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니를 찾아서
엘렌 오 지음, 천미나 옮김 / 길벗스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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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니를 찾아서> (엘렌 오 저/ 천미나 역)


인간이 자신의 뇌를 외부에 저장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오랜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문자로 기록되기 전의 경험과 역사는 추억과 기억으로 남아 전설과 신화로 자리잡았다. 퇴색된 사실은 사실의 폐부를 찌르기도 하지만, 그 농도를 옅게 만들기도 한다. 가공과 변질은 사실의 빛과 그림자이지만, 그 나름의 목적과 의미가 남으므로, 그래서 역사는 기록되어야 하고 경험은 추억으로 남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로서의 한국전쟁의 경험과 역사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20~30년 후에는 한국전쟁을 겪지 못한 세대만 남을 것이고, 그 경험과 역사는 전설과 신화로 남을까 두렵다.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가 끝났어도 분단과 아픔은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성세대인 어른들과 청소년, 아이들에게 한국전쟁 당시의 상황과 경험, 역사를 알려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굳건하게 살아가는 뿌리가 그곳에 있고, 그 경험의 가치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살아갈 길을 열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전쟁을 제대로 보여주는 아동, 청소년 문학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전쟁으로 인한 고통의 편린을 다루거나, 개인의 영역으로 국한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의 경험은 결국 사회 전체의 경험 속에 녹아 있을 테지만, 당시의 대립과 혼란, 사회상을 고스란히 드러내지 못한다면, 당시의 이념대립과 혼란이 그저 개인적 경험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완서와 권정생의 몇몇 작품은 아이들에게 한국전쟁을 소설로 들려주기에 참 적합한 작품이지만, 그 작품을 넘어설 이야기가 부족한 점은 늘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읽은 <김주니를 찾아서>는 한국전쟁 당시의 상황과 아픔, 역사를 고스란히 들려줄 수 있는 책이어서 기뻤다. 물론 이 작품이 전쟁의 아픔보다 더 큰 범주의 ‘혐오’를 다룬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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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책을 전쟁의 아픔 이야기로만 끝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전쟁의 아픔 이야기를 혐오라는 액자에 넣어 풀어낸다. 초반에 김주니가 학교에서 당하는 인종 차별을 통해서, 이 모든 문제가 서로에 대한 편견, 막연한 관념, 즉 ‘혐오’에서 비롯되었음을 알린다. 김주니와 다채로운 피부색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는 차별과 그들의 인종주의적인 표현이 나오고, 그 잘못을 알리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김주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한국전쟁 이야기를 듣는다. 


할아버지 도하가 고향 서산에서 겪은 한국전쟁은, 박완서의 작품과 닮았다. 명망 있는 의사 아버지를 둔 도하는 자기 고향에서 벌어지는 이념 문제와 공산당의 남침으로 분열되는 사람들의 모습, 그로 인해 끔찍한 살육이 벌어지는 현장을 목격한다. 그저 그곳에서 살아왔을 뿐인데 이념이 갈라놓은 사회가 우리를 어떻게 갈라놓았는지를 매우 깊이 있게 다룬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리게 될 장면이 너무나 많다. 할아버지 도하는 자신의 안전보다는 친구를 택하기도 하는데, 도하의 아버지는 안전을 택해도 원망하지 않았을 거라면서 아들의 선택을 지지해준다.


할아버지가 겪은 이야기를 통해 주니는 이념과 갈등 저변에 깔린 혐오가 얼마나 큰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와 같은 경험에도 사람을 비난하기보다는 갈등과 혐오를 비난하는 할아버지를 통해서, 우리가 비난해야 할 것 역시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 할아버지의 선택을 통해서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다. 


