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의 해피 엔딩 ㅣ 우리학교 주니어 소설
이필원 지음, 안유진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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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의 해피엔딩』(이필원/우리학교)


어른들은 아이의 감정이 얼마나 성숙한지 잘 모른다. 아이들의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미숙하거나 지나가는 바람으로 가볍게 여기곤 한다. 열두 살의 마음에도 치열하고 깊은 우주가 있다는 걸 아는지?


이필원의 동화집 『열두 살의 해피엔딩』은 사랑과 상실의 파도를 처음 맞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드라운 문체로 들려준다.


여섯 편의 수록작은 결핍과 균열로 일어나는 열두 살 아이들이 겪는 내면의 변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첫 연애의 끝자락에 서거나, 짝사랑의 조급함에 친구의 키링을 잃어버리고 길을 헤맨다. 이젠 세상에 없는 언니의 기일을 앞두고 마음을 앓고, 우주로 떠난 단짝의 답장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한다. 이야기에는 화려한 성공도, 깔끔한 갈등 해소도 없다. 상처를 덮지 않고 제자리에 멈춰 바라보게 하는데, 자신들에게 떠오른 슬픔의 부피를 가늠하는 아이들은 보는 내내 짠하다.


동화책을 여는 「이별 파티」와 마지막의 「언니가 돌아왔다」는 가장 묵직했다.


「이별 파티」의 주인공은 사랑이 식은 남자친구 승재와 헤어길 준비를 하며 마지막 만남을 갖는다. 울며 싸우는 대신 '싸우지 않기, 울지 않기, 마지막에 웃으며 헤어지기'라는 규칙을 세우고 이별 데이트를 치른다. 친구로 남자는 승재의 제안을 깔끔히 거절하고 돌아설 때, 그 기분은 묵은 때를 민 듯 개운하다.


「언니가 돌아왔다」는 3년 전 떠나간 친언니의 영혼과 마주하는 종서의 이야기다. "잃어버린 것은 언제 잃었는지도 모르게 잊어버리는 게 낫다"던 할아버지의 말 대신, 종서는 잃었더라도 잊지 않고 마음속에 다정하게 품고 사는 것이 진짜 사랑임을 깨닫는다. 지우는 사랑이 아니라 기억하는 사랑으로 상실을 건넌다. 다정하고 따뜻하다. 어른이 배운다.


작가는 왜 이별과 사별로 가득한 이야기에 '해피엔딩'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해피 엔딩은 싫어」이야기에서 명한은, 세상에는 해피가 너무 많다며 사랑에 빠져 오래오래 행복하게 끝나는 동화적 결말에 회의를 느낀다. 어린이나 어른 모두에게, 삶은 고통이나 눈물이 필연적이다. 그래서 삶이 던지는 비바람과 고통, 이별의 아픔을 온몸으로 통과한 뒤, 이전보다 단단해진 발걸음으로 다음 장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그 순간이, 곧 해피엔딩이다.


이 책 속 열두 살 아이들에게 사랑과 이별은, 누군가를 향해 용기를 내어 마음의 온기를 쏟는 과정이었고, 홀로 남겨진 상실의 무게를 견디며 어느새 한 뼘 자라나는 통과의례를 지나는 시기였다.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독립된 존재로 나아가며 제 감정의 주인이 되어가는 첫걸음이었다.


가슴속 서툰 감정으로 밤잠을 설치는 수많은 열두 살 아이들에게, 이 책이 넘어지고 헤매어도 괜찮다는 위로가 되어주길 바란다.


2026.09.09


*이 글은 ‘우리학교 도서부’ 활동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열두살의해피엔딩

#이필원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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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 운명에 맞서다 ㅣ 생생고전 10
김태권 지음, 산사 그림 / 천개의바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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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운명에 맞서다 (김태권 글 / 산사 그림 / 천개의바람)


그야말로 오디세이아 열풍이다. 영화를 시작으로 관련한 책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좋은 책을 소개하고 지도하며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정말 좋은 오디세이아 책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그것은 여러 이유가 있는데, 너무나 방대한 모험 이야기인 <오디세이아>를, 어린이용이랍시고 지나치게 압축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사소한 설명을 건너뛰면서, 어린 독자들이 그 맥락을 놓치게 만든 책들도 많다. 오디세우스가 왜 그랬는지, 당시의 사회와 문화적인 맥락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을 무엇인지, 지금의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까지 생각해야 하는데, 그걸 간과하는 책이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개의 바람’ 출판사에서 출간한 <오디세이아, 운명에 맞서다>는 내용과 설명, 해석 측면에서 자격을 고루 갖춘 책이다.


