 할 것이고, 치열하게 노력할 일도 있을 것이다. 늘 주인공이 될 수 없기에 좌절을 맛보고 절망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럴 때, 제비를 도와준 다섯 친구 제비처럼, 곁에서 응원하고 지지하며, 작은 도움을 주는 소중한 사람이 든든하게 곁에 있음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그리고 삶의 방식이 하나만 있지 않음을, 길은 얼마든지 있고,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음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내딛을 그 작은 발걸음이, 이전보다 더 힘차고 당당하길 바란다.


*본 서평은 <웅진주니어>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로 작성한 자유로운 서평임을 밝힙니다.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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