할아버지를 통해서 알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주니는 용기를 내어 친구들과 목소리를 내려 노력한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서 할머니가 힘겨워하자, 녹화해둔 할아버지의 영상으로 할머니에게 그 마음을 전한다. 할머니는 주니의 과제를 위해, 그리고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한국전쟁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천에 살던 할머니 진주는 쳐들어온 공산당 때문에 친구끼리 흩어지고 가족이 붕괴되는 장면을 목격한다. 공산당에 의해 감옥에 갇혀 서울로 간 아버지를 찾아 엄마는 떠나고, 남겨둔 돈과 음식을 갖고 떠난 식모로 인해, 진주 4남매는 똘똘뭉쳐 어려움을 버텨낸다.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힘겨운 여정을 거쳐 부모님을 만나는 장면 내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고, 그 여정에 함께 한 독자의 마지막은 터질듯한 감동과 뜨거운 눈물이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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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2월에 가장 기대가 컸던 아동문학이 <김주니를 찾아서>다. 여러 수식어가 따르겠지만, 역사를 이야기로 어떻게 풀어내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점차 잊혀지는 한국전쟁 당시의 아픔과 이산가족, 이념대립과 혐오 범죄를 아우르며, 결국 우리가 도달해야 할 여정의 끝은 혐오가 아니라 그 상처를 인정하고 아픔을 이해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한국전쟁이란 역사적 뿌리 위에서 발전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 뿌리는 상처 투성이고 여전히 아프지만, 굳건하게 땅 속에 뿌리내렸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잊지 않되, 이제는 서로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공통점을 찾고 이해해야 한다. 진부하지만 옳다.


<김주니를 찾아서>를 이야기로 읽겠지만 분명 사실이며 역사다. 우리 아이들이 조부모님께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안목과 품을 갖길 바란다.


이 책은 글밥이 많지만, 천미나 역자의 훌륭한 번역으로, 전혀 외국 소설이라 느껴지지 않기에, 초등 중학년 이상부터 모든 청소년, 그리고 어른들까지 두루 읽어야 할 소설이다. 단 한 페이지도 지루하지 않으며, 전쟁, 차별, 혐오, 그 역사까지 두루 이해하고 나눌 만한 작품이다.


읽는 내내 아팠고 힘겨웠으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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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책을 제공해주신 ‘길벗스쿨’ 출판사에 감사하며, 주관적 견해를 밝힌 글임을 밝힌다.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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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집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존 데이비스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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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집 (찰스 디킨스 / 스푼북)


너희들은 ‘찰스 디킨스’를 알고 있니?

선생님과 읽은 책이 많으니, 한 번쯤 들어봤거나 읽어보기도 했을 거야.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캐럴>, <올리버 트위스트>는 몇 번 들었거나 읽었을 것이고, <위대한 유산>, <두 도시 이야기> 등은 제목을 알고 있을 거야. 함께 읽어보자고 선생님이 여러 번 말했겠지만, 함께 읽겠다고 흔쾌히 말한 친구들은 없었어. 찰스 디킨스의 책은 정말 훌륭하지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란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200쪽 정도의 좀 읽을 만한 책이지만, <올리버 트위스트>는 600쪽이 넘고, 다른 책은 1000쪽을 훌쩍 넘기기도 하니까 쉽지 않지. 하긴 선생님이 참여하는 여러 독서모임에서도 ‘찰스 디킨스’ 책을 읽을 때는 모두들 큰맘 먹고 계획을 짜서 읽을 정도란다.


그런데도 찰스 디킨스 책을 왜 읽나고?

그 이유는 딱 두가지야. 찰스 디킨스의 책은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구성이 치밀하고 비판적이면서, 사회를 깊이 들여다보는 안목이 있기 때문이야. 책을 읽다 보면 당시 사회의 모습과 문제점이 잘 보이면서도, 지금 우리 모습과 사회를 들여다보게 되거든.

다른 이유는 찰스 디킨스라는 사람이 대단하기 때문이야. 찰스 디킨스의 어린 시절은 무척 가난했는데, 돈이 없던 가족을 위해 디킨스는 12살 때 구두약 공장에 취직해서 하루 10시간씩 일해야 했단다. 그때 얼마나 고생하고 힘들었는지, 그 이후로 디킨스는 어른들에게 입은 상처와 좌절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고, 디킨스의 작품에는 그 때의 일과 감정이 잘 드러난단다. 세계사 시간에 배우겠지만, 영국의 도시는 발달했지만, 그 이면에는 무서운 빈곤과 비인간적인 노동이라는 어둠이 있었는데, 디킨스는 그 점을 바라보는 작가이기에, 그의 작품을 읽는단다.