이 책은 원전의 형식과 구조를 충실히 따른다. 24권으로 된 <오디세이아> 이야기를 완벽에 가깝게 재현한다. 처음에 텔레마코스의 모험이 시작되고 오디세우스가 파이아키아에 오는 과정이 오디세우스 서사의 시작인데, 이 책은 충실하게 그것을 따른다. 어린이 책이 트로이아 전쟁에서부터 시간의 서사대로 표현하는 것과 달리, 원전에 충실히 따른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러한 구조는 문학 작품의 서사 구조와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므로,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는 어른이 있다면, 구조적 특징을 반드시 짚어주면 좋겠다. 흔히 아는 소설 구성의 3요소와 소설 구성의 5단계, 그리고 영화 시각적 요소를 제대로 활용한 특징을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이 책은 세 가지 층위에서 균형 있게 다룬다. 그것은 오디세우스의 모험과 텔레마코스의 여정, 그리고 신들의 계획이다. 이 세 가지 톱니바퀴가 맞물려 오디세우스의 여정에 영향을 끼치고, 마지막에 한 곳에 모든 것이 집중되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완결된다. 인류 문학의 정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천개의 바람’ 출판사의 <오디세이아, 운명에 맞서다>는 자연스러운 흐름만큼이나 쉽고 재미있다. 이런 고전은 쉬우면 재미를 놓치고 재미있으면 흐름을 잃는다. 이 무게 중심을 적절히 유지하는데, 흐름을 따라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면서도, 그 안에 구체적인 설명, 의미, 인물이 행동한 근거, 배경을 놓치지 않는다. 따로 각주나 미주, 부연 설명이랍시고 우측에 주석을 단 어린이 도서들에 비해, 그것을 글 안에 자연스럽게 잘 녹여내었다. 이는 문해력 확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게다가 읽기도 좋다. <오디세이아> 원전은 권과 행으로 이뤄지면서, 읽기 자체가 거친 편이고, 중간에 끊어 읽기가 어렵다. 어디까지 읽었는지, 그 부분부터 다시 읽기가 번거롭고 헷갈린다. 그러나 이 책은 작 부와 권, 그 안에 세부 항목이 있어서, 지금 어느 지점을 읽고 있는지를 어린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몇 번 끊어서 읽어도 전후 관계를 잘 이해하며 읽을 만하다.


사실, 중학년 아이들과 깊게 읽고 나눌 <오디세이아>를 찾고 있었다. 도서관의 <오디세이아>는 다 빌려 읽었을 정도니. 그러나 초등 중학년 <오디세이아>는 이 책으로 확정해도 되겠다. 원전에 충실한 정도가 아니라, 간결한 이야기 속에, 중요 사건과 맥락을 빠짐없이 넣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서사에 있어서 꽤 재미있는 부분, 깨알 같은 지식, 인물의 감정을 풀어내는 데는 다소 서툴다. 특히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고군분투하는 오디세우스의 감정,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텔레마코스의 심정, 20년을 기다린 페넬로페의 찢어질 듯한 마음, 구혼자들의 욕심, 충직한 하인들의 신념 등은 다소 가볍게 묘사된 점이 아쉽다. 물론 그것까지 드러낸다면 글의 분량이 길어져, 독자 타깃 범위가 좁아졌을 것을 감안하면, 이 책의 위치 선정은 꽤 괜찮은 편이다.


초등 중학년 아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 도서다. 아니, 초등 고학년까지도 읽어야 한다.

아이들이 읽는 모든 문학의 뿌리가 이 책에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 자신을 이겨내는 과정, 타인과의 관계, 겸손과 배려, 일관된 신념,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배우기에,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2026.09.12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천개의바람

#오디세이아

#운명에맞서다

#김태권

#초등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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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임금님 납시오
강혜숙 지음 / 초록귤(우리학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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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임금님 납시오>(강혜숙/초록귤)


어린이들의 ‘첫 책’은 너무나 중요하다. 책도 사람처럼 ‘첫인상’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처음 접하고 자주 접한 책은 아이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고 이는 아이를 이루는 세계관이 된다. 그래서 어릴 적에 읽는 단 몇 권의 그림책은, 부모가 아이 분유와 이유식을 고르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잘 모르겠다고? 그럼 그냥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바로 <도깨비 임금님 납시오>다.


오래전 기성세대들이 처음 접한 책은 소위 말하는 ‘명작동화’였다. 외국의 문화는 높게 쳐주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더하여 화려한 색감과 모습을 보여주는 외국 명작동화의 공주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처음 읽히기 딱 좋은 동화였다. 하지만 명작동화의 대단함은 ‘화려함’, 딱 거기까지다. 백설공주와 신레렐라가 하는 일은 주로 집안일이고, 중대한 일은 남에게 의존하며 행동과 결정 모두 타인에게 미룬다. 아이들의 첫 책으로 명작동화 그림책을 고른다면 아, 이건 좀 걱정된다.


