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외계인 허블어린이 2
이재문 지음, 김나연 그림 / 허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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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외계인>

(이재문 글 / 김나연 그림 / 허블)


아이들 책은 대체로 한 호흡에 읽어지는데, 이번 책은 꽤 오래 미적거렸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야기가 얼른 끝나는 게 싫어서였다. 뒷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지만, 읽어나가는 일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고 즐거운 독서였다. 아이들은 얼마나 즐겁게 읽을지 쉽게 예상된다.


<언니는 외계인>(이재문 저 / 김나연 그림 / 허블)은 허블 어린이 시리즈 두 번째 도서다. 첫 번째 책인 <빨간 아이, 봇>을 매우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두 번째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참고로, <빨간 아이, 봇>은 인간은 모두 사라진 지구에서 살고 있는 남은 로봇들의 이야기로, 인간을 그리워하며 하던 일을 습관처럼 하는 로봇들의 모습과 인간을 다시 만들려고 했던 장면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은 뒤로갈수록 좀 어렵다고 투덜거려도 재미있게 읽는 도서다.


나는 SF 문학이 그 무엇보다 사람과 관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생각한다. 로봇들만 남아 있다 하더라도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새롭게 고민할 것이며, 의식이 전환되어 영원히 산다면, 과연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리고 외계인과 만난다면, 우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타인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한다. 이 책 역시 그것을 고민하게 한다.




<언니는 외계인>에서 주인공 미소의 언니는 외계인이다. 안키노스 행성의 외계인인 얀은 지구로 온 부모님에게서 태어났는데,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동료였던 미소의 부모님이 얀을 입양한다. 얀은 안키노스 행성 외계인이지만, 지구인으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얀의 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다. 안키노스와 다른 환경, 얀을 외부인으로 보는 수많은 시선과 학교 폭력에 힘들어 한다. 미소는 얀과 같은 나이이지만 몇 달 늦게 태어나 언니라 부르는 게 싫고, 자신과 다른 얀을 거부한다. 그런 미소와 얀의 가족이 외계로 여행을 가는데, 우연한 일로 미소와 얀은 안키노스 행성에 떨어진다. 그곳에서 미소와 얀은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예상이 되지만, 책은 그보다 더 넓고 깊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재문 작가의 <식스팩>을 인상깊게 읽었는데, 다문화 가정 아이가 고등학교 생활을 하며 적응하고 주변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로, 나와 다름을 다루는 작가의 힘이 잘 드러난다. 작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의미가 <몬스터 차일드>에서 SF로 확장되며, 이번에는 그 크기가 우주까지 확장되었다. 이전 작품과 다르게 세부적인 묘사에 크게 신경 쓴 듯하다. 작가는 <언니는 외계인>을 통해서, 안키노스 행성과 미래 기술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다. 퀀텀 익스프레스를 타면 외계까지 매우 빠르게 이동하는데, 그것을 설명하는 장면이 정말 실감나고 재미있다. 그리고 안키노스 행성의 특징과 그곳 사람들, 그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장면 묘사도 구체적이다. 아바타가 영상으로 그것을 보여준다면, 이 책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 듯 묘사하는데, 작품과 잘 어울리는 삽화를 통해서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다. 안키노스 행성이 지구보다 발전이 늦었지만 아름다운 문화가 있고,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과 우리와 다르지만 아름다운 특징을 지닌 신체를 보며 황홀해진다. 내용도 재미있지만, 외계 행성을 살려 놓았다는 점에서 이 책이 아이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줄 퀀텀 익스프레스다.




다만 새로운 세계관으로 풀어낼 때 겪어야 할 부연설명이 너무 길기에, 주된 이야기가 줄어든 느낌도 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많이 아쉬울 거다. 더 긴 호흡으로 풀어가도 좋았겠고, 은근히 후속작을 기대하고 싶어진다.


모두가 예상하겠지만, 외계인 언니 얀을 인정하지 않던 미소는, 안키노스 행성에서 지내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얀의 마음을 깊이 공감한다. 지구에서 얀이 외부인이었다면, 이곳에서 미소가 그런 입장인데, 그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얀은 미소를 살뜰이 챙긴다. SF 요소를 함께 생각하고, 얀과 미소의 변화에 주목하며 읽는다면,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겠다. 형제, 자매, 남매란 어떤 관계인지를 깊이 생각할 만한 작품이지만, 책은 책이고 현실은 현실이기에, 아이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이 책의 제목처럼, 형은 늘 외국인이고 언니는 늘 외계인이다. 좀처럼 맞는 구석이 없는 형제지만, 영원히 함께 해야 한다. 그점이 참 힘들지만, 그점이 힘이 된다는 건 참으로 나중에야 알게 된다. 외계인인 언니도 이해하는 마당에, 같은 형제, 자매, 남매라면 이해하지 못할 게 또 무어가 있을까.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기에, 이런 책을 통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친해질 준비를 하는 것도 좋겠다. 아직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인정할 수는 있지 않겠는가.


국내 창작동화에서 SF 부분에서 괄목할 만한 작품이 탄생한 것 같아 기쁘다. 작가가 풀어낸 이전 궤적들을 보면,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세계를 그려갈지, 그리고 얼마나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볼지 기대된다.


초등학교 중학년에서 고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도서다.


2023.02.02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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