이번에 선생님이 읽은 <황폐한 집>도 찰스 디킨스의 작품인데,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란다. 너희가 이 책을 도서관에서 찾으면 무려 1,100쪽이 넘는 걸 보고 이것이 책인지 베개인지, 혹은 공격무기인지 헷갈릴지도 몰라. 어쩌면 책장을 아름답게 꾸미는 장식품이라고 여길지도. 선생님도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는데, 책이 정말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어서, 이 책을 읽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두껍고 어려우면 그랬겠니?


그런데 이번에 스푼북 출판사에서 좋은 책을 보내주시기로 했는데, 그 책이 <황폐한 책>이어서 좀 고민했단다. 세상에, 1100쪽짜리 책을 읽으라고 보내주다니, 이걸 어쩐다? 그런데 책을 받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단다. 스푼북의 S클래식,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은 96쪽의 책이었기 때문이야. 이 정도라면 이 어려운 책에 한 번 도전해볼 만하지 않니?


그런데 짧아도 걱정이 들었어. 선생님이 알고 있는 <황폐한 집>은 영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잔다이스와 잔다이스’라는 수십 년간의 법정 다툼을 상세히 그리고 있으며, 수십 명의 인물이 얽히고섥힌 복잡한 이야기인데, 그걸 100쪽이 채 되지 않은 책에 담을 수 있을까 해서 말야.


그런데 그건 기우였어. ‘기우’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말이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생님은 스푼북의 <황폐한 집>을 읽고, 원작의 내용을 거의 완벽하게 이해해버렸어. 인물과 사건, 그리고 배경이 치밀하게 잘 나와 있고, 이해가 어려울 수 있기에, 매 페이지마다 상세한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읽기가 수월했기 때문이란다.


이 책은 ‘에스더 서머슨’이라는 소녀가 주요 인물이란다. 부모님을 모른 채 이모와 살던 에스더는, 끔찍할 정도로 엄격한 이모와 살았는데, 이모는 에스더를 낳은 엄마가 집안의 망신거리라며 잊으라고 한단다. 에스더는 얼마나 비참하고 괴로웠을까? 에스더에게는 엄마가 남겨준 작고 하얀 손수건이 있었는데, H.B.라고 적인 그 손소건을 엄마라 생각하고 보물처럼 다루었단다. 얼마 후 이모가 돌아가시고, 에스더는 ‘잔다이스’라는 후견인이 생겨 ‘황폐한 집’이라고 불리는 저택에서 잔다이스와 살게 돼. 잔다이스는 에이다 클래어와 리처드 카스튼의 후견이기도 해서, 에스더는 두 사람과 함께 지낸단다.


잔다이스는 소송 때문에 힘들어 하는데, 그 소송에 휘말린 데드록 경과 데드록 부인도 있었어. 데드록 부인은 변호사가 가져온 법률서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자신이 예전에 사랑했던 군인과 같은 글씨였기 때문이야. 데드록 부인과 대위 사이에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죽었다고 들었지.


어느 날 레드록 부인이 친구들 집을 방문하다 ‘황폐한 집’도 방문하는데, 그곳에서 에스더를 만나. 에이다와 리처드는 그 부인과 에스더가 너무나 많이 닮았다며 놀라지. 과연 이 둘은 어떤 관게일까?


그런 중에, 데드록 경과 데드록 부인의 소송을 대리하는 털킹혼 변호사는 데드록 부인이 가진 비밀을 파헤치고, 대위와의 관계, 그리고 에스더에 대해서까지 알아내지. 그리고 그걸로 데드록 부인을 협박하려 하는데,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까?