그러나 전래동화는 다르다. 전래동화의 가장 큰 기둥은 바로 ‘구전’되었다는 점이다. 그 유명한 ‘작자미상’ 선생님들이 지으셨는데, 어떤 전래동화든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공동체의 생각과 공감, 배려와 봉사, 그리고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거기에 해학과 흥겨움이 넘친다. ‘서정오’ 선생의 옛 이야기 백 가지를 읽다 보면, 이 모든 게 이해된다.


놀랍게도 옛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히 재구성중이다. 도깨비의 익살, 아이의 지혜, 욕심 많은 임금을 골려 주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즐거움과 해학이 넘쳐나는 이야기. 그게 <도깨비 임금님 납시오>에 다 들어 있다. 정말이니 의심하지 말라.


대한민국 그림책상 특별상 수상작가인 ‘강혜숙’ 작가의 이 그림책은 해학과 풍자가 절묘하다. 어른이든 아이들 모두 읽고 웃을 테지만, 그 지점이 조금 다르겠다.


이 책에서, 우리 주변 모든 물건들이 도깨비다. 맡애기와 빗자루, 솥뚜껑과 정자관, 빨랫방망이와 호리병, 벼루까지도 사실 모두 도깨비다. 도깨비들은, 아가를 업고 대나무를 주우러 온 여자아이를 놀래키려 하는데, 온갖 심부름에 무서울 틈도 없자 도깨비는 실망한다. 그러나 여자아이도 무서워하는 게 있었으니 바로 ‘임금님’. 가장 무서운 게 임금님이라니 도깨비들은 서로 자기가 임금님이라 우기고, 그래서 여자아이가 도깨비 중에서 임금님을 뽑아주겠다고 한다.


세상에 여자아이가 할 일이 많아서 무서울 틈도 없다니, 웃프다. 게다가 도깨비들의 실망하는 모습이라니. 눈물이 날 정도로 우스운 장면이다. 


도깨비들은 정승 댁부터 개집까지, 용궁이랑 저승까지 돌아다니며, 자기가 임금님이 되기 위한 보물을 찾아다닌다. 그 보물 이야기에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 속 신기한 물건들이 빠짐없이 나온다. 그러니 여러 전래동화를 읽은 아이들은 이 대목에서 얼마나 반가울까.


결국 누가 도깨비 임금님이 될까? 여자아이는 도깨비에게서 받은 선물로 어떻게 할까? 그 이야기들이 다시 전래동화로 이어진다는 건 안 비밀이다.


이야기의 구조가 참신하다.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하지만 해학이 넘쳐나고, 그러면서도 아이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처지가 스며들면서도, 백성들이 무서워하던 것은 정작 무엇인지, 아이가 그 보물을 어디에 사용하는지까지 읽다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그래, 이게 전래동화지.


‘강혜숙’ 작가의 본명이 ‘작자미상’일 것이 분명하다. 수많은 전래동화 속의 민초들이 그려낸 장면과 주제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그림책은 이렇게 만드는 거다.

그림책을 전문으로 하는 독서모임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책을 처음 접하는 꼬맹이들이 이 책을 꼭 읽으면 좋겠다. 


2026.08.08


*본 서평은 우리학교 도서부 2기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도깨비임금님납시오 #초록귤 #강혜숙 #유아그림책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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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달리다: 푸하하 달리기 클럽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임지형 지음, 이주미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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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달리다 : 푸하하 달리기 클럽 (임지형 / 우리학교)


여름에 참 잘 어울리는 동화책이다.

역사적인 더위가 계속되는데,

이렇게 달리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즐겁고 새롭다.


최근 걷기, 달리기가 트렌드가 되면서 아이들 책에서도 걷기 클럽이나 달리기 이야기가 꽤 많아졌다. 달리는 건 지구를 굴리는 일일뿐만 아니라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일이며, 숨이 차오르도록 내 몸을 혹사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고통을 견디며 나아감. 결국 모든 문학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것 아닌가!


이 책 아이들의 달리기는 의미가 남다르다. 각자 이유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달리기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시켜서 하는 공부와 학원이 아니라 스스로 시작하고자 한 일. 내가 선택하고 노력하고 이겨내고 성장하는 과정이 달리기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조금의 비약을 담아 말하자면, 달리기는 세상 모든 것을 담고 있고 모든 의미와 연결된다. 달리기는 전진이자 인내이고 고통과 치유이며 반성과 성장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재민이와 태우에게 일어나는 일도 이와 같다.


부모님 없이 할머니, 이모와 사는 재민이는 부모를 그리워한다. 태우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그 아픔을 삭인다. 당차지는 않지만 당당하다.


부모가 바빠 방임에 이를 정도인 태우는 엄마 카드를 자유롭게 쓸 정도로 여유롭지만, 부모의 사랑과,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에 목말라 한다. 그 갈증이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나오며, 태우는 변화의 기로에 선다.


