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나
유은실 지음, 이소영 그림 / 초록귤(우리학교)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쟁과 나>(유은실 글/이소영 그림/우리학교)

짧은 그림책에 정말 많은 상징과 은유가 담겨 있다. 무구한 아이의 아이의 시선이 잔혹한 텍스트보다 울림이 크다. 


유은실 작가의 이 책은, 작가가 <변두리>에서 보여준 밀도와 <순례 주택>에서 건네준 해학적 정겨움을 모두 담은 듯하다. 게다가 <열세 살 우리는>의 삽화가인 이소영 작가의 그림은 천진한 아이의 순수한 생각을 통해, 전쟁의 끔찍한 참상을 상상한다. 


이제 우리나라에 전쟁을 겪은 사람이 별로 없다.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에게 전쟁은 잔혹동화 같은, 먼 나라의 일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이 책은 다르다. 전쟁을 겪지 않은 아이가 이렇게나 사실적으로 전쟁을 느낄 수 있다니. 전쟁의 참상은 생각을 조금만 비틀고 살짝만 가정하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문제임을, 이 책은 밝힌다.


피난을 가야 하고 서로를 믿지 못하며, 연대나 공존이라곤 살펴볼 수 없는 상황, 어디로 어떻게 누구와 떠나야 할지, 현실적인 고민을, 아이는 그걸 상상만으로 그려낸다. 상황만으로 피부로 다가온다.


개미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불안과 의심, 불신과 개인주의로 퍼진다. 집에서 나온 개미를 잡느라 약을 뿌리는데, 속에 숨었던 개미들이 피난 간다. 살기 위해서. 할머니는 그 개미를 손으로 꾹꾹 눌러 죽인다. 전쟁이 나면 개미처럼 떠나야 하는 상황은 금세 불안을 만들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의심해야 하는 상황은 그리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개미를 죽이려 약을 뿌리는 할머니에게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그건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쟁이 가져오는 가장 끔찍한 일은 전쟁이다. 나라의 질서는 무너지고 사회의 연대는 사라진다. 혼자 살기 위해 이웃을 고발하고 저버리며 나누지 않는다. 반대로 생각하면, 전쟁이 일어나도 잃어버려선 안 될 소중한 가치들인데, 전쟁은 그걸 그냥 두지 않는다.


북한의 위협이 일상이 된 우리는 정작 눈앞에 매일 매 순간 전쟁의 위협이 있지만, 오히려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 그건 눈앞의 미사일 실험과 전쟁 위협보다 오늘의 코스피가 더 신경 쓰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린 평화롭게 사는 듯한데, 그렇다고 우리가 전쟁의 위기에서 서로 돕고 나누며 잘 헤쳐갈 것 같지도 않다. 전쟁의 무서움은 바로 이 점에 있다.


전쟁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영향을 준다.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나의 인생 방향이 바뀐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미사일이 날아오고 피난을 가야 하며, 떨어진 가족을 그리워한다. 불을 끄고 잠을 청하면 내일의 희망보다 불바다의 공포를 상상하며, 내일 학교 일과를 상상하기보다 오늘 먹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우리가 걱정하는 전쟁은, 이 책 아이의 시선이어야 한다. 그저 먼 나라의 판타지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란 점이다. 가장 걱정스런 지점은 위기 앞에서 우리는 하나되어 서로 도울 준비가 되어 있냐는 것이다. 그건 오랫동안 치유되지 못한 우리의 상처다.


우리가 생각한 바를,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느끼게 해준다. 생각을 느낌으로 만들어 체감하고 체득하게 하는 건 그림책이 가진 고유한 기능이다. 전쟁이 지닌 막연한 감정을 아이들은 현실적인 감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이 지닌 심오한 매력을 느낄 절호의 기회를, 어른들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그야말로 전체관람가 도서다. 모두에게 추천한다.


2027.07.08


*우리학교 도서부 2기 활동으로, 우리학교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유은실

#전쟁과나

#이소영

#우리학교

#우리학교도서부2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