선생님은 스푼북의 <황폐한 집>을 읽은 후에 1100쪽짜리 책을 읽고 싶어졌어. 짧은 이 책이 이렇게 재미있다면, 원작은 얼마나 멋질까? 물론 너희들에게 원작을 추천하진 않아. 1100쪽짜리 책을 읽고 나면 아마 엉덩이가 의자에 붙어버릴 테니까, 그건 조금 뒤로 미루자. 그래도 이번에 <황폐한 집>을 읽으며, 중요한 부분이 잘 간추려진 이 책은 꼭 읽었으면 했어. 위대한 작가의 훌륭한 소설을, 가볍게 맛볼 수 있으면서, 그 속에 담긴 인물들의 사연과 아픔에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그러면 조금 더 큰 다음에 원작을 읽을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스푼분의 <황폐한 집>을 가볍게 읽었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어. 세상에는 잔다이스 씨과 데드록 경처럼 좋은 사람도 많지만, 털킹혼처럼 남의 약점과 과거를 빌미로 이득을 취하는 인간도 있지. 그걸 한 번에 알아볼 수는 없어. 살아가면서 많이 경험하고 생각하며 보는 눈을 키우는 거야. 선생님은 그 눈을 더 크게 뜰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책이라고 믿어. SNS와 유튜브, 게임이 넘쳐나는 재미있는 세상에서도, 책만이 주는 재미와 깊은 사유를 놓치지 않길 바라.


그리고 온라인에 갇혀 현실의 아름다움과 인간미, 사람 사이의 정이 황폐해지는 우리 사회가, 찰스 디킨스가 <황폐한 집>으로 말하려는 것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소중히 여기며, 따뜻한 감정을 나누는 세상이 되길 바라.


2023.02.12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책으로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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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스타그램 마음을 꿈꾸다 7
한영미 지음 / 꿈꾸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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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일상은 사적인 공간이기에, 타인의 일상을 알기어려워,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 안에서의 행복을 누려왔습니다. 그러나 SNS의 등장은 일상의 상향 평준화를 가져왔습니다. 타인의 삶을 엿보면서 내 삶을 비교하기 시작하고, 이런 정보공유는 다른 형태의 고독과 불안을 야기했습니다. 특히 외모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관심사이자 열망이 담긴 만큼, SNS가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SNS의 탓은 아닙니다. 어쩌면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일지도 모르지요.


성형이 부끄러운 일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우리 사회는 성형이나 외모 가꾸기에 관해 관대해졌습니다. 사실 그 이상으로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아이들이 보는 매체는 영상 위주이기에, 그 사람의 실력은 반드시 외모를 동반하기 마련이고, 이러한 영상에 익숙한 세대는 외모가 가진 힘을 더 크게 여깁니다. 영상매체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도 외모가 주는 이익이 크고, 반대의 경우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가진 외모에 대한 생각은 더 분명합니다.


<뷰티스타그램>은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중생 오이진의 이야기입니다. 이진이는 자기 쌍꺼풀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짝눈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노 슬림 테이프를 붙여서 좌우가 똑같은 쌍꺼풀로 만드는데, 그것을 깜빡한 날이면 외모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오이진과 같은 학원을 다니는 김민우는 아이돌 스타고, 민우를 따라다니는 예쁜 여자애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진이 ‘메구들’이라고 부르는 그 아이들에게 오타쿠같이 생겼다는 말을 들은 후 마음이 힘들어집니다. 테이프를 붙이지 않은 짝눈에 신경이 쓰이지만, 갑자기 김민우가 찾아와 영화를 보자고 전화번호를 달라고 합니다. 이게 웬일일까요? 기대 반 의심 반으로 민우의 문자를 기다리던 이진은 민우에게서 ”내가 미쳤냐? 어떤 남자가 너랑 영화를 보겠냐?“라는 문자를 받고 화를 참지 못 하는데, 이런 걱정과 고민은 결국 자신의 외모가 부족하다는 결론으로 도달합니다.