이질적인 두 아이가 가족의 사랑과 환대, 이웃들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고된 달리기와 봉사를 통해 변화한다. 원수에서 친구로, 친구에서 가족으로, 급기야 형제가 되는 두 아이를 보며, 우리가 힘차게 달려야 할 곳은 어디인지 고민한다.


두 아이의 달리기와 변화를 보며 뜨거운 여름에도 청량감이 느껴진다.

태우 엄마의 변화, 할머니의 애정, 이웃들의 포근한 관심은

따뜻한 일일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책을 어려워하는 중학년 아이들부터, 독서에 자신있는 저학년 아이들 모두가 읽을 만하다

동화의 깊이와 문학적 의미를 가르쳐 줄 만한 도서다.


2026.08.08


*본 서평은 ‘우리학교’ 도서부 2기 활동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여름을달리다 #푸하하달리기클럽 #임지형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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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나
유은실 지음, 이소영 그림 / 초록귤(우리학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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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나>(유은실 글/이소영 그림/우리학교)

짧은 그림책에 정말 많은 상징과 은유가 담겨 있다. 무구한 아이의 아이의 시선이 잔혹한 텍스트보다 울림이 크다. 


유은실 작가의 이 책은, 작가가 <변두리>에서 보여준 밀도와 <순례 주택>에서 건네준 해학적 정겨움을 모두 담은 듯하다. 게다가 <열세 살 우리는>의 삽화가인 이소영 작가의 그림은 천진한 아이의 순수한 생각을 통해, 전쟁의 끔찍한 참상을 상상한다. 


이제 우리나라에 전쟁을 겪은 사람이 별로 없다.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에게 전쟁은 잔혹동화 같은, 먼 나라의 일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이 책은 다르다. 전쟁을 겪지 않은 아이가 이렇게나 사실적으로 전쟁을 느낄 수 있다니. 전쟁의 참상은 생각을 조금만 비틀고 살짝만 가정하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문제임을, 이 책은 밝힌다.


피난을 가야 하고 서로를 믿지 못하며, 연대나 공존이라곤 살펴볼 수 없는 상황, 어디로 어떻게 누구와 떠나야 할지, 현실적인 고민을, 아이는 그걸 상상만으로 그려낸다. 상황만으로 피부로 다가온다.


개미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불안과 의심, 불신과 개인주의로 퍼진다. 집에서 나온 개미를 잡느라 약을 뿌리는데, 속에 숨었던 개미들이 피난 간다. 살기 위해서. 할머니는 그 개미를 손으로 꾹꾹 눌러 죽인다. 전쟁이 나면 개미처럼 떠나야 하는 상황은 금세 불안을 만들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의심해야 하는 상황은 그리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개미를 죽이려 약을 뿌리는 할머니에게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그건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쟁이 가져오는 가장 끔찍한 일은 전쟁이다. 나라의 질서는 무너지고 사회의 연대는 사라진다. 혼자 살기 위해 이웃을 고발하고 저버리며 나누지 않는다. 반대로 생각하면, 전쟁이 일어나도 잃어버려선 안 될 소중한 가치들인데, 전쟁은 그걸 그냥 두지 않는다.


북한의 위협이 일상이 된 우리는 정작 눈앞에 매일 매 순간 전쟁의 위협이 있지만, 오히려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 그건 눈앞의 미사일 실험과 전쟁 위협보다 오늘의 코스피가 더 신경 쓰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린 평화롭게 사는 듯한데, 그렇다고 우리가 전쟁의 위기에서 서로 돕고 나누며 잘 헤쳐갈 것 같지도 않다. 전쟁의 무서움은 바로 이 점에 있다.


전쟁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영향을 준다.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나의 인생 방향이 바뀐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미사일이 날아오고 피난을 가야 하며, 떨어진 가족을 그리워한다. 불을 끄고 잠을 청하면 내일의 희망보다 불바다의 공포를 상상하며, 내일 학교 일과를 상상하기보다 오늘 먹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우리가 걱정하는 전쟁은, 이 책 아이의 시선이어야 한다. 그저 먼 나라의 판타지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란 점이다. 가장 걱정스런 지점은 위기 앞에서 우리는 하나되어 서로 도울 준비가 되어 있냐는 것이다. 그건 오랫동안 치유되지 못한 우리의 상처다.


우리가 생각한 바를,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느끼게 해준다. 생각을 느낌으로 만들어 체감하고 체득하게 하는 건 그림책이 가진 고유한 기능이다. 전쟁이 지닌 막연한 감정을 아이들은 현실적인 감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이 지닌 심오한 매력을 느낄 절호의 기회를, 어른들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그야말로 전체관람가 도서다. 모두에게 추천한다.


2027.07.08


*우리학교 도서부 2기 활동으로, 우리학교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유은실

#전쟁과나

#이소영

#우리학교

#우리학교도서부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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