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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임금님 납시오
강혜숙 지음 / 초록귤(우리학교) / 2026년 7월
평점 :

<도깨비 임금님 납시오>(강혜숙/초록귤)
어린이들의 ‘첫 책’은 너무나 중요하다. 책도 사람처럼 ‘첫인상’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처음 접하고 자주 접한 책은 아이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고 이는 아이를 이루는 세계관이 된다. 그래서 어릴 적에 읽는 단 몇 권의 그림책은, 부모가 아이 분유와 이유식을 고르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잘 모르겠다고? 그럼 그냥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바로 <도깨비 임금님 납시오>다.
오래전 기성세대들이 처음 접한 책은 소위 말하는 ‘명작동화’였다. 외국의 문화는 높게 쳐주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더하여 화려한 색감과 모습을 보여주는 외국 명작동화의 공주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처음 읽히기 딱 좋은 동화였다. 하지만 명작동화의 대단함은 ‘화려함’, 딱 거기까지다. 백설공주와 신레렐라가 하는 일은 주로 집안일이고, 중대한 일은 남에게 의존하며 행동과 결정 모두 타인에게 미룬다. 아이들의 첫 책으로 명작동화 그림책을 고른다면 아, 이건 좀 걱정된다.
그러나 전래동화는 다르다. 전래동화의 가장 큰 기둥은 바로 ‘구전’되었다는 점이다. 그 유명한 ‘작자미상’ 선생님들이 지으셨는데, 어떤 전래동화든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공동체의 생각과 공감, 배려와 봉사, 그리고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거기에 해학과 흥겨움이 넘친다. ‘서정오’ 선생의 옛 이야기 백 가지를 읽다 보면, 이 모든 게 이해된다.
놀랍게도 옛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히 재구성중이다. 도깨비의 익살, 아이의 지혜, 욕심 많은 임금을 골려 주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즐거움과 해학이 넘쳐나는 이야기. 그게 <도깨비 임금님 납시오>에 다 들어 있다. 정말이니 의심하지 말라.
대한민국 그림책상 특별상 수상작가인 ‘강혜숙’ 작가의 이 그림책은 해학과 풍자가 절묘하다. 어른이든 아이들 모두 읽고 웃을 테지만, 그 지점이 조금 다르겠다.
이 책에서, 우리 주변 모든 물건들이 도깨비다. 맡애기와 빗자루, 솥뚜껑과 정자관, 빨랫방망이와 호리병, 벼루까지도 사실 모두 도깨비다. 도깨비들은, 아가를 업고 대나무를 주우러 온 여자아이를 놀래키려 하는데, 온갖 심부름에 무서울 틈도 없자 도깨비는 실망한다. 그러나 여자아이도 무서워하는 게 있었으니 바로 ‘임금님’. 가장 무서운 게 임금님이라니 도깨비들은 서로 자기가 임금님이라 우기고, 그래서 여자아이가 도깨비 중에서 임금님을 뽑아주겠다고 한다.
세상에 여자아이가 할 일이 많아서 무서울 틈도 없다니, 웃프다. 게다가 도깨비들의 실망하는 모습이라니. 눈물이 날 정도로 우스운 장면이다.
도깨비들은 정승 댁부터 개집까지, 용궁이랑 저승까지 돌아다니며, 자기가 임금님이 되기 위한 보물을 찾아다닌다. 그 보물 이야기에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 속 신기한 물건들이 빠짐없이 나온다. 그러니 여러 전래동화를 읽은 아이들은 이 대목에서 얼마나 반가울까.
결국 누가 도깨비 임금님이 될까? 여자아이는 도깨비에게서 받은 선물로 어떻게 할까? 그 이야기들이 다시 전래동화로 이어진다는 건 안 비밀이다.
이야기의 구조가 참신하다.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하지만 해학이 넘쳐나고, 그러면서도 아이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처지가 스며들면서도, 백성들이 무서워하던 것은 정작 무엇인지, 아이가 그 보물을 어디에 사용하는지까지 읽다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그래, 이게 전래동화지.
‘강혜숙’ 작가의 본명이 ‘작자미상’일 것이 분명하다. 수많은 전래동화 속의 민초들이 그려낸 장면과 주제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그림책은 이렇게 만드는 거다.
그림책을 전문으로 하는 독서모임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책을 처음 접하는 꼬맹이들이 이 책을 꼭 읽으면 좋겠다.
2026.08.08
*본 서평은 우리학교 도서부 2기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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