이진은 SNS의 뷰티스타그램을 통해, 예뻐지게 도와준다는 광고를 보며, 돈이 들어도 살을 빼고 쌍꺼풀이 생기게 하려고 하고, 엄마 지갑에서 돈을 슬쩍하며, 그곳에 가입하기도 합니다. 예뻐지고자 하는 이진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그런 와중에 오이진은 괴담 이야기를 쓰며, 자신의 재능을 키워나가고, 슈퍼를 하는 엄마도 마찬가지로 숨겨두었던 자기만의 꿈을 찾아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같은 처지의 정효정을 통해서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과 어른들은 각자가 다르게 이야기를 이해할 겁니다. 어른들은 외모에 집착하는 오이진과 아슬아슬한 비행, 그리고 속으로만 끙끙 앓으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것이고, 아이들은 외모에 관해 깊이 공감하고, 같은 상황의 자신을 발견하며, 마음에 큰 위안이 될 겁니다. 외모로 다친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한다는 점에서 많은 여학생들이 공감하게 될 작품입니다.


이 책에서, 쌍꺼풀을 만들고 턱선을 가느다랗게 만들기 위해 인플루언서가 요구하는대로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사회가 요구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어른과 닮았습니다. 미모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알바를 뛰고, 가불을 하며, 엄마의 지갑까지 손대면서 미모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 조마조마하고, 돈을 지불했지만 연락이 끊기면서 마음이 심란하고, 미모의 뷰티스타그램 언니 정체를 알고 실망하지만, 그래도 미모를 위해서 수용하도 달려가는 모습에 가슴 아파요. 그럼에도 아이들은 나아가고 성장하며, 꿈을 향해 도전하며, 그렇게 자랍니다.


외모보다 내면이기에, 내면과 실력을 가꾸는 것이 옳다고 여겼지만, 그것이 공염불임을 알게 한 책이에요. 내면과 실력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외모에 대한 관심이 부정적일 필요도 없고, 그 역시 성장과 전진의 과정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생겼죠.


또한 이 책은 뭔가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점이 좋습니다. 외모 가꾸기나 그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참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나친 외모 가꾸기가 가져오는 문제를 괴담처럼 들려주기보다는, 외모에 관한 고민과 우울함을 독특한 괴담으로 풀어냅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잘못된 게 아님을 알고, 그러면서도 자신을 가꾸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괴담을 통해 창작에 관심을 갖게 된 것처럼 말이죠.




이 책이 분명하게 말하고자 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지금은 쑥쑥 자라는 중이기에,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성급하게 결정지을 필요도, 주눅 들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 가꾸어야 할 가치는 내면에 있음을 슬쩍 비칩니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용 모델이 아니며, 다른 사람이 보기에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외모에 관심을 갖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습니다. 외모든 특기든, 좋아하는 것이든,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2023.02.09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도서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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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지구를 공개합니다 - 데이터로 말하고 그래픽으로 보여 주는 50가지 기후 환경 문제 우리학교 과학 읽는 시간
올레 핸츠셸 지음, 마티아스 슈톨츠 그림, 이상희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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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지구를 공개합니다>(올레 핸츠셸, 마티아스 슈톨츠 / 이상희 역 / 우리학교)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가는 시점, 우리는 미루두었던 환경 문제를 이제 꺼내기 시작했다.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걱정하던 환경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고, 일회용 마스크와 페트병에 담긴 손소독제, 수십 배 늘어난 배달 음식으로 인한 일회용품은, 코로나 이전의 환경 문제를 이미 넘어설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환경 문제를 알리는 도서가 눈에 띄게 많이 나오고 있다. 아마도 코로나 시기 동안 미뤄놨던 도서일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학교와 학습, 아동 청소년 도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 환경 문제를 다루는 대부분의 도서가 가진 문제점은 문제를 밝히는 과정이 식상하다는 점이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밝히는 방법은 대체로 세 가지로 정리된다.


🌨️1.과거 기후와 비교(세계사, 전쟁, 기근 등)

🌪️2.지금의 기후와 기상이변을 사례로 들고, 미래 기후를 예측(생물, 지질, 대기 등)

🛍️3.우리가 소비하는 문제를 수치화(탄소 배출량, 플라스틱, 담수 사용 등)


😱이러한 문제 인식 과정은 매우 두렵게 다가오면서도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정작 아이들이 느끼는 기후와 날씨는 큰 변화가 없다. 우리가 소비하며 일으키는 탄소배출과 쓰레기 문제는 그저 숫자로만 제시되기에, 아이들은 공포감을 느끼되, 그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래서 혹자는 환경 도서를 디스토피아 소설에 비유하기도 한다. 불투명하고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인포그래픽’에 주목한다. 정형화된 수치(데이터)를 인상적인 장면(그래픽)으로 보여주고, 그 문제의 심각성을 한껏 와 닿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 돼지, 닭, 양을 소비할 때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그저 숫자로 보여주지 않고, 그 수치를 각 동물의 크기로 변환하면, 눈에 금세 들어오고, 그 문제를 쉽게 이해한다. 이것이 인포그래픽의 힘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까닭은 <오늘의 지구를 공개합니다>가 바로 ‘인포그래픽’ 도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망치고 있는 지구의 모습을 공개하는데, 그것을 수치로 표현하되 인포그래픽을 통해 확실하고 정확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며,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게다가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 정말 많다. 환경을 위해서 몇 층 계단은 걸어 다니고, 책을 사는 대신 빌려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환경을 위한 길은 목욕물을 받아 차례로 목욕하고, 꽃을 사기보다 직접 키우며, 옷을 사는 대신 중고 매장에서 구매하는 방법이, 그렇지 않은 방법보다 수백 배 이상 환경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이 모든 것보다 4~50배 환경을 위한 것은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또 있다.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기 위해 차를 운전한다면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 아이 혼자 간다면, 아이 1명의 힘이 필요하지만, 340마력의 SUV 자동차를 타고 간다면 무려 성인 4,080명분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아이 하나를 위해 4,000배 이상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환경을 해친다는 점을 수치로 보는 순간, 죄책감에 빠져든다. 아마 이 책을 보는 아이와 부모는 학교에 차를 타고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외에도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모습을 수치화한 그래픽으로 보여주고, 우리가 소비하여 생기는 탄소 배출이 압도적임을 알려준다. 50가지 기후 환경 문제를 통해서 기후 위기가 손에 잡힐 듯, 눈에 보이는 문제로 여겨진다.


아이들은 환경 문제를 남의 문제로 여긴다. 아이들이 읽었던 수많은 환경 도서가 별로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환경 도서를 읽을 때, 반드시 이 책을 옆에 두고 읽어야 한다.


🎁이 도서는 ‘우리학교’ 출판사에서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보면서 출판사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환경을 생각하는 도서가 비닐 포장으로 왔다는 점이다. 🖐️수많은 출판사와 온라인 서점이 친환경적인 포장에 조금 더 신경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환경 도서를 접하는 아이들이 곁에 두고 함께 읽길 권한다. 학생들과 청소년만이 아니라, 어른들이 함께 읽어도 좋다. 모두에게 추천한다.


2023.02.03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주관적인 평가를 담은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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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외계인 허블어린이 2
이재문 지음, 김나연 그림 / 허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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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외계인>

(이재문 글 / 김나연 그림 / 허블)


아이들 책은 대체로 한 호흡에 읽어지는데, 이번 책은 꽤 오래 미적거렸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야기가 얼른 끝나는 게 싫어서였다. 뒷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지만, 읽어나가는 일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고 즐거운 독서였다. 아이들은 얼마나 즐겁게 읽을지 쉽게 예상된다.


<언니는 외계인>(이재문 저 / 김나연 그림 / 허블)은 허블 어린이 시리즈 두 번째 도서다. 첫 번째 책인 <빨간 아이, 봇>을 매우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두 번째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참고로, <빨간 아이, 봇>은 인간은 모두 사라진 지구에서 살고 있는 남은 로봇들의 이야기로, 인간을 그리워하며 하던 일을 습관처럼 하는 로봇들의 모습과 인간을 다시 만들려고 했던 장면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은 뒤로갈수록 좀 어렵다고 투덜거려도 재미있게 읽는 도서다.


나는 SF 문학이 그 무엇보다 사람과 관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생각한다. 로봇들만 남아 있다 하더라도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새롭게 고민할 것이며, 의식이 전환되어 영원히 산다면, 과연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리고 외계인과 만난다면, 우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타인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한다. 이 책 역시 그것을 고민하게 한다.




<언니는 외계인>에서 주인공 미소의 언니는 외계인이다. 안키노스 행성의 외계인인 얀은 지구로 온 부모님에게서 태어났는데,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동료였던 미소의 부모님이 얀을 입양한다. 얀은 안키노스 행성 외계인이지만, 지구인으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얀의 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다. 안키노스와 다른 환경, 얀을 외부인으로 보는 수많은 시선과 학교 폭력에 힘들어 한다. 미소는 얀과 같은 나이이지만 몇 달 늦게 태어나 언니라 부르는 게 싫고, 자신과 다른 얀을 거부한다. 그런 미소와 얀의 가족이 외계로 여행을 가는데, 우연한 일로 미소와 얀은 안키노스 행성에 떨어진다. 그곳에서 미소와 얀은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예상이 되지만, 책은 그보다 더 넓고 깊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재문 작가의 <식스팩>을 인상깊게 읽었는데, 다문화 가정 아이가 고등학교 생활을 하며 적응하고 주변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로, 나와 다름을 다루는 작가의 힘이 잘 드러난다. 작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의미가 <몬스터 차일드>에서 SF로 확장되며, 이번에는 그 크기가 우주까지 확장되었다. 이전 작품과 다르게 세부적인 묘사에 크게 신경 쓴 듯하다. 작가는 <언니는 외계인>을 통해서, 안키노스 행성과 미래 기술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다. 퀀텀 익스프레스를 타면 외계까지 매우 빠르게 이동하는데, 그것을 설명하는 장면이 정말 실감나고 재미있다. 그리고 안키노스 행성의 특징과 그곳 사람들, 그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장면 묘사도 구체적이다. 아바타가 영상으로 그것을 보여준다면, 이 책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 듯 묘사하는데, 작품과 잘 어울리는 삽화를 통해서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다. 안키노스 행성이 지구보다 발전이 늦었지만 아름다운 문화가 있고,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과 우리와 다르지만 아름다운 특징을 지닌 신체를 보며 황홀해진다. 내용도 재미있지만, 외계 행성을 살려 놓았다는 점에서 이 책이 아이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줄 퀀텀 익스프레스다.




다만 새로운 세계관으로 풀어낼 때 겪어야 할 부연설명이 너무 길기에, 주된 이야기가 줄어든 느낌도 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많이 아쉬울 거다. 더 긴 호흡으로 풀어가도 좋았겠고, 은근히 후속작을 기대하고 싶어진다.


모두가 예상하겠지만, 외계인 언니 얀을 인정하지 않던 미소는, 안키노스 행성에서 지내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얀의 마음을 깊이 공감한다. 지구에서 얀이 외부인이었다면, 이곳에서 미소가 그런 입장인데, 그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얀은 미소를 살뜰이 챙긴다. SF 요소를 함께 생각하고, 얀과 미소의 변화에 주목하며 읽는다면,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겠다. 형제, 자매, 남매란 어떤 관계인지를 깊이 생각할 만한 작품이지만, 책은 책이고 현실은 현실이기에, 아이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이 책의 제목처럼, 형은 늘 외국인이고 언니는 늘 외계인이다. 좀처럼 맞는 구석이 없는 형제지만, 영원히 함께 해야 한다. 그점이 참 힘들지만, 그점이 힘이 된다는 건 참으로 나중에야 알게 된다. 외계인인 언니도 이해하는 마당에, 같은 형제, 자매, 남매라면 이해하지 못할 게 또 무어가 있을까.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기에, 이런 책을 통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친해질 준비를 하는 것도 좋겠다. 아직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인정할 수는 있지 않겠는가.


국내 창작동화에서 SF 부분에서 괄목할 만한 작품이 탄생한 것 같아 기쁘다. 작가가 풀어낸 이전 궤적들을 보면,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세계를 그려갈지, 그리고 얼마나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볼지 기대된다.


초등학교 중학년에서 고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도서다.


2023.02.02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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